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문명 대전환의 시대! '다른 세상'이 온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바꿔야 할 9가지│[Full 버전] 교보문고XtvN 인사이트 2020 명강의Big10

 

교보문고 X tvN 인사이트 '2020 명강의 Big 10' EP.5 최재붕 편

 

문명의 대전환기를 관통하는 ‘포노’들의 새로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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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tvN 인사이트와 함께하는 언택트 강연 시리즈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최재붕의 ‘2020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개막’(8)]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바꿔야 할 9가지 관념(1) 

바꾸지 못한다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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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경제 생태계 무너지고 디지털로 자본 대이동
인터넷 공간에서 자라난 MZ세대의 상상력이야말로 신문명의 본질

 

지금까지 총 7편의 연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포노 사피엔스 문명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다양한 관점과 성공사례들을 다뤄보았다. 불행하게도(나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과는 별개로) 연초에 예측했던 현상들은 더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며 세계 시장을 혼돈과 혁명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혁명시대 생존전략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다급한 현안이 돼버렸다. 그동안 언급했듯이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들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그중에 제일 근본적인 것은 역시 ‘내 마음부터 바꾸는 일’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본질은 ‘문명의 교체’다. 문명이 바뀌면 인류의 살아가는 방식, 학습 방법, 일자리, 필요한 능력 등 거의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한다. 새로운 문명의 표준을 학습하려면 우선 마음의 표준부터 바꿔야 한다. 사실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자기가 옳다고 믿고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두껍게 쌓인 생각의 껍데기를 깨는 일은 고통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차근차근 정말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세세히 챙기며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문명 전환을 위해 마음속 점검해야 할 아홉 가지 코드를 정리하고 올해 코로나 사태를 반영해 [체인지 9]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이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출간 후 일어났던 변화들까지 다시 챙겨가며 ‘마음속 바꿔야 할 9가지’ 이야기를 본 칼럼의 독자들과 함께 되짚어보려 한다. 3회에 걸쳐 나눌 첫째 이야기의 주제는 인류 개인의 변화다.

코드 0 | 혁명의 본질 - 변화의 출발점은 마음이다

 

우리는 이 시대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 부른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류 스스로 디지털 문명을 선택하고 이동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탄생 이후 문명의 트랜스포메이션이 급격한 속도로 일어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5G·자율주행 등 디지털 기술이 미래를 바꿀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혁명은 문명의 교체현상이다.

그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BTS다. BTS는 얼마 전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1, 2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역사적으로 이를 기록한 건 오직 5팀밖에 없으며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처음 기록한 아티스트는 비틀스다. BTS가 왜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지 데이터가 명백하게 입증하고 있다. 2017년 AMA(American Music Award) 소셜 아티스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래 그들이 세계 최고의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음악평론가들은 대중음악의 세력교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1위에 오른 ‘savage love’는 한글 가사가 포함된 노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 새로운 기록은 이뿐 아니다. 최근 개최된 온라인 콘서트에서도 유료 관객 99만3000명, 티켓 총금액 491억원을 기록하며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대중음악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BTS를 키운 건 팬클럽 아미(ARMY)의 강력한 팬덤이다. 지금까지 대중음악 세계를 지배하던 자본과 방송의 권력이 그 자리를 팬덤과 SNS에 내주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모든 룰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BTS는 이 시대 혁명의 상징이다.

실제로 방송이 갖고 있던 권력은 많이 쇠락했다. 지상파 TV의 광고 매출은 10년 사이 절반가량 줄었고, 우리나라 국민 70% 이상이 유튜브, 넷플릭스, OTT 등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시대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의 70% 정도가 스마트폰 뱅킹을 사용하는 시대가 오면서 모든 은행이 지점을 줄이느라 분주하다. 출범 2년 된 카카오뱅크는 지점 하나 없이 어느새 1250만 고객을 모으고 흑자 전환했다. 디지털 뱅킹 표준시대가 소리 없이 시작된 셈이다.

