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올해 희망 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역대급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와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 그리고 예년보다 좋아진 희망퇴직 조건 등이 뒤섞인 결과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이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약 500명이 자원해 은행을 떠났다. 2015년 962명, 2019년 154명, 지난해 29명으로,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직원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SC제일은행은 인력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임금피크제에 해당하거나 임박한 직원, 경력 전환을 구상하는 직원 등을 상대로 1년에 한 번 희망퇴직을 진행해왔다.
씨티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소매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부문 직원 등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접수가 오는 10일까지 2주간 이어질 예정인데, 은행권에서는 현재 3400여명인 씨티은행 직원 가운데 소매금융 인력을 중심으로 최소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이미 씨티은행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조건이 나쁘지 않아 희망퇴직에 응하는 직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합의 조건은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최대 7억원 한도 안에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또 퇴직자에게는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도 추가 지급된다.
시중은행들도 희망 퇴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30일자로 800명이 희망퇴직했다. 2020년 462명, 2019년 613명보다 수 백명 이상 많고, 2018년 407명의 두 배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올해 이례적으로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각 220명, 130명씩 모두 350명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에서도 1월 말 468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나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만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 등에서 2000여명이 떠났고, 씨티은행과 연말 일부 은행들의 희망퇴직 신청이 시작되면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며 "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과거와 비교해 퇴직 조건이 유리해지고, 대상 직원 범위도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