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만난 사람(4) 4000억대 부자가 사는 법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해냈을 뿐”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추구한다. 하지만 축적한 부와 명성으로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진솔하게 말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4000억대 자산가 김승호(53) 회장의 삶은 ‘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은 충남 장항 출신으로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2005년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락 회사인 ‘스노우폭스’를 창업한 그는 미국과 유럽, 한국, 멕시코 등지에 있는 1340여 개 도시락 매장에서 하루에 10만 개 이상의 도시락을 팔아 연간 3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그의 회사는 부채가 단 한 푼도 없다. 개인 자산이 4000억 원이 넘는 수퍼리치인 그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미국 400대 부자 순위 진입을 꿈꾼다. 자연히 호기심이 발동했다. 흙수저인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또 있었다. 그가 펴낸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에서 발견한 다음과 같은 문장 때문이다.
“인생의 수학은 미묘해서 공식이 없다. 남을 누른다고 내가 이기는 것도 아니고 내가 졌다고 상대가 이긴 것도 아니다. 누군가 날 행복하게 해주길 바란다면 불행해지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려 하면 내가 행복해지니, 이런 방정식은 세상에 없다. 살다보면 베푼 것을 잊고 있을 때 돌아오고 찾으러 가면 멀리 간다. 많이 가지려 하면 오히려 적게 잡게 되고 적게 잡으려 하면 오히려 늘어난다. 나를 딛고 담장을 넘어가라고 어깨를 내밀면 오히려 품에 들어오고 품으려 가둬버리면 달아난다.”
인생을 달관한 듯한, 체험 속에서 우러난 통찰과 에스프리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를 통해 만남을 요청했다. 몇 차례 조율을 거쳐 지난 3월10일 교보문고 강남매장 안의 커피숍에서 그와 둘이 마주 앉았다.
책 속에 빛나는 문장들이 많더라. 『생각의 비밀』, 『김밥 파는 CEO』, 『자기경영 노트』 등 책도 여러 권 냈는데.
부끄럽다. 나름 철학자 흉내를 내 봤을 뿐인데.(웃음)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때문에 책을 읽게 됐다. 우연히 삼중당에서 나온 문고판 책을 한 권 주워다 책상 위에 놓아뒀는데 지나가시다가 묻더라. “니 책 읽나?”(웃음)
교사 되고 갓 부임하셨는데, 되게 열정이 있으셨다. 대답도 못하고 그냥 쭈뼜쭈뼛하고 있었더니 교무실로 부르셨다. 그리고는 200권의 책 제목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네셨다. 그때까지 제가 어른들이나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눈에 띈 적이 없었다. 난생 처음 관심을 받아본 거였다. 그렇게 읽을 책 목록까지 써서 주신 선생님이 고마워서, 그 책들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 등 세계 고전과 한국 고전을 그때부터 하나 하나 읽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어려운 책들이었다. 그런데 3학년 때까지 그 책을 거의 다 읽었다. 그때부터 책읽기를 즐긴다. 지금도 지식을 쌓기 위해 책방에서 가격표를 보지 않고 맘껏 책을 들고 나올 때 ‘부자로서’ 행복을 느낀다. 내가 추론하는 힘,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버릇은 책읽기에서 키워졌다.
회사 이름이 스노우폭스라니, 뭔가 사연이 있을 듯 하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백 씨 성을 가져서 ‘백여우’란 별명으로 불리던 여자 아이가 있었다. 천성적으로 밝고 웃음 많던 소녀는 자신과 닮지 않은 백여우라 불릴 때마다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결혼한 후 어린 시절에 별명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남편은 자신의 새 사업을 구상하다 유쾌한 장난을 치기로 한다.
깨끗하고 단정한 매장 이미지를 가진 도시락 매장을 오픈해 앙증맞게 귀엽고 섹시한 로고를 만들어 이름을 SNOWFOX(백여우)라 부르고 전세계에 퍼뜨린 것이다. 이제 아내는 더이상 백여우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게 됐다. 단점을 공개하면 더 이상 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편의 장난과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백여우를 섹시하고 밝고 깨끗한 의미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회사의 모든 여성 직원들도 백여우로 불리어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루에 100번씩 100일간 써보라
그의 사업체 스노우폭스의 탄생 배경이다. 그의 홈페이지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와 있다. 김승호 회장은 애처가다. 대학 1학년 때 고등학교 1학년 아내를 만난 그는 아내와 사귀기도 전에 매일 100번씩 편지를 썼다고 했다. 그렇게 100일간 썼더니 소원이 이뤄져 결혼에 골인했다. ‘의지의 한국인’이다. 목표를 정하면 그 내용을 하루에 100번씩 100일간 손글씨로 쓰는 그의 ‘특별한 성공비결’이 시작됐다. 그는 이 방법으로 인생에서 무려 7번이나 꿈을 이뤘다고 했다.
상투적인 질문이다. 어떻게 성공했나?
