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 가뭄 피해를 줄였다고?
[4대강 사업을 돌아본다 ③] 가뭄피해는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홍수 가뭄이 아닌 대운하 위해 만들어진 보
1. 서론
4대강 유역에서 홍수도 방지하고 가뭄도 해결하고, 수질도 개선하고 지역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009년 6월에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려로 속전속결로 진행되어 2년4개월 후인 2011년 10월에 준공되었다. 4대강 사업이 준공된 이듬해인 2012년 봄에 충남 지방을 중심으로 104년만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였는데 4대강 사업으로 가뭄 피해를 줄일 수가 있었던가? 2015년 봄부터 시작된 충남 지방의 가뭄은 가을까지 지속되어 충남 보령댐이 거의 고갈되었다. 보령댐으로부터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충남 서부의 보령·서산·당진 등 8개 시·군의 48만명은 식수 공급까지 위험하게 되었는데, 4대강 사업의 가뭄 대책은 효과가 있었던가?
2015년 6월17일 KBS의 ‘GO! 현장’ 프로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가뭄 문제 해결! 분명히 이렇게 말했는데…”라는 제목으로 가뭄 피해가 심한 충남지역의 현장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왜 4대강 사업이 끝났는데, 가뭄 피해는 여전한가?”라는 의문을 던져 주었다. 이 프로에서는 4대강 사업이 가뭄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던 사람들의 과거 발언을 다음과 같이 전해 주었다.
○ “홍수.가뭄 등 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하천 공간을 친환경적으로 정비하여 하천 이용을 극대화하고자 추진한 사업으로…”
- 권진봉 당시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장 (2008년 12월16일 KBS 뉴스광장에서)
○ “이상 가뭄에 대비하기 위하여 보설치, 농업용저수지 증고, 중소규모댐 증설 등을 통해 13억㎥의 용수를 확보하고자 합니다.”
- 심명필 당시 4대강살리기사업 추진본부장 (2009년 9월15일 KBS 뉴스9에서)
- 권도엽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 (2013년 1월18일 ‘4대강 비리 관련 국토해양부.환경부 장관 브리핑’에서)
○ “기후변화에 따른 물부족과 대규모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시행한 4대강 살리기 사업도 그 취지를 계속 살려나가야 합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연설에서 (2013년 2월19일)
2. 4대강 사업과 용수공급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홍보하기 위하여 만든 <그림1>과 같은 자료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16개의 보에 물을 충분히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가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암시한다. 많은 국민들은 여행 중에 지나치는 4대강 보에 물이 가득 차있는 것을 보고서 “저 물을 이용하면 가뭄은 해결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4대강 사업은 성공적이었다고 인정할 것이다.
▲ 그림1)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 자료 |
▲ 표1) (자료:4대강사업 조사작업 연구보고서-수자원 분야, 2014.12, p. 492, 497) |
필자가 보기에는 4대강 사업의 가뭄 대책은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 물부족 지역과 물저장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4대강의 16개 보에는 많은 물이 저장되어 있지만 실제로 가뭄이 자주 발생하여 물이 상습적으로 부족한 지역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물을 보낼 수가 없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에서 16개 보의 위치에 대한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수자원 장기종합계획(2006-2020)」에서 제시한 권역별 물부족량과 보의 위치를 비교한 결과는 <그림2>와 같다. <그림2>를 살펴보면 한강과 금강 유역은 물부족지역과 보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는다. 영산강 유역은 물부족지역에 2개의 보가 설치되었고, 낙동강 유역은 상류에 위치한 3개의 보(상주보, 낙단보, 구미보)와 강정고령보의 인근 지역이 물부족지역이다. 그러나 낙동강의 나머지 4개 보의 위치는 물부족지역과 일치하지 않는다.
