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精), 기(氣), 신(神), 이 3요소는 기수련이나 단전호흡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도에 반비례하여 정기신(精氣神)의 개념을 명확히 설명해주는 참고 자료를 얻기는 결코 쉽지 않으며, 구한다 하여도 이론마다 제각각의 개념 정의를 내리는지라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이 글에서는 태극선법의 이론체계를 근간으로 정기신(精氣神)의 개념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기신(精氣神)이란 정과 기와 신이 각각 따로따로 존재하는 어떠한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우주와 그 속에 있는 만물이 변화하며 흘러가는 법칙, 원리, 또는 근원적 힘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정기신의 원리'라고 하면 좀 더 이해하기가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즉, 지구의 인력에 사과가 땅을 향하여 끌려가듯, 우주 전체에 골고루 미치는 근원적인 법칙이 바로 '정기신(精氣神)'의 원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精)이란 무엇인가? 정이란 응집하는 힘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입자성에 비유하면 될 것이다. 맺히는 힘인 정은 주변의 것들을 끌어당겨 덩어리를 이루려 한다. 정은 자꾸 안으로 수렴하여 통일하려는 성질을 가지며 음양의 관점에서는 음에 해당된다.
반면 기(氣)는 정과는 반대되는 힘이다. 기란 바깥으로 퍼져나가려는 힘,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려는 힘이다. 과학에서의 파동성에 비유할 수 있다. 덩어리져 뭉치려고 하는 정의 힘에 반발하여 제멋대로 사방으로 솟구치려는 기의 성질은 음양의 관점에서는 양에 대비된다.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지은 후한(後漢)의 허신은 기를 추미(芻米)로 풀이하였는데, 이는 손님에게 대접하려고 밥을 짓는다는 뜻이다. 밥을 지을 때 솥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게 되는데, 여기서 기의 어원이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는 수증기라는 뜻에서 차츰 발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근원적인 에너지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神)에 대하여 알아보자. <주역周易>에 "정기는 물질을 만들고 신은 물질을 주재한다(精氣爲物游魂爲變)"라고 하였다. 즉, 신(神)이란 독립적으로 자율 반응을 하는의식, 혹은 의지작용을 말한다.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생물의 자율적인 정신 작용이 신의 의미에 포함된다. 정과 기의 원리에 의하여 만물이 생성되고 변화한다면, 신은 그것을 보고 감상하는 사유작용의 주체인 것이다.
이렇듯 정기신(精氣神)이란 단순히 겉으로 나타나 보이는 현상이나 결과를 말하는 것이 아닌, 그것이 있기 훨씬 이전에 작용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리를 뜻한다. 잡아당기는 힘인 정을 이용하여제멋대로 반발하여 확산하려는 기를 붙잡아 단전에 쌓는다. 그리고 단전의 인력(정의 힘)으로 조절하여 온 몸에 기를 돌리게 되고, 마침내 신(인간의 정신)과 교류하여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와같은 과정을 통하여 단전호흡 또는 기수련에서 정기신의 원리가 적용되며 이러한 과정을 컨트롤하는 진정한 주체가 바로 신, 곧 인간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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