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앞두고 日 간편결제시장 선점경쟁 치열
결제액 20% 환급·포인트 적립 확대 등 '맞불 작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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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부터 일본에선 ‘페이 열풍’이 불고 있다. 신규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페이의 대규모 이벤트가 방아쇠를 당겼다. 페이페이는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만든 업체이자 서비스다. 간편결제는 QR코드 등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결제하는 방식이다. 당시 페이페이는 이용자가 25만엔(약 261만원) 이하 금액을 결제하면 결제금의 20%를 돌려줬다.

일부 대형 전자제품 매장은 이 결제 서비스로 신제품들이 모두 팔려나갈 정도였다. 총환급액 100억엔(약 1046억원)이 금방 소진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번졌다. 매장은 고가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쟁업체인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라인페이도 맞불을 놓았다. 페이페이처럼 결제액 20%를 환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을 놓고 페이페이와 라인페이 간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해진 VS 손정의…일본 'Pay 전쟁'

대형 이벤트로 맞대결 펼쳐

페이페이 뒤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라인페이 뒤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있다.

‘사업 선배’는 이 GIO다. 라인은 QR코드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2014년 내놓았다.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 온라인 결제 이용자를 서서히 늘려왔다.

이후 일본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라쿠텐페이, 오리가미페이 등을 내놨다. 잠잠하던 일본 간편결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주자 손 회장의 페이페이가 20% 환급 이벤트를 열면서다.

페이페이는 환급 이벤트 10일 만에 관련 예산 100억엔을 모두 써버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페이페이 이용자 수가 한 달 새 13배 이상 급증했다. 단숨에 이용자 400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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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혜택 확대도

페이페이의 격한 ‘도발’에 라인이 반격했다. 20% 환급 이벤트로 맞섰다. 추첨으로 최고 2000엔(약 2만1000원)을 제공하는 캠페인도 벌였다. 그러자 페이페이가 2차 공세에 나섰다. 지난 2월 2차 환급 캠페인을 시작했다. 책정한 예산 규모는 1차 때와 같은 100억엔이었다. 추첨으로 결제금액 전액을 돌려주는 이벤트를 같이 하고 있다. 다만 결제 상한액은 낮췄다. 라인도 이용자 유인용 이벤트를 계속하고 있다. 4월엔 적립 포인트를 포함해 최대 20%를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추가로 벌였다.

전장 또한 넓어졌다. 가맹점 혜택 확대다. 두 업체 모두 2021년까지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전략적인 행보로 동맹도 맺었다.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업체와 손잡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 들어갔다. 페이페이는 알리페이를, 라인페이는 위챗페이를 지원한다.

라인페이와 페이페이가 지난 5개월 동안 환급 이벤트로 쏟아부은 돈은 2000억원이 넘는다. 네이버는 실적 악화를 감수했다. ‘라인 및 기타 사업’ 부문의 영업적자가 지난 1분기 102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네이버 영업이익 19.7% 감소로 이어졌다. 라인은 올해 핀테크(금융기술) 부문 적자 규모가 600억엔(약 6280억원)을 넘을 것으로 자체 예상했다. 앞으로 추가 투입할 마케팅 비용을 감안했다.

페이페이의 과감한 마케팅은 손 회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파격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해왔다. 2000년대 일본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뛰어들면서 인터넷 모뎀을 무료로 배포했다. 2013년에도 손 회장이 앞장서 야후재팬의 온라인 쇼핑몰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전략을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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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이해진 GIO의 결기는 손 회장 못지않다. 네이버는 라인의 핀테크 사업 지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작년 750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 역대 최대 투자 규모다. 이 GIO는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은 물론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지만 라인 이사회 의장은 유지하고 있다. 라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라인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에게 파격적인 보상책을 내놨다. 2500억원 이상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성과보상안을 의결했다. 3년 이후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올라야 한다는 조건이다. 일본 간편결제 시장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는 보상이다.

일본의 비(非)현금 결제비율은 18.4%에 불과하다. 한국, 미국, 중국, 캐나다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026년까지 비현금 결제비율을 40%로 끌어올리겠다고 멍석을 깔았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비현금 결제금액의 5%를 소비자에게 포인트로 환급해주는 정책도 시행할 예정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시장도 다른 플랫폼 서비스처럼 한번 선점하면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초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