유통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급격하게 증가하던 온라인 쇼핑 매출은 코로나를 만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유통의 표준을 바꾸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어스, 니만 마커스, JC페니 등 100년 넘은 백화점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30%가량 문을 닫았다. 반면 아마존은 20만 명 이상을 신규 고용하면서 쏟아지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프라인에 의존하던 영세 소상공인들이 하루 1100곳씩 문을 닫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올해 상반기에만 40% 이상 성장하며 새로운 유통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 중이던 세계 시장에 코로나19의 등장은 이를 가속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염이라는 거대한 공포가 인류를 덮치면서 그동안 디지털 문명을 거부해왔던 기성세대도 강제로 온라인 소비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는 인류의 표준 문명 변화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팬데믹 쇼크, 이제 인류는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함께 찾아온 애프터 코로나 시대는 이제 소비의 방식도, 교육의 방식도, 일상의 생활도 모두 달라진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보는 인간·사회·기업·일자리 등 모든 것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 출발은 마음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늘 하던 일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기고, 늘 하던 방식을 온라인으로 바꾸면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변신에 적용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룰이 바뀐 것이다. 룰이 바뀌었다면 내용도 바뀌어야 하고 준비하는 생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 문명을 바라보는 마음의 표준이 디지털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 내 마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거기가 출발점이다.

코드 1 | 트랜스포메이션 - 모든 부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이 시대는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PEW리서치센터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은 무려 94%로 압도적 세계 1위다. 2위 이스라엘이 88%, 미국이 6위로 81%, 일본이 13위로 66%다. 연구소에서 직접 27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설문을 통해 작성한 결과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개발도상국들은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50% 이하인 걸 보면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척도는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표준 인류는 스마트폰을 잘 쓰는 포노 사피엔스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현재 세계 1~5위의 기업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팬데믹 쇼크 이후 주가가 40%가량 상승하며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대표 기업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9월 5일 시가총액 기준 세계 5대 기업은 애플(2461조원), 아마존(2009조원), MS(1950조원), 구글(1320조원), 페이스북(986조원) 순이며,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6526조원으로 우리나라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기업 시총 합계의 3배를 넘는다. 이미 세계의 투자자본은 이들 기업을 미래 성장가치가 크다고 선택한 것이다. 전 세계 청년들 사이에서 주식투자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들의 선택도 다르지 않다. 모든 부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 기업들로 이동하고 있다.

1경원이 넘는 돈은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힘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택시·호텔·금융·유통·방송 등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산업의 표준이 지난 10년간 급격한 속도로 변화했다. 택시를 대체하는 우버, 호텔을 대체하는 에어비앤비, 방송을 대체하는 유튜브·넷플릭스, 은행을 대체하는 스마트폰 뱅킹 등 변하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인류는 그야말로 혁명적 문명의 전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인류 스스로 디지털 플랫폼으로 생활공간을 옮기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강제로 이동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72%가 영상은 스마트폰으로 본다고 대답하고, 70%가 은행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고 대답하는 사회라면 이제 디지털 플랫폼에서 생활하는 인류, 포노 사피엔스가 표준이라고 생각하고 학습·소비·업무 등 모든 일상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나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디지털 플랫폼으로 내 생각의 공간을 옮겨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출발점이다.

코드 2 | 메타인지(METACOGNITION) - 검색하는 인류 생각의 지평이 다르다

 

내 생각의 공간이 디지털 문명에 접속하면 일단 메타인지가 달라진다. 메타인지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능력으로,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관찰하는 자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엘살바도르의 일곱 번째 큰 도시는?’이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모른다’고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 이것이 메타인지다. 그런데 검색에 익숙한 인류는 ‘검색해보면 찾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지식검색에 익숙하고 검색지식을 활용하는 데 훈련된 사람들은 ‘아는 것’의 지평이 크게 확대된다.

