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혁신의 시작은 '全직원 영어 별명'… 호칭만 편해도 소통 원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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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05 03:04
지상 강의 카카오톡 이석우 대표의 삼성 사장단 회의 강연
수평적 의사소통
사장도 영어이름으로 불러…신입도 자유롭게 얘기해야 혁신 이룰 수 있어
신뢰·충돌·헌신의 원칙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논쟁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
그렇게 내린 결정이라야 모두가 헌신할 수 있어
천재 개발자 소용 없어
사용자가 뭘 좋아하는지 직접 물어 보면 돼
보이스톡·카카오 스토리…고객 아이디어에서 착안
- ▲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
카카오톡 직원은 지금 560여명이다. 2년 전 입사했을 때 100명에 불과했는데 그 사이 5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지금은 카카오톡이 궤도에 올랐지만 그전에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카카오톡은 원래 2006년 12월 '아이위랩(iwiLab)'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NHN에 있던 김범수 현 카카오톡 이사회 의장이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 뜻을 같이하는 개발자들과 함께 창업했다. 첫 작품은 2007년 부루닷컴(Buru.com)이었다. 인터넷에 있는 콘텐츠를 큐레이션해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나름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개발자들이 '사용자들은 이런 걸 좋아할 거야'라는 자신감을 갖고 공개했지만 아무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다음 다시 1년을 바쳐 위지아(Wisia.com)라는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 비슷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역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 2009년 11월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수 있는 서비스가 킬러 앱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방향을 정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두 번의 실패
전화위복인 건지, 사실 부루나 위지아가 조금이라도 잘 됐다면 카카오톡은 아마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직원 14명을 3개 팀으로 쪼개 두 달간 총력을 기울여 하나씩 작품을 내보라고 했다. 그 결과 세 가지 앱이 개발됐다. 카카오톡, 카카오아지트, 카카오수다가 그것이다. 그중 카카오톡이 살아남았다. 내부에서는 카카오수다(트위터와 비슷한 공개 블로그 서비스)가 잘 될 걸로 봤는데 현실은 달랐다.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에 보면 등록된 앱이 100만개가 넘는다. 그런데 그중 40만개는 한 차례도 다운로드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카카오톡이 두 달 만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아지트와 수다 개발 인력 다 빼서 카카오톡에 집중했다.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면서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갔다. 친구끼리는 이른바 '동류 집단 압력(peer pressure)'같은 게 형성된다. "다른 사람들 다 카톡(카카오톡) 쓰는데 왜 너만 안 써서 불편하게 하냐. 당장 카톡 깔아"라는 1등만 누릴 수 있는 추가 상승 효과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카톡과 비슷한 시기 타사 모바일 메신저도 출시되어 각축을 벌였지만 이 메신저는 가입자가 늘수록 오류가 늘고, 증가하는 용량을 감당 못해 스스로 좌초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전체 휴대전화 이용자의 73%. 그중 카톡 이용자는 93%다. 이제 카톡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 모든 인터넷 기업이 꿈꾸는 플랫폼이 형성된 것이다.
카카오톡 핵심 자산은 '친구 관계'
카톡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에서 게임·쇼핑·취미 활동 등까지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각종 대소사에 개입할 수 있다. 카톡을 중심으로 '소셜 그래프(social graph)'가 생겨난다. 카톡에는 여러 기업이 친구처럼 사용자로 들어가 있다. 예컨대 햄버거를 좋아하는 일반 사용자는 햄버거 관련 정보나 서비스를 받길 원하면서 햄버거 회사와 친구를 맺는다. 햄버거 회사는 이런 카톡 친구를 대상으로 제품 정보나 이벤트, 경품 행사를 메시지로 보낸다. 카톡에는 지금 이런 기업 465개가 들어와 있다. 300만명과 친구인 유니클로는 정기적으로 친구들에게 경품 이벤트를 알린다. 백화점은 세일 정보를 알리고 상품권 당첨 행사를 벌인다.
모바일 상품권을 친구에게 카톡으로 쏴주거나 카카오 뮤직을 통해 좋은 음악을 같이 듣는 사용자도 많다. 지난해 화이트데이에 과감하게 1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모바일 상품권을 내놓았는데, 한 개도 못 팔았다.(웃음) 하지만 60만원짜리는 많이 나갔다. 지금 상거래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다시 모바일로 넘어가는 추세다. 조만간 자동차나 부동산 거래도 카톡에서 가능할 것으로 본다. 카카오톡의 핵심 자산인 친구 관계를 이용하면 별의별 서비스가 가능하고 이를 수익으로 창출할 수 있다.
