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칩’ 활성화, 휴대폰시장 뇌관 될까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ㆍ칩만 교환하면 다른 단말기 사용 가능

ㆍ새 제도 곧 발표… 판매시장 변화 예고

최근 SK텔레콤 이용자가 KT에서 판매 중인 애플 아이폰을 개통한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 이용자는 SK텔레콤용 휴대전화에 들어 있는 ‘유심(USIM) 칩’을 뺀 뒤 아이폰에 넣는 방법을 사용했다. SK텔레콤에 적을 두면서도 KT의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이 편리한 유심칩도 일반 고객들에게는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도입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가 유심칩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전성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12일 “궁극적으로는 이통사 대리점을 찾지 않고도 유심칩만 바꾸면 어떤 휴대전화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심칩은 휴대전화 이용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록 등 이용자 정보가 기록돼 있는 ‘호적’과 같은 기능의 소형 칩이다. KT의 ‘쇼 폰’이나 스마트폰, 3세대(G) 휴대전화 단말기에는 모두 이 칩이 들어 있다. 이 단말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유심칩만 교환하면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졌거나 물에 빠뜨려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휴대전화에 있는 유심칩만 빼 다른 휴대전화에 넣으면 된다.

3G를 도입한 KT나 SK텔레콤 이용자의 경우 7개의 단말기를 가진 이용자라면 유심칩만 바꾸면 매일 다른 휴대전화 단말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이용자처럼 SK텔레콤 이용자가 KT에서 보급하는 단말기를 사용할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 유심칩을 교환하려면 반드시 바꾸려는 단말기가 등록된 이통사 대리점을 찾아야 한다.

유심칩 교환방식은 2008년 4월 국내에 도입됐다. 8월부터는 KT와 SK텔레콤 간에도 유심카드를 교환할 경우 호환이 가능해졌다. KT 사용자가 단말기에서 유심칩을 빼서 SK텔레콤 대리점을 찾으면 SK에 등록된 단말기를 KT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심칩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이유는 단말기 업체와 이통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SK텔레콤의 경우 현재 사용하지 않는 공기계에 KT 유심칩을 끼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KT는 개통 중인 단말기만 유심칩 교환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유심침으로 KT 아이폰을 이용하면 두 이통사에 모두 요금을 내야 한다.

이 같은 폐쇄성 때문에 2008년 8월 유심 개방 이후 지난해 8월까지 SK텔레콤과 KT 간에 유심칩을 이용한 사례는 2895건에 그쳤다.

국내 단말기 제조사로서도 유심칩 보급이 활성화되면 단말기 판매량이 줄어들어 제도 확산에 소극적이다.

정부는 자원 재활용과 통신품질 서비스 경쟁을 촉발하기 위해 유심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유심칩이 활성화되면 통신·휴대폰 판매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서비스 품질보다는 단말기 위주이던 통신사 선택 기준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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