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상임위 문턱 못 넘은 '환자 3법'... 의사면허는 강철인가
[의료소송 5년, 끝까지 간다] 20년째, '그런 짓을 해도'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20.12.03 07:14
최종 업데이트 20.12.03 07:14VIP란 말이 있습니다. Very Important Person, 말 그대로 아주 중요한 사람이죠. 공무원 사회에선 직접 부르기 어려운 대통령을 지칭하는 말이고, 회사나 조직별로 가장 높은 누군가를 가리키죠.
병원에도 VIP가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죠. 모든 환자를 평등하게 대할 것 같은 병원에서도 사람을 가립니다. 지역 유지나 유명한 사람이 환자로 들어오면 수술날도 빨리 잡히고 실력 있는 의사가 붙게 마련이죠.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도의원이나 시의원들도 지역 병원에선 VIP 대접을 받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반 서민들과는 병원에서도 다른 취급을 받기에 이러는 걸까요. 최근 답답하고 개탄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11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환자를 위한 법안 3개가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의사협회의 반발, 보건복지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죠. 180석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의지도 못내 아쉬웠습니다.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수술실 CCTV 법제화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 면허 규제, 행정처분 받은 의사 이력 공개 법안이죠. 이걸 묶어 '환자보호 3법'이라고 부릅니다. 저희 어머니를 비롯해 환자인권 개선을 위해 애쓰고 계신 분들이 그렇게 부르기로 했지요.
환자의 인권을 지키고 일부 잘못된 의사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법인 만큼 함께 이슈화하고 공론화해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환자 유가족들은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과 권칠승,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아 환자보호 3법 통과를 간곡히 요청했지요.
벌써 20년... 국민과 동떨어진 의사의 특권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한 이 법안이 통과된 뒤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영업을 했는지 모릅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강력범죄(살인, 강도, 절도, 폭력)를 저지른 의사의 수가 2867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13명이었죠. 환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가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가수 신해철씨가 사망한 뒤에도 한 차례 논란이 있었죠. 당시 집도의는 환자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위 축소술을 시도했고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아 처벌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환자 의료기록까지 유출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어요. 그런데도 의사 면허는 박탈되지 않았습니다.
권칠승, 강병원 의원에 더해 박주민, 강선우 의원까지 의사 면허를 규제하는 법안을 내놨는데 이번 법안심사소위에선 통과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대한의사협회는 강력범죄가 의료인의 직무 수행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인데 직무수행을 못 하게 하는 건 과도한 법적용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거나 불법촬영 등의 강력 범죄를 저지르면 변호사, 법무사, 택시기사 허가까지 모두 취소됩니다. 유독 의료 소비자들만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출소하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그토록 직업적 자부심이 강한 의사분들의 주장치고는 옹색하지 않나요.
수술실 CCTV 법안에 대해서도 의협은 의료진을 상시 감시상태에 둬 집중력 저해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한다며 반대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어떻게 아이를 보나요. 버스 운전사분들은 긴장이 돼서 운전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심지어 의료진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미 전국 응급실에는 CCTV가 설치된 상황입니다. 이 제도에는 적극 찬성했던 의사들이었습니다.
응급환자를 보는 응급실 의사분들만 집중력 저해와 과도한 긴장이 문제없다고 본 것일까요.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또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반대, 보건복지부의 미온적인 자세를 배경으로 법안 통과에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유령수술로 동생을 잃은 유가족으로 너무나 야속할 뿐이었죠.
의료법 개혁할 용기와 의지
소위 패스트트랙이라 불리는 국회법 제85의 2(안건의 신속처리)에 따르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하면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리고,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될 수 있다고 합니다. 180석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위도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환자보호 3법' 통과를 시키지 못한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슬로건이 아닌, 정말 국민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선 희망을 보았습니다. 지난 20년간 환자가 아닌 의사만 위했던 의료법이 국민을 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권칠승 의원님은 강남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유령수술과 다수 병원에서 보고되는 대리수술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셨죠. 보건복지부 장관에겐 성형수술 사망자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질의해 답을 이끌어내기도 하셨습니다. 보건복지부라면 당연히 성형수술로 한 해 몇 명의 사망자, 상해 피해자가 발생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제라도 문제가 지적됐다는 점에 너무나 시원한 마음입니다.
김원이 의원님도 유령수술 이야기를 언급하셨지요. 김 의원님은 "무면허 의료행위, 소위 유령수술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권대희 사건으로 유령수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이밖에도 유령수술 근절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낸 양향자 의원님과 환자보호 3법 추진에 앞장서고 계신 강병원 의원님 등 21대 국회는 지난 20년간 기울어져 있던 의료법을 드디어 손대는 것에 적극적인 열의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번 국회 때 환자보호 3법을 통과시킨다면 모두가 의원님들의 공을 기억할 거라 믿습니다. 저부터 그러겠습니다.
부디 병원과 의사들의 VIP가 아닌, 환자와 국민들의 VIP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환자 유가족의 마음을 담아, 대희 형 태훈 올림.
