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글자크기
싱글족 500만 시대. 점점 늘어나는 1인가구는 이제 단순히 식사와 살림을 넘어 많은 것들을 혼자 즐긴다. 관련된 서비스와 문화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싱글족과 관련된 문화와 현상들을 생활 패턴 별로 살펴봤다.

식사 편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식사는 중요하면서도 번거로운 문제이다. 혼자여서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식사를 혼자서도 당당히 즐길 때, 다른 분야에서도 혼자만의 여흥을 즐길 수 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에서부터 진정한 싱글 라이프가 시작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싱글족 사이에서 '나 홀로 식사'는 '끼니를 때운다'는 개념을 넘어 고급 식사와 음주로까지 번지고 있다. 혼자 밥을 먹는다고 했을 때 느껴졌던 궁상스러운 이미지도 많이 사라졌다.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과 혼자 가야 더 멋있는 '고급 혼밥 혼술집'을 훑어봤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낮 12시 이화여대 구내의 한 편의점. 혼자 도시락을 먹던 안 모(23)씨는 "이 근처에서 스터디를 하는데 값도 싸고 양도 적당해서 자주 사먹는다"고 했다. 그가 택한 메뉴는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도시락. 원래 가격은 3500원이지만 통신사 할인을 받아 2980원에 샀다. ▶기사 더보기

그래서 저희가 직접 먹어봤습니다
'아줌마' 김윤덕 기자와 '늦둥이 아빠'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대 싱글 정유진 기자가 세 곳 편의점 도시락을 맛봤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30 세대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빈곤'을 말한다. '편의점 사회학'의 저자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소위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요즘 청년들은 시간과 금전적으로 모두 여유가 없다"며 "절대적인 빈곤이라기보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먹는 '편도족(族)'의 등장을 보며 젊은 세대가 더 이상 함께 먹는 밥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50대 이상 세대에게 '점심을 먹는다'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 사교 활동을 한다'와 동의어였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집단문화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고 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최근 1년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혼자 술 마시기에 '아쉽다·무섭다·심심하다' 같은 부정적 단어보다 '즐겁다·행복하다·재미있다·편안하다' 등 긍정적 단어 비중이 높았다고 밝혔다. '혼술'을 즐기는 사람을 외톨이가 아니라 낭만을 아는 사람으로 여기는 인식도 널리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혼자 마시기 좋은 술집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혼자 술 마시기 좋은 곳'을 소개하는 블로그나 기사가 적지 않다. 혼술의 유행은 '나 홀로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혼자 집에서 TV를 보며 마시는 캔맥주, 분식집에서 김밥 먹는 일상을 벗어나 격조 있는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나선다. ▶기사 더보기

품격있는 혼밥·혼술을 즐기고 싶다면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가 편


혼자 하면 이상한 것들이 있었다. 노래방은 주로 모임의 식사나 술자리 후 함께 여흥을 즐기러 가는 곳이었고, 영화관 역시 대표적인 데이트 장소로, 누군가와 함께 영화 관람을 하는 곳이었다. 혼자 영화를 즐긴다면 집에서 DVD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떼 지어 함께 즐기던 여가 공간에서도 '나 홀로 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의 한 동전 노래방에서 손님이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는 혼자 여가를 즐기는 ‘혼놀족’을 겨냥한 노래방과 만화카페 등이 많이 생기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후 4시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근처에 있는 한 노래방. 소파와 테이블 대신 노래방 기계 하나만 달랑 있는 약 3.3㎡ 크기의 반투명 부스 12개가 복도 양옆으로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중 절반의 부스에선 20대 학생들이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노래방을 찾은 학생은 1명밖에 없었다. 혼자 노래 4곡을 부르고 나온 대학생 안 모(29)씨는 "취업 준비를 하며 생긴 스트레스를 풀러 가끔 동전 노래방을 찾는다"며 "혼자 와도 남의 눈치 안 보고 놀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촌·대학로·건대입구 같은 대학가엔 '혼놀(혼자 놀기)족'을 겨냥한 '동전 노래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보통 500원에 노래 2곡을 부를 수 있다. 혼자 오는 손님이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종업원 없이 운영되는 '무인 노래방'도 등장했다. ▶기사더보기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도 '혼영'(혼자 영화 보기)이 대세다. '최근 함께 영화 본 사람이 누구냐'는 문항에 '혼자'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2013년에 8.2%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2.4%였다. 지난해에도 이같이 대답한 응답자가 44.5%를 차지했다. ▶기사 더보기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는 기업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표 '한 장'을 예매한 관객은 전체의 10.1%로 나타났다. 1인 관객이 10%를 넘긴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최광남(21)씨는 매달 1~2차례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 어차피 영화를 보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친구와 함께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내 극장 점유율 1위(41%)인 이 기업은 전체 회원 중 최상위층 회원을 VVIP로 분류하고 있다. 10년 연속 VIP(2007~2016년 VIP 해당) 또는 유료 영화 관람 횟수 상위 0.1% 에 해당하는 이들도 대부분 영화를 혼자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 더보기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저녁 서울 연희동 '책 바'에서 손님들이 술을 마시며 책을 읽고 있다. 술과 책이라는 조합에 호기심으로 찾아온 손님들도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련성 객원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싱글족'들은 혼자여서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취미 문화를 만든다. 싱글족들의 대표적인 취미인 독서와 2·30대들이 많이 찾는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맥' 카페의 등장이 흥미롭다.

