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딜로이트가 제시하는 조직전략 '애즈원'(1)_청년 스티브 잡스가 온들 당신 회사는 알아볼 수 있나

  •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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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8.13 03:05

개인의 창의성을 조직의 힘으로 꿰어줄 문화를 만들어라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 인문학과 첨단기술을 넘나드는 융합능력,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입사원서를 낸다면 어떨까? 굴러들어온 복덩어리 앞에 CEO는 흥분할 것이다. 당장 그를 뽑아 리더로 육성하고 기업을 세계 초일류로 키워내겠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일단 면접에서 탈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CEO는 이 사람 얼굴도 못 볼 가능성이 크다. 면접자인 팀장, 임원들은 소위 20세기형 스펙의 포로가 되어 21세기형 인재인 스티브 잡스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다. 넘치는 상상력은 황당한 몽상일 뿐이며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는 비현실적 공상으로 치부된다. 설사 면접을 통과해 근무를 시작해도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미래를 내다본 사업 아이템은 개념조차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 시큰둥해하는 동료를 가까스로 설득해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자금 부서의 아우성과 연구소·생산부서에서 내세우는 기술적 제약 등이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서 지쳐가는 스티브 잡스는 중대 결단을 내려야 할 갈림길에 선다. '조직에 순응하면서 직장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의 길을 갈 것인가?' 회사 입장에서는 둘 다 손해다. 스티브 잡스가 직장생활에 순응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범재가 되어버린 천재의 화석만 남는다. 만약 퇴사하면 조직은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인재를 영영 떠나 보낸다.

실제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독학으로 지식을 쌓았으니 스펙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디어는 뛰어났지만 커진 조직에 융화하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후 변방에서 재기했다. 창업자조차도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동지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같은 입장의 직장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21세기 기업경영의 핵심이 창조력과 아이디어에 있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을 이런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과제이다. 창조력을 강조하니 조직력이 약화되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외부인재를 수혈했더니 부서 간 협력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술, 인재, 특허확보를 강조했지만, 인재는 찾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창의적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이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인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창의적 개인(individual action)들을 조직적 역량(collective power)으로 연결하는 조직문화의 육성은 21세기 경영자의 주요 과제가 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지금까지 통상적 조직분류는 폐쇄적-개방적, 진부함-창의적, 수동적-역동적 등 이분법에 기반했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키자는 구호만 강력했지 설명력과 현실성은 떨어졌다. 딜로이트는 조직문화를 업무지시 방식(상명하달식인가, 하의상달식인가)과 업무특성(업무가 정형적인가, 창조적인가)에 따라 8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자 특성에 맞는 유형을 모델로 삼아 강한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접근법을 개발해 애즈원(As One·하나 되어)이라 이름 붙였다. 애즈원이라는 거울을 통해 볼 때 우리 조직은 어떤 유형인가? 그리고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는 조직을 8가지 유형〈그래픽 참조〉으로 나눠 각 조직에 맞게 창의성과 조직력을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각각의 유형을 연재한다. 우리 조직에 맞는 유형을 테스트해보고, 각 유형에 따른 조직전략을 살펴보자.

주장과 스포츠 팀(Captain&Sports Team)

창의적 전문가들의 협업이라는 관점에서 프로 스포츠 팀은 전형적인 모델이다. 각자 영역에서 습득한 최고의 기량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팀의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강한 정체성에 기반을 둔 동지애로 뭉쳐 있고, 주장은 지시자가 아니라 팀의 구성원으로 경기 흐름을 해석하고 팀의 행동을 조정하는 촉진자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역설적으로 교육수준이 낮고 빈곤한 인도 뭄바이의 도시락 배달부 다바왈라(dabbawalas)에서 찾아볼 수 있다. 5000명의 다바왈라들은 매일 20만개의 점심도시락을 가정에서 직장으로 배달한다. 배달 착오는 1600만 건 중 하나로 2개월에 1건이 발생할 뿐이며, 1998년에 식스시그마 인증을 받을 만큼 정확성을 자랑한다. 천재지변은 물론이고 다바왈라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을 경우에도 즉시 긴밀한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정시 배달을 완료한다.

다바왈라는 120여년 전인 1890년 시작됐다. 뭄바이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매일 점심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면서 도시락을 들고 다닐 수도 없었던 것이 사업 배경이었다. 현재도 1개월 배달비는 5000원 정도로 저소득인 인도에서도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들의 성과가 더욱 놀라운 것은 사실상 IT 인프라가 없고, 다바왈라들의 문맹률이 85%에 달한다는 점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도 드문 조직이 글로벌 물류기업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비결은 고유의 정보체계와 조직문화에 있다.
정보체계의 핵심은 도시락통 윗면마다 표시된 색깔과 기호 코드다. 여기에는 배달을 의뢰한 집, 사무실 주소, 중간 기차역, 회수 장소를 나타내는 색깔, 기호와 숫자가 표시돼 있다. 1974년에 현재 사용되는 코드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글자를 모르는 다바왈라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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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조직문화는 강한 협동의식과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다바왈라들은 5000루피(20만원)를 투자해서 자전거나 손수레를 사고, 일정 지역 영업권을 획득한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체력과 성실함, 정확한 시간 개념과 사회성에 대해 동료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하고 3대, 4대를 이어서 가업으로 승계하는 경우도 많다. 다바왈라들의 책임감은 단지 전통과 유산 때문만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야 임무 수행이 가능한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사실에 기반을 둬서 상호 의존과 신뢰의 문화를 발달시켜 왔기 때문이다.

