[이필재가 만난 사람(30) 고지연 클래스101 대표] 온라인 취미 동영상 강의 시장 창출
플랫폼서 취미생활 경험 팔아…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서 120억원 투자 유치
“팔고 싶은 강좌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시청하려 돈을 지불할 취미 강좌를 온라인에 개설합니다. 이때 해당 취미생활에 필요한 준비물을 수강권과 결합해 팔죠.” 취미 동영상 강의 온라인 플랫폼인 클래스101 고지연 대표는 “강좌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에겐 충분한 수익을 확보해 주고 수강자에게는 취미생활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비즈니스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클래스101 사이트는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온라인 클래스-취미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라는 카피를 사용한다. 그림 강좌 같으면 종이, 물감, 붓을 챙겨준다. 수강자들에게 준비물을 제공하고 자신만의 결과물을 요구한다. 클래스101의 마케팅 전략이자 가치관이다. “강의 동영상을 시청만 할 사람은 유튜브로 가라”이다. “우리는 제2의 유튜브가 되려는 게 아닙니다. 요리든 해금 연주 등 강의 콘텐트가 내 것이 되는 경험을 유저들에게 제공하려는 거예요.”
클래스101의 취미 클래스는 유저가 시청할 만한 강좌와 필요한 준비물을 선별해 클래스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큐레이션 서비스이다. 이 회사는 고객의 니즈가 있는 강좌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 크리에이터를 섭외한 후 강좌 소개 페이지를 띄우고 실제로 개설됐으면 하는 강좌에 대해 알림 신청을 받는 한편 개설 희망 여부를 파악하는 설문조사도 한다. 이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지표가 일정 수준이 돼야 클래스를 개설한다. 고 대표는 “섭외한 크리에이터들이 공연히 시간과 노력을 들이겠다 싶으면 동영상 제작에 들어가기 어렵겠다고 얘기한다”고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클래스만 만든다는 게 우리의 비즈니스 원칙입니다. 잘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잘 팔릴 만한 거를 만드는 거죠.”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클래스만 만든다”
취미 앱은 클래스101이 진출하기 전엔 시장에 없던 서비스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LO), 소확행, 워라밸 중시 풍조 같은 시대 흐름을 탔다. 그 후 제도화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날개를 달아줬다. 고 대표는 “바람이 불 때 때마침 돛을 올린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임시직을 기용하는 긱(Gig Economy) 경제의 부상으로 부업 삼아 긱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과도 맞아떨어졌다. 미술 쪽 클래스들이 뜨면서 취미 앱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미술은 잠재 고객층이 넓고 준비물도 간소하다. 시장이 반응하면서 크리에이터 섭외도 수월해 졌다. 현재 개설된 클래스 수는 약 300개, 종류는 미술, 공예, 디지털 드로잉, 손바느질·자수, 리빙, 요리, 디자인, 음악, 사진·영상 등 다양하다. 요리, 디지털 일러스트, 미술 클래스 등이 인기다. 마술사 최현우 등 거장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는 클래스101 시그니처 강좌도 만들었다.
지금까지 클래스101을 찾은 방문자 수는 480만 명에 이른다. 초기 시장을 선점한 덕이다. 수강자는 수강 기간 중 휴대폰·PC로 무제한 반복해 시청할 수 있다. 수강자의 클래스 만족도는 평균 97% 이상이다. 타깃 고객은 밀레니얼 세대. 유저의 70% 이상이 2534세대(1995년생~1986년생)이다. 클래스 101 구성원 중에도 유저가 있다. “위 아래로 연령대를 확장하려 합니다. 2534 인접 세대들도 여가 시간을 더 풍성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니즈가 크다고 봅니다. 미술 강좌를 맡은 크리에이터 중엔 60대의 건축가도 있어요. 30년차 건축가에게 배우는 건물 드로잉 클래스죠.”