저는 그냥 평범하다. 원래 성공하는 사람은 비범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할 뿐이다. 사회는 학교와 달리 국영수를 잘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얼마나 깊고 진지하고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미래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목표를 이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경우는 그것이 100번 쓰기였다.
그런데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7번 실패하고 나서야 스노우폭스로 성공했다.
1987년 중앙대 3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시도한 사업마다 실패했다. 이불가게, 지역 신문사, 증권·선물회사, 한국식품점, 컴퓨터조립사업, 건강식품점 등 벌이는 사업마다 망했다. 그런데 포기가 안 되더라.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는 내가 크게 성공해서 돈을 벌게 될 거라는 데자뷰(기시감)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업에 실패하면 완전히 바닥에 내려갔다가 한 이틀쯤 절망하고는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났다. 아내의 지지도 큰 힘이 됐다. 보통의 아내들이라면 한번 실패하면 ‘어디 가서 일이나 찾아보라’며 말릴텐데 아내는 계속 해보라고 했다. 7번째 사업에 실패하고서 아내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아내가 말했다. “내가 나가서 웨이트리스 할 테니 다시 도전해 봐요.”
실패할 때마다 성공으로 가는 문은 다가오는 것이다. 왜냐? 더 이상 실패할 이유들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저는 7번의 사업 모두 다른 이유로 실패했다. 나중에 그게 큰 경험이 되었다.
사업가 김승호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수퍼마켓 식품관 한 코너에서 김밥을 만들어 파는 사업이었다. 2005년 그는, 텍사스 주 휴스턴에 스노우폭스라는 ‘그랩&고(Grap N Go)’개념의 매장을 세계 최초로 열었다. 김밥과 스시 도시락을 판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음식을 만들어 진열대에 놓으면 자기가 먹을 걸 선택해 계산한 후 들고 나가는 시스템이다. ‘편의점과 식당의 중간 모델’이다. 임대료가 높은 도심이나 공항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하는데 회전율이 빠를수록 수입이 그만큼 늘 수 있다.
그는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책상 위에 미국 전도(全圖)를 올려놓고 주요 도시 300곳에 점을 찍었다고 했다. 이메일 비밀번호도 ‘300개매장에주간매출백만불’로 바꾸었다. 모두가 미쳤다며 비웃었지만, 그는 확신했다. 6년이 지나 그는 비밀번호를 ‘3000개매장에연간매출10억불’로 바꿨다.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서울 강남의 뱅뱅사거리에 스노우폭스 첫 한국 매장을 오픈했다.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 김승호
한국에 있는 스노우폭스 매장은 잘 운영되는가.
안될 수가 없다. 우리는 불경기모델이다. 지금 한국에 8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앞으로 40~50개 정도로 늘려서 연간 3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와 매장 임대주는 착취 구조가 아니라 동업자 관계다. 비싼 임대료를 내도 이익을 보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 책임이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내게 하는 것도 제 책임이다.
회사 운영도 남다르다고 들었다.
조용하게 관리한다. 노자철학을 적용해 있는 듯 없는 듯한다.(웃음) 제가 관여하는 7개 회사의 경영을 7명의 사장들에게 위임해놓았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 분들과 카톡방에서 보고 받고 협의만 한다. 제가 결정하는 것은 딱 3가지다. 증자에 관련된 것, 임원 인사, 신규사업 진출이다. 저는 생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제 인생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한국을 자주 찾고 있는데.
중앙대학교 외식산업경영아카데미에서 4학기째 강의한다. ‘성공한 사업가의 최고 선행은 자신의 성공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는 평소 제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제 강의는 ‘사장을 가르치는’ 일이다. 젊은 사업가들이 제가 한 실수를 하지 않고 사업을 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다. 비즈니스에도 테크닉이 있는데, 기업인들이 터놓고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나서 연매출 100억원, 200억원 정도 되는 사장은 정말 답답해한다. 물어볼 데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다보면 고비 때마다 일정한 패턴이 있다. 직원이 10명 정도 되면 사장이 직원들에게 일일이 업무를 다 얘기해줘야 한다. 힘든 시기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가족이 회사로 들어온다. 그러다 직원이 30명쯤 되면 ‘창업공신’의 반란이 일어난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가족과 다른 직원들 간에 격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직원이 50~100명 되면 이제는 자본과 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 때는 도덕성, 공정성이 반드시 개입돼야 한다. 저는 직원 1명에서부터 수천명까지 이 과정을 다 겪었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는 100억 매출 시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난관, 500억원과 1000억원 매출 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 등 주로 실무적인 내용을 토론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생사가 걸린 비즈니스 현장 교육이다. 당연히 비공개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호암어록』에는 “부자 옆에 줄을 서라. 삼밭에 가야 산삼을 캘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그의 강의를 듣고자 찾아온 이들도 그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서일 것이다.)
