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기술
이제 광고나 홍보는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지고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졌다. 여기에서 "원하는 것"이란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우리 회사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 될테고, 어떤 특정 목적을 갖는 단체라면 그 단체에서 주장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고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도구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럼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일까? 어렵게(?) 써놓기는 했지만,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면 스토리텔링은 우리를 인간이란 존재로 규정한다. 뛰어난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폴 오스터(Paul Auster)는 "스토리를 만들고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우리의 삶에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알리기 위해 스토리를 이용한다. 서로의 경험에 관한 스토리를 나눔으로써 삶에서 겪게 되는 갈등을 더 쉽게 해결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에 위치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28쪽.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담고 있거나 혹은 고객들이 기업의 브랜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이를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즉,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상품 자체에만 의존하거나 다른 제품보다 자신의 제품이 왜 좋은지 이성적인 논쟁만 벌이는 기업은 더욱 그렇다. 적정한 가격과 상품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일 뿐, 더 이상 구매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나 기술의 정밀성과 같은 외양적인 것은 이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경쟁사들은 동일한 비용에 동일한 생산기술을 가지고 경쟁에 뛰어든다. 또한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어 이제 국내뿐 아니라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까지 상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과 가격만으로 경쟁하려는 기업이 순탄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32쪽.
위 글처럼 이젠 각 기업들의 기술력이나 디자인은 비슷비슷하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제품이 탁월하게 좋다거나 디자인이 다른 경쟁상품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가 되지는 못한다. 결국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더더욱 이런 기술적인 면을 가지고는 고객들의 관심을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된다.
이제 기업은 확실한 가치를 브랜드 속에서 구축해야 한다. 바로 그런 일에 적합한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기업과 브랜드를 스토리로 전달하면 소비자는 보다 쉽게 브랜드를 통해 스스로 표현하는 방식을 찾을 것이다. 스토리는 직접적으로 우리의 감성을 향하고 있으며, 각자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준다. 다시 말해 브랜드스토리는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같은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각자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심벌 역할을 하고, 스토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바로 이런 점이 브랜딩과 스토리텔링을 하나로 만드는 이유이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32쪽.
이미 많은 책과 글에서 지적되었지만, 소비자가 구매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기술력이나 디자인보다 브랜드의 가치일 경우가 많다. 어디 제품이니까 이건 믿어도 될 거야, 이 회사 제품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아, 이런 식의 생각들은 이미 우리들의 머리 속에 깊이 박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의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고객들이 호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브랜드는 기업과 상품에 대한 부가적인 가치로 인식됨과 동시에 기업과 상품을 선호하는 마음을 생기게 한다. 때문에 강력한 브랜드는 '가치와 감성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상품을 구매할 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져보지만, 막상 구매할 때는 마음이 끌리는 것을 선택한다. 일반 가죽가방 대신 루이뷔통(Louis Vuitton)의 가방을 구매하는 것을 보면 머리보다 마음에 이끌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일반가죽이나 루이뷔통의 가죽이나 가죽 그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가치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33쪽.
이 책에서는 이렇게 기업의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제안하고 있고, 이러한 스토리를 만드는데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 메시지
- 갈등
- 등장인물
- 플롯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이 메시지 속에 나타나는 갈등 혹은 이 메시지에 반대되는 갈등,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 그리고 줄거리. 이렇게 네 가지 요소에 의해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이 스토리를 통해 고객들의 감성에 호소하게 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관심이 가는 요소는 "갈등"이다.
갈등은 좋은 스토리를 이끌어 내는 동력이다. 갈등이 없다면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의 본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삶에서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 우리는 스스로나 주변이 엉망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조화로움이 깨지면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불쾌한 상황이나 스트레스, 불안감에서 벗아나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혹은 동료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당신은 그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고 다시 조화로운 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인간은 문제, 즉 갈등과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갈등이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44쪽.
당연히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어떤 등장인물을 쓸 것이며, 어떤 줄거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지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야기에 갈등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밋밋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기 쉽상이며 적절한 갈등을 통해 더 많은 흥미와 주의를 끌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이용할 수 있을까? 스토리텔링은 전략적 브랜딩 활동과 경영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기업의 모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연결하는 중추신경 또는 밑바탕이 되는 테마라고 할 수 있는'핵심스토리(core story)'가 적절히 녹아들어가 있는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기업 내부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토리는 이러한 가치를 기업 내부에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핵심스토리는 기업의 차별성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기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외에 더 중요한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직원들은 물론 고객에게 어떠한 차별성도 주지 못한다. 강력한 브랜드가 가진 역동성은 기업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적대세력과 싸우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존재한다. 기업이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추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차별성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객이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외에 구매하고자 하는 부가적인 가치, 경험, 꿈 등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당신의 고객은 어떤 종류의 스토리에 참여하고 있는가? 잠시 책을 덮고 다음 질문에 간명하게 대답해 보자.
"우리 기업이 만들고자 하는 차별성은 무엇인가?"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96쪽.
문제는 이런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때때로 희생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핵심스토리의 갈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차별성을 만들 수 있는 열정과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내하는 용기다.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하면 어떤 누구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기업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메시지가 가지는 힘은 약해지고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비록 일부 고객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기업은 선택해야 한다. 희생이 따르긴 하지만 일단 강력한 핵심스토리가 굳건하게 자리잡으면 충성고객을 이전보다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106쪽.
말은 쉽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 눈에 보이는 고기를 놔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당장의 이익을 쫓을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갈 것인지는 참 어려운 선택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아마 이런 도전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도전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저자들은 이제는 기업이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었다. 때문에 소비자나 압력단체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결합할 수 있고 빠르고 명확하게 서로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은 브랜드가 한 순간에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구라도 전 세계 관객을 상대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측면을 창조한다. 기업은 이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들을 것인가'하는 문제까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 이런 상황에 수동적으로 대처하기 보다 고객이 들려주는 스토리들을 경청해서 이런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227쪽.
그래서인지 요즘 보면 이런 것들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이 보인다. 고객의 사연을 모집하는 이벤트를 한다던지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까?
좀 더 넓게 바라보면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기본적 요소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전체론적 사고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토리텔링은 강력하고 창조적인 브랜딩 도구이기는 하지만 스토리텔링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274쪽.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들은 이를 위해 모든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도록 하여 브랜드의 신뢰를 구축하고 핵심스토리가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이 기업의 브랜드에 접근할 수 있는 많은 경로들, 즉 인터넷, 신문, TV, 친구나 동료 등을 통해 듣게 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일관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 내부의 각 부서 사이에서도 하나의 핵심스토리를 듣고 같은 방향으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여 부서 간 고정관념과 벽을 허물도록 해야 한다.
저자들은 이 책의 맺음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준다.
요즘과 같은 잉여사회에서는 기업이 강력한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차별성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스토리는 우리가 기억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고,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경영진은 기업 내에 존재하는 부서 간의 장벽을 허물어 회사 전체가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기술, 클라우스 포그ㆍ크리스티안 부츠ㆍ바리스 야카보루 지음, 황신웅 옮김, 멘토르, 2008년 2월, 297쪽.
일관되고 강력한 스토리, 여기에서 기업 내부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차별성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키고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이끌어가야 할 장기적인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브랜드 구축에 대한 흥미로운 방법을 배운 것 같다. 물론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야겠지만, 오로지 기술력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제는 멀리 내다보고 기업 내부와 고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흥미를 유발시키며 이들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기업이나 단체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개인에게도 브랜드는 중요해졌고 그만큼 나 자신을 위한 스토리텔링도 중요해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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