수익원은 수강료이다. 콘텐트 제작에 대한 클래스101 영상팀의 관여 수준을 기준으로 크리에이터와 몇 가지 방식으로 수익을 셰어한다. 보통 클래스 당 45개가량의 영상 클립이 사용된다. 사실상 크리에이터와 클래스101 영상팀의 공동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스101은 지난해 9월 손익분기점을 통과했다. 연내 클래스를 1000개로 늘리고 매출액 400억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톱 5에 속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클래스 오픈 후 3개월 간 1억원 넘는 강의료를 받고 있다.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3개월을 넘기면 수익이 공룡 꼬리처럼 롱 테일 곡선을 그린다. 고 대표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연금이라고 생각하라”고 설명한다고 귀띔했다.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 간의 콘텐트 차별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고유한 콘텐트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서포트할 뿐이다. 다양한 미술 강좌 중엔 100가지 색연필 클래스도 있다. “우리 역할은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트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수강생을 모집하는 겁니다. 크리에이터의 팬덤이 클래스에 유입되도록 돕는 거죠.”
취미 강의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 주자들도 생겨났다. 고 대표는 고객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강의 개발의 스피드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시장의 니즈를 확인하고 나면 강좌를 잘 만들려 고민하기보다 빨리 론칭해야 합니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두 세 번 더 가공을 해야죠. 이런 ‘날 것’을 내놓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발목을 잡혀선 안 돼요.” 클래스101은 지난 봄 창업한 지 1년 만에 1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투자사들은 평균 연령 20대 중반의 젊은 조직이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것에 주목했다. 이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동료들과 학생 창업한 UNIST 휴학생
클래스101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출신이 주축이 된 대학생 여덟 명이 2015년 창업한 스타트업 ‘페달링’이 모태이다. 창업 멤버인 고 대표는 UNIST 디자인·인간공학부 4학년 휴학 중이다. 페달링은 맞춤식 과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3년 간 그룹 과외 등 20개가량의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과외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과외에 관한 의사 결정권자인 어머니들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우리 팀의 이런 팀워크는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해체하기보다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죠. 이번엔 우리 멤버들이 고객인 서비스, 우리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핵심 멤버들이 페르소나인 서비스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페르소나는 이 세상에 현존하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가상의 고객이다. 취미 앱으로 전환한 후 과외 사업하던 시절 오랜 기간 동안 어렵게 거둔 매출액을 하루 만에 올렸다. 클래스101의 구성원은 75명이다. 전문 인력이 합류하며 평균 연령은 20대 중후반으로 높아졌다. 대표를 포함해 구성원끼리는 닉네임으로 호칭하고 서로 반말을 한다. 고 대표의 닉네임은 몽드이다. 서로 본명도, 나이도 모른다. 서로 반말을 쓰는 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히딩크 감독이 경기장에서 선수들끼리 반말을 하게 한 것과 같은 취지다. “회식 때도, 영입된 임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외부 사람들은 걱정스러워 하지만, 나이·직급·성별 불문하고 서로 반말을 하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인원이 적었던 초기엔 연장자를 형·누나로 부르기도 했는데 위계구조가 생길까 봐 이 가족적 호칭조차 안 쓰기로 했어요.”
의사소통이 수평적일뿐더러 의사결정 과정이 짧다. 의사결정 구조가 실무자와 셀(부서)의 리드(부서장) 두 단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권한이 위임돼 있다 보니 자신이 만든 클래스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다.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의견도 강력하게 개진한다. 클래스101 구성원의 DNA이자 인재상은 ‘착·똑·야’이다. 착하고 똑똑하고 야망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원 팀을 지향한다. 새 멤버를 채용할 때는 착·똑·야의 조건을 갖췄는가와 더불어 회사의 핵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가 살핀다. 자유직군 전형 지원자는 입사 후에 무슨 일을 할지 결정한다. 조직문화를 내면화하게 하려 신입 구성원에게는 문화 가이드북을 숙지시킨다. “최고의 복지는 똑똑한 동료들과 일하는 환경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빨리 성장한 건 젊은 사람들이 이런 조직문화로도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는 각오가 절박했기 때문이에요.”
