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정의는 여러 서적에서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우연히 일어나는 것 -사람의 삶에 좋게 혹은 나쁘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힘 -인간의 힘을 초월한 천운(天運)과 기수(氣數). 명분(命分). 성수(星數). 신운(身運). 운기(運氣)
그런데 과연 지금 제시한 몇가지 사전적 의미로 '운'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진화의 과정을 거쳐 인간이 보유하게 된 한가지 성향이 있는데, 그것은 무엇에나 의미를 부여하려는 습성이다. 무엇이든지 명확하게 정의하려는 현대의 풍조는 오히려 '운'이라는 말을 간단히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한 어떤 것으로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운에 대한 정의야 어찌됐건간에,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운좋은 로또 당첨자들이 대박을 터뜨렸고 앞으로도 그러한 대박의 행운은 누군가에게 또 일어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행운이 자신에게도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으로 여섯 개의 공들이 굴러 나오는 매주 토요일 저녁 시간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행운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멀고도 먼 일이다. 당첨이 끝난 후 구겨버린 로또 영수증과 함께 씁쓸한 한숨만 지을 뿐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왜 누구에게는 로또 1등의 행운이 찾아오는가 하면 왜 어떤이들은 5등의 당첨금도 받지 못하는 것일까? 神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로또 여섯자리의 얄궂은 장난에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우롱당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인가?
옛말에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불행이 찾아들때에는 연거푸 안 좋은 일들이 생긴다는 소리다. 이것은 행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확률론 학자 대부분은 사람의 일생에서 지속적인 행운이 있을 수 있고 심지어는 한평생 지속되는 행운도 따라줄 수 있으며 그같은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날 수 있고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는데 동조한다. 개인의 차원에서 또는 집단의 차원에서 우리의 이해를 초월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소리다.
미국에서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당첨자들 대부분이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선택한 번호가 들어 맞을 것을 알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연속되는 행운은 미리 내다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 너무 비약적인 결론일까?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 행운과 불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했던 흔적들이 보인다.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프리드리히 폰 쉴러(1759∼1805)는 "우연이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주변 상황을 우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그 상황은 그럴 만한 충분한 까닭을 지니고 있다."라는 말을 하면서 우연을 가장한 행운도 사실은 그 사람이 그 행운을 받을만한 어떤 필연적인 요소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공자께서도 "많이 알수록 운도 더 좋다"라는 말을 남기셨으며, 영국 성공회의 대주교였던 윌리엄 템플도 "기도를 하면 우연한 행운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기도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하여 행운이 결코 우연적 요소만이 아님을 설파하고 있다.
우리들보다 영적으로 훨씬 고매하신 양반들이 이렇게 입을 모아 말씀들을 하시니,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아직까지 '이거다' 하는 감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짐싸서 지리산에 들어가 깨우침을 얻을때까지 '운'에 대해서 파고들 수도 없는 일.
이럴때는 운이 어떤 것인지 직접적으로 파고들기보다는, 운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나 인물들을 살펴봄으로써 그 공통점들간의 관계를 밝혀 역으로 알아보는 것이 더 손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행운을 잡은 사람들의 공통점과 유사성을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우리들도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지 그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실천 방안에 대해 논해 보도록 하자.
필자가 살펴본 결과 운이 좋은 사람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얼마나 해당되는지 그 의미를 곱씹으며 천천히 읽어보기 바란다.
[행운을 잡는 10가지 방법]
1. 운이 좋은 사람들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자신의 직관에 귀를 기울이며, 그 내면의 소리가 터무니 없는 것이라 하여도 개의치 않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2. 운이 좋은 사람들은 명상이나 정신통일 등으로 생각을 가라앉히고, 마음의 평정과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며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는다.
3. 운이 좋은 사람들은 오래 지녀온 종교적 가치관이나 맹목적인 자아에 집착하지 않고 심령적 체험에서 얻은 교훈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 심령적 체험이 자신에게 나쁜 것이 됐든 좋은 것이 됐든)
4. 운이 좋은 사람들은 무아지경에 빠져들 줄 알며, 그 무아지경이 찾아오는 시점이나 느낌을 몸과 정신 모두로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
5. 운이 좋은 사람들은 꿈의 내용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알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며,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해 그 꿈과 직관에 대한 정보를 활용한다. 하지만 그 꿈이 실제 일어날 일을 본 것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어떤 가능성으로 이해한다.
6. 운이 좋은 사람들은 가급적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편한 마음으로 살며 새로운 것들에 마음을 열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타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소질이 있으며 그런 방면으로 용감하다. 그러나 그들이 성급하거나 신중하지 못해서 아무나 막 사귄다는 말은 아니다.
7. 운이 좋은 사람들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끈기있게 추구한다. 불행한 일을 당해도 거기에 사로잡히는 대신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연속되는 불운의 고리를 끊는다.
8. 운이 좋은 사람들은 우리가 스스로 조성하는 환경이나 조건 속에 운이 이끌려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행운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행운을 맞아 들이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들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며 변화를 받아들인다.
9. 운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행운을 얻은데에는, 어떤 존재의 뜻(그것이 신이 됐든, 마술이 됐든, 노력의 발산이든 무엇이라도 상관없음)이 크게 작용했다고 믿는다.
10. 운이 좋은 사람들은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한다.
살펴본 느낌이 어떠한가? 뭐라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어떤 공통된 느낌이 전해져 올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말들 같지만 사실 이렇게 행하기가 수월치만은 않다. 또한 이렇게 행한다고 해서 행운이 찾아와 로또가 당첨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스위스의 심리학자 구스타프 칼 융은 "어떤 물리적 과정이 정신적인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정신적인 현상이 먼저 있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는 수도 있다."는 말을 함으로써 행동과 정신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된 어떤 현상들이 서로 유기적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설파하고 있다.
즉, 행운을 잡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행운이 찾아와서 행복한 마음이 든 것이 아니라, 행복한 마음을 억지로라도 가져서 행운을 불러 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간단한 비유를 들자면, 행운이라는 것은 우리 인생에 찾아든 파티 손님과 같다. 그 행운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마치 멋진 파티를 열기 위해서 방안의 불을 밝히고 식탁에 음식을 차려 놓고 깔끔하게 집안을 정리해 놓아야 하듯이 말이다. 그러한 일련의 준비 과정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행운을 불러 들이는 10가지 태도인 것이다.
아무런 파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파티 손님이 방문한다면 그런 낭패가 또 어디있겠으며, 행운이라는 이 영리한 손님은 그런 집에는 찾아 들지도 않을뿐더러 찾아든다 해도 곧 나오게 되어 있다. 물론 정성으로 준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손님에게 급한 약속이 있어서 파티에 찾아오지 못하는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 손님과의 관계가 끝난 것일까? 미안해서라도 그 행운이라는 손님은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찾아오게 되어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형태'다. 행운이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백만원을 얻기만 바라고 그것만 생각한다면, 천원짜리 1000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와도 모를 수 있다는 소리다. '백만원'이라는 생각에 집착하는 꽉 닫힌 마인드로는 코앞에 날아든 행운도 결코 붙잡을 수 없는 법이며, 결국 행운을 잡는 10가지 태도는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행운은 가끔 바보에게도 찾아온다. 하지만 결코 그의 곁에 눌러앉지는 않는다. / 독일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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