‘선한 영향력’과 ‘자기결정론’
강의를 듣는 사장들이 가장 귀기울여 듣는 대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강의를 듣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의 중견기업, 외식업체 사장들이다. 그런데 이 분들이 특히 공감하는 키워드가 ‘선한 영향력’이다. 사업을 하는 목적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하더라. 사장들은 사업 초기에 마음먹었던 선의를 잃지 말고 직원, 고객, 협력사는 물론 경쟁사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 하나는 ‘자기결정론’이다. 돈을 벌면 뭐가 좋은가 하면, ‘내가 안할 수 있는 자유와 할 수 있는 자유’를 동시에 구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에 굉장히 공감한다. 저는 기업가가 기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의의 의도를 가진 사업가를 키우기 위해 사장 가르치는 일을 자처했다.
기업가로서의 마인드뿐 아니라 삶의 모든 행위에 있어 그의 태도는 남다르다. 그는 지극히 이타적인 행위가 지극히 이기적인 결과를 준다는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함부로 상대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만물과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그 영향이 파동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존중하는 데서 나아가 함께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타적인 사상, 이웃사랑 철학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가장 이타적인 행동이 가장 이기적인 성공 비결’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선의로 어떤 일을 열심히 하면 사업이 더 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제 목표 중의 하나는 100명의 주변 사람 백만장자 만들기다. 아주 영악한 목표다. 이 분들을 백만장자로 만들려면 저는 억만장자가 돼야 하니까.(웃음)
강연에서도 ‘100일 동안 100번 쓰기’를 강조하는가.
그렇다. 절실한 생각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면 자기의 절실한 그 목표를 글로 적고 이미지로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100번을 써야 한다. 요즘 이 방법을 굉장히 많이 따라한다. 대전에 있는 어느 여학교의 학생 수천명이 학교 강당에 자기가 쓴 것을 다 붙여놓고 저를 초대한 적이 있다. 인터넷으로 옷가게를 하는 사장님이 고객들과 카톡방을 열어놓고 100번 쓰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100번을 쓰면 그 목표가 머릿속이 아니라 내 몸속에 들어온다. 목표가 명확하면 그 목표의 발원지와 연결점이 보인다. 목표와 관련된 사람과 인연, 헤쳐나가야 할 환경을 알게 된다. 그러니 써야 한다. 쓰다가 실패하면 나한테 그렇게 절박한 게 아닌 것이니 그것도 괜찮은 것이고, 써보고 기억해놓으면 인생에 평생 그런 것 한 번도 안해 봤으니 내 몸에 각인된다. 그러면 그게 이뤄질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제가 아들만 셋인데, 사업한다고 돈 빌려달라고 해도 안 빌려준다. 진짜 하고 싶으면 100번을 써보라고 한다. 쓰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한다.(웃음)
한번은 한국의 젊은 친구가 저보고 ‘어떻게 하면 성공하느냐?’고 묻는데, 허리부터 펴라고 야단을 쳤다. 어깨 딱 펴고 허리 펴고 반듯한 자세로 당당하게 물어보라. 물어보는 이의 자신감 속에 이미 답이 있는 것이다. (그가 쓴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이 지난 5년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거나 더 행복해졌다면 그 가치나 행복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을 소망하고 원하고 노력했기에 바뀐 것이다.”)
5년 내 미국 400대 부자 순위 진입이 목표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의 ‘사장론’을 듣고 싶다.
출입국 신고서에 제 직업을 ENTREPRENEUR라고 적는다. 저는 기업가다. 제 기업의 대표, 즉 사장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은 사장이다. 자신이 내 인생의 사장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자신의 문제로 남을 탓하지 않게 된다. 아무도 내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재벌 2세가 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동쪽에서 귀인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모든 일은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는 순간 세상은 우리를 위해 일어선다.
성공하고 싶다면, 닮고 싶은 그 사람을 찾아가 물어라. 나보다 뭔가 잘한 사람이 있으면 만나자고 부탁하고 찾아가라. 제가 아는 수많은 자수성가한 사람들 역시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성공하고 싶다는 소망만 품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 목표와 함께 이룰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품고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목표를 정해 노력한다면 결과는 두 가지뿐이다.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이다. 성공하면 그 길로 계속 가면 된다. 만약 실패해도 좀 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 다시 도전하면 된다. 손해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행동하지 않을 때만 손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결심한 지금 즉시 목표를 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포브스 400대 부자 진입이 다음 목표라고 했는데, 몇 년 남았나.
지금 재산으로는 미국에서 1400위쯤 된다. 5년 안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0대 부자 순위에 오르고 싶은 이유는 제가 존경하는 명사나 부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다. 400대 부자는 이들을 만나는 데 유용한 타이틀이다. 이미 검증된 부자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미국 사업가들과 일본 출장을 함께 간 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LA 공항에 도착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같은 방향이면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자가용 비행기를 대기시켰더라. 당시 8명의 동행자 중 두 사람이 포브스 400대 부자였다. 그때부터 그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하루 100번씩 100일을 쓰셨나보다. 그런데 포브스가 부자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인 게, 다들 매우 겸손하시더라.
