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리, 대한민국 토대… 이를 무너뜨린 조국사태 절대 용서 안돼"

'시대 요구' 읽을 줄 아는 촉 가진 김종인… 내년 대선의 최대 함수될것
진보 경제노선이 꼭 옳은 것 아냐… 김동연 영입 등 광폭 행보 할 필요
대선후보, 기후·시민·의회에 관심을… 중국 기후독재 세계 평정할 수도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정치학)




안병진 교수는 추락한 집권당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나의 '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상정했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가치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나 인사다. 그를 통해 견제와 균형, 개인 인권의 보호, 법치의 가치를 회복하겠다고 할 만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그 진정성을 알아볼 계기는 검찰총장 임명이라고 했다. 친문을 임명한다면 문재인 정권은 답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친문(문재인 대통령 적극 지지자)이 이 지사 대선 길의 최대 복병으로 보십니까.

"이 지사는 야권의 공격도 받지만 당내 친문들로부터도 공격받고 있거든요. 친문들이 아직 결정을 못했잖아요. 엊그제부터 유시민 씨 발언에 대한 미묘한 파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은 재보선 직후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가 집필한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읽고 유 씨가 왜 야당이 현 정부를 비판하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는지 알겠다고 한 부분이다. 유 씨는 야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 파시즘이 다수결의 미명 하에 은밀하고 부드럽게 진행된다'라는 문장을 갖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 같은데, 야당 주장은 근거 없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그가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친문으로서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영표 의원은 15일 한 방송에 나와 유 씨의 대선 출마설에 대한 질문에 "(출마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알아보겠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2013년 정치 은퇴를 선언하고 정치 현장과 거리를 유지해왔다.



-유시민 씨는 친문 핵심인데, 만약 유시민이 이재명을 인정하면 무게 추는 이재명으로 기울까요.

"글쎄요. 단순히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하면, 저는 진보니까 여권이 이기길 바랍니다만, 민주당이 이기려면 '노무현시즌2'를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재명은 민주당이 아니라 그냥 기득권과 싸우는 사람으로 인식돼야 이깁니다. 기억나세요? 박근혜 대표가 천막당사 이전을 결정했을 때 당시 진보들이 굉장히 짜증을 냈어요. 이명박의 반대가 자기들인데, 이명박과 박근혜간 구도가 돼버렸단 말이에요. 지금 만약 그렇게 구도가 짜이면 여권이 이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등 돌린 국민 여론도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일부 여권에서 정권이 넘어간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대한민국이 얼마나 다이내믹한 나라인데요, 아직 모릅니다. 구조적으로 민주당이 이기려면 이재명의 반기득권에 민주당이 최대한 동참해주고 그러면 이재명이 자유롭게 포지션을 중도 진영으로 폭넓게 나갈 수 있어요. 저 같으면 김동연을 비롯해서 광폭 행보를 하겠어요. 그리고 보수의 훌륭하신 분들을 영입하는 겁니다. 진보의 경제노선이 꼭 옳은 것은 아니거든요. 지금은 혁신이 필요한데 그건 보수보다 진보가 잘 할 수 있다고 봐요."

-교수님은 현 상황에서는 윤석열이나 안철수 대 이재명을 대표로 빅 텐트가 쳐질 것으로 보시는군요.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이 높아요. 진보도 여전히 만만치 않아요. 한국의 30·40대는 여전히 촛불세력으로 한국의 보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한국 민주당과 미국 민주당의 결정적 차이가 있어요. 미국의 민주당이라고 해서 왜 조금 더 보수적, 중도적 분파가 없겠어요. 잘 보시면 미국은 실사구시의 나라 아닙니까. 미국의 진보가 망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작년에 바이든이 후보가 됐을 때는 안 된다는 예상이 많았거든요. 저는 초기부터 바이든이 된다고 했어요. 시대의 결을 이해하는 촉이 좋아서 중도라 하더라도 시대적 흐름이 진보로 가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낮출 줄 알아요. 한국의 보수가 오랫동안 집권해온 비결은 바로 그런 걸 갖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민주화 이후 보수의 집권기간이 2배 정도 길지요.

"시대의 결이 우리 쪽에 불리하면 우리가 총질을 멈춰야 할 때고 단결해야 할 때라는 것을 보수들은 90년대만 하더라도 알았어요. 진보들은 그것을 몰라서 계속 망했고요. 그런데 이제 진보도 역의 트라우마, 분열하면 진다는 교훈을 너무 새겨서, 초선 5명의 올바른 지적을 진압하는 것에서 보듯, 너무 가버렸지요. 저 같으면 조국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비판을 안 한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비판하는 척은 할 거 같아요.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할 것 같아요. 돌아서서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데 이들은 그것마저 안 하잖아요. 그게 현실정치거든요. 왜? 저 사람들은 아직도 위기라고 생각을 않는 겁니다."