병원에도 VIP가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죠. 모든 환자를 평등하게 대할 것 같은 병원에서도 사람을 가립니다. 지역 유지나 유명한 사람이 환자로 들어오면 수술날도 빨리 잡히고 실력 있는 의사가 붙게 마련이죠.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도의원이나 시의원들도 지역 병원에선 VIP 대접을 받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반 서민들과는 병원에서도 다른 취급을 받기에 이러는 걸까요. 최근 답답하고 개탄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 11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기윤 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11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환자를 위한 법안 3개가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의사협회의 반발, 보건복지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죠. 180석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의지도 못내 아쉬웠습니다.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수술실 CCTV 법제화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 면허 규제, 행정처분 받은 의사 이력 공개 법안이죠. 이걸 묶어 '환자보호 3법'이라고 부릅니다. 저희 어머니를 비롯해 환자인권 개선을 위해 애쓰고 계신 분들이 그렇게 부르기로 했지요.
환자의 인권을 지키고 일부 잘못된 의사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법인 만큼 함께 이슈화하고 공론화해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환자 유가족들은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과 권칠승,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아 환자보호 3법 통과를 간곡히 요청했지요.
벌써 20년... 국민과 동떨어진 의사의 특권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동생 대희가 세상을 떠난 2016년 이후 저희가 공론화했지만, 다른 두 법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야기가 있었어요. 살인이나 강도, 강간 같은 중범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를 박탈할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된 2000년부터였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한 이 법안이 통과된 뒤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영업을 했는지 모릅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강력범죄(살인, 강도, 절도, 폭력)를 저지른 의사의 수가 2867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13명이었죠. 환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가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가수 신해철씨가 사망한 뒤에도 한 차례 논란이 있었죠. 당시 집도의는 환자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위 축소술을 시도했고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아 처벌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환자 의료기록까지 유출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어요. 그런데도 의사 면허는 박탈되지 않았습니다.
권칠승, 강병원 의원에 더해 박주민, 강선우 의원까지 의사 면허를 규제하는 법안을 내놨는데 이번 법안심사소위에선 통과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대한의사협회는 강력범죄가 의료인의 직무 수행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인데 직무수행을 못 하게 하는 건 과도한 법적용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거나 불법촬영 등의 강력 범죄를 저지르면 변호사, 법무사, 택시기사 허가까지 모두 취소됩니다. 유독 의료 소비자들만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출소하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그토록 직업적 자부심이 강한 의사분들의 주장치고는 옹색하지 않나요.
수술실 CCTV 법안에 대해서도 의협은 의료진을 상시 감시상태에 둬 집중력 저해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한다며 반대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어떻게 아이를 보나요. 버스 운전사분들은 긴장이 돼서 운전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심지어 의료진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미 전국 응급실에는 CCTV가 설치된 상황입니다. 이 제도에는 적극 찬성했던 의사들이었습니다.
응급환자를 보는 응급실 의사분들만 집중력 저해와 과도한 긴장이 문제없다고 본 것일까요.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또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반대, 보건복지부의 미온적인 자세를 배경으로 법안 통과에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유령수술로 동생을 잃은 유가족으로 너무나 야속할 뿐이었죠.
의료법 개혁할 용기와 의지
▲ 국회 소통관에서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호소하는 고 권대희 어머니 11월 6일 환자단체연합회와 고 권대희 모친인 이나금씨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들의 정기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
ⓒ 권태훈 |
소위 패스트트랙이라 불리는 국회법 제85의 2(안건의 신속처리)에 따르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하면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리고,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될 수 있다고 합니다. 180석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위도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환자보호 3법' 통과를 시키지 못한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슬로건이 아닌, 정말 국민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선 희망을 보았습니다. 지난 20년간 환자가 아닌 의사만 위했던 의료법이 국민을 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권칠승 의원님은 강남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유령수술과 다수 병원에서 보고되는 대리수술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셨죠. 보건복지부 장관에겐 성형수술 사망자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질의해 답을 이끌어내기도 하셨습니다. 보건복지부라면 당연히 성형수술로 한 해 몇 명의 사망자, 상해 피해자가 발생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제라도 문제가 지적됐다는 점에 너무나 시원한 마음입니다.
김원이 의원님도 유령수술 이야기를 언급하셨지요. 김 의원님은 "무면허 의료행위, 소위 유령수술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권대희 사건으로 유령수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이밖에도 유령수술 근절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낸 양향자 의원님과 환자보호 3법 추진에 앞장서고 계신 강병원 의원님 등 21대 국회는 지난 20년간 기울어져 있던 의료법을 드디어 손대는 것에 적극적인 열의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번 국회 때 환자보호 3법을 통과시킨다면 모두가 의원님들의 공을 기억할 거라 믿습니다. 저부터 그러겠습니다.
부디 병원과 의사들의 VIP가 아닌, 환자와 국민들의 VIP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환자 유가족의 마음을 담아, 대희 형 태훈 올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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