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세월호 사고 이후 주목받는 재난심리치료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 ‘나보다 남겨진 아이가 더 걱정’이라며 실컷 울지도 못하고…”

글 : 權世珍 月刊朝鮮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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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고 직접적 심리외상자 최소 3000여 명… 현재 분노·체념상태, 쇼크 후 2~3개월이 관건
⊙ 희생자 유족의 주변인이 유념할 점 ▲잠을 잘 재워라 ▲혼자 두지 마라 ▲괜한 말을 시키지 마라
⊙ 운동·미술·음악 등 집중할 수 있는 예술치료도 효과적… 놀이치료, 집단치료, 약물치료 등 동원해야
⊙ 주변인은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최선
세월호 사고 이후 보건복지부가 안산에 설치한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시설이다.
  “버스가 불타오르는 가운데 나를 구해준 친구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던 모습이 14년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2000년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 생존자 A씨)
 
  “수업할 때 아이들을 보면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내가 이 아이들을 모두 지킬 수 있을까, 살아남은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에 수업에 집중이 안 됩니다.”(교사 B씨)
 
  “세월호 사고 이후 밤이면 중학생 딸이 침몰하는 여객선 속에서 ‘엄마! 엄마!’를 부르짖는 꿈에 시달립니다. 일어나면 눈물로 베개가 젖어 있어요. 언제쯤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주부 C씨)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트라우마(trauma·의학용어로는 외상을 뜻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또는 충격을 뜻하는 용어)’라는 단어가 전 국민을 휩싸고 있다. 희생자와 생존자 주변인은 물론 뉴스를 지켜본 모든 국민이 우울과 분노, 실의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안타까운 선택도 줄을 이었다. 희생자가 가장 많은 단원고의 교감이 자살했고, 학부모 몇 명이 자살을 시도했으며, 심지어 현장 자원봉사자가 “학생들이 불쌍해 견딜 수 없다”며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희생자와 주변인에 대한 심리치료가 절실하다는 여론이 대세다. 트라우마 및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 정신적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까지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재난심리치료’는 아직 국내 학계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기는 힘들다. 최근 대형 사건사고가 줄을 잇는 가운데 재난심리치료는 어떻게 진행돼야 할지 《월간조선》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보건복지부, 안산에 트라우마센터 설립
 
  경기도 안산시청 옆 단원보건소 본관 옆에는 작은 별관이 있다. 안산 시민들을 위한 ‘안산시 정신보건센터’다. 정신과 전문의 또는 심리치료사 등 전문가로부터 무료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5월 1일 이곳 2층에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들어섰다. 세월호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입었거나 우울증,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센터다. 국립서울병원 소속 정신과 의사와 정신전문간호사, 심리치료사 등 전문인력이 상주하며 세월호 관련 피해자 및 시민들의 정신건강 회복을 돕고 있다.
 
  평일 오전 찾은 센터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있었고, 몇 명은 전화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센터 접수 담당 직원은 “센터 취재는 곤란하다”며 “상담 인력이 안정적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취재에 응하지 않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안산 전체에 24곳의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전화상담이나 상담원의 방문상담이 많고 상담센터나 상담소를 직접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산 24개 상담소를 통해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접수된 안내 및 상담 건수는 사고 후 1만2000건을 넘어선다.
 
  국립서울병원(舊 국립서울정신병원)은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난 지 약 일주일 후인 24일부터 현지에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인력 등을 파견해 심리치료와 상담에 나서왔다. 이 밖에도 신경정신학회 등 여러 곳에서 심리상담 지원이 이어지면서 보건복지부는 경기도와 안산시, 대학병원 등으로 흩어져 있던 재난심리치료 기능을 통합해 5월 1일 센터를 발족시키면서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을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하 원장은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등 대형사고 당시만 해도 생존자나 희생자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지만, 대구지하철참사를 계기로 트라우마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통합 심리지원센터를 마련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보통 재난이나 대형사고의 경우 사망자보다 부상자가 많습니다. 부상자들은 병원에 입원・치료하면서 심리치료도 병행합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는 부상자가 많지 않고 생존자는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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