검색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가 넓고 깊다면 그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창조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을 뿐 아니라 ‘지식공유’라는 새로운 문명의 표준을 만들었다. 이제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자신이 개발한 코드는 공유하는 것을 거의 상식으로 생각한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의 소스코드도 80%를 즉각 공개한 것이 좋은 사례다. 세계 최고의 대학들도 앞다퉈 강의 내용을 공개 중이다. MOOC 사이트에는 세계적 석학의 강의들이 가득하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된 유튜브 내 지식자료는 어떤 대학의 강의 콘텐트보다도 훌륭하다. 바야흐로 지식의 공유시대, 지식의 검색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지식 공유 문화는 학습의 성과를 다른 차원으로 옮겨버린다. 교육(education)은 여전히 정해진 내용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데 집중하지만 스스로 탐구하는 학습(learning)은 과거와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다.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서 만난 디지털만렙 초등학생들은 학교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에서 코딩을 배웠고 매우 높은 수준의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해내고 있었다. 유튜브에는 ‘6살 꼬마가 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이라는 영상이 나올 만큼 코딩학습은 쉬워졌다. 동시에 이들처럼 검색과 공유지식의 활용에 능한 인류는 새로운 메타인지를 갖게 됐다. 자기 지식의 부족함을 실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무한한 학습 공간이 열린 셈이다. 그리고 이들이 새로운 생각으로 신문명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이 열어가는 세상이 바로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을 둔 ‘플랫폼 경제’다.

검색과 공유로 학습한 인류는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보여준 결과물만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매일 아침 10시 확진자 수와 발생지역, 동선을 보도자료 형태, 즉 텍스트로 발표한다. 이것이 기성세대 문명의 표준이다. 반면 이 자료를 본 26세 대학생 이동훈씨는 ‘이렇게 해서는 내가 오늘 가는 목적지에 확진자가 있는지 알 수가 없겠다’고 생각해 지도앱 위에 확진자 발생 장소와 동선을 그리는 서비스, ‘코로나맵’을 만들어냈다. 분명 같은 데이터인데 생각의 기준이 다른 것이다. 더구나 개발에 걸린 기간은 불과 이틀이다. 오픈소스를 이용해 SNS에 축적된 지식을 활용한 것이다.

코드 3 | 상상력(IMAGINATION) - 학습 방식 달라야 상상의 실행력 달라진다

 

이렇게 상상력도 다르고 실행능력도 다르다. 최근에는 2000년생 홍준서 군이 코로나라이브를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매일 아침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보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인데, 그가 주목한 것은 놀랍게도 ‘재난문자’였다. 5000만 국민이 매일 재난문자를 받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 가기를 기다리면서 개인 프로젝트로 재미 삼아 만든 것이 이 정도 수준이다. 보도자료가 미래의 표준이 될지, 아니면 코로나맵, 코로나라이브가 미래 표준이 될지의 답은 자명하다. 이미 국민은 코로나 맵과 라이브를 통해 안전을 챙기고 있다. 우리가 생각의 표준을 바꿔야 학습 방식도 바꿀 수 있고 나의 미래도, 역량도 바꿀 수 있다.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주역은 밀레니얼(1980년 이후 태생)세대와 Z세대(1995년 이후 태생)다. 소위 MZ세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1980년 이후 태생들은 어린 시절 싸이월드에서 미니미도 만들어보고 BGM도 깔고 집도 꾸미고 도토리도 좀 써본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터넷 문명이 어떤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체득하고 있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는 인터넷을 업무 관련해서 배웠을 뿐 생활 속에서 즐기고 놀던 세대가 아니다. 그래서 디지털 문명의 창조에는 MZ세대가 유리하다.