크게 성공하면 자기 능력이 아닌 걸 안다. 사업을 해본 사람은 알지만, 한번 성공했다고 똑같은 방법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시대의 흐름과 환경, 문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 잘 연결될 때라야 성공한다. 그래서 큰 부자는 자연히 겸손해지게 된다. 내 능력으로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성공하면 자기가 대단한 줄 안다. 고급차에 운전기사에, 대접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고보니 김 회장은 너무 평범해서 4000억대 부자 같지 않다.
사실은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우리 부부도 모른다. (웃음) 물론 휴스턴에 큰 집과 좋은 차가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은 그냥 평범하다. 자가용 비행기도, 요트에도 관심 없다. 오늘도 강의 끝나면 전철 타고 숙소로 갈 거다. 먹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맥도널드 버거로 해결하기도 하고 오늘처럼 커피숍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딱히 절제하거나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라 그냥 생활 습관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에 오면 ‘의전’ 때문에 불편하다. 한국은 회사 앞에서 여직원과 마주치면 엘리베이터 버튼 문 잡고 기다려준다는데, 그런 경우라면 저는 제가 문잡고 기다려준다.
자수성가한 미국의 명사 오프라 윈프리는 “비록 나는 부의 축복에 감사하지만 부로 인해 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내 발은 아직 땅을 딛고 있다. 단지 좀 더 좋은 신발을 신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김승호 회장도 그와 다르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이번에 낸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책에 “나는 이 책 안에 나의 모든 가치관을 담았다”고 써놓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을 읽은 한 독자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필요한 내용만 있으면서 정말 알찬 책. 몸집만 키운 커다란 보디빌더의 근육이 아닌 응축되고 응축되어 잔근육으로 꽉찬 이소룡의 근육 같은 책”이라고.
부자라서 행복한가? 아니 다시 묻자.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는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은 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하느냐는 관점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관점으로 바꿔야 맞는 질문이다. 돈으로 행복을 사는 나만의 몇 가지 노하우를 공개하고 싶다. 상품이나 물건보다 경험이나 지식을 사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필리핀에 간 적이 있다. 필리핀에서 사온 물건들은 뭐였는지 기억도 없지만 세부의 푸른 바다와 그에 어울리는 하늘색, 그리고 해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던 곳에서 동네 아이들이 바다로 뛰어들던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왜냐? 경험은 감정을 일으키지만 가방이나 자동차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어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제가 무엇보다 부자로서 짜릿한 기쁨을 느낄 때는 ‘부자라도 부자로 살지 않을 때’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가방을 둘러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요즘 유행하는 영화를 보고 근처 공원에 들리는 일이다. 행복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 돈은 행복을 도울 뿐이다. 내가 돈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고 돈이 나를 주인으로 모시게 만든다면 돈은 얼마든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살면서 얼마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가.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사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부자가 되는 것은 행운, 유산, 노력 등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부자로 사는 것은 순전히 세상 순리에 대한 공부다. 위인은 위대한 일을 해서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기에 위대해지는 것이다. 부자가 부를 모으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거나 유산을 상속받아서가 아니라 돈을 대하는 소박한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부를 인격체처럼 생각하면 내가 부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매 순간 혹은 모든 영역에서 저절로 답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살려고 한다.
자녀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어릴 때부터 뭔가 유난히 잘해본 적도 없고 학교 성적도 뛰어난 적도 없다. 고등학교는 겨우 들어갔고 대학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았고 이민을 핑계로 중퇴했다. 돌아보면 저를 성공으로 이끈 행동들은 모두 평범한 것들이었다. 저는 모임이 정해지면 제 시간에 도착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구두를 닦아 신고 다녔다. 사람을 기다리게 하지 않았고 코털이 보이지 않게 주의했다. 언제나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런 것들로 제게 자본이 없음을, 학위가 없음을, 가난함을, 경험 없음을, 소심함을, 부끄러움을, 모자란 지식을 대신했다. 저는 성공이 비범하거나 대단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평범한 일을 비범한 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 쓴 것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역시 평범함이다. 제가 잘한 것은,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끈기 있게 했다는 것이다.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끈기있게 행하라
만남 내내 그는 뜸들이지 않았고, 진솔했고, 시크했다. 그의 주장은 조용했지만 명쾌하고 단단했다. “생각의 힘을 믿어라,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지금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스스로의 운명을 만든다….” 우리가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평범한 것들을 그는 몸으로 실천해낸 것이다. 김승호 회장과의 만남은 유쾌했다. 넓은 세상을 주유(周遊)하고 온 사람이 폼 잡지 않고 들려주는 잔잔한 성공담이었다.
“새로 만난 사람은 갓 구운 빵이다.” 그의 책 속에 담긴 한 구절이다. 지금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누군가에게 갓 구운 빵으로 살고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인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평범하다.