▲ 그림 2) 지역별 물 부족량(2016년)과 4대강 다기능 보 (출처: 4대강사업 조사작업 연구 보고서I 수자원 분야, p. 493) |
둘째, 4대강 보의 물을 물부족지역에 공급하려고 해도 경제성이 없다. 농업용 저수지에서 논에 물을 공급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건설된 농업용 저수지는 논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낮은 곳에 있는 논으로 물은 수로를 따라서 자연낙하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런데 4대강 보는 유역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도수로를 만들어 높은 지역에 있는 논에 물을 공급하려면 계속해서 물을 펌프로 뿜어 올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대한하천학회 회장이었던 김정욱 교수는 2015년 10월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그런데 4대강 공사는 근본적으로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전혀 아닙니다. 왜 그러냐면 강물을 하류에다 모아놨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가뭄이 많이 든 지역이 주로 상류 아니면 산골 아니면 또 해안지역 이런 데거든요. 그런 데는 물을 근본적으로 보낼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강원도나 경기도 산골에 보내려고 하면 물을 한 몇 백 미터 끌어올려야 되는데. 소양댐에 있는 물도 지금, 물을 보내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낙동강, 한강 하류에 받았던 물을 거기에 보낼 수가 있겠습니까? 할 수가 없는 일이고요. 그리고 4대강 물이라는 건 물을 빼서 쓸 목적으로 담아놓은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데 수문 열라고 해도 안 열지 않습니까? 왜인지 보니 그 수위에 맞춰서 여러 기술을 만들어놨어요. 그래서 그걸 넘치는 물만 가져가는 거지 거기에서 빼 쓸려고 잡아둔 건 아닙니다. 만약 그 물을 빼버리면 어떻게 되냐면 강 밑에 굉장히 더러운 뻘이 가라앉아 있고 쓰레기도 가라앉아 있는데 그게 다 드러나게 돼요. 이건 워낙 처음부터, 물 빼 쓰려고 하는 목적이 아닙니다.”
2015년 가을에 충남 서부 지방의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까지 부족해지자 수자원공사에서는 21.9km 도수로를 만들고 양수장과 가압장 2곳을 만들어서 금강 백제보 하류에서 보령댐의 상류로 물을 보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양수장에서 보령댐까지는 고도 차이가 126m나 되기 때문에 전기료를 포함하여 유지관리비가 한 달에 약 5억원이나 소요되므로 비가 와서 가뭄이 어느 정도 완화되자 양수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말았다.
정부에서는 4대강 본류 주변에는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의 가뭄 방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4대강 본류 주변 지역은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물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었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 물을 공급해야 가뭄 해결책이 되지, 이미 물이 충분한 지역에 계속해서 물을 공급한다고 해서 그것을 가뭄 대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4대강 사업과 가뭄 피해
3-1. 2012년 가뭄
4대강 사업이 준공된 다음 해인 2012년 4월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충남을 비롯하여 경기, 전북, 전남 등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하였다. 특히 아산, 당진, 서산, 태안, 홍성, 보령, 서천 등 충남 서부지역에서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기상청에서는 104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라고 발표하였다. 6월이 되자 저수지가 고갈되고 모내기를 할 수 없는 논까지 나타나자 언론에서는 4대강 사업이 끝났는데 왜 가뭄을 막지 못하는가 비판을 하기 시작하였다. (시사타임즈 2012년 06월20일, 오마이뉴스 2012년 06월22일, 머니투데이 2012년 06월22일 보도 참고)
이명박 대통령은 브라질 방문 기간 중인 2012년 6월20일에,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뭄으로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대통령은 해외에서 4대강 사업이 가뭄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엉뚱한 발언을 하자 환경단체에서는 크게 반발하였다.
▲ 충남도내 저수지 저수율이 ‘104년만의 가뭄’이 들었던 2012년보다 낮아 농경 피해 등이 우려된다. 2014년 7월14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역 주요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이날 현재 41.9%로 지난해 74.7%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사진은 극심한 물부족 현상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서산 해미면 산수저수지 모습. ⓒ 연합뉴스 |
2012년 봄에 61일 동안 계속된 가뭄의 피해면적은 최고 19만7000ha에 달하였는데, 6월 29~30일 동안에 전국적으로 20~110mm의 비가 내리면서 가뭄은 해소되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2012년 8월에 발간한 <가뭄백서>에 의하면 가뭄을 극복하기 위하여 관정 개발에 24.3억원, 저수지 준설에 163억원, 그리고 긴급 가뭄대책비로서 31.8억원을 지출하였다. 긴급가뭄대책비의 1/3은 가뭄이 가장 심했던 충청남도에 지출하였다. 2012년도의 가뭄은 6월 말에 큰 비가 와서 해소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논란이 되지 못하였다.