특히 1995년 이후 태생들은 10대 때 스마트폰이 출시된 세대다. 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 거의 신체의 일부처럼 자리 잡게 된다. 그들이 창조하는 세상은 또 한 번 크게 요동치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이동훈, 홍준서 군 외에도 암호화폐계의 새로운 황태자가 된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세계 최고의 AI회사 오픈에이아이에 33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취업해 주목받은 김태훈 군 등 슬기로운 Z세대는 이제 너무 많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기성세대에게 새로운 문명은 어렵고 버겁다. 그래서 우리는 비판하기를 더 좋아한다. 배우기보다 비판이 쉬워서다. 실제로 디지털 문명으로 인한 부작용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중독, SNS중독, 비인간적인 디지털사회 등 부작용에만 집중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든 슬기로운 인류는 존재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메타인지와 상상력이 다른 신인류가 새로운 세계를 펼치고 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MZ세대가 창조한 세계가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상상, 가상을 상징하는 단어 meta와 우주를 상징하는 단어 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의 현실세계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메타버스를 상상의 세계에서 이제 현실세계로 옮겨놓고 있다. BTS가 만든 온라인 콘서트는 VR, AR, XR의 신기술이 총동원돼 마치 한 편의 가상현실 게임 같았다. 그리고 심지어 많은 관객이 그 무대에 온라인으로 출연하며 함께 즐겼다. 이것은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콘서트 형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세상에 두 개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던 MZ세대는 이제 현실세계와 메타버스의 합체를 시도 중이다. 비트코인에 기반을 둔 무화폐경제, 캠퍼스 없는 대학, 출근이 필요 없는 회사, 매장이 필요 없는 소셜커머스, 점원 없는 편의점 등 수많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세계 경제를 흔드는 중이다. 데이터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이 정해진 미래이며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문명에 내 마음을 맞춰야 한다.

코드 4 | 회복탄력성(RESILIENCE) - 실패는 일상, 다시 일어설 힘을 디지털 문명에서 배운다

 

안 그래도 인생에는 실패가 많지만, 특히 혁명의 시기에 우리는 더욱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어려움이 찾아왔다면 일단 어느 정도 실패한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거기서 어떻게 다시 힘을 내 도전하느냐다. 마냥 ‘코로나는 언제 끝날까’, ‘비대면 세상 너무 불편하다’고 한탄만 하고 있으면 결코 다시 일어날 힘을 만들 수 없다. 문제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류에게 실패는 일상다반사다. 그래서 새롭게 도전하는 힘이 필요하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실패를 딛고 성공한 사람의 특성을 분석해 실패를 딛고 도전하는 힘, 즉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정의하고 있다.

김주환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게 언급된다. 실패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을 보면 첫째, 자기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둘째, 공감과 소통을 기반으로 만드는 대인관계력이 매우 좋으며, 셋째, 모든 것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력과 감사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문명교체 시기를 맞아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 자기감정을 통제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한 다음 미래를 향한 재도전을 위해 디지털 문명으로 표준을 재설정해야 한다. 랜선회의, 단톡방 대화법 등 온라인 기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디지털 문명의 단점은 지워버리고 긍정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라이프의 장점을 찾아내 활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거 언제 끝나려나’라는 한탄이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코드 5 | 팬덤(FANDOM) - 권력은 소비자의 손끝에서 나온다

디지털 문명 시대를 가장 잘 설명하는 코드가 바로 팬덤이다. BTS는 아미를 통해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됐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자면 ‘소비자 권력 시대’의 도래라고 할 수 있다. 자본과 방송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SNS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팬덤경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고객이 열광하며 스스로 팬이 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드는 시대, 대한민국의 벤처가 만든 상어가족(baby shark)이라는 아기용 뮤직비디오가 67억 건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시대,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이 14조원어치나 팔려나가는 시대, 이 현상에 성공 비결이 숨어 있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는 아홉 개 중 가장 중요한 코드가 바로 팬덤이다. 팬덤 창조의 비결에 대해서는 정말 할 얘기가 많다. 궁금하다면 다음 호를 기대하시라.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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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2020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개막’(9)]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바꿔야 할 9가지 관념(2) 

팬덤의 마음 얻는 자가 시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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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셜 커머스 시장의 대세는 소비자가 주도권 쥔 ‘팬덤 경제’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 선사하는 게 브랜드 영향력 증대의 관건

 

지난 호에서 새로운 디지털 문명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바꿔야 할 9가지 중 4가지를 짚어 보았다. 첫 번째 코드는 내 마음의 디지털 대전환(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이제 표준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다. 포노 사피엔스는 인지 능력이 다르다. 검색하는 인류는 지식의 범위가 넓고 깊다.