저녁 7시 서울 연희동에 있는 '책 바(Chaeg Bar)'에 들어서자 가게 한가운데에 놓인 책장이 먼저 눈에 띄었다. 천장까지 닿는 이 책장에는 '책'과 '바'라는 가게 이름처럼 술병과 책이 함께 놓여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노르웨이의 숲' 옆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보드카를 놔두는 식이었다. 메뉴판도 독특했다. 메뉴판 첫 페이지를 보면 시·소설·에세이·계간지 등으로 술을 구분해놨다.

저녁 8시쯤 되자 손님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술 한 잔을 주문한 후 자연스럽게 1인용 소파나 바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직장이 근처라 퇴근길에 들렀다는 정보람(29)씨는 "일찍 퇴근한 날이면 어딘가 들어가서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은데 저녁시간이라 커피는 부담스럽고 술 한 잔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

공간 편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살림과 인테리어 노하우를 가르치고 도와주는 업체에서 제공하는 수업 과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혼 젊은이들이 냉장고 정리하는 법이나 옷 개는 방법, 방 정리하는 법 등을 가르치는 강좌에 몰려들면서 이들을 겨냥한 살림학원도 생겨났다. "수건을 갤 때는 위로 쌓아놓지 말고 돌돌 말아 옆으로 세워야 꺼내쓰기도 편하고 깔끔하죠. 나에게 설렘을 주는 옷이 아니면 과감히 버리세요."

지난해 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강의실. 20·30대 남녀 7명이 강사의 설명에 따라 니트와 셔츠, 양말 같은 옷가지와 수건을 열심히 개고 있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셀프 인테리어' 강좌였다. 하루 8시간 수업을 듣는 데 9만원을 내야 하는 이 수업에 참가한 직장인 이 모(29)씨는 "원룸 자취방을 산뜻하게 정리하고 싶어 강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인테리어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김동현 씨는 어수선한 전셋집 현관을 직접 만든 가벽으로 거실과 분리해 정리했다. /미호·들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싱글족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가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는 추세다. 특히 가구를 조립한다거나 벽을 페인트칠하는 '공작'에 남자들이 열광한다. 인테리어 카페 '마이로프트' 회원 제이쓴은 "게임이나 당구밖에 모르던 내 또래 남성들이 인테리어를 새로운 취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희선씨는 "예전엔 '인테리어의 시작=신혼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안 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남자들이 자기 주거 공간을 스스로 단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기 표현에 적극적이면서도 혼자 노는 데 익숙한 젊은이들이 집 꾸미기를 개성을 드러내고 여가를 보내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87.8%가 "인테리어는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이라고 답했다. '셀프 인테리어를 여가 생활로 여긴다'고 응답한 사람도 75.2%나 됐다. ▶기사 더보기

특별한 날 편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싱글족에게는 크리스마스나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크리스마스와 각종 송년 모임이 있는 연말에도 싱글족은 혼자 노는 것을 선호한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 모(28)씨는 지난 연말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세로로 쪼갠 일명 '반반트리'를 1만 원에 샀다. 정씨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낼 계획이라 싸고 크기도 작은 반반트리로 원룸 방을 꾸몄다"고 했다.

국내 한 편의점 업체는 2014년 '나 홀로 파티족'을 겨냥한 '미니 케이크' 6종을 출시했다. 업체 관계자는 "연말에 '나 홀로 파티족'이 느는 추세라, 전년 대비 매출이 20% 정도 늘고 있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위) '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 캡처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 명절 특집 TV 프로그램은 홀로 명절을 보내는 싱글족 위주로 흘러갔다. MBC '나혼자 산다', '마이리틀텔레비전' '능력자들'은 모두 1,2년 사이 추석이나 설맞이 파일럿으로 선보였다가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들이다. 이들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싱글족'의 취향과 문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작년 추석에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에 출연한 걸그룹 AOA의 멤버 초아가 화제를 모았다. 이 방송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참여할 수 있어 TV 없는 1인 가구에도 인기가 높다. 실시간 댓글엔 "고향 대신 초아" "추석 때 혼자라 쓸쓸했는데 초아 덕분에 힐링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마리텔'처럼 혼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대세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26.5%를 차지하고, 이 중 명절을 혼자 보내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기사 더보기

