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암초 맞나"…해경은 "암초 올라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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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당일 녹취록엔 '좌초'에 무게…해경 "항로이탈도 없었다"

[세월호 진실은]우리 사회를 '침몰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만든 세월호 대참사. 하지만 사고 원인부터 부실 대응 배경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CBS노컷뉴스는 '잊는 순간이 바로 제2의 참사'란 판단하에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추적 검증한다. [편집자 주]

세월호 침몰 당시 해양경찰청이 사고 원인으로 '좌초'를 지목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하지만 해경은 이후 좌초 가능성에 대해 계속 말을 바꿔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이 주목된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일 해양경찰청을 상대로 한 기관보고에서 사고 당일 해경 상황실 주요 라인의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4월 16일 해경이 청와대와 총리실,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과 통화했던 내용과 그 대처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 국정원은 사고 직후부터 해경 측에 두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사고 원인 등을 거듭 확인했다.

국정원은 사고 직후인 오전 9시 28분 "사고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은 데 이어, 오전 9시 55분 다시 해경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국정원 측이 "사고 원인은 아직 현재 기초적인 것만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해경 측은 "지금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국정원 측은 곧바로 "암초라던데 맞나요"라고 재확인했고, 해경 측은 "아니고 원인 미상이고 그냥 침수된 겁니다"라고 답했다. 해경은 이에 앞서 오전 9시 39분에도 경찰청이 사고 원인을 묻자 "아직 안 나온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상황실 직원은 오전 11시 4분 사고 원인을 묻는 총리실 측에는 "암초 위를 올라탔다고 한다"면서, 국정원이 언급하기도 했던 '암초'를 지목해 보고한다.

이어 해경 관계자는 곧바로 "정확하게 그 이야기는 하면 안 될 것 같고요"라고 덧붙였고, 총리실 측은 "좌초로 추정하는 것이고"라고 재확인하기도 했다.

해경보다 먼저 국정원이 좌초 가능성을 확인하려 한 점, 또 이후 해경이 약 1시간 만에 좌초를 지목한 배경에 의혹이 쏠리는 대목이다.

또다른 상황실 직원도 이날 오후 3시 30분 "사고 해역의 저질을 확인해달라"는 수색구조과 직원의 요청에 "CVMS상에서 봤을 때는 바위가 있기는 하다"며 "정확하게 알아보려면 목포로 전화하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후 해경은 좌초도, 항로 이탈도 사고 원인이 아니라고 기존 판단을 거둬들인다.

이날 오후 4시 34분 파견직원이 항로이탈 여부를 묻자, 해경 상황담당관은 안전과장과 상의한 뒤 "항로 이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파견직원이 "정상적인 항로고, 암초는 있나"라고 묻자 "암초도 아니고요. 예단할 수 없고 수사를 해봐야지 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당초 해경 측이 '암초'를 지목한 까닭, 이후 입장을 바꾼 이유 등을 놓고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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