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사람&디지털] 페이스북 감정실험과 SNS
올해 초 설을 앞둔 1월24일 밤, 경기도 시화공단 일대에서 범죄예방 훈련을 하던 경찰은 수상쩍은 남자를 붙잡았다. 그는 전날 서울 종로구의 한 노래방에서 동창생 박아무개(20)씨를 흉기로 11차례 찌르고 도주한 석아무개(20)씨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말다툼이 빌미가 됐다. 페이스북에서 두 사람은 메신저로 심한 욕설을 주고받았다. 석씨는 다음날 사과를 하겠다며 박씨를 불러내 흉기로 앙갚음을 한 것이다.
사이버 세상이 열린 뒤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사건이다. 온라인게임에서 일어난 싸움이 현실로 옮겨온 경우는 잦다. '현피 뜨다'(현실에서 만나 싸운다)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정치게시판에서 벌인 설전이 신상털기에 이어 실제 살해로 이어진 비극도 있었다. 기사는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인터넷이 발단이라는 점을 앞세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은 결국 사람 사이의 문제였다. 대개 에스엔에스나 게시판은 무대일 뿐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정보기술 기능이 정교해지면서 새로운 우려가 떠오르고 있다. 무대도 우리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공포다.
지난달 말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감정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세계 누리꾼들은 경악했다. 실험은 2012년 1월 한 주 동안 68만여명의 무작위 사용자를 대상으로 뉴스피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뉴스피드란 페이스북을 열면 등장하는 첫화면으로, 친구들의 활동 내용을 규칙(알고리즘)에 따라 나열해주는 페이지다.
페이스북, 뉴스피드 조작으로
사용자 감정 조절 실험 논란
첨단 정보기술 활용폭 넓지만
사용 목적 따라 위험도 높아져
조지 오웰이 그린 상황보다 심각
디지털 기술 본질 경각심 가져야
실험의 질문은 단순하다. '뉴스피드에 긍정적인 내용이 많으면 해당 사용자의 기분도 좋아질까'이다. 페이스북 데이터과학팀이 주축을 이룬 연구진은 사람들의 뉴스피드에 긍정 내용과 부정 내용을 인위적으로 더 노출시키는 조작을 한 뒤 반응을 살폈다. 결과는 친구의 좋거나 나쁜 감정은 에스엔에스를 통해 실제 전이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올해 6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이 실리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연구진은 "소셜네트워크로 대규모 감정 전염이 이뤄진다는 첫번째 실험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세계 언론과 블로거들은 사람들이 실험쥐 신세로 전락했다는 데 불쾌감을 표출하고 연구윤리 문제를 지적했다. "만약 실험 대상자 중에 누군가 자살을 했다면 어쩔 것인가? 우리가 알 수나 있는가?" 같은 반발이 터져나왔다.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이용자라면 불행하게도 조작된 뉴스피드가 팽팽한 감정의 저울을 기울게 한 마지막 깃털이 되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컴퓨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개인에 대한 정보를 구성하는 정보 기법을 '프로파일링'이라 한다. 확정되지 않은 범죄자를 추정하는 데 쓰이는 수사 기법인 프로파일링과 같은 단어다. 현실의 각종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사이버세상으로 전송되고 우리 삶도 점차 옮아가면서 프로파일링 역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주된 동력은 돈벌이다. 어떻게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가는 모든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한다. 발전된 정보기술은 비밀의 영역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게 해준다. 우리가 신용카드로 사는 물건들, 스마트폰을 든 채 주로 다니는 지역들, 포털에 검색하는 궁금증이 모두 디지털 기록으로 남는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이 기록들을 조합해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고 그들에게 어떤 마케팅으로 돌려주어야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연구뿐이다.
물론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덕분에 수고를 덜 들이고 나에게 꼭 필요한 상품의 할인 쿠폰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영리 영역에서 발전된 정보기술은 활용성이 매우 높은데, 특히 눈독을 들이는 쪽은 유권자의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 영역이다. 누군가 무엇을 사도록 쉽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일도 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이미 지난 대선 국가정보원의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에서 경험을 했다.
정보사회의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조지 오웰의 <1984>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지금 사회는 밝은지 암울한지 단정하기에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1984>의 빅브러더에 비해 감시의 눈이 더 강력해진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법학자 로런스 레시그는 말했다. "오웰이 그려낸 기술은 최근 기술과 비교할 때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텔레스크린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모니터했다. 시각이 투명하게 알려졌기 때문에 주인공은 어디로 숨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의 기술은 우리가 감시당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2년이 지나서야 알려진 페이스북 실험이나 미 국가안보국(NSA)을 위해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처럼 기업과 정부는 우리를 관찰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사물인터넷 등으로 네트워크가 더욱 고도화되는 미래 세대에게 위험은 더 커진다. 디지털 기술과 이를 구성하는 코드(컴퓨터 규칙)에 대한 대중의 높은 이해가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오성 기자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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