-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
[박스기사] 사장들에게
● 사장이 된다는 것은 회사의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 불경기도 사장의 책임이다. 불경기에 잘 될 비즈니스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불경기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직원이 횡령을 해도 자기 책임이다. 횡령할 수 있는 구조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 직원들끼리 싸워도 자기 책임이다. 그런 사람을 뽑았고 영역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책임이다.
● 자본이 모자라도 자기 책임이다. 자본관리에 미숙했거나 자기 입보다 더 큰 물고기를 삼키려 했기 때문이다. 직원으로 일하는 사장들도 마찬가지다.
● 내 급여가 오르지 않는 것은 내 책임이다. 사장에게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인색한 사장을 만나 고생하는 것도 자기 잘못이다. 그 회사를 살리고 죽일 능력을 보여주면 아무리 인색한 고용주도 벌벌 떨기 마련이다.
-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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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수학은 미묘해서 공식이 없다. 남을 누른다고 내가 이기는 것도 아니고 내가 졌다고 상대가 이긴 것도 아니다. 누군가 날 행복하게 해주길 바란다면 불행해지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려 하면 내가 행복해지니, 이런 방정식은 세상에 없다. 살다보면 베푼 것을 잊고 있을 때 돌아오고 찾으러 가면 멀리 간다. 많이 가지려 하면 오히려 적게 잡게 되고 적게 잡으려 하면 오히려 늘어난다. 나를 딛고 담장을 넘어가라고 어깨를 내밀면 오히려 품에 들어오고 품으려 가둬버리면 달아난다.”
인생을 달관한 듯한, 체험 속에서 우러난 통찰과 에스프리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를 통해 만남을 요청했다. 몇 차례 조율을 거쳐 지난 3월10일 교보문고 강남매장 안의 커피숍에서 그와 둘이 마주 앉았다.
책 속에 빛나는 문장들이 많더라. 『생각의 비밀』, 『김밥 파는 CEO』, 『자기경영 노트』 등 책도 여러 권 냈는데.
부끄럽다. 나름 철학자 흉내를 내 봤을 뿐인데.(웃음)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때문에 책을 읽게 됐다. 우연히 삼중당에서 나온 문고판 책을 한 권 주워다 책상 위에 놓아뒀는데 지나가시다가 묻더라. “니 책 읽나?”(웃음)
교사 되고 갓 부임하셨는데, 되게 열정이 있으셨다. 대답도 못하고 그냥 쭈뼜쭈뼛하고 있었더니 교무실로 부르셨다. 그리고는 200권의 책 제목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네셨다. 그때까지 제가 어른들이나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눈에 띈 적이 없었다. 난생 처음 관심을 받아본 거였다. 그렇게 읽을 책 목록까지 써서 주신 선생님이 고마워서, 그 책들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 등 세계 고전과 한국 고전을 그때부터 하나 하나 읽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어려운 책들이었다. 그런데 3학년 때까지 그 책을 거의 다 읽었다. 그때부터 책읽기를 즐긴다. 지금도 지식을 쌓기 위해 책방에서 가격표를 보지 않고 맘껏 책을 들고 나올 때 ‘부자로서’ 행복을 느낀다. 내가 추론하는 힘,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버릇은 책읽기에서 키워졌다.
회사 이름이 스노우폭스라니, 뭔가 사연이 있을 듯 하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백 씨 성을 가져서 ‘백여우’란 별명으로 불리던 여자 아이가 있었다. 천성적으로 밝고 웃음 많던 소녀는 자신과 닮지 않은 백여우라 불릴 때마다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결혼한 후 어린 시절에 별명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남편은 자신의 새 사업을 구상하다 유쾌한 장난을 치기로 한다.
깨끗하고 단정한 매장 이미지를 가진 도시락 매장을 오픈해 앙증맞게 귀엽고 섹시한 로고를 만들어 이름을 SNOWFOX(백여우)라 부르고 전세계에 퍼뜨린 것이다. 이제 아내는 더이상 백여우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게 됐다. 단점을 공개하면 더 이상 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편의 장난과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백여우를 섹시하고 밝고 깨끗한 의미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회사의 모든 여성 직원들도 백여우로 불리어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루에 100번씩 100일간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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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질문이다. 어떻게 성공했나?
저는 그냥 평범하다. 원래 성공하는 사람은 비범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할 뿐이다. 사회는 학교와 달리 국영수를 잘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얼마나 깊고 진지하고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미래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목표를 이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경우는 그것이 100번 쓰기였다.
그런데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7번 실패하고 나서야 스노우폭스로 성공했다.