주장과 스포츠 팀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민첩한 상호작용과 유연한 대응구조에 있다. 팀원들은 경기장에서 동료의 행동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실시간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고 상대팀에 반응한다.

스포츠 팀 모델은 소방관, 수사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을 기반으로 상황 변화에 따른 즉각적 현장 적응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조직문화의 기본 유형으로 적용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스포츠 팀에 딱 들어맞는다. 제아무리 박지성이 있다 해도 팀플레이로 받쳐주지 못하면 허사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영하는 회사가 스포츠 팀 유형이라면 CEO는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아래의 질문들을 계속 던져야 한다.

1.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충분한 파이프라인(pipe line)을 확보하고 있는가?

―스티브 잡스, 박지성도 언젠가는 은퇴한다. 조직 내 인재 순환구조는 스포츠 팀 유형이 장기적으로 고성과를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다.

2. 기술과 지식, 경험 전달이 이루어지는 멘토 또는 도제식 교육체제가 있는가?

―현장 경험을 통한 상호작용과 숙련된 구성원과의 공동 업무를 통해서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3. 팀원의 기여도가 계급보다 중시되는 수평적 조직구조가 유지되고 있는가?

―현장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특성상 위계질서가 끼어들 공간은 없다. 조직원들은 자신의 판단으로 상황을 타개하고 상대방에 대응해야 한다.

건축가와 건설업자(Architect&Bui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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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강력하고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목표로 이끈다. 그들은 건설업자들의 혁신과 독창성, 다양성에 의존해 목표를 달성한다. 건설업자에게는 '설계 안에서의 자유'가 주어지며 본래의 목표를 존중하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성공의 개념은 정해진 목표를 제시간에 완성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GE 항공 부문에 근무하던 로버트 헨더슨은 역사상 가장 큰 여객기용 제트엔진인 GE90 생산공장 설립 임무를 맡았다. GE90 개발에 15억달러 이상이 투자됐고, 공장 설립에 대한 전권은 헨더슨에게 있었다.

헨더슨은 '처음부터 최대한 한계에 도전해야 성공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다. 문화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바꾸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철학에 따라 새로운 문화와 관행을 정립하고자 했다. 후보로 떠오른 GE의 공장들을 둘러보면서 새 공장에 도입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찾았다. 헨더슨은 노스캐롤라이나 더햄의 GE공장을 선택하고, 신규 엔진 생산기술자 자격을 미국연방항공청 정비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지원자들은 역사상 최고의 엔진을 9명의 팀이 제작한다는 업무에 매력을 느낀 도전적인 사람들이었다.

더햄 공장 GE90엔진 기술자들이 받는 지시사항은 엔진을 트럭에 싣는 날짜뿐이었다. 정해진 조립 공정도 없고, 팀장은 '설계 안에서의 자유'를 가지고 마감기한을 지키는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인 작업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엔진 제작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을 명시적 규칙이나 지침 없이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기술자들이 엔진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1만개의 부품이 엔진으로 조립돼 트럭에 실리기 전까지 엔진은 기술자 각 개인의 소유로 간주된다. 각각 기술자들이 맡은 분야는 자존심이자 책임 범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GE90엔진은 더햄 공장에서만 생산된다. 170명의 기술자를 감독하는 사람은 헨더슨 단 한 사람이었다. 9명으로 이루어진 팀은 자기 자신 외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팀 내에서는 역할 분담에 따라 분명히 책임을 정하고 서로 협업한다. 팀마다 일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모든 팀원은 GE에서 최고의 엔진을 제작하는 집단의 일원으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헌신한다.

건축가와 건설업자 모델은 리더의 비전이 조직원들의 역량과 결합해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는 도전적인 분위기의 대규모 조직에 적합하다. 우리나라 경제 개발 과정 자체가 그러했고, 현재 주요 산업인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 과정도 대개 이런 유형이었다. 리더가 제시한 불가능해 보이는 원대한 목표를 조직 전체가 열정과 신념을 공유해 현실로 만들었다.

건축가와 건설업자 모델은 도전적인 대형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조직으로 하여금 방향성과 추진력을 동시에 갖추도록 한다. 플랜트 수출, 신규 자동차 모델 개발, 글로벌 확장하는 유통기업에 적용될 수 있다.

일찍이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줄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저 넓은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대담하고 도전적인 목표,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추구하는 대규모 조직에 적합한 건축가와 건설업자 조직에 딱 들어맞는 비유다. 이런 조직의 CEO가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반문해야 하는 화두는 아래와 같다.

1. 도전적이지만 가능해 보이는 꿈을 공유하고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들에게 도전과 영감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2. 꿈을 세분화해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자신의 역할을 하게 하고 있는가?

―조각조각으로 나눈 목표는 부담감을 줄여주고 꿈을 현실로 이어주는 다리다. 유능한 건축가는 프로젝트를 나누어 저마다 적합한 기술을 갖춘 건설업자에게 맡긴다.

3. 건설업자에게 디자인 혁신을 허락하고 있는가?

―하부 조직 단위에 '설계 안에서의 자유'를 부여하고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적용할 수 있는 권한 위임을 통해 기존 방식을 끊임없이 바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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