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서 보고 악수한 후보자가 홀로그램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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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1세기 인간의 삶은 빠른 속도로 변화고 있다. 그 변화의 원동력은 IT(정보기술)·BT(바이오기술)·NT(나노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R&D(연구개발)에 있다. 2015년 을미(乙未)년에는 어떤 R&D가 '블루칩'으로 부상할까. 이로 인해 우리는 또 어떤 큰 변화를 겪게 될까.

R&D 시장의 주요 이슈와 메가트렌드를 ​이준정 서울대 공과대학 객원교수(미래탐험연구소장)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소속 박사들에게 물어봤다.

[[2015년 'R&D 블루칩']전문가들에게 물어봤더니…후각 살리는 센서TV vs 만져보고 사는 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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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밴드 '마이코치 핏 스마트(miCoach FIT SMART)'/사진=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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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글래스를 착용한 상태로 운동 중인 여성/사진=구글


◇IoT와 센서…스포츠 관전 재미 확 바뀐다.

독일의 프로축구 리그 '분데스리가' 심판들은 경기중 '구글글래스' 착용을 검토중이다. 경기 오판(誤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판정을 내리기 모호한 경우, 그 즉시 심판은 구글글래스를 통해 비디오판독을 실시해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정을 내리게 된다.

FC 바이에른 뮌헨 등 분데스리가 소속 클럽 감독·코치들도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lnternet of Things, IoT) 기반 '스마트 안경'을 도입할 예정이다. 선수들의 옷·신발에 부착된 센서 데이터와 그 분석 결과를 스마트 안경으로 실시간 전달 받은 코칭스태프는 이를 선수기용 및 작전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대중스포츠는 IoT와 센서 기술 고도화로 더욱 박진감 넘치고 강렬한 관전의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선수복과 운동화는 물론, 야구장갑, 골프채, 테니스라켓 속에 고기능 마이크로 센서를 부착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

스포츠용 센서 개발은 이미 주요 스포츠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사용자의 심박동, 이동 거리, 소모열량 등을 측정하고 최적의 운동 강도를 안내하는 아디다스의 스마트밴드 '마이코치 핏 스마트(miCoach FIT SMART)'가 대표적이다.

운동용품 제조사와 기술벤처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인도 기업인 두세레테크놀로지가 선보인 '레샬(Lechal)'은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스마트 깔창'이다. 구글맵과 이용자 현 위치를 비교해 진동으로 길을 안내한다. 당초 목적은 시각 장애인 안내용이었으나, 스포츠 선수들의 공격·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훈련 장비로도 손색이 없어 그 쓰임새가 차츰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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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라켓 제조사 바볼랏(Babolat)은 센서 일체형 테니스 라켓 '바볼랏 플레이'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라켓 제조사 바볼랏(Babolat)은 센서 일체형 테니스 라켓 '바볼랏 플레이'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손잡이 안쪽에 센서가 들어 있어 경기 중 서브 속도와 강도, 공이 라켓에 닿았을 때 충격량 등의 다양한 물리량을 측정한다. 2014년 남·여 프로테니스협회(ATP, WTA)는 이 라켓의 사용을 승인했다.

벤처기업 젭 랩스(Zepp Labs)는 2000개의 샷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골프채, 야구방망이 등의 부착형 센서를 개발, 선수의 동작을 분석해 주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 컨설팅 기업인 반드리코(Vandrico)에 따르면 2014년 9월 기준, 웨어러블(Wearable, 입는) 컴퓨터 용도에 따른 구분에서 라이프스타일 기록용(157종)과 체력측정용(116종)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인체에 걸치는 부위로 구분할 경우, 손목용(112종)이 머리에 쓰거나 안경으로 끼는 형식(62종)보다 약 2배 가량 많았다.

이준정 교수는 "웨어러블 센서 기술을 통해 축구선수의 순간 가속도 및 헤딩 높이 등의 기록들이 정확하게 집계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은 새로운 관전재미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는 팀 간의 득점경쟁보다 스타 선수들의 몸놀림이 쏟아내는 개인 기록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IST 센서시스템 연구센터 변영태 박사는 "센서가 최근 IoT 등의 IT기술과 결합하면서 차세대 유망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실제로 화려한 음식 냄새를 직접 맡으며 영상을 즐기는 실감형 TV와 실제 다리와 팔처럼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장애자용 의족과 의수, 공기 속 화학 성분의 분포를 파악해 위험을 감지하는 후각센서 같은 미래형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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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3차원(D) 홀로그램 공연


◇가상 촉각…홀로그램 후보자 유권자와 악수까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15대 총리는 총선에서 매우 독특한 유세를 벌여 유명세를 탄 정치인으로 통한다. 인도 인구는 12억명, 이중 유권자는 8억명. 면적이 한반도 15배인 인도 전국을 돌며 유권자들을 일일이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다 효율적인 선거운동 아이디어를 짜내던 그는 홀로그램을 기법을 떠올리고, 이제껏 유례가 없던 가상 선거 유세전을 시도했다. 무대 상단에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무대 위에 모디의 3차원(D) 홀로그램 영상을 비췄다. 무대 위에 나타난 홀로그램 후보에게 인도 유권자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첨단 유세기법이 적중한 것이다.