3-2. 2015년 가뭄
기상청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강수량은 평년(1303.0㎜) 대비 72%인 944.4㎜에 불과했다. 2015년 가뭄은 5월에 시작되었는데 여름에도 큰 비가 내리지 않고 가을까지 가뭄이 계속되었다. 경남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가뭄이 들었는데, 경기 북부와 강원도 그리고 충남지역에서는 농업용수가 부족하여 농사 피해가 심하였다. 특히 충남지역은 식수가 부족할 정도로 가뭄이 심하였는데, 보령댐의 수위가 낮아져서 10월에는 보령과 서천, 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서 사상 첫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충남 서부 지역에서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의 공급까지도 위험해지자, 정부에서는 9월24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보령댐 도수로 건설 사업을 확정했다. 10월17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가뭄으로 제한급수 중인 보령지역을 방문했다. 황 총리는 먼저 서부 8개 시·군의 식수원인 보령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는 급수조정과 도수로 공사 등 적극적인 조치 없이 가뭄이 계속될 경우 이듬해에 보령댐이 고갈될 우려까지 있다는 보고를 받자 “금강물을 보령댐 상류로 보내는 도수로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공사 관련 17개 인허가의 간소화는 물론 추진 일정 등을 현장 중심으로 꼼꼼히 챙겨서 10월 말 공사에 들어가 내년 2월 중 공사가 완료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황총리의 발언으로 보령댐 도수로 공사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고 17가지 행정절차도 간소화되었다. 수자원공사는 10월23일 설계와 시공을 병행 추진하는 턴키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후 바로 도수로 사업을 진행했다.
보령댐 도수로 건설 사업은 총공사비 625억원으로 계획하였는데, 2015년 10월에 착공해서 201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했다. 다만 긴급 시설은 2월까지 조기 완료해 또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이듬해 봄가뭄에 대비하기로 했다. 보령댐 도수로 건설사업에서는 취수장은 1곳, 가압장은 2곳에 설치하고 관로는 직경 1.1m 총길이가 21.9㎞, 용수공급능력은 하루 11만5000톤으로 계획하였다.
▲ 그림3) 충남 보령댐 도수로 연결도 |
2015년의 극심한 가뭄에 대해서는 보수신문에서도 4대강 사업의 가뭄 방지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였다. 2015년 10월19일자 조선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장석환 대진대 교수(건설시스템공학과)는 "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가뭄 피해가 심하고 4대강 사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4대강 본류에서 반경 30㎞가 넘으면 사실상 농지에 물을 끌어쓰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4대강 보의 물은 지금 상태로는 본류 인근에서만 쓸 수 있으므로 4대강 보의 물을 가뭄 피해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도수로 공사 같은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반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다. 보령댐 도수로는 2016년 2월22일 통수식 이후 하루 3~6만톤의 물을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공급했는데, 한달이 채 안된 3월 18일부터 운영이 중단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영 지침에 따라 보령댐 수위가 ‘주의’에서 ‘관심’단계로 회복해 도수로 운영을 중단했다"고 발표했지만, 보령댐 도수로의 유지관리비는 한달에 5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비상사태가 아니면 운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 전국적으로 가뭄이 극심한 가운데 단비가 내린 2015년 10월27일 오후 충남 보령군 보령댐 상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4대상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 16개월 동안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에 대해서 조사한 후에 2014년 12월23일 기자회견을 통하여 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사평가위원회의 발표문 중에서 가뭄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수자원 확보(이수:利水) 효과의 경우, 당초 13억m3의 확보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확보 수량은 11억7000만 m3이었으며, 확보된 수자원은 본류 주변 가뭄발생지역에서 활용가능하고 유지유량(하천유지에 필요한 최소 유량) 증가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보의 위치 선정 기준과 과정에 대해서는 이를 확인하지 못하였으며, 과거 최대가뭄 발생 시 용수 부족 발생 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가용수량이 늘어난 지역이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에서는 16개의 보 건설에서 8억톤, 2개의 중소규모댐 건설에서 2.5억톤, 96개 농업용저수지 증고사업으로 2.5억톤 등 모두 13억톤의 수자원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16개 보에 저장된 7.2억톤에 대해서만 논의를 집중하려고 한다.)