그래서 메타인지(코드2)와 상상력(코드3)이 달라지고 학습 방법이나 문제해결능력도 달라진다. 그래서 이 슬기로운 포노사피엔스 인재들이 디지털 문명을 창조하고 리드하는 중이다. 디지털 혁명은 사실 인지혁명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지식공유 문명을 경험한 인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인식의 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네 번째 코드는 회복탄력성(코드4)이다. 내가 지금 코로나로 인해 어렵고 힘들다면 꼭 필요한 것이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힘, 회복탄력성이다. 냉정하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공감과 소통을 통해 대인관계를 확장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생긴다는 회복탄력성도 이제는 디지털 문명을 기반으로 다시 준비해야 한다. 비대면 미팅도 즐겁게 하고 SNS를 통한 소통도 기꺼이 배워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디지털 대전환에 불평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장점을 배워야 한다. ‘도대체 코로나가 언제 끝나나’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잘나가는 곳들은 도대체 무엇을 잘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회복탄력성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알아보자.

나는 BTS를 보면 항상 디지털 대전환의 법칙을 읽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BTS는 자본과 방송이라는 절대 권력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팬덤과 SNS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됐다. 이것을 일반 시장에 적용한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자본도 일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상품이나 콘텐트를 개발했다. 자본가에 투자를 호소하고 방송국에도 부탁해 보았지만 외면당하고 만다. 그래서 자기 상품 홍보를 위해 개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한 사람 두 사람 상품을 경험한 사람들이 생기면서 작은 팬클럽이 생겼다. 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상품은 꼭 써봐야 한다’며 자발적 마케터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열풍이 동남아로, 중국으로, 중동으로, 유럽으로 급기야는 태평양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번지면서 세계 최고의 상품이 되고 말았다. 이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바로 BTS다. 이런 현상을 ‘팬덤 경제’라고도 이야기한다. 팬덤 경제는 이제 거의 모든 산업분야로 급속하게 확산 중이다.

코드 5. 팬덤(FANDOM) | 권력은 소비자의 손끝에서 나온다

 

팬덤 경제는 ‘소비자 권력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절대 권력이라던 자본과 방송의 힘은 줄어들고 소비자 스스로가 SNS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음악시장이다. 자크 아탈리의 이론대로 음악 소비가 가장 빠르게 변화했다. 그리고 그 폭풍이 바로 방송시장으로 밀어닥쳤다.

이제 전 세계 방송의 최고 인기 플랫폼은 유튜브다. 프로들이 만드는 콘텐트의 최고 플랫폼은 넷플릭스다. 모두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우리나라 국민 28%만이 저녁 7시 이후 TV를 보고 있고, 무려 57%가 유튜브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방송의 권력이 유튜브로, 즉 파워 유튜버로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권력자가 된 강력한 파워 유튜버도 방송할 때마다 시청자에게 애걸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권력의 근원이 ‘소비자의 선택’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손끝의 선택이 떠나면 권력은 사라진다. 방송은 사회가 약속해서 만들어낸 시스템 권력이지만, 유튜버는 소비자의 선택이 만들어낸 권력이다. 그래서 빠르게 성장하고 또한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모든 권력은 소비자의 손끝에서 나온다. 이 근원적인 권력의 이동은 미디어 연계 생태계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방송사들도 이제는 고객의 팬덤을 얻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EBS는 펭수를 핵심 캐릭터로 삼아 팬덤을 확보 중이고 인기 예능 PD 나영석, 김태호도 유튜브 콜라보 방송에 도전 중이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시작된 것이다.

외국에서 뜨는 ‘꼬마 유튜버’, 한국에선 비판도

 

우리는 새로운 현상을 만나면 배우려고 하기보다 비판하는데 익숙하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여섯 살 꼬마 유튜버 보람이가 한 달에 30억씩 돈을 벌어 서울에 100억짜리 빌딩을 샀다는 보도가 나가자 모든 언론이 이런 현상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노동의 가치를 왜곡시킨다며 방송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도 있었고 아이를 팔아 돈을 버는 부모를 심층 취재한 시사방송도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어른이 여섯 살 꼬마의 방송을 난도질하듯 폭주했다. 아이들에게 이상한 것을 먹이는 방송이나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는 방송은 마땅히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배우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통해 보람이가 만든 현상을 제대로 분석해보자.