만일, 이 같은 홀로그램 유세기법을 내후년 치러질 20대 총선에 도입한다면 모디 후보 총선때보다 훨씬 더 '진짜'처럼 연출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가상 시스템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촉감'을 전달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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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리스톨대학 벤자민 롱 박사팀은 초음파를 사용해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구현한 3D 입체 영상을 보고 만져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 연구단 조일주 박사는 "올해 촉감 전달을 위한 2가지 방향의 R&D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먼저 웨어러블 형태의 촉감 전달 장치를 통해 몸의 신경말단을 직접 자극하는 방법이다. 조 박사는 "이제까지는 단순한 진동 등을 전달했으나 최근 다중 감각 전달장치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진동·압력·온도 등을 동시에 전달해 물체의 형상과 재질, 질감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장갑 형태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또 머리 장착형 디스플레이(Head Mount Display, HMD) 등과 결합해 눈에 보이는 물체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형태·질감·재질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촉감 전달 시스템 개발도 기대된다.

또다른 하나는 뇌에서 촉감을 느끼는 부분을 직접 자극하는 것이다. 조 박사는 "최근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를 이용해 감각피질을 자극함으로써 단순한 촉감을 전달하는 시도가 성공했다"며 "2015년에는 자극을 좀 더 정밀하게 제어해 가상의 물체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촉감 전달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이 선거후보자 홀로그램과 악수를 하는 진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밖에 이 기술을 응용한 △정밀 원격 수술 시스템 △상대방과 직접 인터랙션(interaction, 상호작용)하는 게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물건을 구입하는 홈쇼핑 시스템 △코치가 자세를 직접 자세를 교정해 주는 원격 골프 레슨 시스템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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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의 '아이언맨' 프로젝트, 네슬레 연구원은 영양 캡슐을 독성 없는 원료를 통해 생산해 제공하는 영양보충법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사진=네슬레


◇천연물신약…몸에 필요한 '영양캡슐' 자판기서 판매

스위스 식음료 회사인 네슬레는 '아이언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는 특정 그룹이나 개인의 영향결핍을 측정해 필요한 영양분을 맞춤형으로 보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미션이다. 네슬레 연구진 측은 "예를 들면 체내 철·비타민 결핍이 있을 경우, 커피자판기가 커피에 시럽을 타듯이 철·비타민 성분을 첨가한 영양 캡슐을 독성 없는 원료를 통해 생산해 제공하는 영양보충법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에드 배트거(Ed Baetge) 네슬레 연구소장은 "이런 영양보충제가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려면 메타지노믹스(인체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의 유전자를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것)가 정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슬레의 '아이언맨' 프로젝트는 곧 천연물 신약 R&D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 소득증가와 고령화 사회진입으로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짐에 따라 독성을 최소화하고 약리활성은 극대화 할 수 있는 천연물 신약개발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 각국에서 보완 및 대체의학에 관한 대중적 관심과 국가 차원의 R&D 정책 수립으로 천연물 산업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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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유팜서 천연물신약에 이용할 식물 생육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KIST


KIST 천연물연구소 노주원 박사는 "천연물은 전통동양약물(한약)을 사용해 온 우리의 역사적 배경과 경험, 화학합성 신약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고 개발기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천연물신약 연구 분야는 막대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으로부터 경쟁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노 박사는 "천연물신약은 만성질환, 난치성 질환에 초점을 맞춰 합성신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으로 확장돼 가고 있다"며 "치료목적 이외에 예방목적의 신약으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정 교수는 "미국인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한 백신은 쥐에서 뽑은 항체의 유전자만을 추출해 담뱃잎에서 대량 생산한 것"이라며 "앞으로 신약개발은 유전자 기술을 응용한 식물재배나 바이오 반응기 내에서 직접 유효성분만을 생산해 내는 기술이 확산되면서 유효성분만을 식물에서 재배하는 식물 단백질 대량생산 방향으로 서서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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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주신 분들=(사진上왼쪽부터 시계방향)KIST 천연물연구소 노주원 박사, 이준정 서울대 공과대학 객원교수(미래탐험연구소​ 대표), KIST 센서시스템 연구센터 변영태 박사, 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 연구단 조일주 박사.


◇無人차·철도, 지능형 교통체계 연구 본격화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광산회사 '리오 틴토'는 전 세계 철광석의 59%를 공급한다. 최근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철광석 수요가 급증하면서 철광석 채굴·운송 속도가 문제로 거론됐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리오 틴토는 모든 작업을 중앙에서 원격으로 관리·통제하는 '무인화물트럭·철도·굴착시스템' 도입 계획을 세웠다.

무인 굴착 중장비로 365일 24시간 채굴 하고, 무인화물열차·트럭으로 광석을 항구까지 옮기는 미래형 광업 사업계획에 착수한 것이다. 2008년부터 준비에 들어갔던 이 무인화물열차운행시스템은 올해 첫 가동된다.

KISTI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네트워크를 통해 차체가 움직여 목적지까지 가는 무인차 개발 붐과 더불어 올해는 차량이 주행하면서 도로 인프라 및 다른 차량과 지속적으로 상호 통신하며 교통상황 등 각종 유용한 정보를 교환 및 공유하는 기술인 '지능형 교통시스템 V2X' 연구가 최근 스마트카 열풍과 맞물리면서 큰 진척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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