기자회견에서 주요 발표 내용에 대한 일문일답 자료가 공개되었는데, 일문일답 자료에서 가뭄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질문: 4대강 사업으로 많은 물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확보한 수자원을 필요할 경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답변: 2016년 물 부족량은 (전국적으로) 9억 7599만㎥으로 전망되고, 하천유지용수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중합 설계에서 계획한 신규 수자원 확보계획량 13억㎥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보 위치 선정기준 및 과정은 확인할 수 없어 판단 기준에서 배제됐다. 다만, 준설량이 당초 5억7000만㎥보다 4억4000만㎥로 감소했으므로 주기적인 하천측량을 통해 신규 수자원 필요량을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가뭄시 댐.저수지를 제외하고 4대강 본류에서 사용가능한 수자원은 최소 3억9900만㎥에서 최대 6억2600만㎥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보 하한수위(취수한계)까지 활용 시 3억9900만㎥의 수자원이 확보되고, 하한수위 이하로도 활용 시 6억2600만㎥까지의 수자원이 확보된다.
그러나 수자원 확보 지역과 가뭄 시 용수부족 지역의 위치가 달라, 가뭄이 발생하면 4대강 본류 중심으로만 연간 1억3200만㎥의 수자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질적인 가뭄대응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확보된 물을 가뭄지역에 공급하기 위한 용수공급체계를 구축하는 후속조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밑줄은 강조하기 위하여 필자가 첨가했음.)
▲ 2006년 11월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 국운 융성의 길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이명박 당시 전 서울시장이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이라고 적힌 플래카드 옆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
5. 도수로 건설사업: 4대강 후속사업
4대강 보의 위치가 물부족 지역과 일치하지 않으며 2012년 가뭄시에 4대강 보의 물을 가뭄 해소에 사용한 실적이 없다는 것은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에서 인정한 4대강 사업 평가 결과이다. 조사평가위원회는 실질적으로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4대강에 저장된 물을 물부족지역에 공급할 용수공급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2015년 6월23일 <주간경향> 제1132호에서 보도한 바에 의하면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농림부에서는 2012년 8월에 4대강 물을 활용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주간경향>이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실을 통하여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4대강 연계 농업용수 확보 마스터플랜 수립’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존재한다.
이 문서에 따르면 2013년도 2월부터 12월까지 4대강 물이 필요한 농촌지역에 대한 자원조사를 한 다음, 2014년 6월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 마스터플랜은 2009년 6월에 나온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과는 구분되는데, 간단히 말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사업에 대한 마스터플랜이다. 국토부, 농림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에서 이 마스터플랜을 두고 논의가 되었다는 것은 여러 군데에서 확인되지만 부처 간에 오간 문서 등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되어 왔다. 새누리당 의원 측은 “마스터플랜이 대단한 것은 아니고 기자에게 제공한 2쪽짜리 실행계획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스터플랜 안은 따로 존재했다. <주간경향>은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당시)을 통해 이 마스터플랜(안)을 단독 입수했다. 종전에 언론을 통해 내용이 일부 보도된 적은 있지만 마스터플랜 안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참고자료까지 총 18쪽으로 된 이 문서는 “지난해 2월 관계부처 협의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최종적인 계획은 아니다”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이름은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안)’으로 변경되어 있었지만, 내용은 4대강 보들의 활용 방안에 맞춰져 있다. 이 마스터 플랜에 의하면 4대강의 11개 보에서 20개 지구, 1만2428 헥타르의 농지를 선택해 사업 시행 여건이 양호한 지구 3곳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20년에 평가를 거쳐 2021년부터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본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1조913억원으로 추산된다.
농림부의 문서를 검토해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는 마스터플랜의 근거가 되는 물부족 수치가 의문이다. 이 문서는 사업 필요성의 근거로 ‘4대강 수계 물부족 면적 20만2000ha’라는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 수치의 근거로서 전국의 논 면적 96만ha 중 50%인 48만1000ha를 4대강 수계에 해당한다고 보고, 4대강 수계 논면적의 42%인 20만2000ha를 ‘10년 가뭄시 용수가 부족한 논’ 즉 물부족 논으로 간주했다.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물이 부족한 논의 면적을 부풀리지 않았을까?