1987년 중앙대 3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시도한 사업마다 실패했다. 이불가게, 지역 신문사, 증권·선물회사, 한국식품점, 컴퓨터조립사업, 건강식품점 등 벌이는 사업마다 망했다. 그런데 포기가 안 되더라.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는 내가 크게 성공해서 돈을 벌게 될 거라는 데자뷰(기시감)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업에 실패하면 완전히 바닥에 내려갔다가 한 이틀쯤 절망하고는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났다. 아내의 지지도 큰 힘이 됐다. 보통의 아내들이라면 한번 실패하면 ‘어디 가서 일이나 찾아보라’며 말릴텐데 아내는 계속 해보라고 했다. 7번째 사업에 실패하고서 아내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아내가 말했다. “내가 나가서 웨이트리스 할 테니 다시 도전해 봐요.”
실패할 때마다 성공으로 가는 문은 다가오는 것이다. 왜냐? 더 이상 실패할 이유들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저는 7번의 사업 모두 다른 이유로 실패했다. 나중에 그게 큰 경험이 되었다.
사업가 김승호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수퍼마켓 식품관 한 코너에서 김밥을 만들어 파는 사업이었다. 2005년 그는, 텍사스 주 휴스턴에 스노우폭스라는 ‘그랩&고(Grap N Go)’개념의 매장을 세계 최초로 열었다. 김밥과 스시 도시락을 판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음식을 만들어 진열대에 놓으면 자기가 먹을 걸 선택해 계산한 후 들고 나가는 시스템이다. ‘편의점과 식당의 중간 모델’이다. 임대료가 높은 도심이나 공항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하는데 회전율이 빠를수록 수입이 그만큼 늘 수 있다.
그는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책상 위에 미국 전도(全圖)를 올려놓고 주요 도시 300곳에 점을 찍었다고 했다. 이메일 비밀번호도 ‘300개매장에주간매출백만불’로 바꾸었다. 모두가 미쳤다며 비웃었지만, 그는 확신했다. 6년이 지나 그는 비밀번호를 ‘3000개매장에연간매출10억불’로 바꿨다.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서울 강남의 뱅뱅사거리에 스노우폭스 첫 한국 매장을 오픈했다.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 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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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될 수가 없다. 우리는 불경기모델이다. 지금 한국에 8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앞으로 40~50개 정도로 늘려서 연간 3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와 매장 임대주는 착취 구조가 아니라 동업자 관계다. 비싼 임대료를 내도 이익을 보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 책임이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내게 하는 것도 제 책임이다.
회사 운영도 남다르다고 들었다.
조용하게 관리한다. 노자철학을 적용해 있는 듯 없는 듯한다.(웃음) 제가 관여하는 7개 회사의 경영을 7명의 사장들에게 위임해놓았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 분들과 카톡방에서 보고 받고 협의만 한다. 제가 결정하는 것은 딱 3가지다. 증자에 관련된 것, 임원 인사, 신규사업 진출이다. 저는 생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제 인생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한국을 자주 찾고 있는데.
중앙대학교 외식산업경영아카데미에서 4학기째 강의한다. ‘성공한 사업가의 최고 선행은 자신의 성공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는 평소 제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제 강의는 ‘사장을 가르치는’ 일이다. 젊은 사업가들이 제가 한 실수를 하지 않고 사업을 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다. 비즈니스에도 테크닉이 있는데, 기업인들이 터놓고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나서 연매출 100억원, 200억원 정도 되는 사장은 정말 답답해한다. 물어볼 데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다보면 고비 때마다 일정한 패턴이 있다. 직원이 10명 정도 되면 사장이 직원들에게 일일이 업무를 다 얘기해줘야 한다. 힘든 시기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가족이 회사로 들어온다. 그러다 직원이 30명쯤 되면 ‘창업공신’의 반란이 일어난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가족과 다른 직원들 간에 격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직원이 50~100명 되면 이제는 자본과 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 때는 도덕성, 공정성이 반드시 개입돼야 한다. 저는 직원 1명에서부터 수천명까지 이 과정을 다 겪었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는 100억 매출 시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난관, 500억원과 1000억원 매출 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 등 주로 실무적인 내용을 토론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생사가 걸린 비즈니스 현장 교육이다. 당연히 비공개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호암어록』에는 “부자 옆에 줄을 서라. 삼밭에 가야 산삼을 캘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그의 강의를 듣고자 찾아온 이들도 그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서일 것이다.)
‘선한 영향력’과 ‘자기결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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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듣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의 중견기업, 외식업체 사장들이다. 그런데 이 분들이 특히 공감하는 키워드가 ‘선한 영향력’이다. 사업을 하는 목적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하더라. 사장들은 사업 초기에 마음먹었던 선의를 잃지 말고 직원, 고객, 협력사는 물론 경쟁사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 하나는 ‘자기결정론’이다. 돈을 벌면 뭐가 좋은가 하면, ‘내가 안할 수 있는 자유와 할 수 있는 자유’를 동시에 구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에 굉장히 공감한다. 저는 기업가가 기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의의 의도를 가진 사업가를 키우기 위해 사장 가르치는 일을 자처했다.
