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머스크, 이번엔 "뇌 임플란트"…또 한번 인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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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17.03.28 오후 5:26
최종수정2017.03.31 오후 1:50
인류가 도달해야 할 도전적 과제를 제시하며 앞장서서 실현해온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테슬라), 우주개발(스페이스X), 태양광(솔라시티), 초고속 이동수단(하이퍼루프)에 이어 또 하나의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엔 인간의 실제 두뇌와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연결해 그야말로 '인공지능(AI)'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화성 식민지 계획'에 필적할 만한 이 새로운 도전 과제가 공개되자 AI 연구개발의 성지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는 하루 종일 들썩였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캘리포니아주에 '뉴럴링크(Neuralink)'라는 바이오 기술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뉴럴 레이스(Neural Lace)'라는 칩을 이식하고, 인간의 뇌신경(뉴로)과 컴퓨터 칩을 연결(링크)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한다. 뉴럴 레이스는 초소형 인공지능 칩이다. 인간의 뇌에 이식(임플란트)돼 사람의 생각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사람의 생각이 컴퓨터에 저장될 수 있고, 컴퓨터 정보가 사람에게 전송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지만 머스크는 진지하다. 100% 단독 투자로 지난해 7월 회사를 비밀리에 설립한 데 이어 최고 수준의 뇌 과학 전문가 5명을 영입했다.

이 중 보스턴대학의 티머시 가드너 교수는 새들이 어떻게 노래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새의 뇌에 작은 전극을 이식한 연구로 유명하다. 뇌가 어떻게 인간의 운동을 조절하는지 연구한 권위자 UCSF의 필립 세이브 교수와 플렉시블 전극 전문가인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바네사 토로사 박사도 합류했다. 머스크는 심지어 뉴럴 레이스를 정맥에 주사해 뇌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방식까지 고려하고 있다. 10년 후에나 상용화될 도전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머스크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머스크는 왜 '임플란트 뇌' 사업을 시작한 것일까? 우선 '비즈니스'가 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민간 우주개발 사업, 100% 전기차 및 태양광 등 인간이 도달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이룬 사람이지만 천재적 비즈니스맨이기도 하다.

뇌에 인공지능 칩을 이식하면 아직은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고 있는 간질,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으로 인한 치명적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뇌 질환 관련 시장 규모는 이미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지금도 일부 뇌질환 치료에는 뇌에 미세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을 주는 '뇌심부 자극술'이 쓰이고 있다. 인간의 몸에 컴퓨터를 연결시켜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바이오닉스'는 2017년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 머스크는 뉴럴링크를 '의학 연구(medical research)'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등록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리는 트윗 메시지마다 수십 건의 기사가 붙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이 프로젝트도 앞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추가 투자 및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머스크는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날(싱귤래리티)이 곧 온다고 보고 'AI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뇌 임플란트를 통해 인간 지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머스크보다 더 AI 발전을 경계하는 인물로는 스티븐 호킹 박사와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꼽힌다. 게이츠는 최근 AI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며 '로봇세(Robot Tax)'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이들과 다른 점은 'AI의 역습'을 첨단 기술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뇌 임플란트(뉴럴링크) 등의 '슈퍼 AI'를 개발해 보편화시켜서 인간의 능력을 기계만큼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한편으론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이후 인간이 정성 들여 '신뢰성 있는 정보'를 만드는 저널리즘이 한층 탄탄해진 것 등 AI의 역습을 막는 또 다른 방식의 노력도 다른 방면에서 큰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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