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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의 학부모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학내폭력이나 유괴 등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내 아이는 괜찮겠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위에서 좋지 않은 얘기가 들려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10여명은 경호업체에 등하교와 학원에 갈 동안 자녀의 보호를 요청했다. 처음 요청을 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 돌아올 때 일주일 정도 검은색 차량이 주변을 맴돌았다는 얘기를 자녀들에게서 들은 뒤에는 경호를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9일 각급 학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새학기가 시작되자 경호업체와 청소년 상담센터 등의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 신입생을 둔 학부모들로, 새학기 초 아동대상 범죄와 학생들 간의 주도권 싸움이 빈발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 A중학교는 1학년 학생들이 출신 학교별로 서로 다투는 일이 벌어지자 경호업체에 학내 폭력을 막기 위해 경호를 요청했다. 검은 복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학교를 돌아다니자 아이들은 위축돼 서로 싸우는 일은 사라졌고, 경호원들은 학내 폭력 외에도 등하교 시간엔 학교 주변의 위험지역에 배치돼 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미리 방지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내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 대응방법을 문의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상담센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도에 있는 한 중학교로 전학을 온 B(15)양은 몇몇 아이들이 가방을 뒤지고 등에 분필로 낙서를 하는 등 괴롭히자 며칠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결국 B양의 부모는 학교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상담을 요청했다. 학교와 재단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해·가해 학생들이 서로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후 이 학생들은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이 같은 상담 문의가 지난해 모두 4295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427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일부 학부모는 ‘어린이보험’에 가입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C(35·여·경기도 군포)씨는 “초등학교 때는 잘 몰랐는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후 말을 더듬어 동급생에게 놀림을 받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선생님에게 보살핌을 요청해 놓긴 했지만 앞으로 왕따를 당할 경우를 대비해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각 보험사의 ‘어린이보험’ 가입 실적은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면 1, 2월보다 대폭 늘어난다. 금호생명은 지난해 1, 2월 가입 건수가 1000여건이었지만 3월에 1855건으로 약 2배 정도 증가했고, 교보생명도 지난해 1, 2월에 9700여건에서 3월에는 11000건으로 실적이 올라갔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정규원 소장은 “학교폭력이 점점 흉포화해지고 있는데 학교와 학부모들은 이런 폭력에 대한 자세한 예방교육을 해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한다”며 “특히 학부모들이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여러 기관과 협조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