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신상철 / 2011-11-16)
김진황 해난구조대장은 중위시절 잠수교육을 받은 이후 그의 군 생활 26년 중 17년을 해난구조와 관련된 업무를 맡아 온 베테랑으로 천안함 사고 당시 그가 부여받은 임무는 선체위치탐색, 실종자 구조 및 인양업무를 총괄하는 임무였습니다. 사고 당시 김진황 해난구조대장은 부산에서 미군들과 함께 연합훈련에 참가 중이었는데 사고가 나자 진해로 긴급 복귀명령이 떨어졌고 진해에서 장비를 꾸리고 대원들을 소집하여 육로로 평택 2함대로 가서 헬기를 타고 백령도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54분이었다고 합니다.
백령도 헬기장에 내린 김진황 해난구조대장은 즉시 군용차를 이용 용트림 바위 전망대로 가서 당시 경계를 서고 있던 해병대 초병의 망원경으로 해상의 상황을 점검하였는데 <천안함 함수로 추정되는 물체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고 증언하였습니다. 김진황 구조대장의 증언은 사고 익일까지도 가라앉지 않고 수면 위로 떠 있었던 천안함 함수의 존재에 대하여 <함수가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다>는 사실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고 인정한 군 내부의 공식적인 첫 발언인 셈입니다. 지난 8월22일 열린 첫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해경 501호 유종철 부함장은 천안함 함수에서 대원들을 구조한 이후에도 함수가 계속 수면 위로 떠 있었으며 오전 7:10분경 해경 253호정에 인계하고 자리를 떴다고 증언함으로써 천안함이 무려 16시간 22분간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19일 열렸던 제2차 공판에서 증인석에 선 최영순 소령은 <함수를 보았느냐>는 질문에 <함수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그 역시 27일 오전 UDT 대원들을 이끌고 백령도에 도착하여 장촌해안에 전진기지를 구축했던 또 다른 구조책임자입니다.
비슷한 시간에 백령도에 도착하여 같은 장소에 텐트를 치고 전진기지를 구축한 두 책임자 중 한 사람은 바다에 떠 있는 함수를 보았다고 증언하는데, 다른 한 사람은 함수를 본 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조차 없다고 합니다. <두 책임자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워낙 바빠 만날 수도 없었고 무전기 채널이 달라 대화가 불가능했다>고 증언합니다. SSU와 UDT의 무전기 채널이 달랐다는 것, 그래서 교신조차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사상 초유의 해난사고가 발생하였고 아까운 목숨 46명이 물속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수색과 구조의 책임을 맡은 양대 핵심 기관이 서로 업무협조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채널이 달라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는 현실은 군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첫째, 당시 백령도 바닷가에서 훤히 관측이 되었고 민간인조차 사진을 찍을 정도로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천안함 함수를 구조 책임자인 최영순 소령이 몰랐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의 여지를 아예 없애기 위해 <못봤다>라고 묵살해 버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 전진기지를 구축한 두 책임자가 서로 협의하고 정보를 교환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김진황 중령이 최영순 소령과 대화조차 나눈 적이 없다고 한 것은 개인적으로 고교 선후배 관계인 최영순 소령의 <못봤다>는 증언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분석에 의하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2차 공판에서의 최영순 소령은 무려 16시간 이상이나 떠 있었던 천안함 함수를 아예 <본 적이 없다>고 했으니 그가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묻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백령도 도착하자마자 <천안함 함수를 보았다>는 김진황 중령에게는 이후 어떻게 조치를 했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됩니다. 일단 그는 <상부에 보고를 했다>고 증언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끝입니다. 그에 대해 상부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천안함 함수 주위를 선회하며 조치에 대한 명령을 기다리던 해경 253호정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납니다. 김진황 해난구조대장 본인은 천안함 함수를 발견한 이후 어떤 조치를 했을까요. 그는 천안함 함수 발견을 보고한 이후 전진기지를 구축하기 위하여 장촌포구 해안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대원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가져간 장비들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보트를 타고 현장으로 가니 천안함 함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공식적으로 천안함 함수가 사라진 시간은 오후 13시37분입니다. 김진황 해난구조대장과 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현장으로 나간 시간은 빨라야 오후 13시30분 이후였을 것입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08:54 - 김진황 해난구조대장 백령도에 도착 후 용트림 전망대로 이동 도착 후 제일 먼저 바닷가로 달려가 천안함 함수를 발견했다는 해난구조대장, 그는 이후 무려 4시간 30분 동안 텐트치고 장비 챙기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나갔는데 이미 배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한편, 상부로부터는 아무런 지시사항도 없고 조치에 대한 명령도 없고 존재 여부에 대한 확인 요청조차 없었습니다. 과연 이 상황을 보면서 천안함을 수색하고 구조할 의지가 있었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날, 함수가 훤히 보이고 있는데 무려 네 시간여를 지체하면서 대원들과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잔인한 질문일 것 같아 신문사항에 넣지는 않았습니다.
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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