박창근 교수는 “사실 4대강 주변에는 이미 4대강 사업 전부터 농림부가 양수장이나 수로 등 많은 사업을 이미 해놓았다... 갑자기 2013년 농촌 지역 자원조사를 통해 물부족 지역이 나타났다고 하면,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물부족 농경지라고 발표한 데이터가 과장되었거나 부풀리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대전대의 허재영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도 물이 부족한 지역은 그다지 없었다. 농림부의 하천수 공급사업이라는 것이 정말 물부족 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4대강 사업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사업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는 후자 쪽의 사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둘째로 의문이 가는 부분은 경제적 타당성 내지는 사업 효과다. 사업 적합 지역으로 선정된 1만2428ha는 마스터플랜 안이 제시하고 있는 4대강 수계 물부족 지역 20만2000ha의 6.1%에 불과하다. 전국의 물부족 농경지 42만2000ha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하면 2.9%밖에 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씨는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전국의 가뭄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막상 스스로 내놓은 수치조차도 전국 물부족 지역의 2.9%밖에 커버할 수 없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더 나아가 그 사업에 1조913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더 지출해야 한다면 애초에 4대강 사업이 가뭄 대책이 될 수 있었는지 마땅히 재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 2015년 11월5일 강원 인제군 남면 소양강댐 상류가 극심한 가뭄으로 강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연합뉴스 |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22조원이다. 농림부에서는 4대강 사업의 후속사업으로서 4대강 보의 물을 20개 지구에 농업용수를 보내기 위한 시설의 구축에 1조913억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4대강의 보에 저장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려면 앞서 지적한 것처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을 뿜어 올려야 하므로 전기료와 유지관리비가 얼마나 늘어날 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기존의 농업용 저수지에서는 수문만 열면 물이 저수지의 아래 쪽에 있는 농경지로 흘러내렸지만, 4대강 보의 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초기 도수로 건설비 외에도 계속해서 추가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6. 결론
“연평균 강우량은 세계 평균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상시적인 물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바닥을 준설해 ‘물그릇’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건기에도 강은 물로 가득 찰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2월에 출간한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의 한 대목으로서 4대강 사업의 이수(利水) 효과를 강조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4대강살리기사업 추진본부장인 심명필 교수는 4대강에 다기능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면 이수뿐 아니라 홍수를 대비한 치수(治水), 친수와 지역발전 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12년 봄에 104년 빈도의 극심한 가뭄이 있었다. 그러나 용수공급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가뭄이 극심하여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충남 서부지역에는 한 방울의 물도 보낼 수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도 극심한 가뭄이 들었지만 역시 가뭄 피해 지역에 4대강 보의 물을 보낼 수가 없었다. 물을 공급할 양수장과 도수로 가압장 등의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 준공된 후 4대강의 16개 보에 저장된 물은 7.2억톤이나 되지만 수자원 저장 지역과 물부족 지역의 위치가 다르고 용수공급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보에 물은 가득차 있어도 가뭄 시에 무용지물이었다.
4대강 보의 물을 최초로 활용한 보령댐 도수로의 경우 금강의 백제보 아래 취수장에서 보령댐 상류의 방류지점까지 126m의 고도 차이가 있다. 2016년 2월 22일에 개통된 보령댐 도수로는 한달도 운영하지 못하고 급수를 중단하였는데, 도수로를 계속 운영하려면 유지관리 비용이 한달에 5억원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개시설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농업용수를 농민에게 무료로 공급하고 있으므로 새로 건설한 도수로의 관리부서인 수자원공사에서는 식수공급중단 등의 긴급사태가 아니면 물을 공급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 부처간에 갈등의 소지가 있는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만드는 16개 보는 다기능 보로서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하였다. 그러나 소양강댐, 충주댐, 안동댐처럼 대용량의 다목적댐이 아닌 이상 4대강의 16개 댐은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막을 수가 없다. 홍수를 해결하자면 댐을 비워놓아야 하고 가뭄을 해결하자면 댐을 채워 놓아야 한다. 4대강 보로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막을 수는 없다.