-교수님은 민주당 진영에 직간접으로 이론적 전략을 제공하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요즘은 조언을 안 하십니까.

"제가 외국에서 공부 마치고 돌아와서 민주당이 '자영업자' 신세였을 때 무수한 강연과 어드바이스를 했어요. 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분들과 접촉이 좀 있었어요. 지금 그 때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요. 그게 뭐냐면, 계속 쓴소리를 하니까 멀어지는 겁니다. 보수는 저를 '빨갱이'라 생각하고요.(웃음) 진보는 저를 경원시 하고요. 당시 민주당 사람들이 저한테 한 말이 있어요. "안 교수님, 제발 이제 위기라는 말 좀 하지 마세요." 자신들도 알고 있다고. 그 후에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했지요."

-진보와 보수를 극복하고 생태 민주주의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하시는데, 양 극단을 극복하고 지구생태와 공존하려면 중용의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그게 당분간은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은요. 제가 왜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적인 사람으로 돌아섰느냐 하면 두 가지 측면인데요, 하나는 제가 아는 한 문재인이라는 분은 윤리적인 분이에요. 개인 문재인은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오신 분이에요. 그리고 한국 진보의 주류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민정수석 시절에 경희대 동문들 중에서 상당수가 문 수석을 싫어했어요. 왜 싫어한 줄 아세요, 청와대 근처에도 못 오게 했어요. 한국의 정치인들을 많이 아는데, 여야를 통틀어서 자기가 수석을 맡고 있는 시절에 동문을 근처에도 못 오게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연(私緣)을 멀리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많은 사람들이 학연, 지연의 영향을 받습니다. 최소한 당시 문재인은 안 그랬어요. 그러나 공적으로 윤리적이냐는 것은 다른 문제지요. 아무튼 윤리적 리더십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었고 노력을 했다는 겁니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면 측근들이 건달 같은 짓을 하면 야단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무너진 거잖아요, 지금. 윤리적 리더십이 토대가 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비단 정치뿐만이 아니겠지요.

"예, 대학 강단에서 표절하는 인간들, 공직에서 비윤리적인 짓을 하는 인간들, 이런 인간들이 발을 못 붙여야 대한민국이 보수정부가 되든 진보정보가 되든 살아남을 겁니다."

-제도적 혁신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언론의 자유, 법의 지배, 제한된 정부,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는 민주주의) 가치의 토대를 단단히 뿌리내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면 오해를 살 거 같아서 학문적 용어로 리버럴 디마크러시를 저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고 칭하는데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면 마치 보수주의의 전유물처럼 인식이 돼 피하려 이렇게 부릅니다. 보수신문을 보시는 분들이 불쾌할 수 있지만, 왜 한국에 진보의 주류가 욕을 먹느냐 하면 일차적으로는 보수 때문에 그래요. 한국의 보수가 박세일 선생처럼 합리적 보수로 발전해왔다면 진보들도 '우리도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대해서 좀 더 생각을 깊이 해야 되는구나'라고 했을 텐데요. 그간 보수가 이끈 민주주의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아니거든요."

-반공적 '냉전 자유주의'였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자의적 민주주의라고 할까요. 자의적 지배, 반 공화주의입니다. 한국의 보수 집권세력들이 자의적으로 탄압해온 거 아닙니까. 한국이 서울공화국 아닙니까. 저는 '서울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서울왕국'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진보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얼마다 위대한 가치인가를 깨달을 기회가 없었던 거지요.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진보는 스스로 성찰하면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가치를 가지려고 노력했어야 하지요. 일부, 그런 훌륭한 진보의 흐름이 있긴 있었어요. 김근태, 유인태, 김부겸, 노회찬 등입니다. 노회찬도 저와 옥살이를 같이 하면서 그랬어요. '이제 진보가 선거라는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선거 속에서 사회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 노 선배의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정의당이 그런 가치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가? 아니 조국을 지지하는 인간이 그게 자유주의자인가요?"

-현재의 정의당 지도층은 어떤가요.

"여영국 대표는 비판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진보와 보수가 무엇을 놓고 경쟁해야 하냐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속 토대에서 진보는 어떻게 진보적 자유민주주의로 갈 것인가, 보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싸움을 해야지요."

-실제 그런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정치세력이 있습니까.

"지금 이재명 계파에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좀 적어요. 이재명 지사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윤석열 쪽은 아직 진영이 형성되지 않았으니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석열이 생각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그의 검찰 이력을 보면 문제가 있어요. '두 프로세스'(do process), 제가 생각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적법한 절차인데, 그 점에서 윤석열이 과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윤석열 총장이 검사시절에 적절한 절차에 대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강했었나요? 별건수사, 강압수사, 프레임 정해놓고 수사하는 것이 적절한 절차인가요?"

