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로봇의 메카 일본] ‘체조 선생님’ 로봇 구령·율동 따라 노인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의료·경비·복지·고객 대응 등의 분야에서 적극 도입 … 2020년 서비스 로봇 시장 10조원 전망

▎사진:코트라 나고야 무역관, 야후재팬
일본 가나가와현에 자리한 나카이초라 마을의 한 노인복지시설 강당에서는 체조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30여 명의 남녀 노인이 모여 체조를 한다. 나이 탓에 쉬이 몸을 움직이기 힘들지만 힘찬 구령과 율동에 맞춰 손을 흔들다 보면 주름진 눈가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힌다. 노인들의 체조 선생님은 바로 로봇 팔로(PALRO)다. 팔로는 후지소프트가 개발한 신장 40㎝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지난 2014년 3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팔로는 내장된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할 수 있어 노인들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도쿄 차바현 우라야스시의 헨나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공룡 로봇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여행객이 체크인을 위해 프런트 앞에 서자 공룡 로봇은 여행객과 음성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한국어 등 총 4개 국어를 구사한다. 체크인 방법은 간단하다. 공룡 로봇 앞 테이블 위에 놓인 체크인 카드를 작성하고, 옆에 설치된 기계에 10초 안팎의 안면인식 등록을 하면 끝난다. 외국인 여행객은 공룡 로봇의 음성 안내에 따라 여권을 터치 패널 단말에 인식시키면 체크인이 가능하다. 체크인을 마치면 룸 키가 자동으로 기계에서 나온다. 룸에 들어가면 룸 서비스를 맡고 있는 달걀형 모양의 객실 로봇 타피아(Tapia)와 음성 대화가 가능하다. 헨나호텔은 일본 여행사 HIS의 계열사인 HIS 호텔홀딩스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이 호텔에는 40대의 로봇이 직원 7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HIS 홍보담당 우사미상은 “호텔은 서비스업이다 보니 직원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다른 업종보다 크다”며 “인건비를 줄이면서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과 인건비 부담에 시장 커져


일본은 의료, 경비, 개호·복지, 고객 대응·안내 등을 하는 서비스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일본 신에너지 산업기술 개발기구(NEDO)가 발표한 ‘로봇의 장래시장 예측’에 따르면, 일본 서비스 로봇의 시장 규모는 2020년에 산업용 로봇의 시장 규모와 비슷한 약 1조엔(약 10조1117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35년에는 5조엔(약 50조558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서비스 로봇 시장의 빠른 성장은 인력 부족과 인건비 부담의 반작용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 1위의 초고령 국가로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 1억2000만 명 중에서 30%를 차지한다. 80세 이상 인구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때문에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크게 줄었다. 지난 2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00명당 일자리 개수를 따지는 통계)이 1.43을 기록했다.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43개라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들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숙련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면서 기술력을 가진 우수 인력을 키우지 않아서 발생했다. 여기에 인건비도 부담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분기 기준으로 기업의 인건비는 44조4012억엔으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직원 1인당 월 평균 임금은 36만5000엔(약 369만원)이다. 업종 가운데 건설업·외식업·통신기술(IT) 분야에서 임금 상승이 이어졌다.

이에 인건비 부담이 큰 큰 여행사나 병원, 외식업종에서 서비스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로봇은 접객·안내 로봇이다. 접객 로봇은 일본 소프트뱅크 페퍼가 대중화의 주역이다. 바퀴로 이동이 가능한 페퍼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다. 가슴에 달린 화면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감정 로봇 ‘페퍼’는 머리를 쓰다듬자 “간지럽다”고도 말한다. 페퍼는 현재 일본의 500개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세계 접객 로봇 시장은 지난해 1조5981억원에서 2025년엔 13조 4697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인간의 신체적 특징을 가져 사람과 유사한 동작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위치한 특별요양시설 ‘니이쓰루홈’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돕는 로봇(HSR)이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병원에서 사람을 돕는 업무를 하고 있다. HSR은 인력이 부족한 야간에 시설 안전순회 역할을 하고, 중환자를 돌본다.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만든 경비 로봇은 길거리를 순회하면서 경비를 선다. 경비 로봇은 주민들을 기억해 인사를 건네고 움직이는 것을 도와달라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으면 소방서에 연락할 수도 있다.

반려견처럼 사람 곁에 두는 애완용 로봇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소니는 업그레이드된 애완용 로봇 ‘아이보’를 선보였다. 1999년 첫선을 보인 아이보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에 따라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주인이나 물체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행동반경을 넓혔다. 스스로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해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허리를 흔드는 등 주인의 요청에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치료 목적의 애완용 로봇도 있다. 마일로·레카 등은 발달장애 아동의 사회성을 키워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색깔 퀴즈, 사진 빙고와 같은 게임으로 인지능력을 키워준다. 바다표범 인형 모양의 파로는 노인들의 심리 불안과 우울증 해소를 위해 만들었다.

길거리 경비 로봇에 애완용 로봇까지 다양

일본은 앞으로 제조업·서비스·의료·인프라·농수산업 등의 분야에 로봇을 적극 활용해 생산성 확대와 부가가치의 창출하는 로봇쇼케이스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로봇 도입 때 관련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로봇 도입 실증 사업’을 쇄신,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 2015년부터는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에 최대 3000만엔(약 3억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해 250여개 기업이 정부 보조를 받아 작업 현장에 로봇을 들여놨다. 일본 정부는 로봇을 활용해 2020년까지 노동생산성을 연간 2%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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