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다 건너 미국에서 곪아터진 상처가 삽시간에 세계 각국을 끙끙 앓게 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그중 하나는 전 세계가 아주 긴밀히 연결돼 낯선 사람들과도 운명을 함께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이익 추구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저절로 효율성을 이끌어낸다고 믿는 근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말로 최선일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살핌의 경제학』은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대가로 얻은 이러한 교훈을 토대로 지금의 경제 시스템과 모든 경제 활동을 개인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재검토한 책이다. ‘경제 시스템 안에서의 이타주의와 자비’를 주제로 201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마인드&라이프 콘퍼런스’의 주요 발표와 핵심 토론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제학자와 심리학자, 뇌과학자, 인류학자, 금융인, 사회적 기업가, 전문 경영자 등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의문들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든다는 점이다.

 

 

 

책속에서
첫문장
인간의 삶에서 이타주의와 자비가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확신하는 이들에게는 서양의 심리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이타심과 자비심의 존재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할 것입니다.
  • P. 17 우리는 이제 더이상 스스로를 외떨어진 독자적 존재로 생각할 수없는 상황입니다. 오래전부터 불교에 전해오는 진리가 말해주듯 우리의 행복은 상호의존적이며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화될 것입니다. 전세계 여러 문화와 시장, 사람들을 상대로 상품과 아이디어를 거래하는 일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P. 35 먼저 자신의 행복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가치를 두지 않으면 누군가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더라도 공감에 따른 염려로 이어지지 못할 테니까요. 그러나 다른 사람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공감에 따른 염려가 생깁니다. 그러면 이타적인 동기가 부여됩니다. 적어도 이번 실험 결과를 보면 그렇습니다.  접기

     

  • P. 49~50 실험 결과, 남성과 여성이 공감 반응을 일으키는 양상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남성은 공정하게 게임한 사람이 괴로워할 때 공감 반응을 보였습니다만, 부정한 방법으로 게임을 한 사람이 통증 자극을 받을 때는 보상이나 쾌락 감정과 관련 있는 뇌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 부위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부위는 맛있는 초콜릿을 먹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때도 활성화됩니다. 우리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설문지에서 보복의 필요성을 강하게 드러낸 사람일수록 공정하지 못한 사람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뇌에서 보상 신호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접기

     

  • P. 87 서로를 보살피는 인간의 태도는 살아남기 위한 생물학적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존을 위해 에너지와 노력을 기울이려면 그 사람에게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의지는 이타심과 호의, 애정과 책임감에서 비롯됩니다.

     

  • P. 94 현대 뇌과학과 명상 수행은 우리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물론 바라기만 해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변화가 일어나도록 뭔가 해야 합니다. 이타적 사랑과 자비심도 다른 능력처럼 후천적 노력으로 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 P. 106 이타심은 비용이 적게 들 때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상당한 금액의 돈을 다룰 때에도 이타심이 발휘되었습니다. 이타심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있고, 수치로 나타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이타심을 신뢰하는 정도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 P. 109 이타주의는 사회 보험 기능을 합니다. 이타적인 사람들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도와주거든요. 복지 시스템이 없다면 기댈 수 있는 것은 이타주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복지 시스템 자체도 어떤 면에서는 이타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타주의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 교환을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사회에 이타적으로 행동하거나 이타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우리는 전보다 사회적 의무를 더 잘 지키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타주의는 인간적인 문화와 현대 민주주의, 그리고 개인의 자유에 중요한 기반이 되는 협력 규범을 강화시킵니다.  접기

     

  • P. 118 샨티데바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 행복만 바랐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랐기 때문에 행복하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만, 자기 행복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더 바라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P. 125 따라서 개인과 사회 양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교육을 해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교육 제도에 대해서도 자주 의견을 나눕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이타주의가 아이들에게 습관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그러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진정한 가능성이 생겨나고, 결국 전 세계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겠지요.  접기

     

  • P. 130 문제는 인간의 행복을 이루는 수많은 필수 요소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관계’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입니다. 주로 가족이나 친구, 거래 관계가 아닌 직장 동료, 이웃 혹은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맺은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관계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 P. 142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나라일수록 신뢰 수준도 더 낮습니다. 소득 분배와 신뢰 수준 사이에는 연관성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소득 분배 자체가 신뢰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평등 의식, 즉 사람은 모두 행복할 권리를 가진 동등한 존재이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그 공동체의 소득 분배와 신뢰 수준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평등 의식은 서구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북유럽 국가에 단단히 뿌리내려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접기