똑똑한 사람들에게서 긍정적 에너지를 끌어내려 반말 사용 규칙 외엔 규칙을 최소화했다. 예를 들면 전 구성원이 회사에 도움 되는 일이면 지급된 법인카드를 사전 승인, 사후 동의 없이 긁을 수 있다. 구성원 간에 정보 격차가 생기지 않게 하려 정보 공유에 신경 썼고, 의사소통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려 노력했다.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야심적인 목표를 세우도록 서로 격려했다. 무엇보다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사랑하는 일이 되게 한다는 고객 가치를 실현하려 끊임없이 혁신을 했다.
클래스101의 비전은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세상을 만든다’이다. 고 대표는 “그러려면 크리에이터와 클래스메이트(수강자) 사이에서 우리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도 충분한 수익을 올려 꿈을 포기하지 않고, 클래스메이트는 언젠가 한번 배워 보고 싶었던 걸 더 늦기 전에 발견해 편하게 잘 배울 수 있게 하는 거죠. 일례로 독립 출판 클래스의 한 수강자는 수강 후 자기 책을 냈습니다.”
자기만의 굿즈에 도전해 수강 후 자신의 공방을 차린 사람도 여럿 있다. 인스타그램 같은 유통 채널이 생기면서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수강자로서도 취미 활동이 수익원이 되기도 한다. “클래스101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내고 수강자가 사랑하는 일을 시작할 때 보람을 느껴요. 우리는 크리에이터가 클래스101을 만나 번 돈으로 벤츠 타기를 바랍니다.” 한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후기를 올렸다. “내가 하는 이 일을 많은 사람이 사랑해 줄 줄 몰랐습니다. 도전할 기회를 준 클래스101 측에 감사합니다.”
업무상의 실수 공유하는 대나무숲 만들어
클래스101엔 구성원끼리 작은 성공을 공유하는 메이드잇, 업무상의 실수를 공유하는 대나무숲이 있다. 열 명의 리더 그룹도 실수를 하면 스스럼없이 대나무숲을 찾는다.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클래스101은 자체 개발한 취미 앱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꿈을 꾼다. 크리에이터도 현지화할 생각이다. “플랫폼 경제가 꽃피운 덕에 잘 큐레이트하면 1000명의 모차르트, 1000명의 아인슈타인이 탄생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단적으로 어디에 있든 클래스101에서 취미생활의 첫 발을 뗄 수 있게 된 거죠. 장차 심화 과정을 만들어 플랫폼으로 대학 과정도 대체할 수 있다고 봅니다. 클래스101의 101은 미국 대학의 기초 내지 입문 과목에 붙는 코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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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101 사이트는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온라인 클래스-취미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라는 카피를 사용한다. 그림 강좌 같으면 종이, 물감, 붓을 챙겨준다. 수강자들에게 준비물을 제공하고 자신만의 결과물을 요구한다. 클래스101의 마케팅 전략이자 가치관이다. “강의 동영상을 시청만 할 사람은 유튜브로 가라”이다. “우리는 제2의 유튜브가 되려는 게 아닙니다. 요리든 해금 연주 등 강의 콘텐트가 내 것이 되는 경험을 유저들에게 제공하려는 거예요.”