보람튜브의 구독자 수는 현재 2700만 명이다. 세계 최고의 키즈 유튜버 미국의 라이언에 비해 10만 명이 모자라는 키즈 유튜버계의 2인자다. 이 중 2600만 명이 해외 구독자다. 한국 어린이가 한국어로 방송하는데 해외에서 열광하며 시청 중이라는 얘기다. 해외 마케팅 한번 없이 이런 팬덤이 형성됐다.

5억6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뽀로로 떡볶이 먹기 놀이’가 만든 현상도 분석해보자. 뽀로로 떡볶이를 개발한 식품회사 사장님이 수출할 경우 기존 방식이라면 전시회에 나가 많은 바이어를 만나고 상담을 통해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5억6000만 명에게 광고를 노출시키려면 적어도 수백억 원의 광고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본이 없이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방식이 바뀌어버렸다. 보람이가 먹방을 한 것만으로 전 세계 아이들에게 상품이 노출됐고, 이를 본 아이들은 부모를 조르기 시작한다. 소비 수요가 발생하자 바이어들은 역으로 식품회사로 연락해 수출을 의뢰한다. 큰 자본 없이도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기회를 잡은 것이다. BTS의 팬덤효과가 방송시장에서도 여지없이 입증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산업도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2019년 TV 광고시장의 매출은 15%가 줄었고 라디오, 신문, 잡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모바일 광고 시장은 17%, PC 광고시장은 11% 성장하며 약진 중이다. 이 변화는 일자리의 지형을 바꾼다. 기존 광고 전문가는 줄여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셜 광고 전문가의 수요는 폭증한다. 이미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디어산업과 광고산업의 변화는 다시 유통산업으로 번진다. TV홈쇼핑 회사의 매출도 TV 방송을 통한 판매보다 모바일 방송을 통한 매출이 이미 더 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라방(라이브 방송)’이라는 새로운 소셜 커머스 형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식은 이미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새로운 유통 형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왕홍’ 마켓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국의 왕홍마켓은 올해 1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소셜 커머스는 무려 51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에서는 소셜 유통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11월 11일 열린 ‘광군제’ 이벤트는 무려 8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작년 45조원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특이한 것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바로 라이브 방송에 의해 판매됐다는 것이다.

팬덤 등에 업고 소셜 커머스 시장 급성장

 

왕홍마켓과 광군제는 전형적인 팬덤 경제를 보여주는 판매방식이다. 이러한 소셜 커머스를 무대로 성장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즐비하다. 소셜 커머스의 원조라고 불리는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는 동대문시장을 기반으로 창업한 지 13년 만에 거대한 팬덤을 만들어 16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더니 2018년 6000억원의 거액을 받고 로레알에 매각하며 신화적인 성공을 이뤄냈다. AHC도 광군제와 왕홍마켓을 기반으로 급격하게 회사를 키워 유니레버에 3조4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JM솔루션은 2019년 5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5000억원 가치 기업으로 성장하더니 올해 광군제에서는 70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중국 왕홍 신바와 ‘라방’을 통해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 며느리 컨셉의 유명 왕홍 ‘따루루’와는 틱톡 라이브 무대를 활용해 1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셜 커머스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통해 코로나가 무색한 신시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팬덤을 일으켜 급성장한 닥터자르트는 에스티로더에 2조원을 받고 매각한 후 아시아 시장의 선봉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올해 광군제에서만 작년 대비 두 배에 이르는 48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도 전 년 대비 174%의 매출 신장을 만들었고 최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매출이 100% 성장하며 소셜커머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화장품 산업은 이제 소셜커머스가 메인 유통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소셜커머스는 팬덤이 핵심이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무신사다. 2019년 거래금액 9000억원을 기록하며 2조2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무신사는 코로나 사태로 오히려 더욱 성장하며 상반기 매출 200%, 거래금액 60% 신장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 거래금액 1조4000억원을 무사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언급된 모든 기업은 고객의 좋은 경험이 팬덤을 일으켜 성장한 기업이다. 이들이 집중했던 소셜 커머스는 코로나 이후에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며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기업들과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비결을 그래서 이들 기업에서 배워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업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코스맥스와 콜마도 소셜커머스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거대 화장품 기업들에 OEM 또는 ODM 방식으로 납품해 왔다면 강력한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이들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는 소셜커머스 방식의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전통제조업까지 변화가 밀려왔다는 것이다.

