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rcle of Balanced Life
필자 : 박윤희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 조교수 / HR Insight 695 호
우리들은 흔히 ‘커리어’라고 하면 직업적인 측면만을 생각하기 쉽다. 물론 커리어는 사전적으로 직업이나 경력의 의미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커리어는 비단 직업이나 경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 삶에게 직업이나 경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지고 중요해져서 그렇겠지만 Super의 의견을 보자면 꼭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심리학 분야에서 커리어의 주요 이론을 정립한 Super(1980)에 따르면 ‘커리어는 개인이 일생 동안 달성한 일련의 역할 및 그 역할의 조합’이다. 여기서 역할이란 자녀와 학생, 여가인, 시민, 근로자, 배우자, 가정주부, 부모, 연금생활자 등과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 동안 경험하게 되는 역할과 입장이다. Super는 직업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보다는 우리들이 일생 동안 경험하게 되는 모든 역할들의 조합을 커리어로 정의했다. 이런 Super의 논리를 조금만 확대해 보면 결국 커리어는 삶, 그 자체이다.
커리어는 삶, 그 자체
왕 성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다면 개인에게는 큰 시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한다 해도 가정에 불화가 있다거나 몸이 너무 아픈 경우라면 이 또한 불행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니 우리 삶은 살아가며 감당해야 할 여러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직업인이면서 동시에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고 또 어떤 부모의 귀한 자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라면 한 개인이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갖는다는 것은 삶을 살면서 수행해야 할 여러 역할을 모두 잘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실제 직장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얘기하는 피코치와 코칭을 하다 보면 그 이면에 가정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 밖에 다른 삶의 고민이 있는 경우가 있다. 또 취업을 하려는 대학생들을 보면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스펙(학점·자격증·어학연수 등 취업을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들)은 잘 갖추었지만 태도에서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패기나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패기나 자신감은 심리적 요인으로 삶의 다른 요소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온전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그림 1>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균형 원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행해야 하는 여러 역할을 8가지 영역으로 나눠 놓은 것이다. 다른 말로 설명하면 이 8가지 영역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가 삶을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의 영역들에 대해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보기에 이 그림의 모든 영역들이 균등한 넓이로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영역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8가지 영역이 모두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직업적 영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 영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전업주부라면 아마도 그럴 수 있다. 또 학생에게는 자기개발 영역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따라서 이 8가지 영역의 각 영역별 넓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아래 그림은 8가지 영역의 비중은 다르지만 각각의 만족도를 표시할 수 있도록 단순화시킨 그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각 영역들이 의미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가족 영역은 가족구성원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에 대한 만족을 의미한다. 요즈음 젊은 아빠들은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40대, 50대는 자식들에게 그리 반갑지 않은 인물이다. 오죽하면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초등학교 학생의 동시가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가족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비록 삶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하지만 그 무게감이 가장 큰 존재일 것이다.
사회적 영역은 가족 이외의 사회구성원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에 대한 만족이다. 이 부분은 바로 휴먼네트워크와 관련된 영역이다. 이 세상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나 혼자서 이루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얼마나 좋은 휴먼네트워크를 가졌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 영역은 경제적인 만족과 은퇴 이후 경제적 준비에 대한 만족이다. 물질적인 부분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경제적 영역은 중년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물론 중요하지만 특히 노년기에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은퇴 이후의 경제적 준비에 대한 만족도까지 포함해야 한다.
자기개발 영역은 관심분야에 대한 학습과 지속적 자기개발에 대한 만족이다. 이제 학습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생활 비문해자 될 수 있다. 또 안정적인 직업생활을 위해서도 학습과 자기개발은 필수요소가 되었다. 이 분야에 대한 개인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것이 자기개발 영역이다.
직업적 영역은 직업에 대한 만족으로 자신의 직업적성· 흥미·가치관과 현재 직업의 일치 여부에 관한 것이다. 개인이 행복감을 느끼면서 직업생활을 할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행복감을 느끼면서 직업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행복감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일이 자신에게 너무 맞지 않아서 그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발전해 감에 따라 우리 삶에서 직업적 영역에 대한 만족도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신체적 영역은 건강과 휴식에 대한 만족 즉, 여가나 운동 등을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은 우리가 삶을 살면서 크게 비중을 두지 않은 부분이다. 하지만 몸이 아파 본 사람이라면 조금 다를 것이다. 열심히 일했다면 어느 정도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 신체적 영역은 가장 비중이 낮아 보일지 모르지만 이 영역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삶의 다른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생활환경 영역은 생활하고 있는 집·직장 등의 환경에 대한 만족이다. 전세난이 심각한 요즈음 또 1인가구가 늘면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월세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생활환경 영역은 매우 중요하다. 주거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일 또한 불안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생활환경 영역은 삶에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정 신적 영역은 신앙생활을 포함한 정신적 안정에 대한 만족이다. 대한민국은 신앙의 자유가 인정된 국가이다. 따라서 개인에 따라 신앙을 가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때로는 개인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럴 때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시련을 훨씬 더 쉽고 편안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정신적 영역은 심적인 안정과 가장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각 영역의 특징을 살펴보았다면 이제 각자 자신의 삶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만족감을 0부터 100점까지 평가해 볼 수 있다. 어떤 영역의 만족감이 크고 또 어떤 영역의 만족감이 적은지를 파악하는 것은 균형 잡힌 삶을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발견을 통해 자신이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하게 된다면 보다 균형 잡힌 삶,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삶의 만족 그리고 커리어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직업적인 만족이 커리어에 대한 만족이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삶의 만족 자체가 커리어에 대한 만족이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우리 삶을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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