클래스101의 취미 클래스는 유저가 시청할 만한 강좌와 필요한 준비물을 선별해 클래스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큐레이션 서비스이다. 이 회사는 고객의 니즈가 있는 강좌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 크리에이터를 섭외한 후 강좌 소개 페이지를 띄우고 실제로 개설됐으면 하는 강좌에 대해 알림 신청을 받는 한편 개설 희망 여부를 파악하는 설문조사도 한다. 이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지표가 일정 수준이 돼야 클래스를 개설한다. 고 대표는 “섭외한 크리에이터들이 공연히 시간과 노력을 들이겠다 싶으면 동영상 제작에 들어가기 어렵겠다고 얘기한다”고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클래스만 만든다는 게 우리의 비즈니스 원칙입니다. 잘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잘 팔릴 만한 거를 만드는 거죠.”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클래스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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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클래스101을 찾은 방문자 수는 480만 명에 이른다. 초기 시장을 선점한 덕이다. 수강자는 수강 기간 중 휴대폰·PC로 무제한 반복해 시청할 수 있다. 수강자의 클래스 만족도는 평균 97% 이상이다. 타깃 고객은 밀레니얼 세대. 유저의 70% 이상이 2534세대(1995년생~1986년생)이다. 클래스 101 구성원 중에도 유저가 있다. “위 아래로 연령대를 확장하려 합니다. 2534 인접 세대들도 여가 시간을 더 풍성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니즈가 크다고 봅니다. 미술 강좌를 맡은 크리에이터 중엔 60대의 건축가도 있어요. 30년차 건축가에게 배우는 건물 드로잉 클래스죠.”
수익원은 수강료이다. 콘텐트 제작에 대한 클래스101 영상팀의 관여 수준을 기준으로 크리에이터와 몇 가지 방식으로 수익을 셰어한다. 보통 클래스 당 45개가량의 영상 클립이 사용된다. 사실상 크리에이터와 클래스101 영상팀의 공동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스101은 지난해 9월 손익분기점을 통과했다. 연내 클래스를 1000개로 늘리고 매출액 400억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톱 5에 속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클래스 오픈 후 3개월 간 1억원 넘는 강의료를 받고 있다.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3개월을 넘기면 수익이 공룡 꼬리처럼 롱 테일 곡선을 그린다. 고 대표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연금이라고 생각하라”고 설명한다고 귀띔했다.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 간의 콘텐트 차별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고유한 콘텐트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서포트할 뿐이다. 다양한 미술 강좌 중엔 100가지 색연필 클래스도 있다. “우리 역할은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트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수강생을 모집하는 겁니다. 크리에이터의 팬덤이 클래스에 유입되도록 돕는 거죠.”
취미 강의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 주자들도 생겨났다. 고 대표는 고객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강의 개발의 스피드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시장의 니즈를 확인하고 나면 강좌를 잘 만들려 고민하기보다 빨리 론칭해야 합니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두 세 번 더 가공을 해야죠. 이런 ‘날 것’을 내놓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발목을 잡혀선 안 돼요.” 클래스101은 지난 봄 창업한 지 1년 만에 1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투자사들은 평균 연령 20대 중반의 젊은 조직이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것에 주목했다. 이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동료들과 학생 창업한 UNIST 휴학생
클래스101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출신이 주축이 된 대학생 여덟 명이 2015년 창업한 스타트업 ‘페달링’이 모태이다. 창업 멤버인 고 대표는 UNIST 디자인·인간공학부 4학년 휴학 중이다. 페달링은 맞춤식 과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3년 간 그룹 과외 등 20개가량의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과외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과외에 관한 의사 결정권자인 어머니들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우리 팀의 이런 팀워크는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해체하기보다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죠. 이번엔 우리 멤버들이 고객인 서비스, 우리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핵심 멤버들이 페르소나인 서비스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페르소나는 이 세상에 현존하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가상의 고객이다. 취미 앱으로 전환한 후 과외 사업하던 시절 오랜 기간 동안 어렵게 거둔 매출액을 하루 만에 올렸다. 클래스101의 구성원은 75명이다. 전문 인력이 합류하며 평균 연령은 20대 중후반으로 높아졌다. 대표를 포함해 구성원끼리는 닉네임으로 호칭하고 서로 반말을 한다. 고 대표의 닉네임은 몽드이다. 서로 본명도, 나이도 모른다. 서로 반말을 쓰는 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히딩크 감독이 경기장에서 선수들끼리 반말을 하게 한 것과 같은 취지다. “회식 때도, 영입된 임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외부 사람들은 걱정스러워 하지만, 나이·직급·성별 불문하고 서로 반말을 하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인원이 적었던 초기엔 연장자를 형·누나로 부르기도 했는데 위계구조가 생길까 봐 이 가족적 호칭조차 안 쓰기로 했어요.”