기업가로서의 마인드뿐 아니라 삶의 모든 행위에 있어 그의 태도는 남다르다. 그는 지극히 이타적인 행위가 지극히 이기적인 결과를 준다는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함부로 상대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만물과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그 영향이 파동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존중하는 데서 나아가 함께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타적인 사상, 이웃사랑 철학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가장 이타적인 행동이 가장 이기적인 성공 비결’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선의로 어떤 일을 열심히 하면 사업이 더 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제 목표 중의 하나는 100명의 주변 사람 백만장자 만들기다. 아주 영악한 목표다. 이 분들을 백만장자로 만들려면 저는 억만장자가 돼야 하니까.(웃음)
강연에서도 ‘100일 동안 100번 쓰기’를 강조하는가.
그렇다. 절실한 생각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면 자기의 절실한 그 목표를 글로 적고 이미지로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100번을 써야 한다. 요즘 이 방법을 굉장히 많이 따라한다. 대전에 있는 어느 여학교의 학생 수천명이 학교 강당에 자기가 쓴 것을 다 붙여놓고 저를 초대한 적이 있다. 인터넷으로 옷가게를 하는 사장님이 고객들과 카톡방을 열어놓고 100번 쓰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100번을 쓰면 그 목표가 머릿속이 아니라 내 몸속에 들어온다. 목표가 명확하면 그 목표의 발원지와 연결점이 보인다. 목표와 관련된 사람과 인연, 헤쳐나가야 할 환경을 알게 된다. 그러니 써야 한다. 쓰다가 실패하면 나한테 그렇게 절박한 게 아닌 것이니 그것도 괜찮은 것이고, 써보고 기억해놓으면 인생에 평생 그런 것 한 번도 안해 봤으니 내 몸에 각인된다. 그러면 그게 이뤄질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제가 아들만 셋인데, 사업한다고 돈 빌려달라고 해도 안 빌려준다. 진짜 하고 싶으면 100번을 써보라고 한다. 쓰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한다.(웃음)
한번은 한국의 젊은 친구가 저보고 ‘어떻게 하면 성공하느냐?’고 묻는데, 허리부터 펴라고 야단을 쳤다. 어깨 딱 펴고 허리 펴고 반듯한 자세로 당당하게 물어보라. 물어보는 이의 자신감 속에 이미 답이 있는 것이다. (그가 쓴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이 지난 5년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거나 더 행복해졌다면 그 가치나 행복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을 소망하고 원하고 노력했기에 바뀐 것이다.”)
5년 내 미국 400대 부자 순위 진입이 목표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의 ‘사장론’을 듣고 싶다.
출입국 신고서에 제 직업을 ENTREPRENEUR라고 적는다. 저는 기업가다. 제 기업의 대표, 즉 사장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은 사장이다. 자신이 내 인생의 사장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자신의 문제로 남을 탓하지 않게 된다. 아무도 내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재벌 2세가 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동쪽에서 귀인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모든 일은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는 순간 세상은 우리를 위해 일어선다.
성공하고 싶다면, 닮고 싶은 그 사람을 찾아가 물어라. 나보다 뭔가 잘한 사람이 있으면 만나자고 부탁하고 찾아가라. 제가 아는 수많은 자수성가한 사람들 역시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성공하고 싶다는 소망만 품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 목표와 함께 이룰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품고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목표를 정해 노력한다면 결과는 두 가지뿐이다.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이다. 성공하면 그 길로 계속 가면 된다. 만약 실패해도 좀 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 다시 도전하면 된다. 손해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행동하지 않을 때만 손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결심한 지금 즉시 목표를 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포브스 400대 부자 진입이 다음 목표라고 했는데, 몇 년 남았나.
지금 재산으로는 미국에서 1400위쯤 된다. 5년 안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0대 부자 순위에 오르고 싶은 이유는 제가 존경하는 명사나 부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다. 400대 부자는 이들을 만나는 데 유용한 타이틀이다. 이미 검증된 부자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미국 사업가들과 일본 출장을 함께 간 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LA 공항에 도착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같은 방향이면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자가용 비행기를 대기시켰더라. 당시 8명의 동행자 중 두 사람이 포브스 400대 부자였다. 그때부터 그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하루 100번씩 100일을 쓰셨나보다. 그런데 포브스가 부자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인 게, 다들 매우 겸손하시더라.
크게 성공하면 자기 능력이 아닌 걸 안다. 사업을 해본 사람은 알지만, 한번 성공했다고 똑같은 방법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시대의 흐름과 환경, 문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 잘 연결될 때라야 성공한다. 그래서 큰 부자는 자연히 겸손해지게 된다. 내 능력으로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성공하면 자기가 대단한 줄 안다. 고급차에 운전기사에, 대접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고보니 김 회장은 너무 평범해서 4000억대 부자 같지 않다.