팬덤 경제는 음악시장에서 발원해 미디어시장, 광고시장, 유통시장을 차례로 휩쓸며 이제 제조업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 기업의 가치는 팬덤의 크기다. 이를 위해 기업의 모든 시스템을 리셋해야 한다.

코드 6. 다양성(DIVERSITY) |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장이고, 미래 가능성이다

 

팬덤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형성되고 있다. 가장 전통적이고 진입이 어려운 주류시장에서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지평 생막걸리가 대표적이다. 지평주조는 1925년 시작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조회사 중 하나다. 그런데 2010년 매출이 2억원으로 추락하며 폐업 위기에 놓였다. 이때 김기환 대표가 회사를 맡아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막걸리 사업을 펼치겠다며 도전을 시작한다. 그는 SNS 마케팅을 강화하기 이전에 100년 된 막걸리의 맛부터 바꿨다. 100년 동안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에 시큼한 맛이라고 믿어 왔는데 고객 테이스팅을 통해 5%에 달콤한 맛을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과감하게 표준을 바꿔버렸다.

그러고서 SNS 마케팅을 강화했다. 그는 팬덤은 고객의 좋은 경험이 만드는 것이지 SNS 마케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고객의 좋은 경험은 SNS를 타고 번지면서 지평 생막걸리 매출을 10년 만에 100배 늘어난 200억원으로 끌어 올렸다. 지평 생막걸리의 성공비결은 고객데이터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다. 술도가의 장인이 막걸리를 정의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데이터가 막걸리의 표준을 정하는 시대를 그는 정확히 간파했던 것이다. 고객 중심경영이 아니라 ‘고객집착경영’이라는 제프 베조스의 경영 전략을 실천해 성공한 사례로 삼을 수 있다.

팬덤을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돼온 영역이 바로 트로트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고, 몇몇 가수가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아이돌은 물론 래퍼에게도 크게 밀리며 다시는 열기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그런데 [미스트롯]을 통해 팬덤의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미스터트롯]을 통해 마침내 폭발적인 팬덤을 만들어냈다. 팬덤의 비결은 시청자에게 권력을 쥐여준 것이다. 시청자의 투표로 순위를 결정한다고 하자 재능있는 가수가 대거 참여했다. 이를 통해 중학생 가수도, ‘트바로티’도 탄생할 수 있었다. 트로트 신인가수는 원로가수나 기획사의 인맥으로 결정된다는 오랜 전통을 깨고 권력이 소비자에게 양도되자 좋은 콘텐트가 양산되고 이는 곧 폭발적 팬덤으로 이어진 것이다. 팬덤을 만드는 데 불가능한 영역은 없다는 것을 트로트가 보여줬다.

