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자 발생 전국이 ‘비상’···초등학교 휴업 검토

배문규·이종섭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망자가 2일까지 2명 발생했다. 환자수는 6명이나 늘어 25명이 돼 중동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하게 됐다. 또한 새로 추가된 환자 중 처음으로 3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접촉자 격리조치 ‘비상’

1일 사망한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입원했던 경기지역 모 종합병원은 사망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주변 환자 관리에 비상이 거렸다. 사망 환자가 별도 격리조치 없이 6일간 중환자실에서 진료받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과 해당 병원에 따르면 S씨(58·여)가 마지막으로 입원해 있던 경기도 ⓔ병원은 S씨가 1일 오후 3시57분 숨진 뒤 2일 오전 3시쯤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 병원 중환자실은 17병상 규모이다. 최소 16명이 S씨가 입원해있던 5월25일부터 6월1일까지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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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기준 ⓔ병원은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역학조사관 지휘로 격리 조치가 진행중이다. 사망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의 격리 규모나 방법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병원은 S씨가 지난달 25일 응급차에 실려 내원 이후 31일 오후 8시 복지부가 통보해 올 때까지 6일간 S씨가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인 A씨(68)와 접촉한 사실을 몰랐다. 이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S씨를 진료했던 의료진과 주변 환자들은 메르스 감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내 첫 메르스 사망자 S씨는 천식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지난달 11일부터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고 15~17일 같은 병동의 A씨와 접촉했다. 보건당국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만 격리관찰자로 분류해 S씨는 퇴원 이후부터 지난달 25일 ⓔ병원으로 들어올 때까지 정확한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

메르스 감염환자가 입원했던 수도권 한 병원의 1일 오후 모습. 이 병원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 보건당국이 중환자 4명을 옮길 병원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격리 대상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초등학교 휴업 검토

중동호흡기증후군 첫 사망자가 치료를 받던 병원 인근 초등학교 22곳은 감염예방을 위한 휴업 검토에 들어갔다. 2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메르스 첫 번째 환자와 접촉한 S씨가 숨진 병원 인근 초등학교 교장 협의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학교별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해 학부모가 동의하면 5일까지 휴업한다”고 합의했다.

휴업은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교장 판단으로 임시 휴업하는 것이다. 휴업기간 수업은 진행되지 않아 사실상 학교가 폐쇄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이 지역 ㄱ초등하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휴업을 결정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가 이날 오전 단축수업한 뒤 3일부터 5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 이들 학교는 이날 오전 학부모에게 “메르스 관련 예방차원에서 휴업한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같은 지역 내 사립유치원들도 부분 휴업에 들어갔다. 이 지역 7개 사립유치원은 오는 5일까지 정규교육과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종일반은 정상 운영하고, 가정 내 보호가 어려원 원생은 등원하도록 했다. 이날 오전 기준 7개 유치원의 등원율은 1.79%(종일반 18.31%)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예방 차원에서 임시휴교에 들어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2일 텅비어 있다. | 정지윤기자



■경기도 메르스 접촉자 910명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사람이 1일 기준 경기도 내에 910명인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추적조사에 나섰다. 2일 보건당국 관계자는 “매일 메르스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하루에도 100명가량 바뀌고 있다”면서 “어제까지 총 910명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모니터링 환자 중 21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48명에 대해서는 확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의뢰했다. 또한 메르스 확진 및 의심환자를 수용할 병실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메르스 발생지역인 경기 평택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평택시가 모르쇠와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메르스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3차감염자 발생 대전도 비상

대전에서는 2차 감염으로 인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나온데 이어 2명의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지난 1일 감염이 추가 확인된 6명 중 4명은 첫 메르스 확진자가 있던 경기도 한 병원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은 16번째 확진자 P씨(40)가 경기도 해당 병원을 나와 입원했던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 지난달 28~30일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로 확인됐다.

P씨는 지난달 15~17일 첫 메르스 확진자가 있던 병원에 입원해 있다 퇴원한 뒤 발열 증세를 보여 대전지역 종합병원 2곳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어 지역 내 국가지정격리치료시설로 옮겨져 지난달 3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P씨가 입원했던 병원 2곳에서는 접촉 가능성이 있는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 150명에 대해 자기 격리 조치 등을 취했다. 보건당국이 이들을 대상으로 메르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3차 감염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중앙대책본부에서 확진자가 입원했던 병원들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 차원에서도 메르스 대응을 주의에서 경계 단계 수준으로 높여 비상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에선 ‘괴담’ 유포자 수사

충북 청주시 흥덕경찰서는 2일 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괴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고 있어 유포자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SNS상에서 청주의 모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지목된 병원이 허위 사실 유포자를 색출해달라며 정식 고소해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청주 금천동에서 중국 출장을 다녀온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주 상당경찰서도 이런 내용이 담긴 글을 옮긴 관할구역 내 20대 남성을 참고인으로 불러 최초 게시자 확인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유포자를 확인해 악의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 확인되면 형사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일 충북도는 도내에서 중동 지역을 다녀오거나 환자와 접촉한 주민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르스 차단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도 비상대책반장을 보건복지국장에서 행정부지사로 격상하고, 격리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메르스 발생 병원 공개하나

보건 당국은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2일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메르스 전파 병원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 확인 이후 발병 지역과 관련 병원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과 병원을 밝히면 공포를 키울 수 있고, 해당 병원에 불필요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메르스 환자를 당국에 신고해야 할 병원들이 경영상 피해 때문에 환자 입원·내원 사실을 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준욱 중앙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전염병 확산 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지역이나 병원명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혓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가 25명으로 늘고 3차감염자까지 나와 확산에 속도가 붙은 만큼, 정보를 공개해 해당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또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가 돌고 있어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성명에서 지역과 병원명을 공개하고 메르스로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 국가 보상을 해주는 정책을 제안하기도 햇다.

외국 정보 공개 압박도 있다. 한국인 6명을 포함해 19명의 메르스 감염 의심자를 격리한 홍콩은 우리 정부 측에 한국 발병 병원 명단을 요구해 이를 자국민에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당국이 이 정보를 공개하면 한국으로 재유입돼 정부 비공개 원칙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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