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술·생리대까지…月 5만원 구독에 빠진 유통업계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 입력 2019.05.25 06:00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2)씨는 한 달에 2번 수제맥주와 안주를 집으로 배송받는다. 최씨는 "평소 수제맥주를 좋아해서 ‘벨루가 브루어리’의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면서 "구독료는 월 5만5000원으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시중에서 접하기 어려운 수제맥주와 고급 안주만 선별해 보내줘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송받은 수제맥주를 마시면서 월정액을 내고 구독하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는 게 소소한 기쁨이라고 최씨는 설명했다.

    벨루가 브루어리 홈페이지
    수제맥주부터 커피, 꽃, 면도기, 생리대까지 정기적으로 집으로 배송받는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매달 9500원을 내고 넷플릭스에서 무제한으로 영화·드라마를 시청하듯, 월정액을 내면 원하는 제품을 정기구독할 수 있는 시대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공유하는 ‘공유경제’를 넘어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부상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는 다르지만, 신문·잡지 등 출판물을 구독(購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을 정기 배송받는 모든 제품·서비스를 ‘구독’이라고 부른다.

    구독경제는 1~2인 가구의 성장과 온라인 쇼핑의 대중화와 궤를 같이한다. 편의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면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원하는 제품을 구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묶음 상품 구매가 일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구독경제를 주도하는 2030세대는 필요한 만큼만 제품을 받아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위클리셔츠 제공
    이에 신생 스타트업은 물론 주요 식품·유통기업도 앞다퉈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구독 품목도 커피, 양말, 밀키트, 화장품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알례로 ‘꾸까’는 월 1만~5만원에 플로리스트가 꾸민 싱싱한 꽃다발을 2주마다 집으로 보내준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시는 커피 애호가들이 늘면서 원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프릳츠’의 경우 한 달에 4번 커피 원두를 제공하는데, 구독자는 원하는 원두의 종류에 따라 원두 분쇄 정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와이즐리’는 남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독일 기업이 만든 면도날 4개를 월 8900원에 정기 배송해준다. 매주 고급 셔츠 3∼5장을 집으로 배송해 주는 ‘위클리셔츠’ 같은 업체도 있다.

    CJ오쇼핑 제공
    대기업 중에는 CJ ENM (181,100원▼ 5,200 -2.79%)오쇼핑 부문이 이달 생리대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구독경제가 인기를 끌고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아모레퍼시픽 (179,000원▼ 7,500 -4.02%)이 마스크팩 정기배송 서비스 ‘스테디’를 운영해왔다. 소비자는 일반·보습·미백·영양 등 총 4종의 마스크팩을 선택하고 배송 횟수, 주기 등을 정할 수 있다. 애경산업의 ‘플로우’는 개인의 피부 상태에 맞는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보내준다.

    동원F&B의 반찬 정기배송 서비스 ‘더반찬’ / 동원F&B 제공
    맞벌이 부부와 영유아를 둔 가정을 중심으로 식재료와 생필품 정기구독이 특히 각광받고 있다. 생필품의 경우 구독을 하면 매번 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 결제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은 고객을 더 오래 묶어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쿠팡은 휴지, 기저귀, 생수 등 생필품을 할인된 가격에 정기 배송해주는데, 지난 3월 기준 구독자 수가 4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한국야쿠르트도 지난해 도입한 간편식 ‘잇츠온’ 정기배송 서비스의 누적 회원이 15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