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명 근무하던 중국 공장, 로봇 투입 뒤 100명만 남아
[중앙일보] 입력 2015.03.14 00:08 / 수정 2015.03.16 09:18
[현장 속으로] 로봇·인공지능 발달로 위협받는 일자리
고용시장에 거대한 쓰나미 밀려와
2030년 일자리 20억 개 사라질 것
로봇 섬세한 작업 척척, 가격도 뚝
육체노동서 숙련노동까지 대체
인공지능의 초기 형태 ‘알고리즘’
아카데미 수상자 예측, 기사 작성도
한국 로봇밀도 세계 1위로 파장 커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은 적어"
로봇·인공지능은 사람의 일자리를 얼마나 빼앗을까. 관련 기술 발전과 함께 숙련 노동과 전문직 일자리도 대체되기 시작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로봇도 진화를 한다. 지난 12일 한국산업기술대 디자인융합연구소에서 본 ‘양팔 로봇’이 한 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한 팔만 가졌다면, 이 로봇은 말 그대로 작업용 팔이 두 개다. 움직이는 물체를 한 팔로 잡은 뒤 다른 팔로 가공할 수 있다. 이 연구소의 홍성수 책임교수는 “작업 효율이 한 팔 로봇보다 여섯 배 높다. 인류로 빗대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한 셈”이라고 설명한다. 이 로봇의 또 다른 특징은 작업에 따라 사람의 손에 해당하는 ‘모듈’을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엔 운반용 로봇, 조립용 로봇, 포장용 로봇을 따로따로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양팔 로봇’ 한 대로 운반·조립·포장이 다 가능하다.
내년을 목표로 한창 개발 중인 이 로봇은 휴대전화 생산라인에 투입될 계획이다. 지금까지 휴대전화 공장에선 로봇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이 많아 사람의 손으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팔 로봇’은 이르면 내년부터 휴대전화 공장의 풍경을 확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로봇 혁명’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등 기술 진보는 육체 노동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지적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은 “서서히, 그러나 거대한 쓰나미가 노동시장에 밀려올 것”이라며 “그게 언제인지 알 순 없지만 그렇게 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로봇·인공지능의 발전이 중산층을 위협한다’ 보고서를 낸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로봇과 컴퓨터의 대체 가능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며 “비숙련 노동은 물론 숙련 노동·전문 노동도 그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중산층들의 경제적 지위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 로봇은 시각인식·인공지능·다관절 등 첨단 기능을 갖춰 사람의 섬세한 동작을 보면 그대로 따라하는 수준까지 개발됐다. 일반 산업용 로봇 가격은 2007년 4000만~5000만원에서 최근 1000만~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의 산업용 로봇의 운영비는 이미 일반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의 임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봇 전문가는 “2만 명이 근무하던 중국의 한 공장에서 최근 로봇이 투입된 뒤 로봇을 관리하는 직원 100명만 남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3D 프린팅은 보석 가공·금형·플라스틱 모델 성형 등 제조업에서도 숙련 노동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영국의 BAE시스템스는 지난해 말 토네이도 전투기의 금속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조했다.
인공지능의 초기 형태인 지능형 알고리즘은 빅데이터와 맞물려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계산과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분석과 예측까지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음성 비서 서비스인 ‘코타나’는 올해 아카데미 수상자 24명 가운데 20명을 정확히 맞혔다. 영화와 배우의 빅데이터를 검색엔진으로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는 21명을 적중했다.
미국 언론계에선 ‘로봇 저널리즘’이 화제다. 시간을 다투는 금융, 결과가 숫자로 쉽게 나타나는 스포츠 분야 보도에서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리처드 프리먼 교수는 “기술의 발달로 사무직뿐만 아니라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도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2025년 로봇이 전 세계 제조업 일자리 4000만~7500만 개를 뺏는 반면 알고리즘은 1억1000만~1억4000만 명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에선 1980년대부터 로봇이 운용됐다. 현대차 공장의 용접용 로봇. [사진 현대자동차]
그렇다면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얼마나 잠식할 것인가? 일자리의 미래를 낙관하는 쪽이 좀 더 많다. 지난해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퓨 리서치는 과학자·개발자·기업인 등 전문가들에게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52%)이 ‘그렇다’(48%)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이런 논리다.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해 ‘포드T’를 만들면서 많은 노동자가 해고됐다. 그러나 차값이 떨어져 주문이 늘면서 고용도 증가했다. 교통수단 발달로 관광과 같은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가 생겨났다. 로봇도 마찬가지다.”(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산업 자동화는 도장·용접 등 노동자들이 꺼리는 공정을 중심으로 이뤄진 게 특징”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김문상 소장은 “요즘 로봇 공학의 트렌드는 사람과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라며 “당분간 생산직 노동자는 ‘로봇 동료’와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관론자는 생산성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은 늘지 않아 중산층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본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또 그 일자리의 질이 낮을 수도 있다. 『제2의 기계 시대』 저자인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부교수는 “저숙련 일자리는 육체노동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수요가 있다. 하지만 중간 정도 숙련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여러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준호 책임연구원은 “노동시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자리의 양적 감소, 고용의 질적 저하, 과거 직업 종사자들의 도태가 일어날 수 있다 ”고 말했다. “기술 발전으로 불평등이 심화돼 1%의 1%(전체 인구의 0.01%)가 부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다”(앤드루 맥아피 부교수)는 경고도 나온다.
그래서 세계적인 로봇 권위자인 영국 브리스틀대 앨런 윈필드 교수는 로봇과 자동화에 따른 실업 위기를 대비해 ‘자동화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기업들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인건비와 기업이익에 대한 세금을 없애야 한다”(빌 게이츠)는 의견도 있다.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19세기 영국의 섬유산업 노동자들이 방직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을 다시 벌여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장재호 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로봇과 인공지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피해는 줄이고 이익은 늘리는 데 집중하자”고 말했다. 지난해 퓨 리서치 조사에 답변했던 낙관론자·비관론자 모두 동의하는 게 있다. 바로 교육이 중요하다는 거다. 나준호 선임연구원은 “로봇·컴퓨터와 경쟁에서 이기려면 창의성을 길러야 하는데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미흡하다”며 “혁신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S BOX] “증강현실 건축가, 소셜교육 전문가 등 새 직업 생길 것”
앞으로 구직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로봇과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위협하는 일자리는 부지기수다. 이런 일자리로 미국 방송사 NBC는 약사, 변호사, 운전사, 우주비행사, 점원, 군인, 베이비시터, 재난구조원 등을 선정했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텔레마케터, 파쇄기계 운전기사, 굴착기 운전기사, 약제사, 조림 근로자, 동물 관리인 등이라고 내다봤다. 단순노동·비숙련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동화가 많이 됐기 때문에 당분간 안전하다. 그러나 벌이는 시원찮다.
인간의 비교 우위가 지켜질 분야도 있다. 이발사, 승무원, 코디네이터, 제빵사 등 섬세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다. 로봇 개발이 어렵고 개발하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니어 산업과 같이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눠야 하는 직업도 끝까지 경쟁력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를 너무 암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직업도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무인비행기 드론은 전투기 조종사의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드론의 운용인력은 전투기보다 더 많은 편이다.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장은 지난해 “10년 후 일자리 60%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다”며 “증강현실 건축가나 도시농업경영자, 소셜교육 전문가, 기후변화 전문가 등의 직업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화철 한동대 교수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여파를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인간 소외 측면에서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철재·곽재민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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