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대담]시도민구단은 무엇으로 사는가, 승격 사령탑 조진호-남기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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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15시즌 K리그에서 가장 가슴 떨리는 도전을 앞두고 있는 사령탑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대전 조진호(42) 감독과 광주 남기일(41) 감독이 떠오른다. 두 사령탑은 공통점이 많다. 경희대 선후배로 부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췄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챌린지 구단에서 나란히 첫 지휘봉을 잡았고, 감독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팀을 지휘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도민구단이라는 핸디캡을 이겨내고 지난 시즌 승격 티켓을 거머쥐면서 40대 지도자의 힘을 보여줬다. 두 감독은 기쁨과 환희로 마무리한 2014년을 뒤로하고 새해에는 생존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승격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웃으면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남기일 감독(이하 남) = 우승이 목표였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어렵게 승격했다. 하지만 우승과 다른 쾌감을 느꼈다. 어렵게 올라와서인지 환희도 더 컸다. 하지만 승격이 확정되고 며칠 지나니 다음 시즌이 걱정됐다.
조진호 감독(이하 조) = 우승 결정 직후 나도 그랬다(웃음). 무엇보다 챌린지에서 20승을 달성한 것이 뜻깊었다. 계속 이기다보니 오히려 두려움이 커졌다.
남 = 우리팀은 시즌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것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기고 있다가 비기고, 리드를 잡다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다. 교체 선수가 1분 만에 부상을 당해 나오기도 했고, 경기 종료 직전에 실점해 지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승격으로 가는 길에 좋은 약이 됐다.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흔들릴 수도 있었을것이다.
조 = 지난해에는 환희와 좌절이 교차했다.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한 경기씩 잘하면 잘 이어졌다. 어느새 하다보니 20승이 채워졌다. 새 시즌에는 10승 안팎의 싸움을 할 것이다.
남 = 분명히 돌발 변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결과가 좋다보니 돌이켜보면 다 좋은 경험이었다.
-새 시즌에는 클래식에 40대 지도자들이 8명이나 경쟁한다.
남 = 내가 리그 사령탑 중에 최연소다. 강등을 당할까봐 두려워하진 않는다. 만약 강등되더라도 다시 한번 승격에 도전하면 된다.
조 = 일단 지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웃음). 전체적으로 젊다보니 분명히 수비축구를 안 할 것이다. 이기려고 달려들 것이다.
남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연배가 많은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을 좋아했었다. 관리하기 편했기 때문이다. 정작 어린 선수들은 젊은 지도자를 선호한다. 그런 흐름이 이어지다보니 젊은 감독들의 K리그의 비중이 커진 것 같다. 젊은 감독들은 어린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이 좋고, 성적도 나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령탑들의 평균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 같다.
-40대 지도자 중에서 현역시절 부천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을 경쟁자로 마주하게 됐다.
조 = 나와 남 감독, 그리고 제주 조성환 감독, 울산 윤정환 감독은 부천시절에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모두 다 미드필더 출신이다. 나랑 남 감독, 윤 감독은 기술이 좋은 테크니션이었다(웃음).
남 =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 떠나고, 2000년에 조윤환 감독이 부천을 이끌 때 다 함께 했었다. 당시 부천은 최강의 팀이었다.
조 = 니폼니시 감독이 정말 팀을 잘 만드셨고, 이어서 조 감독이 ‘니포 축구’에 한국 축구를 잘 접목하셨다. 그때 멤버들도 대단했다. 이임생, 강철, 이을용, 이원식 등 지금도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선수들이 한 팀에서 뛰었다. 2000년에 대한화재컵 우승하고, 리그에서 준우승을 했다. 사실 리그도 우승할 전력이었다. 다만 운이 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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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 꼭 한번 이겨보고 싶은 팀이 있을 것 같다.
조 = 최강 팀인 전북을 우리 홈에서 꼭 이겨보고 싶다. 하위팀은 상위팀을 잡고 싶은 꿈이 있다. 쉽지 않겠지만 목표를 크게 잡아서 이슈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되면 강등권도 탈출할 것이다.
남 = 나도 비슷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들과 잘 해보고 싶다. 챔피언스리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힘이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승리를 노려보고 싶다.
조 = 난 최용수 감독과 동기다. 서울을 꼭 이겨보고 싶다. 특히 관중이 많은 서울 홈 구장에서 이겼으면 좋겠다.
남 = 상대하는 11개 팀들 모두 한 번씩은 다 이겨보고 싶다. 실현이 될지는 모르겠다.
-지난 시즌 챌린지에서 두 팀이 4차례 맞대결에서 2승2패를 기록했다. 새 시즌에는 최소 3차례 격돌하게 된다.
남 = 전반기에는 우리가 완패를 했고, 후반기에는 대전이 우승이 가까워지다보니 우리가 효과를 좀 봤다. 우리가 잘한 것보다 상대가 약해질 때 이겼다.
조 = 내 생각은 다르다. 광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력이 좋아져서 후반기에는 실력에서 졌다. 첫 2경기는 광주가 덤비다가 우리에게 진 것이다. 하지만 후반기 2경기에서는 광주가 잘했다. 선수들 멘탈이 좋고, 이기겠다는 절박함이 보였다.
