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현대차의 미래차, 수소차가 아닌 이유②

발행일 2021-05-05 13:43:54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현대차가 지난해 유럽 상용차 시장서 선보인 수소전기트럭(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수소차 전략은 변화를 거듭할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의 방향은 미래차 전략에서 수소차를 크게 축소하는 거고요. 미래차의 중심축이 수소차(FCEV)에서 전기차(EV)로 이동하는 것이죠.

이유는 크게 두가지 때문입니다. 수소차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게 할 인프라가 부족하고, 수소 에너지원의 생산방식이 친환경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소차 구동 방식.(사진=현대자동차)
수소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생성된 전기로 구동되는 차량입니다. 전기차가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를 충전해 달린다면, 수소차는 충전소에서 고압(700 bar)으로 저장한 수소를 탑재한 채 달리는 거죠. 수소를 충전하는데 5분밖에 안 걸립니다. 전기차와 비교해 눈에 띄게 빠르죠.

수소차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63기의 수소차 충전소가 구축됐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27기가 추가로 지어졌습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를 약 450기로 늘릴 계획입니다.

대한석유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과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각각 71기, 92기입니다. 중국과 유럽은 각각 6기, 106기입니다. 2025년까지 미국은 수소충전소를 123기까지 확대하고, 일본은 640기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중국과 유럽은 각각 300기와 700기를 목표로 세웠죠.

국가별 수소차 및 수소 충전소 보급 전망.(자료=대전세종연구원 및 언론 등)
2025년이 되면 국내에 지어질 수소차 충전소가 중국보다 150기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소차 충전소를 짓는데 약 30억원이 들어가고, 연간 운영비만 1억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우리 정부가 목표를 지나치게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전기차 판매가 대세를 이루면서 수소차가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0년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팔린 넥쏘는 1만2717대입니다. 국내에서 84%(1만707대)가 팔렸고, 해외에서 16%가 팔렸죠.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왕좌'에 앉았던 넥쏘조차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팔렸고, 해외 시장에서는 외면받았습니다. 토요타 미라이 1세대는 2019년과 2020년 약 4000대 팔렸습니다. 수소차가 국내와 해외를 통틀어 기대만큼 팔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 넥쏘 판매량.(자료=현대자동차)
국내를 비롯해 각국 정부들은 수소차 수요가 빠르게 커질 것을 고려해 수소차 충전소 공급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미국은 2025년까지 수소차 5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했고, 일본과 독일은 각각 20만대, 100만대를 예상했습니다.

토요타 미라이와 현대차 넥쏘의 누적 판매대수가 2만대를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각국 정부가 수소차 보급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토요타와 현대차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수소차 시장에서 기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BMW와 벤츠, GM은 일찍이 수소차 개발을 포기했죠. 최근 폭스바겐까지 가세했습니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는 지난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이 만든 수소전기차를 볼 일은 없을 것"이라며 "수소차는 물리학적으로 무리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허버트 디스는 수소차가 기술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와 비교해 연비가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사진=폭스바겐)
중소형 모빌리티는 전기차가 우세하고, 트럭과 트램(노면열차), 건설용 중장비 등에는 수소 연료전지가 적합하다는 설명이죠. 특히 무게가 무거울수록 더 높은 출력이 필요한데, 수소는 출력이 높은 에너지원입니다.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142KJ/g으로 휘발유의 4배, 천연가스의 3배 수준이죠.

이를 고려하면 수소 에너지를 자동차에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소 연료전지를 중장비와 항공기, 열차 등에 탑재하는 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수소 에너지원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할 수 없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한국에너지기술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수소 에너지는 4%에 그칩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수소 중 약 48%는 천연가스에서 생성된 블루 수소입니다. 30%는 석유제품 정제 중 만들어진 부생가스이고, 18%는 석탄에서 생산된 부생가스로 만들어집니다.

두산그룹 등은 풍력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그린수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할 경우 채산성이 떨어집니다. 전기분해에 들어갈 전력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됐는지도 관건입니다.

넥쏘 기준 충전요금은 100km당 약 8000원입니다. 2019년형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경우 리터당 22.4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넥쏘의 연비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가 수소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수소차를 고집하는 건 전략적으로 타당해 보이진 않습니다. 현대차가 최근 3년 동안 밝힌 미래차 전략에서 수소차를 뺀 건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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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우 기자teoku@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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