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빠진 CEO들…‘소통 경영’ 바람
개방형ㆍ쌍방향 '긍정적' vs.채널 편중 '부정적' 트위터에 팔로어 수만명을 거느린 기업 오너나 CEO가 등장하고 이들이 던진 한두 마디가 화제를 낳는 사례가 이어지는 등 '트위터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CEO가 직접 글을 올려 회사 정보를 알리고 일반인들의 물음에 답하는 등 쌍방향 소통에 적극 나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그러나 기업과 고객간 소통 채널이 전체 소비자 중 소수만 이용할 뿐인 트위터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중적 인기로 이미지 제고? = 여간해서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폐쇄적으로까지 비치던 CEO들이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트위터 이용자가 되면서 CEO 자신은 물론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효과도 낳고 있다. CEO 중 가장 많은 6만7천명의 팔로어를 둔 '얼리어답터' 박용만 두산 회장은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며, 특히 딱딱하다는 인식이 있는 CEO 직위에 대한 관념을 비웃듯 격의없이 트위터를 즐긴다. 올해초 한 팔로어가 "드라마에선 대기업 회장이 집에서도 정장 입고 가족과 얘기하던데"라고 하자 그는 "츄리닝(트레이닝복) 입고 합니다"라고 받았고, 드림카가 뭐냐는 질문엔 "아들이 번 돈으로 사주는 벤츠 ㅋㅋ"라고 웃음을 선사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두산 내부에서는 "박 회장이 직접 회사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도 긍정적인 두산 이미지 구축에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팔로어 4만7천명을 가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시로 트위터에 접속해 자신이 어떤 음식점이나 카페를 자주 찾는지, 애견들을 어떻게 키우는지 팔로어들에게 일일이 전하고 있다. 또 지난 4월과 7월 "솔루션엔 관심없고 기계 몇 대 파느냐에 관심이 많다"거나 "갤럭시S 때문에 난감하다"는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겨냥한 글을 거침없이 올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트위터 경영' 핵심은 '소통' = CEO들은 소비자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으면서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회사에 관한 각종 낭설을 해명하거나 기업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도구'로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의 유동성 위기설에 맞물려 지난 5월 계열사 '밥캣'의 증자설이 떠돌자 "전혀 아니에요. 증자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어요"라고 진화했다. 정용진 부회장도 지난 6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화재 때 "조리사가 프라이팬을 불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웠답니다. 안전 불감증이죠"라며 직원의 부주의를 질타했다. 최근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가 이마트 광명점이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 라벨을 붙여 판매한 것을 적발한 데 대해서는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CEO들은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트위터 등 IT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강신익 사장의 제안에 따라 강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과 조직 책임자들이 기업용 트위터인 '야머'에 가입해 사내 소통 채널로 쓰고 있다. 트위터뿐 아니라 기업 블로그 등을 이용한 소통 경영도 활발하다. GM대우 제이 쿠니 홍보담당 부사장은 작년 8월 개설된 기업 블로그 'GM대우 토크'에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와 회사 운영의 뒷이야기, 잘못된 보도에 대한 반론 등을 게재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0여년 전부터 대한항공 '고객의 소리' 코너에 올라온 고객 불만 코너에 대해 일일이 직접 댓글을 달고 있다. 이처럼 총수가 직접 고객 목소리에 답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고, 세세한 부분까지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는 게 임직원들의 전언이다. ◇'채널 편중 아니냐'는 시각도 = 그러나 트위터 경영의 '그늘'도 없지않다. 먼저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을 소비자 전체에게 공식 해명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고객 중 일부에 불과한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대체해 소통 채널이 오히려 좁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가짜 한우' 판매와 백화점 화재 사건 당시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공식 해명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팔로어들만 볼 수 있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것으로 그친 데 대해서는 적절치 않았다는 여론이 많았다. 또 정 부회장은 이마트 한 점포의 천장이 무너진 사건이나 이마트 PL(자체 브랜드)상품에서 이물질이 나온 사건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CEO 등이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는 다른 기업의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부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여과없이 외부에 먼저 나가면서 내부 구성원들이 곤란해지는 사례도 가끔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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