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신상철 / 2010-07-27)
지난 7월 초 공식발표가 아닌 비공식 루트를 통해 러시아 조사단의 잠정적 결론이 보도될 당시 ‘어뢰의 부식 정도로 보아 1번 어뢰는 천안함과 관련이 없다’ 그리고 ‘스크루 손상은 함미 함수가 분리되기 전 손상을 입은 것 같다’ 등의 단편적으로 그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만, 이번에 전문이 발표된 셈입니다. 러시아 조사단은 그들이 가진 기술력과 정보력에 바탕하여 나름 권위 있는 조사를 했겠습니다만, 러시아 역시 조사의 범위와 대상 그리고 접근할 수 있는 핵심정보의 제한 등으로 분명히 어떤 한계가 있었을 터이고 그런 경우 기초적 자료에 근거한 추정과 추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군사과학적으로 과거 미국과 쌍벽을 이루었던 만큼 앞선 기술과 방대한 정보력 및 정보망을 통해 한국정부나 합조단의 상상을 뛰어넘는 핵심정보도 이미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합조단이 발표한 사고발생 시간 이전에 조난신호가 있었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1차 좌초 후 2차 기뢰에 의한 폭발’로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지 한번 따져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정황에 비추어 어떤 점에서 부합이 되고 어떤 점에서 여전히 미흡한지 살펴봄으로써 보다 우리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러시아는 훼손된 스크루 손상 원인에 대해 ‘해저면에 접촉하여 손상을 입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좌초란 뜻이지요. 정확한 판단입니다. 스크루 5개 블레이드가 균일하게 오그라든 손상은 해저지반과의 접촉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 세계 해군이나 상선을 보유한 나라의 전문가라면 똑같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막강한 해군력뿐만 아니라 해운·조선관련 기술이 축적되어 있는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그러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스크루 손상의 원인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러한 사실을 감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의미는 이 사안 자체가 단순한 사고(incident)를 넘어서 국제, 정치, 외교적 고려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어떤 역학적 구도 틀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혹자들은 해저지반이 아닌 다른 물체와의 접촉으로도 스크루 손상이 그렇게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천안함 우측 프로펠러 손상의 경우 고운 입자의 모래가 (부분적으로 돌이나 자갈과 함께) 단단히 다져진 해저지반에 파묻힌 상태에서 회전하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가능성을 배척합니다. 작년 2월 하와이 호놀룰루 앞바다 산호초군락 암초에서 발생한 포트로열(Port Royal)호의 경우 좌초했던 해저지반이 모래보다는 암초가 많은 지대였기에 블레이드가 휘어지는 것보다 부러져 날아간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하였었습니다. 그러나 천안함의 경우 고운 모래입자가 다져진 지반이라 휘어짐과 함께 샌드그라인딩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이지요.
한겨레에서 보도한바, (오늘 한겨레 보도를 인용 보도한 미디어오늘의 기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만) “훼손된 스크루를 광택이 나도록 심하게 깎았다는 점이 감지됐다”는 부분과 “러시아 조사단의 분석이 맞다면 증거훼손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하여 일단 판단을 유보하며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방 출장 갔다가 오늘 아침 고속버스로 출발하며 한겨레 신문을 사서 보던 중 해당 기사의 내용을 접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그 기사를 쓰신 기자님께서 전화를 주셨더군요. 하여 ‘심하게 깎았다.’라는 부분과 ‘증거훼손 의혹’에 대해 다시 한번 원문을 확인해 보시기를 권했습니다. 합조단이 블레이드를 깎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해석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지요.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와서 인터넷을 통해 ‘원문에 대한 해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문제는 ‘훼손된 스크루를 광택이 나도록 심하게 깍아’라는 표현에 있어서 원문을 해석할 때의 오류로 인해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판단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문장입니다. 정정하자면, 해석 자체가 ‘훼손된 스크루가 광택이 나도록 심하게 깎여’로 되어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기실 그 뒤 문장, ‘스크루의 넓은 범위에 걸쳐 마찰로 인한 손상부위가 있었던 것’이라는 표현이 앞 문장의 뜻과 동일하게 중복적으로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고, 전체적으로 ‘스크루가 모래톱을 파면서 돌아가는 과정에서 깎이고(광택) 휘어지는(손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 러시아 조사단의 견해로 분석됩니다.
천안함이 좌초하기 전 그물로 인해 기동성에 상당한 제약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우선 천안함이 인양될 당시의 영상을 봐도 그렇고 함저외판 여기저기에 걸려 있던 그물 가닥들을 보아도 그렇습니다만, 좌초 전 그물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에 대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선원 박사도 고발당하기 직전 ‘천안함이 그물에 걸렸을 가능성’에 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것이 단지 추론이 아닌 확실한 정보에 근거한 코멘트였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백령도 주민들 중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는 소식이고, 그러한 얘기가 친척과 지인의 대화를 통해 강화도까지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합니다. 저 또한 유력한 분들을 통해 현 국방부 핵심 관계자의 전언으로 ‘그물’에 관한 정보를 들은 바 있습니다만, 앞으로 법정에서 진실을 가려야 하는 시점에서 그러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도된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내용’에서 유일하게 제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조사를 잘못하여 ‘기뢰’로 결론 내렸다고 보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기뢰’는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노선’ 혹은 러시아가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한편으로 그것은 러시아가 한국 정부에 주는 ‘최소한의 배려’인 셈입니다. 기뢰든 어뢰든 ‘폭발’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이번에 보도된 러시아 조사내용에서 두드러지게 지난번 중간발표와 다른 점이라면 ‘좌초를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반파하여 침몰하기 전 좌초했잖아’라고 나무라는 것이며 ‘스크루를 보면 그것을 안다’라고 대못을 박은 셈입니다. 사고 또한 제1사고, 제2 사고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사고에 있어 ‘외부폭발(기뢰) 가능성’으로 마무리 하는 것의 의미는 ‘당신들 내부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어쨌든 폭발’이라는 출구를 열어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봅니다. 제 견해는 이렇습니다. 천안함 사고에서 폭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뢰’든 ‘어뢰’든 폭발이 존재했다면 너무나 많은 정황과 증거들이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폭발이라면 존재해야 할 당연한 현상들이 하나도 없는 반면 폭발을 부정하는 증거들은 지천에 깔려있는 이 상황을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절단면에서 발견된 온전한 시신, 정조시간대에 물고기 한 마리 떠오르지 않은 현상, 백령도 주민이 함포를 쏠 때 비로소 폭발음을 듣고 거리로 나온 현상, 생존자들의 부상 상태, 절단면의 상태, 형광등, 한 준위의 죽음과 대원들의 증언, 그 외 오보로 처리되어 사라진 많은 보도들을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사실들이 무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경우 ‘충돌’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힘든 한계가 있을 터입니다. 충돌은 반드시 그 상대가 존재해야 하고, 그 상대의 존재감(어디서, 왜, 어떻게, 어디로)에 대한 고민도 함께 거론되어야 하기 때문이며 그것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운신의 폭도 함께 고민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사건 처음부터 그랬듯, 그 부분을 밝히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인가 봅니다.
신상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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