의사소통이 수평적일뿐더러 의사결정 과정이 짧다. 의사결정 구조가 실무자와 셀(부서)의 리드(부서장) 두 단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권한이 위임돼 있다 보니 자신이 만든 클래스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다.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의견도 강력하게 개진한다. 클래스101 구성원의 DNA이자 인재상은 ‘착·똑·야’이다. 착하고 똑똑하고 야망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원 팀을 지향한다. 새 멤버를 채용할 때는 착·똑·야의 조건을 갖췄는가와 더불어 회사의 핵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가 살핀다. 자유직군 전형 지원자는 입사 후에 무슨 일을 할지 결정한다. 조직문화를 내면화하게 하려 신입 구성원에게는 문화 가이드북을 숙지시킨다. “최고의 복지는 똑똑한 동료들과 일하는 환경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빨리 성장한 건 젊은 사람들이 이런 조직문화로도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는 각오가 절박했기 때문이에요.”
똑똑한 사람들에게서 긍정적 에너지를 끌어내려 반말 사용 규칙 외엔 규칙을 최소화했다. 예를 들면 전 구성원이 회사에 도움 되는 일이면 지급된 법인카드를 사전 승인, 사후 동의 없이 긁을 수 있다. 구성원 간에 정보 격차가 생기지 않게 하려 정보 공유에 신경 썼고, 의사소통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려 노력했다.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야심적인 목표를 세우도록 서로 격려했다. 무엇보다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사랑하는 일이 되게 한다는 고객 가치를 실현하려 끊임없이 혁신을 했다.
클래스101의 비전은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세상을 만든다’이다. 고 대표는 “그러려면 크리에이터와 클래스메이트(수강자) 사이에서 우리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도 충분한 수익을 올려 꿈을 포기하지 않고, 클래스메이트는 언젠가 한번 배워 보고 싶었던 걸 더 늦기 전에 발견해 편하게 잘 배울 수 있게 하는 거죠. 일례로 독립 출판 클래스의 한 수강자는 수강 후 자기 책을 냈습니다.”
자기만의 굿즈에 도전해 수강 후 자신의 공방을 차린 사람도 여럿 있다. 인스타그램 같은 유통 채널이 생기면서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수강자로서도 취미 활동이 수익원이 되기도 한다. “클래스101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내고 수강자가 사랑하는 일을 시작할 때 보람을 느껴요. 우리는 크리에이터가 클래스101을 만나 번 돈으로 벤츠 타기를 바랍니다.” 한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후기를 올렸다. “내가 하는 이 일을 많은 사람이 사랑해 줄 줄 몰랐습니다. 도전할 기회를 준 클래스101 측에 감사합니다.”
업무상의 실수 공유하는 대나무숲 만들어
클래스101엔 구성원끼리 작은 성공을 공유하는 메이드잇, 업무상의 실수를 공유하는 대나무숲이 있다. 열 명의 리더 그룹도 실수를 하면 스스럼없이 대나무숲을 찾는다.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클래스101은 자체 개발한 취미 앱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꿈을 꾼다. 크리에이터도 현지화할 생각이다. “플랫폼 경제가 꽃피운 덕에 잘 큐레이트하면 1000명의 모차르트, 1000명의 아인슈타인이 탄생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단적으로 어디에 있든 클래스101에서 취미생활의 첫 발을 뗄 수 있게 된 거죠. 장차 심화 과정을 만들어 플랫폼으로 대학 과정도 대체할 수 있다고 봅니다. 클래스101의 101은 미국 대학의 기초 내지 입문 과목에 붙는 코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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