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후위기] 탄소중립위 출범…바라보는 시선 너무 달라, 배가 산으로?

정종오 기자 입력 2021.05.29 14:00    


韓 ‘그린워싱’ 탈피 가능할까

환경운동연합 측은 탄소중립위에 앞으로 논의해야 할 10가지를 주문했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9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위)’가 출범했다. 녹색성장위원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를 통합하는 대통령 직속 민관참여기구이다. 탄소중립위는 ‘2050 탄소 중립 이행계획’을 포함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여러 사안을 심의·의결한다. 97명 규모로 정부와 산업계·시민단체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공동위원장(김부겸 국무총리, 윤순진 서울대 교수) 두 명을 비롯해 당연직 정부위원(18명), 각계를 대표해 위촉된 민간위원(77명) 등으로 구성됐다. 위촉직 민간위원은 학계, 시민단체, 산업계, 연구기관 등이 총망라됐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탄소중립위를 중심으로 탄소 중립의 전반에 걸쳐 논의를 이어가고 공감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민단체는 탄소중립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탄소중립위가 ‘탄소 중립’이라는 키워드만 붙인 채 잘못된 정책을 정당화하는 절차에만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탄소중립위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실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정부가 탄소 중립과 배치되는 신공항건설, 신규석탄발전소 건설, 벌목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위원회 보이콧 주장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 뒤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위기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데 오히려 탄소중립위가 일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측은 “우리나라 정부는 지금까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책임 있는 행동보다는 ‘말’로만 대응하는 척했다”며 “탄소중립위가 과감한 행동을 이끌어가는 게 아닌 무책임한 정부의 행태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로 이용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 여러 계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여러 위원회 그동안 운영됐는데 정부 책임을 떠넘기고 면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온 현실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시민단체, 탄소중립위에 요구한 10가지

환경운동연합 등은 탄소중립위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과감한 탄소 중립 방향과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0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고 주문했다.

첫째, 1.5℃ 상승 제한 목표에 맞는 2030 온실가스 배출 절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10월 NDC(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구체적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대비 37% 감축안을 내놓았는데 이보다 높은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각국이 2030년에는 2010년 온실가스 배출대비 50%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둘째, 현재 건설 중인 신규석탄발전의 건설중단을 포함해 2030 석탄발전 퇴출계획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발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발전부문은 2035년 이전에 탄소 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에도 여전히 석탄발전의 전력량 비중이 29.9%에 이른다. 현재 공사 중인 7기의 석탄발전소의 중단, 전환, 퇴출계획 없는 탄소 중립은 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규석탄발전소에 대한 중단과 전환, 퇴출은 해당 사업체는 물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 또한 풀어내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셋째, 공적 금융기관의 석탄 투자 중단선언을 넘어, 철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 공적 금융기관들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중단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는 전혀 실효적이지 않은 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들은 인도네시아의 자와 9·10, 베트남의 붕앙 2에 자금을 제공했다. 앞으로 해외 신규 석탄 발전에 대한 투자 계획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계획돼 있지도 않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게 아니라 국내외 석탄발전에 이미 투자된 공적 금융의 단계적 철회가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2050 RE100(재생에너지 100%)’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2040년에 ‘최대’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화석연료 퇴출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화· 주민 수용성 이슈 등을 해소할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확대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주민과 협의 없는 일방적 추진, 멀쩡한 산을 갑자기 밀어버리고 태양광을 설치하는 등 난개발이 이어졌다.

다섯째, 핵발전은 기후위기 해결방안에서 단호히 배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위험과 핵폐기물 등 문제를 갖는 핵발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탈원전과 친원전 사이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친원전 쪽에서는 탈원전으로 일자리 퇴출, 원전기술 경쟁력 상실, 친환경 에너지 상실 등이 이어질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여섯째, 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50 탄소 중립 이행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가덕도 신공항건설을 지난 2월 국회에서 특별법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국내 최초의 탄소 중립 공항을 만든다고는 하는데 본말이 전도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기차로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국내선 구간의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 부문에 걸친 감축과 자연적 탄소 흡수원의 보전과 확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공한 백지화 역시 이해관계자가 워낙 많고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여러 이수와 맞물려 있어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이다.

일곱째, 산림청의 ‘2050 탄소 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은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최근 오래된 숲의 고목을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심어 탄소 중립에 나설 것이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고목은 탄소를 흡수하는데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기존에 경제림에서 진행하던 벌목사업에 탄소 중립이란 외피를 씌워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산림청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30년 동안 경기도 면적에 달하는 약 90만헥타르(ha)의 ‘늙은’ 숲이 탄소 중립이란 이름으로 사라지게 된다.

오래된 숲은 그 자체로 생태계의 보고인데 이를 과학적 찬반이 있는 탄소 중립이란 잣대로 들이대 벌목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여덟째, 탄소 중립은 물질순환, 자원순환 문제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플라스틱 문제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자원순환 문제 해결은 생산 공정, 폐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이고 다차원적 접근이 이뤄질 때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자원순환은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쓰레기는 지자체별로 대응하고 있다. 지자체가 쓰레기 문제뿐 아니라 지역 자원순환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특색이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홉째, 내연기관차 퇴출로드맵을 구체화하라고 강조했다. 교통부문에서도 기존의 탄소 중립 정책은 대단히 미흡하고 편향적이라는 진단이다. 정부의 주요한 교통부문 탄소 중립 이행의 기조인 친환경차 확대 보급은 중요한데 현재처럼 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들이붓는 방식만으로는 한계는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교통의 확대’와 ‘교통 총량의 감축’, ‘2035년 이내로 내연기관차 판매종료·퇴출 시점 명시’와 같은 전환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탄소 중립을 명분으로 특정 산업·기업의 이익만을 담보하는 전형적 그린워싱 정책에 그치고 말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보장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탄소 중립 이행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탄소중립위의 구성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탄소중립위의 구성을 보면 민간위원에 산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환 과정에서 위협에 내몰릴 수 있는 노동자·농민·여성·지역민·청년·빈민·장애인 등의 배려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관련 동영상 보기(https://youtu.be/b0oFj9JZ768)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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