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추석연휴를 앞두고 연일 방송인 행사 뿐 아니라 MBC와 같은 특정방송의 행사에까지 직접 참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가 여러 방송에 생중계되는 등 TV를 통한 대국민 접촉면을 갑작스레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논의가 본인과 새누리당이 외면하는 탓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가족의 면담요구도 철저히 묵살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엔 MBC 상암동 신사옥 개막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한 데 이어 2일 저녁엔 제51회 방송의날 축하연에 참석해 축사를 낭독한 뒤 협회관계자들과 함께 떡을 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3일엔 오후 2시부터 본인 주재로 진행한 2차 규제개혁회의는 지상파 TV 3사와 YTN 뉴스Y 등이 생중계로 방송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엔 특정언론과 단독인터뷰를 하거나 언론사 개별행사에 참석한 일이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언론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왔다. 이 때문에 많은 언론사들이 개별적으로 창간기념일이나 창립기념일에 맞춰 인터뷰나 참석 요구를 해도 ‘어디는 하고 어디는 안하면 안되니 아예 하지 말자’는 방침을 유지해왔다고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특정언론사 행사 불참 ‘원칙’은 지난 3월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콘퍼런스에 참석해 방상훈 사장에게 “존경한다”고까지 예우를 해 언론계와 정치권에 미묘한 반응을 낳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외엔 박 대통령이 언론사 단독인터뷰와 행사참석을 한 일은 없다.

지난 2일의 경우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삼보일배를 하다 경찰에 막혀 원망의 눈물을 쏟기도 했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 내빈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 청와대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국면을 탈출해 추석민심 달래기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KBS 기자 출신인 이경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개별 방송사 신사옥 참석, 방송의날 출연, 규제개혁회의 생방송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패션쇼 정치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다가 더 이상 패션쇼로는 지지율을 올릴 수 없으니 이젠 방송과 접촉면을 넓히는 TV 출연쇼로 지지율을 올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위원장은 “세월호 문제가 추석이 코앞인데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추석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거나 최소한 떨어지는 지지율을 붙잡아두기라도 하기 위해 ‘대통령이 뭔가를 하고 있고, 계속 현장을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도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없겠으나 (추석민심 끌어올리기용으로) 그렇게 볼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MBC의 신사옥 개막 행사에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것은 과거 박 대통령의 행보에 비춰 파격적이라는 평가이다. 일각에선 다른 방송사들과 언론을 향해 ‘MBC 만큼 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경호 부위원장은 “개별 언론사와 인터뷰하거나 언론사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의 MBC 신사옥 방문은 큰 의미가 있다”며 “지난 3월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해 방상훈 사장에게 존경한다고 한 것 이후로 이 같은 방문은 최근 MBC의 일련의 보도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창사기념일에 참석 요청을 했던 KBS에도 결국 오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MBC 행사에 참석한 것은 다른 방송에도 MBC 같은 보도를 해달라는 시그널을 방송계에 던지는 것으로밖에 해석하기 힘들다”고 해석했다.

   
▲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대책위 회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보1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이날 특별법 촉구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경찰병력에 가로막혔다. ⓒ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MBC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지난 1일 청와대 출입기자실에 피자를 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사옥 옮긴 것을 기념해서 그런지 1일 오후 MBC 기자들이 기자실에 피자를 돌렸다”며 “한 십여판 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출입하는 언론사가 150여개가 넘으니 어느 매체는 행사에 참석하고 어디는 안가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자들한테도 협조요청을 하기도 한다”며 “아마도 MBC 참석의 경우 특정 언론사라 지목할 수도 있지만 여의도 시대에서 상암시대로 바뀐다는 의미에서 친히 간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친박 편향적 보도를 하고 있다는 MBC여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MBC에 대한 평가를 우리가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파격적이라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산업적 의미에서 방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의날 행사의 경우 올해만이 아니라 지난해에도 갔던 것”이라며 “지난해엔 취임 첫해라 언론과 많이 접촉이 적었지만 결국 소통을 위해 언론과도 소통에 나선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추석민심을 앞두고 지지율 끌어올리기용 TV출연쇼라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정치적 해석을 달지 않을 수 없으나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어달라”며 “정치인이 지지율에 신경쓰고 추석전 민생행보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