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부터 생활가전까지’ 렌탈 시장 뜬다…유통업계 잰걸음

  • 박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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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04 06:05

    연간 25조원 규모의 국내 렌탈 시장을 잡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렌탈 사업 강화를 위해 추가 투자하거나 신규 사업으로 렌탈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 불황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소비 패턴이 ‘소유’보다 ‘경험’에 방점을 두면서 렌탈 시장이 유망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차량, 산업기계·장비 위주였던 렌탈 제품 품목은 정수기 등 생활가전, 소비재(사치품)는 물론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기, 드론, 헬스케어 기기 등 개인·가정용품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렌탈 시장에서 차량렌탈, 산업기계·장비 비중은 2011년 81%에서 작년에 78%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73%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개인·가정용품 렌탈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렌탈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국내 렌탈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3조원 규모였던 국내 렌탈 시장은 2012년 10조원 규모로 3배가량 커진 데 이어 작년 시장 규모는 25조9000억원으로 4년만에 2.5배 급팽창했다. 2020년에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홈쇼핑, 400억 출자GS리테일, 사업목적 추가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홈쇼핑 (124,500원▼ 1,500 -1.19%)은 지난 3월 23일 100% 자회사 현대렌탈케어에 400억원을 출자했다. 2015년 4월 600억원을 출자해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한 지 2년 여만에 추가 출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추가 출자는 현대렌탈케어가 작년에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아직 렌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해 수혈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이 렌탈 사업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어 렌탈 사업을 강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렌탈업은 초기 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출자했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현대렌탈케어를 통해 렌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현대렌탈케어 홈페이지 캡처
    현대홈쇼핑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현대렌탈케어를 통해 렌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현대렌탈케어 홈페이지 캡처
    현대렌탈케어는 정수기(큐밍), 공기청정기, 비데를 중심으로 렌탈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가구업체인 현대리바트 (27,300원▲ 450 1.68%)가 운영하는 스타일샵, TV홈쇼핑(현대홈쇼핑)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현대홈쇼핑은 매트리스, 안마의자, 영유아가구 렌탈 서비스에도 나설 계획이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53,000원▼ 500 -0.93%)은 지난 3월 1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렌탈임대업을 추가했다. GS리테일은 “다양한 카테고리와 제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렌탈(new rental)’ 서비스”라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작년 7월 본점에 고가 유명 브랜드 제품을 빌려주는 ‘살롱 드 샬롯’ 매장을 열었다. ‘펜디’ 가방 ‘카르티에’ 시계, ‘에르메스’ 목걸이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대여하는 매장으로 7~8만원이면 수백만원대의 최신 가방을 2박 3일 빌릴 수 있다. SK플래닛은 작년 9월 말 정액권 구매 비용에 따라 옷과 가방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앤’을 선보였고, 오픈마켓 11번가는 작년 6월부터 280여개 렌탈 제품을 모은 렌탈 전문숍 ‘생활플러스 렌탈숍’을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렌털 매장인 살롱 드 샬롯을 찾은 고객이 의상 추천을 받고 있다. 최근 ‘소유’보다는 ‘경험’에 가치를 두는 젊은 소비층이 늘면서 고가(高價) 제품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렌털 매장인 살롱 드 샬롯을 찾은 고객이 의상 추천을 받고 있다. 최근 ‘소유’보다는 ‘경험’에 가치를 두는 젊은 소비층이 늘면서 고가(高價) 제품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 생활가전업체 잰걸음전문가들 “ICT 활용 새로운 렌탈 서비스 등장할 것”

    생활가전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K네트웍스 (7,680원▲ 80 1.05%)가 올해 초 SK매직을 인수하면서 생활가전 렌탈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SK매직은 작년에 직수형 정수기 렌탈 시장에서 신규계정 38만개를 기록하며 누적계정 100만개를 달성했다. 올해는 해외 거점을 바탕으로 렌탈 상품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동,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의 특성에 맞는 가전 제품을 렌탈 방식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국내 정수기 렌탈 시장에서는 코웨이 (96,300원▼ 500 -0.52%)가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해 1위에 올라있고, 청호나이스(15%), SK매직과 쿠쿠전자가 10% 초반대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쿠쿠전자는 판매 부진에 빠진 전기밥솥을 렌탈 체제로 전환해 작년 전체 누적계정 100만개를 돌파했다.

    국내 1위 안마 의자 렌탈 업체 바디프랜드는 최근 매트리스, 정수기 등으로 렌탈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바디프랜드 홈페이지 캡처
    국내 1위 안마 의자 렌탈 업체 바디프랜드는 최근 매트리스, 정수기 등으로 렌탈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바디프랜드 홈페이지 캡처
    국내 1위 안마 의자 렌탈 업체인 바디프랜드의 작년 매출은 3664억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안마 의자 외에 매트리스, 정수기 등 다른 품목들로 렌탈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린 결과다. 작년 전체 매출 중 안마 의자 외에 다른 부문 비중이 15%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요즘 소비자들은 무조건 소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나를 위한 지출을 늘리는 합리적 소비를 지향한다”며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쓰는 공유형 렌탈 트렌드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IC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렌탈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며 “미래 렌탈 시장은 새로운 경험과 가치까지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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