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 위치한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 (두바이관광청)
'두바이'는 화려한 여행지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화려한 마천루가 즐비하고, 그 속에 세계 최고의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와 인공수로로 조성된 '두바이 마리나' 그리고 바다에 모래를 쌓아 만든 놀라운 거주 단지 '팜 주메이라' 등이 맞닿아 있어 여행객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아 끌기에 충분합니다.
더불어 '식도락' 또한 이 도시의 주요 매력 포인트로 두바이는 세계 10대 미식 도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고급 호텔들이 워낙 많아서 이른바 미슐랭으로 상징되는 '인증 받은’ 맛집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두바이 호텔 레스토랑들의 권위와 존재감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좀 더 일찌감치 익숙해진 바 있는데, 한국 요리사 에드워드 권이 두바이 7성급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에드워드 권이 일했던 호텔은 2000년대 당시 한화 기준으로 3천 만 원 정도의 급여를 지급할 정도로 ‘맛’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고 이는 두바이의 다른 특급 호텔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두바이에는 워낙 다국적 고위급 인사들과 헐리우드 스타, 스포츠 스타 등의 방문이 잦다 보니 그들을 겨냥해 호텔 레스토랑들은 저마다 거액을 투자해 ‘유명 셰프 모셔가기’ 쟁탈전을 벌였고, 그만큼 두바이 호텔가의 미식 경쟁은 치열하고 가격적인 진입 장벽과 콧대도 높습니다.
이처럼 '깐깐한' 두바이 호텔가에 한국의 식재료, 특히 너무도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수산물들이 상륙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중해식 샐러드와 망고 소스를 곁들인 한국산 꼬막
■ '토속' 한국산 꼬막·굴·전복 등 두바이 호텔 레스토랑 코스요리로 일단 선봉에 선 것은 꼬막과 굴, 전복, 넙치, 광어 등입니다.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두바이 마리나 지구의 한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 한국산 수산물을 식재료로 쓴 특별한 코스 요리를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광어회를 외국의 트러플 소스와 접목시켰고 전복은 서양인들이 사랑하는 브라운버터로 ‘콜라보’를 이뤘습니다.
두바이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UAE) 전역에 처음으로 선보이다시피 하는 꼬막의 존재감은 더 특별합니다.너무나도 한국적인 이 조개류에는 지중해식 샐러드와 망고 소스를 버무려 생경함을 희석시켜 선보였습니다.
출시 이후 특히 높은 호응도를 보이고 있는 메뉴는 한국산 생굴입니다.
굴이야 워낙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여러 나라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지만 두바이 호텔이 선보인 한국식 생굴 요리에는 ‘고추장’ 소스가 사용됐습니다.
통상적으로 외국의 생굴 요리가 레몬즙 정도로 간을 내는 데 반해 두바이의 한국산 생굴 요리는 전통적인 고추장 소스를 그대로 차용해 갔습니다.
에미라티(UAE 국민을 지칭하는 단어)들과 외국인들은 이 맛에 열광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의 할랄 인증 표시
■ 이슬람문화권 '할랄' 필수…까다로운 육류 비해 수산물 거부감없어 이슬람 문화권인 UAE에서는 사실 일부 예외적인 장소를 제외하고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h)에 따라 허용되는 음식과 금지되는 음식이 엄격하게 구분됩니다.
아랍어로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 할랄(hahal) 음식만 먹을 수 있으며 특히 육류는 이슬람식으로 도살된 고기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하람(Haram) 음식이라고 해서, 애당초 해로운 음식으로 간주돼 섭식이 금지됩니다.
이 같은 규제는 가공식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때문에 UAE로 수출하는 모든 식자재들은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고, 특히 육류의 경우 돼지고기를 조리하는 데 쓴 도구조차도 활용이 금지될 정도로 규정이 엄격합니다.
심지어 물이나 과일, 채소 등에도 할랄 인증이 붙어 있습니다.
중동 사람들도 많이 좋아하는 라면 역시 스프에 고기가 포함되기 때문에 할랄 인증을 따로 받아서 수출해야 합니다. 국내 시판용은 ‘이슬람 식으로’ 도살된 고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산물은 이 같은 규정에서 좀 더 자유로워 까다로운 ‘할랄’ 규정의 적용을 덜 받습니다.
특히 청정 바다에서 건져올린 수산물은 무슬림들에게도 그 자체로 ‘할랄 식품’의 이미지가 있어 거부감 없이 좀 더 친숙한 편입니다.
바로 이 점을 한국의 수산 업계가 전략적으로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UAE의 경우 1인당 연평균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평균치 이상일 정도로 우리 수산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많습니다.
■ 중동 지역 수산물 소비량 증가…한국 신선 수산물 가능성↑ 중동 전반적으로도 무슬림 국가의 수산물 소비량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UAE에 판로를 뚫은 수산물은 김과 각종 생선, 멸치, 냉동 참치 등입니다.
그 동안 이들 수산물이 주로 가공식품의 식재료 등으로 보이지 않게 쓰였다면 이번에 두바이 호텔가에 등장한 한국산 수산물들은 그 자체로 ‘시그니처 메뉴’가 됐습니다.
때맞춰 우리 업계도 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해양수산부는 UAE가 중동의 허브 지역인 만큼 이곳에 시장이 구축되면 중동 전역으로 우리 수산물의 판로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산 수산물 메뉴를 맛본 호텔 레스토랑 관계자들과 현지인들은 "수산물 강국인 지중해 쪽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맛"이라고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호텔은 앞으로 한국산 굴 등을 활용한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 및 홍보할 예정이며, 향후 같은 계열사 내 5개 호텔 16개 레스토랑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2023년 기준 26개 레스토랑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연간 100kg의 한국산 굴을 수입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메뉴를 선보인 레스토랑의 셰프 테드 신은 "처음 접하다시피 한 꼬막의 경우 좀 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도미와 성게알 등 다른 메뉴들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낯선 외국으로 출장이나 여행, 유학을 가면 그 지역만의 독특한 로컬 음식을 맛보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많은 분들은 여전히 타국에서도 한국 음식을 찾습니다.
토종 음식을 먹음으로써 한국인 특유의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고, 또 현지에서 먹어보는 한국 음식은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향후 두바이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는 그 선택권이 좀 더 넓어진 셈입니다.
두바이의 이국적인 레스토랑에서 ‘벌교 꼬막’, ‘남도 삼합’, ‘재첩국’, ‘오징어순대’ 등의 토속적인 한국 메뉴를 접할 수 있고 그것이 또 하나의 한류가 되는 날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