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국민가격·통큰할인'에도 ‘로켓·새벽’엔 속수무책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 입력 2019.05.24 16:32 | 수정 2019.05.24 17:40

    커지는 온라인 장바구니에 위축된 대형마트..."초저가도 안 통하네"

    마트업계의 초저가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마트의 ‘국민가격’ 프로젝트 /연합뉴스
    주부 이나영(35) 씨는 마트에 가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다. 기저귀, 분유 등 생필품부터 먹거리까지 대부분 인터넷에서 산다. "아이 둘을 키우고 살림하다 보니 마트 갈 엄두가 안 나요. 요즘엔 새벽배송으로 과일과 육류도 주문해 먹어요."

    혼자 사는 직장인 박연희(32) 씨도 마트에 간 지 오래다. 생수나 휴지 등은 인터넷으로 사고, 자잘한 건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매한다. 그는 "집에서 식사를 잘 안 해먹기 때문에 장볼 게 별로 없다. 대형마트가 싸다고 하지만, 막상 가보면 대용량 제품이 대부분이라 살 게 없다"라고 했다.

    온라인 장보기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대형마트가 부진을 겪고 있다. 마트업계는 ‘국민가격’ ‘통큰할인’ 등으로 초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온라인으로 돌아선 소비자를 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6% 감소했다. 매출액은 4조5854억원으로 11.7%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697억원으로 44.0%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매출이 3.4% 증가한 1조5920억원, 영업이익은 62.6% 증가한 19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해외 실적을 포함한 것으로, 국내만 따지면 이마트와 비슷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백화점(1.3%), 편의점(8.5%), 기업형 슈퍼마켓(2%)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신장했지만, 대형마트 매출은 2.3% 떨어졌다. 대용량, 생필품, 초특가를 내세운 온라인 쇼핑몰의 약진에, 상품 구성이 겹치는 대형마트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가 10년 만에 선보인 5000원짜리 ‘통큰 치킨’/롯데마트
    마트업계는 자체 브랜드(PB)를 확대하고, 특화 매장을 개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 매장,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만물상 콘셉트 매장 ‘삐에로쑈핑’ 등 특화 매장을 확대했다. 롯데마트는 식자재를 구매해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그로서란트 매장과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을 합친 스마트 스토어를 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업체들은 초저가 카드를 꺼냈다. 이마트는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주문을 담아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990원짜리 전복, 9900원짜리 청바지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는 10년 전 선보여 논란을 샀던 5000원짜리 ‘통큰 치킨’의 부활시키고, 초저가 제품에 ‘통큰’이라는 명칭을 붙여 브랜드화했다. 홈플러스도 ‘쇼핑하라’, ‘가격혁명’ 등의 저가 상품을 내놨다.

    마트업체 한 관계자는 "당장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초저가 상품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한계가 있어, 사전 기획 등을 통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쓴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부진의 원인은 영업 환경이 바뀐 것인데, 근본적인 개선 없이 초저가 전략에 집중하는 건 대응책이 될 수 없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초단위로 특가 상품을 풀고, 배송도 반나절이면 된다. 중장년층도 온라인에서 장을 본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의 위협에도 실적 호조를 보인 미국 월마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의 강점인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배송하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 다 35.8% 증가하고 온라인 판매도 43% 늘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할인점이 불황을 겪고 있다. 품목 수를 줄이거나 서비스의 거품을 빼 가격을 더 내리던지,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향후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을 정교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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