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트레이트’- 삼성의 언론장악 실태 폭로, 국정원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8.03.05 11:36

요즘 <뉴스데스크>를 보면 MBC 정상화를 실감하게 된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MBC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는 것 같다. 배우 김의성과 기자 주진우를 진행자로 내세운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 이어 <판결의 온도>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이 더는 성역이 아니라는 선언적 의미를 읽을 수 있다. MBC 정상화의 상징의 하나인 <스트레이트>가 4일 큰일을 했다. 

삼성과 관련하여 세간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들이 존재한다. 그것들을 모두 추리면 결론은 한국의 언론과 정보는 모두 삼성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오죽하면 “국정원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겠는가. 그러나 추상적 소문과 달리 삼성의 언론장악은 그 이상의 실상이었다.

한때 정권에 저항했던 기억도 있는 언론이 총과 군홧발이 없는데도 알아서 기고, 스스로 충성했단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4일 밤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스스로 삼성의 충실한 혀가 되기 위해 애를 쓰는 언론의 실상을 까발렸다. <스트레이트>의 진행자인 주진우 기자의 소속인 시사IN에서 보도했던 것의 후속인 셈이다. 

MBC 시사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MBC <스트레이트>의 보도를 통해 몇 가지 설명되는 것들이 있었다. <스트레이트>는 우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2심 재판을 먼저 언급했다. 그리고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통설을 깨고 재판 겨우 하루 뒤 조선일보와 해명 인터뷰를 한 정형식 판사의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기자인 동시에 피고인의 신분도 오래 가지고 있는 주진우 기자가 잘 아는 판사라고 했다. 누구도 판사에 대해서 구체적 서술을 하지 않았지만 뉘앙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로 진행된 재판 과정에 대해서 기존 언론사 법조팀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산업팀으로 교체된 사실도 헛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물론 기자라는 것이 취재 대상에 대해서 반드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굳이 몇 년 동안 담당하면서 전문성과 취재 인맥을 쌓은 법조팀을 세기의 재판이라는 이재용 재판에서 문외한들로 교체하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물론 이유는 삼성에 더 유리한 기사를 쓰기 위함이다. 

그렇게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으로 보따리를 푼 <스트레이트>는 말 그대로 삼성과 언론 특히 방송사들에 대한 유착을 넘어 충성의 관계를 향해 직진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그의 남매들이 겨우 81억으로 5조 8천억을 수익을 거둔 사건을 보도하지 않기로 한 언론의 결의(?)였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장악된 언론은 매우 충실하게 매일 뉴스 상황을 삼성에 보고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삼성을 대신해 보도문제를 처리하기도 했다. 이후 <스트레이트>가 추가 폭로한 언론사 고위직들의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보인 충성 경쟁은 차라리 눈물겨울 지경이었다.

MBC 시사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특히 매년 국민 혈세 360억 원가량이 투입되는 국가 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삼성에 대한 충성은 다른 매체들과 다른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언론으로도 안 되지만, 특히 세금이 투여된 통신사가 특정 기업에 노골적인 충성을 바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사실 연합뉴스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 문제점이 지적된 것이 하루이틀 아니다. 그러면서 연합뉴스에 지원되는 세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이 사실인 것이다.

한편 주진우 기자는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기 전에 트위터에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외롭고 어려운 길을 나섭니다”며 “후미진 골목길에서 쓸쓸히 최후를 맞더라도 끝까지 가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와 함께 <스트레이트>의 내용을 네이버와 다음을 다뤄주지 않을 것이라며 포털에 대한 불신도 숨기지 않았다. 그의 예언(?)대로 이토록 충격적 보도 이후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양대 포털에 삼성이라는 검색어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스트레이트’라는 검색어라도 남은 것에 감지덕지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삼성공화국은 한시도 쉬지 않고, 방심하지도 않는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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