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피해자, 성인 돼서도 우울증·대인기피증 등 시달려
학교 왕따→직장 왕따 - 직장동료에게 무시 당할까
자기 과시하며 거짓말하고 사소한 일에 폭력적으로 변해
결혼 후 우울증으로 파경도 - 자식도 왕따 피해 당할까 극도의 불안감 못 벗어나
15일 엽총을 난사해 옛 직장 동료를 살해한 충남 서산의 성모(31)씨는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해 심각한 충격을 받았고, 왕따 충격이 남긴 피해의식이 서른 살이 넘은 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는 컴퓨터에 "고3 때 왕따를 당한 고통이 가시지 않는다. 13년 전부터 힘들게 살아왔다. 이런 얘기 하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자살하지 않고 버틴 것이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남겼다.
학창 시절 왕따폭력을 당한 경험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뇌 속에 남아 성인이 된 후에도 왕따폭력 피해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 대인(對人) 기피증을 겪을 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적응을 못해 왕따를 당하거나, 사소한 일로도 동료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폭력예방센터 김건찬 사무총장은 "학창 시절 왕따폭력 경험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어려움을 겪다가 뒤늦게 상담을 신청하는 대학생·직장인·주부가 1년에 10~20명 된다"고 말했다.
◇'학교 왕따'가 '직장 왕따'로
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
고등학교 때 친구들로부터 '못생겼다'는 이유로 왕따와 폭행을 당한 여성 A(30)씨는 고교 졸업 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대학에서도 A씨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왠지 자신의 욕을 하는 것만 같았다. 친구 한 명 없이 대학을 졸업한 A씨는 마트에 취직했다. 어느 날 물건 판매 대금이 맞지 않자 동료 직원이 "이거 왜 그런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왜 나를 의심하느냐. 난 너무 억울하다"고 소리치며 뛰쳐나왔다. 회사는 한 달 만에 관뒀다. 그 이후로 A씨는 밖에 나가지 않고 사람 만나기를 피하며 집에만 있었다. 가끔 집안을 걸어 다니며 '누가 저기 앞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헛소리를 하거나, 1~2시간씩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A씨는 서른이 된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경북 지역에서 가족 없이 혼자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는 B(45)씨 역시 고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폭행과 왕따를 당했다. 괴롭힘에 시달리다 제대로 공부를 못해 대학에 못 갔다. 이후 취업을 해도 직장을 수시로 옮겨 다녔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대학을 나왔다' '결혼을 했다' '큰 회사를 운영한다'는 거짓말을 했고, 거짓말이 탄로 날 때쯤 되면 회사를 관두는 식이었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안 좋은 말을 하면 '왜 나를 무시하느냐'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왕따만큼 무서운 왕따 트라우마
서울대 곽금주 심리학과 교수가 직장인 400명을 설문한 결과,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으면 직장 왕따를 당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래 집단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로 남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조직에 가서도 대인관계 공포증, 피해망상 등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곽 교수는 분석한다.
왕따폭력 경험은 결혼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중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C(24)씨는 보복이 두려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앓다가 어른이 됐다. 작년 결혼 후 출산을 했는데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렸다. 방문에 자물쇠를 몇 개씩 걸어 잠그고 문밖에 나오지 않고, 사람 만나기를 꺼렸다. C씨는 상담기관에 "내 자식도 학창 시절 나처럼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 너무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C씨는 결국 남편과 헤어졌다.
곽금주 교수는 "학교의 왕따가 결국 성인까지 이어져 사회 전체의 불안 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위에서 학교폭력 기억을 계속 끄집어내기보다,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해주고 한 가지 분야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길러 자신감을 갖도록 하면 성인이 되어서라도 학교폭력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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