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가짜’ 가상현실에 목매는 2015 IT업계

‘진짜 같은 가짜’ 가상현실에 목매는 2015 IT업계

더팩트 원문 |입력 2015.01.02 11:30 |수정 2015.01.02 14:04 | 더보여z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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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최승진 기자] 지난해 말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 2층 오픈 스테이지. 한 관람객이 머리에 특수 장비를 쓰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깜짝깜짝 놀라더니 비명도 지른다. 바로 앞 대형 화면을 보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그는 체험을 마친 후 “진짜 탄 것 마냥 흥미진진했다”고 평했다. 그가 즐긴 것은 가상현실(VR) 체험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현실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진짜 같은 가짜 세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IT업계는 이 분야가 올해 매우 중대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은 2층 오픈 스테이지에서 가상현실 체험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전시하고 있다. /공식 블로그 캡처

이를 뒷받침하듯 관련 제품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어 VR’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와 연동되는 이 기기는 눈에 착용하는 것만으로 공상과학 영화에서 봤던 가상현실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기어 VR’은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하루 만에 수천 대가 팔려나가면서 일시적인 품절 현상도 빚었다. 올해는 국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가상현실 기술을 응용해 산업 활성화를 꾀하는 분야는 게임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키보드나 게임패드를 눌러서 즐기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온몸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생생하게 즐기는 방식으로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말 미국에서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 사용자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 ‘밀크VR’을 출시했다. /삼성전자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방이 살아 움직인다’는 뜻의 게임 기술 ‘룸얼라이브’를 개발 중이다. 방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게임장으로 변신시키는 이 기술은 가상현실 기술의 일종인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게임공간을 화면 밖으로 확대시킨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4’에는 최신 가상현실 체험 기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동안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인기 체험관은 대기 시간이 1시간에 이를 만큼 관심을 끌었다. 당시 이를 즐긴 관람객 박모씨(35)는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앞으로 크게 바뀔 것 같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아직 초기 단계인 이 시장에서 기술을 선점해 앞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오큘러스 VR을 20억 달러(한화 약 2조1500억 원)에 인수한 페이스북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이후 미래의 플랫폼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게임업체가 가상현실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시장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기술을 응용한 제품이 올해 한층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 기대되는 이유다. 서동일 오큘러스 VR 코리아 지사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 2014’에서 “모바일게임 시장은 현재 포화 상태지만 가상현실 시장은 다르다”며 “파고들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