4대강의 16개 보에 저장된 물은 처음부터 가뭄에 사용하기 위한 물이 아니었다. 4대강 사업을 운하의 전단계로 설계하다 보니, 한반도 대운하 계획의 갑문 위치에 보를 만들었다. 주운에 필요한 수심 6m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문이 달리고 댐처럼 큰 보를 만들었고, 바지선의 운항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로 준설작업을 벌였다. 4대강의 본류에 보가 만들어지니 물이 차게 되었고, 물이 차니 가뭄에 이용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과장된 홍보를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재조사한 후 2014년 12월에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의 16개 보 중에서 낙동강의 4개 보와 영산강의 2개 보만이 용수부족지역에 가까이 건설되었고, 나머지 10개 보는 상습적인 가뭄피해 지역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 위치가 잘못 선정되었다. 또한 이 보고서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이 2011년에 10월에 완공된 후에 발생한 2012년의 가뭄시에 4대강의 보에 저장된 물을 가뭄 피해 지역에 보낼 수가 없었다.
4대강 사업의 후속사업으로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4대강의 11개 보에서 물을 끌어올려 20개 농업용 저수지에 물을 채워 몽리면적 1만2428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20개 농업용저수지는 우리나라 전체 농업용 저수지 17600개의 0.11%에 불과하고 몽리면적 1만2428ha는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 96만ha의 1.3%에 불과하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가뭄 걱정이 없어진다는 이명박 정부의 약속은 과장된 홍보에 불과하였다. 4대강 16개 보에 물은 가득차 있어도 그 물은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높은 곳에 있는 저수지와 논에 공급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경제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해안지방의 논에 가뭄이 들면 가까이에 바닷물이 있어도 이용하지 못한다. 이론적으로는 해수담수화 공장을 건설하면 풍부한 바닷물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비용을 계산하면 농작물 가격보다 담수화 비용이 더 비싸서 아무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에서 추천하는 여러 가지 방식을 다각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산림이 물을 잘 저장할 수 있도록 녹색댐을 만들고, 기존의 저수지들을 준설하고, 빗물이용시설을 보급하고, 꼭 필요한 곳에는 다목적댐을 만들어서 농업에 필요한 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01) ‘4대강 사업 조사 작업 연구 보고서-수자원 분야’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 2014년 12월
02)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4대강살리기사업 추진본부 / 2009년 6월8일
03) ‘가뭄백서’ 한국농어촌공사 2012년 8월
04) “4대강 사업과 가뭄” 시사TIME / 2012년 06월20일
05) “4대강 사업, ‘가뭄 해결은 어렵다니…’” 머니투데이 방송/ 2012년 06월22일
06) “‘104년만의 가뭄’ 보도… 무책임한 언론들” 오마이뉴스 / 2012년 06월22일
07) “‘4대강사업으로 가뭄문제 해결!’ 분명히 이렇게 말했는데…” KBS뉴스 / 2015년 06월17일
08) “4대강 물로 가뭄 다 해결한다고?” 경향신문 / 2015년 06월20일
09) “4대강으로 가뭄 해결, 왜 거짓말인가?” 김정욱 / 2015년 07월03일
10) “4대강洑 30㎞ 밖 농민 ‘이런 가뭄 처음’… 5㎞ 이내는 '물 걱정' 덜어” 조선비즈 / 2015년 10월19일
11) “4대강 사업 가뭄 해갈에 도움 안 돼” 한국기자협회 / 2015년 10월21일
12) “대한하천학회장 ‘4대강으로 가뭄 해결? 뻔뻔해’” 노컷뉴스 / 2015년 10월21일
13) “공주보.상주보 도수로 건설 연내 추진… ‘가뭄대책 1709억원 추가 지원’” 머니투데이 / 2015년 11월11일
14 “4대강 사업 마무리 논란… 가뭄대책 도수로 사업 20곳 추진” 노컷뉴스 / 2015년 11월12일
15) “정부와 충남도, 4대강 전철 왜 다시 밟나” 보령신문 / 2015년 11월17일
16) “625억 들인 백제보∼보령댐 수로 한달만에 운영 중단” 연합뉴스 / 2016년 07월13일
17) “기재부-수공, 금강 도수로 건설비 놓고 ‘힘겨루기’” 충남일보 / 2016년 07월25일
18) “지난해 가뭄 극복노력2” 충청신문/ 2016년 07월27일
19) “도수로 건설로 보령댐 용수공급 안정성 확보” 충청신문/ 2016년 08월03일
※ 월간환경기술 (2016년 9월호에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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