카카오톡엔 매출이 핵심 성과 지표가 아니다. 신생 산업이다 보니 산업 자체가 같이 커야 성장이 뒷받침될 수 있다. 그래서 잡은 모토가 '3년 내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를 만들자'이다.
- ▲ 카카오톡에서는 직원들끼리 영어 이름을 만들어 부른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고안한 호칭 방법이다. / 카카오톡 제공
카카오톡 회사 운영 철학은 요약하자면 '신뢰, 충돌, 헌신'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논쟁하고 충돌하며, 결론에 이르면 모두가 헌신한다. 치열한 논쟁을 통해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모두 결정에 헌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의견 충돌이 심해도 감정이 상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라야 내려진 결정에 대해 헌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기는 법이다.
전통 산업에서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경험을 통해 체득한 요령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때가 잦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임원이 지시하고 이를 부하 직원이 수행하는 수직적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카카오톡 같은 신생 벤처 기업에서는 경험이 큰 의미가 없다. 어떤 서비스가 대박을 터뜨릴지 나이가 많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통해 신입 사원도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얘기할 수 있어야 혁신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에서는 직원을 '크루(crew)'라 부른다. 부장·차장 같은 직책도 없고, 입사할 때 모두가 영어 이름을 만들어 이를 부르도록 한다. 김범수 의장은 브라이언이고, 저는 비노(vino)다. 술을 좋아해 그렇게 붙였다. 평소 직원들은 비노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굿모닝 비노" 이런 식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호칭 하나 편하게 만들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다.
직원 스스로 근무 부서 선택하는 '손들고 이동'제
카카오톡이 더 역점을 두는 경영 원리는 철저한 사용자 중심 운영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창업 초기 머리 좋은 개발자·기획자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서비스는 다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천재 개발자? 다 소용없었다.
사용자가 과연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직접 물어보면 된다. 그래서 카카오톡에서는 고객들 목소리를 듣고 피드백을 받아 제품 개선과 개발에 반영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겠다고 선언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곳은 얼마나 될까?
카카오톡은 수많은 기능이 사용자들 제안으로 이뤄졌다. 2만6728명이 문자 메시지 말고도 음성 대화가 가능하게 하는 보이스톡 기능을 원했고, 1만5635명이 자기 프로필을 직접 볼 수 있게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 이를 추가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보이스오버 기능도 이런 고객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카카오 스토리'(SNS 서비스)도 고객 아이디어였다.
고객 요구는 변화무쌍하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 카카오톡은 이런 고객들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수시로 조직을 없애고 만들고 고친다. 지난 3년간 조직 개편이 40차례 이상 이뤄졌다.
또 직원들 스스로 최대한 의욕을 이끌어낼 수 있게 '손들고 이동'이란 프로세스를 통해 가고 싶은 분야 1~3지망을 받아 이를 반영한다. 처음엔 "회사가 서클이냐"면서 반대도 있었지만, 다행히 90%가량 직원이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업무를 선택해 줬다.
삼성은 들어오면서 보니까 건물 출입할 때 휴대전화와 가방을 엑스레이로 찍는 등 보안에 유별나게 신경을 쓰던데 카카오톡은 모든 걸 공개한다. 사내에서는 이메일 대신 회사 내 개인 홈페이지 '아지트'에 주고받는 내용을 다 올리도록 한다. 이 아지트는 전 직원이 서로 친구를 맺은 상태라 업무상 소통하는 모든 사항을 다른 부서 직원도 알 수 있다. 앱개발팀이 나누는 대화를 마케팅팀이 볼 수 있는 구조다. 열람뿐 아니라 의견도 남길 수 있다. 적어도 회사 안 컴퓨터를 통해 나누는 각종 커뮤니케이션은 완전히 투명하게 펼쳐지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사고도 난다. 한 번은 새로 출시하기로 한 서비스 기획 회의가 끝나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언론에 그 내용이 보도됐다. 전 직원이 볼 수 있으니 어디선가 샌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문화에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믿는다. 내년에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직원들이 회사 모든 일에 스스로 관여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건 정말 중요한 의식이다.
또 하나 특이한 문화는 1주일에 한 번 전 직원이 모여 회의를 갖는 것이다. 그냥 다들 섞여 앉아 자유롭게 회사 발전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대표 자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어서 늦게 오면 맨 뒤에 앉아야 할 때도 있다. 구글·페이스북도 이런 행사를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열린 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카카오톡의 끊임없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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