셀프 경조사 편

뭐든지 혼자 할 수 있는 시대. 최근에는 결혼이나 장례까지 혼자 해결하는 사례도 있다. 둘이어야 가능한 결혼과 자신이 죽은 뒤에 타인이 치러주는 장례를 혼자 하는 방법은 대체 어떤 것일까.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싱글족이 혼자 결혼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업체를 이용해 웨딩 촬영을 하는 것이다. 혼자 찍거나 미혼인 친구들끼리 모여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다. 이곳을 찾는 싱글 여성들은 "결혼할 사람이 없이도 웨딩 촬영은 더 늦기 전에 하고 싶다"면서 "싱글 웨딩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또한 "결혼은 평생 못할 것 같고 드레스는 한번 입어봐야할 것 같다"라는 마음에 들어오는 문의가 한 달에 3~5건 정도라고 한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장례 준비를 자식들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셀프(self) 장례'가 늘어나고 있다. 1,000만~2,0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장례 비용을 자식들에게 부담시키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셀프 장례의 주된 수요층이다.

고독사(孤獨死)에 대한 두려움도 셀프 장례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 쌍문동에 사는 김평식(80)씨는 지난해 말 한 장례협동조합을 찾아 "내가 죽으면 내 계획대로 (장례를)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폐지를 주우며 사는 독거노인이다. 김씨는 "혼자 5~6군데를 돌아보고 장지(葬地)를 정했다"면서 "부고를 낼 필요도 없고, 빈소도 차리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거노인이 많아지고 가족 간 유대도 점점 느슨해지는 한국에서 셀프 장례가 유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걱정 편


밥을 먹는 것에서부터 장례를 준비하는 것까지 무엇이든지 혼자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겪는 불안이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싱글족은 자신들 나름의 걱정과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 독창적인 방법과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원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이 모(여·24)씨는 최근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은 'CCTV'를 현관문 밖 복도 천장에 달았다. 검은 반구(半球) 안에서 렌즈가 수시로 빨갛게 빛을 내는 돔형 CCTV다. 하지만 이 CCTV는 실물을 본떠 만든 모형으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씨의 남자친구는 "이거라도 있어야 가짜로 보이지 않는다"며 'CCTV 작동 중'이라는 글씨가 쓰인 스티커도 모형 근처에 붙였다. 이씨는 "진짜 CCTV는 아니지만, 범죄를 예방하는 덴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겉모습은 실제와 비슷한 '가짜' CCTV가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을 노린 납치·강도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주택이나 원룸, 연립주택에 혼자 사는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지만,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진짜 CCTV를 설치하기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모형 CCTV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기사 더보기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김도원 화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맥세권은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와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 맥도날드에서 매장별로 운영하는 배달 서비스가 닿는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맥도날드 같은 외식 체인들도 중국집처럼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실제로 20·30대들이 살 곳을 구하며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인지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실 이 지역은 다른 편의시설과 함께 있어 어두운 밤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주거지로 선호된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은 집을 고를 때, 안전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호하는데 이런 번화가에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이 자리잡고 있다. '맥세권' '스세권'의 유행에는 안전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기사 더보기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남 거제에 사는 백 모(27)씨는 매일 아침 출근 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그날 찍은 자신의 사진을 올린다. 채팅방 멤버들을 향한 일종의 '기상신고', '출근신고'인 셈이다. 이 채팅방에서는 백씨처럼 혼자 사는 직장인 4명이 매일 아침 8시에서 9시 사이 자신의 모습이나 아침 식사 장면, 회사 책상 사진을 찍어 올린다. 백씨는 "얼마 전 밤새 고열에 시달리는데 갑자기 '이러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 날 주변에 혼자 사는 직장인들과 카톡방을 만들어 아침마다 서로 '나 밤새 별일 없다'고 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고, 고독사(孤獨死)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매일 일정한 시간 인터넷 채팅방 등에서 '생존 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로 자취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20대 '나 홀로족'들이다. "오늘도 무사히 일어났다"며 단체 채팅방에 글을 남기거나, 출근하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인증 샷'을 올리는 방식이다. ▶기사 더보기




무엇이든 혼자 하려는 '나 홀로 문화'는 현재 청년 세대의 취업난과 고령화 등 사회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이유보다는 '관계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함께 있는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에 피로함을 느끼거나 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관계만을 남기고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가 이들을 더 이상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시작한 탓도 있다. 혼자 영화관과 노래방을 자신의 취향대로 즐기며,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는 데 열중하는 '혼자 즐기는 삶'은 이미 주류가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을 만큼 편견이 사라지고 사회적 인식이 좋아진 것이다.

최근 서점가에서도 이렇게 '혼자의 가치', '고독의 가치' 에 대해 얘기하는 '혼자류(類)' 도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계에선 일본인 사이토 다카시가 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위즈덤하우스)이 석 달 만에 10만부나 팔리며 이런 사회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기대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준비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구성=뉴스큐레이션팀]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