남 = 빈말이 아니라 새 시즌 클래식에서는 두 팀이 1승1무1패를 하고 싶다.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보니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조 = 나도 그렇다. 클래식에서 광주든 대전이든 한 팀은 잔류해야 한다.
-챌린지에서 광주와 대전은 공격 축구로 주목받았다. 클래식에서도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조 = 성적을 떠나서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 수비 축구는 못 하는 성격이다. 강등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기지 못해도 공격 축구를 하겠다. 챌린지 팀들도 대전을 보면서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다. 그래야 팬들도 많이 찾아올 것이다. 수비 축구 하는 클래식 경기를 보면 재미없더라. 결과와 내용을 접목하는 것이 힘들지만 잘 해보고 싶다.
남 = 공격 축구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우리팀이 잘하는 것을 하고 싶다.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팬들도 좋아하고, 선수도 좋아한다. 아래로 내려서면 선수들의 실력도 늘지 않는다. 팬들을 위해 앞으로 나갈 생각이다.
조 = 승점 관리는 감독으로서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한 골 먼저 넣으면 잠궈버릴지도 모른다(웃음).
남 = 나도 현실적인 고민이 많다. 지금 봐서는 우리 팀이 12위 할 것 같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다. 강등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떨어진다면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 구단이 기다려준다면 한번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 시즌을 잘 준비해서 6위를 노려보고 싶다. 목표는 크게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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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도민구단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령탑으로서 애환도 많을 것 같다.
남 = 한창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구단에 선수 영입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조 = 현실에 맞게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소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선수가 있다고 영입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남 = 팀에 도움이 되는 좋은 선수가 있다고 해서 기존 선수보다 높은 몸값으로 무작정 데려올 수는 없다. 승격을 이뤄낸 선수들은 힘든 시기를 함께했다. 기존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구단의 입장도 고려를 해야 한다.
조 = 그래서 다른 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찾고 있다. 지난 시즌에 챌린지에서 그런 선수들을 뽑아 좋은 성적을 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 = 몸이 어디 있든지 마음은 항상 선수단 걱정을 하고 있다. 새 시즌 챌린지리그의 시도민구단이 정말 힘들 것이다. 나도 시민구단에 있다보니 걱정이 된다. 동질감을 느낀다. 내년에 시도민구단들이 잘해야 한다. 선수들을 다독거리면서 힘들게 이끌어 가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구단들이 클래식에 올랐으면 좋겠다.
조 = 챌린지에서는 클래식 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을 임대로 영입했다. 하지만 이제는 임대 영입도 쉽지 않다. 이제 클래식에서 함께 경쟁해야 하는 팀들이라 선수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클래식에 올라와서 0-3, 0-4로 질 순 없다. 기업구단은 우승을 하기 위해 선수들을 찾고 영입한다. 우리는 경쟁력을 키우려고 선수들을 찾고 있다.
남 = 시도민구단은 재정적인 부분이 잘 구축돼야 한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에서 지원하는 최소한의 자금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스폰서들도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1부리그에 올라가지 않아도 지역의 클럽을 항상 응원하는 스폰서가 필요하다. 시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매년 지원하고, 나머지 예산은 구단이 자체적으로 꾸릴 수 있어야 한다.
조 =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승격 가능성과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일본은 강등이 되더라도 큰 동요가 없다. 하지만 K리그는 다르다.
남 = 지금 시도민구단은 1부리그 승격이 되면 지원금이 늘고, 강등되면 대폭 줄이는 상황이다. 시도민구단들이 선수단 운영에서 동일한 비용을 쓰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일종의 샐러리캡으로 볼 수 있다. 선수단 연봉 총액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지도자들도 오히려 팀을 운영하는데 고민을 덜게 될 수 있다.
-시도민구단이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에서 쉽지 않은 문제다.
남 = 충분한 돈을 줄 수 없으니 선수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대전이나 우리나 넉넉치 못한 살림을 꾸려야 한다.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를 잡으려면 마음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조 = 챌린지 우승 헹가래 받고 내려오자마자 걱정이 됐다. 승격을 하면서 선수들에게 그만큼 보상을 해줘야 한다. 클래식에서는 기업구단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기업구단 선수들과 우리 선수들 몸값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선수들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나도 선수들을 마음으로 잡는다.
남 = 챌린지에서 구단의 재정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승리수당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반대다. 승리수당은 그나마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장치다.
조 = 나도 생각이 같다. 프로구단이라면 승리 수당이 있어야한다.
- 마지막으로 클래식에 도전하는 서로에게 새해 덕담 한마디씩 전해달라.
조 = 힘들게 클래식에 올라온 만큼 시도민구단으로서 재정을 잘 활용했다고 본다. 클래식에서 두 팀 모두 꼭 잔류해서 더 발전된 구단이 됐으면 한다.
남 = 대전은 챌린지에서 왕좌에 올랐다. 다른 팀이 쳐다보지 못할 만큼 잘 했다. 대전은 클래식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승격한 팀이라고해서 강등 후보가 될 수는 없다. 대전이 잘하는 것을 보고 잘 따라가겠다. 우리 두 팀이 아니라 다른 팀들이 강등에 대한 걱정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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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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