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시’ 이승우, 세계가 놀랐다
[한겨레] 16살 이하 아시아챔피언십 3경기 4골
50m 환상 드리블…“메시도 놀랄 골”
세계 축구의 변방인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륙 대회, 그것도 성인 대표팀도 아닌 청소년 대표팀 대회가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바로 이승우(16·바르셀로나 후베닐A) 때문이다.
이승우는 14일 태국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16살 이하(U-16) 챔피언십 8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두골을 뽑아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단순히 한국 청소년팀이 일본 청소년팀을 꺾은 일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리 없다. 그러나 이승우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활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승우는 후반 2분 중앙선 아래에서 50m를 드리블 질주해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골키퍼까지 제치며 쐐기골을 집어넣었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를 연상시키는 득점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4골 모두 하나같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창의적이었다. 김대길 <케이비에스 엔>(KBS N) 해설위원은 “마라도나, 메시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골”이라고 놀라워했다. 일본 축구팬들은 “이승우의 골을 보니 이 세대에서는 한국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며 탄식했다.
축구 중심지인 유럽과 남미에서도 이승우의 활약에 큰 관심을 보였다. 스페인의 <문도 데포르티보>는 “이승우가 태국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대회에서 놀라운 득점을 이어갔다. 두번째 골은 예술 작품이었다”고 보도했고, <테인테레사>도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에서도 가장 약속된 선수다. 특히 두 번째 골은 마치 ‘메시처럼’ 넣은 골”이라고 칭찬했다. 브라질 최대 통신사 <글로보>는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도 가장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꼽힌다. 그가 골을 넣은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명한 골 세레모니 ‘침착해 내가 여기 왔다’를 따라 했다. 그리고 다른 한 골은 1986년 월드컵 당시 마라도나가 잉글랜드 상대로 넣은 골과 매우 유사했다”며 이승우의 활약을 상세히 보도했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이승우가 메시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승우의 활약을 가장 반가워하는 것은 대형 공격수에 목마른 국내 축구팬들이다. 한국이 자랑해온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으로 이어진 골잡이의 계보가 최근 끊길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그 어떤 공격수보다 매력적인 공격수가 등장한 것이다. 한준희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일반적으로 판타지스타(Fantasista)라 하면 드리블, 슛, 패스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다. 이승우는 여기에 폭발적인 스피드까지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네 가지를 모두 갖춘 선수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평가했다. 이승우는 펠레, 마라도나, 메시 등 세계 축구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판타지스타의 재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승우의 또다른 장점은 주눅들지 않는 성격이다. 이승우를 처음 발굴해 축구를 가르친 김관규 케이(K)-클럽 원장은 “이승우를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뛰어난 재목임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긴장하거나 주눅드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의 최상위 레벨인 후베닐A의 에이스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이승우의 잠재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리버풀, 첼시 등 다른 명문 클럽이 눈독들이자 바르셀로나는 지난 3월 이승우와 5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승우가 바르셀로나 성인팀에 올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국 축구에 이승우의 등장은 반가운 한편, 한국 축구계에 대한 자성을 촉발시키는 계기도 됐다. 이승우의 스승인 김관규 원장은 “이승우 만큼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많이 봤다. 그러나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라고 훈련법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한국에서는 제 타이밍에 슛을 하지 않으면 지적한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는 제 타이밍에 슛을 쏘지 않고 한번 더 치고 나가는 등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를 하면 더 칭찬을 한다. 그래서 상상력이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관규 원장은 심리적인 교육의 중요성도 말했다. 김 원장은 “승우는 개성이 강한 성격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엄청난 투자를 한다. 그곳에서 승우가 정신적으로도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이승우의 대표팀 승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승우의 ‘튀는’ 성격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승우도 대표팀에서 주변과 조화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한국 축구도 이승우처럼 개성 강한 선수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산선수 (0) | 2014.10.18 |
---|---|
'파격 선발·따뜻한 리더십' 슈틸리케, 강렬한 데뷔전 '첫승' (0) | 2014.10.12 |
"메시 빼닮아" 스페인 흥분시킨 이승우, 누구? (0) | 2014.09.20 |
이승우 골 모음 AFC U16 (0) | 2014.09.18 |
호나우지뉴 개인기 (0) | 2014.09.18 |
맨시티 '3,350억 원짜리 훈련장 개장직전..필드만 17면 (0) | 2014.09.11 |
신태용, '비주류'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0) | 2014.09.10 |
신나송 의 뷰티풀 스윙 (0) | 2014.09.03 |
[위크엔드] 피말리는 그라운드위 승부…智 · 德 · 猛 다 갖춰야 명장 (0) | 2014.08.29 |
Cristiano Ronaldo raises the bar at Real Madrid training with clapping push ups 2014 (0) | 2014.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