사실은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우리 부부도 모른다. (웃음) 물론 휴스턴에 큰 집과 좋은 차가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은 그냥 평범하다. 자가용 비행기도, 요트에도 관심 없다. 오늘도 강의 끝나면 전철 타고 숙소로 갈 거다. 먹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맥도널드 버거로 해결하기도 하고 오늘처럼 커피숍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딱히 절제하거나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라 그냥 생활 습관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에 오면 ‘의전’ 때문에 불편하다. 한국은 회사 앞에서 여직원과 마주치면 엘리베이터 버튼 문 잡고 기다려준다는데, 그런 경우라면 저는 제가 문잡고 기다려준다.
자수성가한 미국의 명사 오프라 윈프리는 “비록 나는 부의 축복에 감사하지만 부로 인해 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내 발은 아직 땅을 딛고 있다. 단지 좀 더 좋은 신발을 신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김승호 회장도 그와 다르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이번에 낸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책에 “나는 이 책 안에 나의 모든 가치관을 담았다”고 써놓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을 읽은 한 독자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필요한 내용만 있으면서 정말 알찬 책. 몸집만 키운 커다란 보디빌더의 근육이 아닌 응축되고 응축되어 잔근육으로 꽉찬 이소룡의 근육 같은 책”이라고.
부자라서 행복한가? 아니 다시 묻자.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는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은 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하느냐는 관점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관점으로 바꿔야 맞는 질문이다. 돈으로 행복을 사는 나만의 몇 가지 노하우를 공개하고 싶다. 상품이나 물건보다 경험이나 지식을 사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필리핀에 간 적이 있다. 필리핀에서 사온 물건들은 뭐였는지 기억도 없지만 세부의 푸른 바다와 그에 어울리는 하늘색, 그리고 해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던 곳에서 동네 아이들이 바다로 뛰어들던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왜냐? 경험은 감정을 일으키지만 가방이나 자동차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어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제가 무엇보다 부자로서 짜릿한 기쁨을 느낄 때는 ‘부자라도 부자로 살지 않을 때’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가방을 둘러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요즘 유행하는 영화를 보고 근처 공원에 들리는 일이다. 행복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 돈은 행복을 도울 뿐이다. 내가 돈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고 돈이 나를 주인으로 모시게 만든다면 돈은 얼마든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살면서 얼마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가.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사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부자가 되는 것은 행운, 유산, 노력 등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부자로 사는 것은 순전히 세상 순리에 대한 공부다. 위인은 위대한 일을 해서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기에 위대해지는 것이다. 부자가 부를 모으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거나 유산을 상속받아서가 아니라 돈을 대하는 소박한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부를 인격체처럼 생각하면 내가 부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매 순간 혹은 모든 영역에서 저절로 답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살려고 한다.
자녀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어릴 때부터 뭔가 유난히 잘해본 적도 없고 학교 성적도 뛰어난 적도 없다. 고등학교는 겨우 들어갔고 대학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았고 이민을 핑계로 중퇴했다. 돌아보면 저를 성공으로 이끈 행동들은 모두 평범한 것들이었다. 저는 모임이 정해지면 제 시간에 도착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구두를 닦아 신고 다녔다. 사람을 기다리게 하지 않았고 코털이 보이지 않게 주의했다. 언제나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런 것들로 제게 자본이 없음을, 학위가 없음을, 가난함을, 경험 없음을, 소심함을, 부끄러움을, 모자란 지식을 대신했다. 저는 성공이 비범하거나 대단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평범한 일을 비범한 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 쓴 것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역시 평범함이다. 제가 잘한 것은,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끈기 있게 했다는 것이다.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끈기있게 행하라
만남 내내 그는 뜸들이지 않았고, 진솔했고, 시크했다. 그의 주장은 조용했지만 명쾌하고 단단했다. “생각의 힘을 믿어라,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지금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스스로의 운명을 만든다….” 우리가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평범한 것들을 그는 몸으로 실천해낸 것이다. 김승호 회장과의 만남은 유쾌했다. 넓은 세상을 주유(周遊)하고 온 사람이 폼 잡지 않고 들려주는 잔잔한 성공담이었다.
“새로 만난 사람은 갓 구운 빵이다.” 그의 책 속에 담긴 한 구절이다. 지금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누군가에게 갓 구운 빵으로 살고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인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평범하다.
-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
[박스기사] 사장들에게
● 사장이 된다는 것은 회사의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 불경기도 사장의 책임이다. 불경기에 잘 될 비즈니스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불경기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직원이 횡령을 해도 자기 책임이다. 횡령할 수 있는 구조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 직원들끼리 싸워도 자기 책임이다. 그런 사람을 뽑았고 영역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책임이다.
● 자본이 모자라도 자기 책임이다. 자본관리에 미숙했거나 자기 입보다 더 큰 물고기를 삼키려 했기 때문이다. 직원으로 일하는 사장들도 마찬가지다.
● 내 급여가 오르지 않는 것은 내 책임이다. 사장에게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인색한 사장을 만나 고생하는 것도 자기 잘못이다. 그 회사를 살리고 죽일 능력을 보여주면 아무리 인색한 고용주도 벌벌 떨기 마련이다.
-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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