공예품도 예외는 아니다. 김동한 백패커 대표는 잘 만들어진 공예품에 주목했다. 누구도 플랫폼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목하지 않은 시장에 도전했다. 그는 철저하게 좋은 공예품만 선별했다. 팬덤의 핵심이 고객의 ‘좋은 경험’임을 정확히 인지한 것이다. 그가 만든 아이디어스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들은 만족도가 높았고 그 리뷰가 날개를 달아 누적거래 액 3000억원을 돌파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했다.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중고거래 시장의 판도를 바꾼 당근마켓도 대표적인 팬덤 성공 사례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로 양분된 중고거래 시장에서 당근마켓은 룰을 바꿔버렸다. 거래범위를 평균 6㎞로 나누고 동네마다 보다 쉽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었다. 고객의 심리를 세심하게 살펴 집에 있는 물건을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해주자 경험한 고객의 심리변화가 일어났다. 불필요한 물건 하나를 들고 나가 현금을 받게 되면 사람의 마음에는 물욕이 생긴다. 이것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내다 팔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남편의 롤렉스시계를, 아들의 명품 카디건을 헐값에 내다 파는웃지 못할 사고가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당근마켓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오래 머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뒤를 잇는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거래 수수료도 받지 않는 이 플랫폼은 동네 가게들을 적은 비용으로 광고해주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경쟁력을 인정받아 투자도 늘고 있으며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방송 8년 만에 큰 성공을 거둔 유튜버 대도서관도 있고, 곤충방송으로 유명해진 정브르도 있다. 개, 고양이 유튜버가 되어 크게 성공한 덕후도 즐비하다. 팬덤만 만들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시장이고 모든 것이 미래를 열어주는 가능성이다. 그래서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인간은 원래 다양하다. DNA가 같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동안 만날 수 없던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는 삼삼오오 플랫폼을 통해 모여들고 그래서 아주 작은 영역에서도 매우 강력한 팬덤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코드 7. 실력(ABILITY) | 포노 사피엔스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한번 팬덤이 형성되면 그 범위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다. 최근 스마트스터디가 만든 유아용 동영상 ‘아기상어(baby shark)’의 유튜브 조회수가 71억 회를 돌파하며 ‘데스파시토’(Despacito, 11월 현재 70억5800만건)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유튜브 업로드 4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대한민국의 작은 벤처에서 만든 이 동영상은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팬덤을 일으키더니 동남아 전체로 순식간에 번졌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2년째 지속하고 있다. 2500개 이상의 제품과 로열티 계약을 맺은 베이비 샤크는 지난해 스마트스터디의 매출 1000억 시대를 견인했다. 스마트스터디는 올해 금융감독원 평가에서 기업가치 8100억원을 인정받아 우리나라 12번째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벤처기업)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성장도 비약적이다. 만화의 종주국이던 일본이 웹툰 시장에서는 실패했지만 네이버 웹툰은 세계 100개국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하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네이버 웹툰의 성공비결은 재능있는 작가들의 성장이다. 오로지 고객의 조회수로만 랭킹을 결정한다는 공정경쟁 시스템이 도입되자 수많은 인재가 모여들어 새로운 팬덤을 만드는 킬러콘텐트를 만들어냈다. 신인류의 공감은 국가와 문화적 경계가 없다. 국내에서 강력한 팬덤을 만든 웹툰들은 여지없이 동남아로 급격히 퍼지며 많은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플랫폼에 접속한 사람들은 계속 다양한 콘텐트에 빠져들며 신세계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글로벌 팬덤이 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것이 팬덤 경제의 공식이다.

이제는 우리 전통국악까지 팬덤 경제에 가세했다. 이날치가 만들어내는 판소리 ‘범 내려온다’ 등을 활용한 한국 관광 홍보 영상의 합산 조회수는 3억을 돌파하며 k-콘텐트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넷플릭스에서의 K드라마 인기는 언급조차 필요치 않다. 오죽하면 올해 일본의 유행어 선정 후보에 ‘사랑의 불시착’과 ‘제4차 한류’가 나왔겠는가. 이 모든 강력한 팬덤의 근원은 바로 좋은 경험을 만드는 실력이다. 고객에 집중하며 데이터로부터 교훈을 얻고 끊임없이 이를 반영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도전하는 집착이 팬덤을 태산처럼 쌓아 올리는 것이다. 실력은 이제 학벌과 스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팬덤을 만드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바로 진정한 실력이다. 그리고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진정한 실력을 원하고 있다.

이제 남은 두 개의 코드, 디지털 문명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장 근원적인 마음의 자산이 나올 차례다. 다음 호도 기대하시라.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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