     

  • P. 144~145 일전에 이슬람교의 한 종파인 수피교 수행자를 만났을 때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지금 세상에는 바로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종종 ‘그들’이라는 표현을 없애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로 충분해야 합니다. 온 세상이 우리의 일부니까요. 이것을 구태의연하다거나 이타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행복하길 원하고, 그 행복을 이루기 위해 당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모든 면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 식으로 느끼고 바라보기 시작하면 신뢰가 싹틀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봅시다.  접기

     

  • P. 158 우리 뇌의 ‘배쪽 선조ventral striatum’라고 하는 부위는 각종 보상을 처리하는 아주 중요한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동물에게 단 음식을 주면 뇌의 이 부위가 환하게 빛이 납니다. 우리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갖는 돈이 많을수록 혹은 세금을 적게 낼수록 이 보상 영역의 활성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기 몫으로 돈을 챙기면 일정 영역에서 쾌락 반응이 일어납니다. 남을 도울 목적으로 자선단체에 돈이 기부될 때에는 다른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두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입니다. 자기 몫으로 돈을 챙길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자선단체에 기부금으로 전달될 때도 활성화됩니다. 결국 기부를 할지 말지 결정할 때 뇌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부위가 서로 인접해 있으며 심지어 동일한 부위도 있다는 뜻입니다.  접기

     

  • P. 171 우리가 지금까지 확인 바는 이렇습니다. 이 같은 실험 조건에서 참가자 절반 정도는 다른 참가자들도 기부를 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할수록 공공재에 더 많이 기부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조건부 협력자’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참가자 중 30퍼센트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 정도와 무관하게 기부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참가자들 중에는 이기적인 사람도 있고 이타적인 사람도 있는데, 그 이타적인 사람들의 이타심이 한 가지 특징을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조건부 협력 혹은 조건부 이타심인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더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자신도 더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접기

     

  • P. 184 현재 유럽에서는 전체 투자 자금의 3퍼센트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투자됩니다. 미국에서는 약 10퍼센트가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제 생전에 이 수치를 25퍼센트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그러기위해 동료 및 직원들, 그리고 고객과 함께 노력해 기업 경영진이 더는 사회적·생태학적 요인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 P. 196 네 아이의 엄마인 피피Phi Phi는 캄보디아의 한 마을에 삽니다. 피피는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피피가 처음 대출받은 금액은 단 13달러. 그 돈으로 피피는 사업을 새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전까지 힘든 목공 일을 했는데 설탕을 생산하는 일로 바꿨습니다. 피피는 첫 대출금으로 비료 몇 자루와 사다리로 쓸 대나무를 조금 구입했습니다. 그 덕분에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설탕이 전보다 늘었습니다. 몇 년 뒤 피피는 열두 번째 대출금 65달러를 이용해 땅을 조금 더 매입하고 아들 한 명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피피에게 대출을 해준 곳은 캄보디아의 ‘암레트Amret’라는 소액금융기관으로 크레디트 스위스 소액금융기금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접기

     

  • P. 211 맨발의 대학은 제가 알기로 인도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박사 학위나 석사 학위를 소지한 사람이 들어올 수 없는 대학입니다. 자기 손으로 직접 일해본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한 마을 공동체 안에서 활용되는 지식과 기술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농촌 환경에서는 그러한 지식과 기술이 서구에서 온 정보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더보기

     

  • P. 235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짚어주셨습니다. 리더는 태어나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양성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리더를 양성하는 또다른 방법은 내적 가치를 단련시키는 것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완전히 납득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아주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는 만물이 상호의존적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 철학의 한 개념입니다만 본질적으로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활용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좋은 리더를 양성하는 일은 교육이나 환경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접기

     

  • P. 261~262 50년 전쯤에 서구 문화권의 사람들은 대부분 신체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과학 실험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규칙적인 운동을 매주 해야 할 일에 포함시키며,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단지 몇 개월만 운동한다고 해서 평생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운동은 꾸준히 계속해야 합니다.
    정신 운동이나 정신 훈련 역시 뇌와 신체에 이로운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과학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과학 실험 결과들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규칙적인 정신 훈련의 중요성을 납득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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