-총장이 된 후 그런 퇴행을 뿌리 뽑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윤석열 총장이 모겐소(로버트 모겐소, 미국 뉴욕 맨패튼 지방검찰의 지검장에 9연임 선출되면서 부패 척결에 나섰던 전설적 지검장)를 얘기하던데, 그들은 직업윤리가 자신의 이념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김영란 전 대법관 같은 인물이 그와 비슷한 공직의 직업윤리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그가 진보인가요?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존경해요. 진보와 보수 이전에 자기의 직업윤리에 투철하잖아요. 그 다음에 정은경(질병관리청장) 씨도 이념보다 자신의 직업윤리에 투철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년 대선은 누가 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봐야겠군요.

"저는 지금 대선 후보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성숙시킬 것인가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였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공화주의(共和主義)입니다. 이게 너무 학문적인 얘기인데, 한국 대선 후보들이 다음 달부터 차차 등장할 텐데, 이 걸 갖고 싸웠으면 좋겠어요. 진보공화주의와 중도적 또는 보수적 공화주의, 박세일 선생의 공동체 자유주의는 학문적 분류로 따지면 우파 공화주의인데, 이걸 갖고 자웅을 겨루는 겁니다. 바이든과 오바마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진보적 공화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센 것으로는 과거 사회주의자 중에 유진 뎁스라는, 센더스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자가 있었어요, 그 사람은 빨갱이가 아니라 공화주의적 가치가 있는 사회주의자입니다."



-사상적 쟁투가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오히려 앞으로 1년간 후보들을 모두 도마에 올려놓고 사상적 이념적 검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유승민 같은 사람이 공화주의적 문제의식이 강한 거 같아요.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 때 여당 대표연설에서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그런 연설이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보수 대선 후보들은 공화주의적 가치, 또는 과거 천민자본주의와 결별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보수 버전을 내 걸고 겨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연설문에만 내걸라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각론과 가치를 구현할 실천방안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그게 잘 될까요? 원칙과 이상은 멀리 있고 포퓰리즘은 가까이 있는데.

"제가 누구라고 말씀 드릴 수는 없는데, 전에 대선 후보들에게 공화주의를 강연한 경험에 비춰보면, 이 사람들은 어떤 가치와 구체적인 것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연설문에만 담으려고 해요. 문제는 구체적 법안, 예를 들어 기본소득 같이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멋진 연설문과 레토릭을 가졌으면서도 겉돌고 있지 않습니까."

-현 정권이 민주주의를 '다수주의'로 착각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1년 남은 기간에 만회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다 해도 어떤 테제는 만들 수 있지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가치에 충실하겠다, 다수주의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니까 견제와 균형, 개인 인권의 보호라든지, 법치라든지 이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나라를 만들어보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도 그런 에씩(ethics)을 지키는 사람으로 임명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나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게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고 곧 있을 검찰총장 임명도 현재로선 이성윤 서울지검장이나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 등 친정권 사람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검찰총장에 누구를 임명하느냐에 따라 자기들이 제시한 테제에 맞게 가느냐 아니면 그건 그냥 형식뿐인 것이냐가 결정되겠지요. 그리고 민주당 원내대표도 친문이 되느냐 아니면 비문이 되느냐도 진정성을 엿볼 기준이 될 겁니다."

-정치인들의 의도를 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최근 인문사회학의 학문적 트렌드는 과거에는 제도, 개헌 이런 것을 주로 얘기하다가 최근의 트렌드는 문화, 마음, 사유의 구조 등 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 주제로 옮아오고 있어요. 즉 마음의 공간을 바뀌지 않으면 무얼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런 트렌드는 인문사회학 뿐 아니라 최신 과학적 연구에도 나타나고 있어요. 인지심리학이라든가 선스타인의 넛지(nudge) 행동경제학이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정치인들에게 사유의 구조를 바꾸길 바랄 수 있을까요.

"저는 기존 정치세력들한테서 그걸 기대하기 어려워서 그 세력들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블록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보수든 진보든. 진보에서만 나타나서는 힘이 약하고 보수도 나타나야지요. 왜? 우리나라 정치지형은 적대적 상호의존형 나라니까. 보수가 '똥볼' 찰 텐데, 뭣 하러 개혁을 해요? 윤석열 친구 이철우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윤석열 총장한테 그랬다고 하지 않습니까. '날파리들' 조심해야 한다고. 한국은 권력의 냄새가 나면 아사리판이 됩니다. 두고 보세요. 윤석열 씨가 좋은 선구안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왜 자꾸 보수 쪽을 비판을 하냐면, 보수가 바뀌지 않으면 진보 안 바뀌기 때문입니다."

-진보와 보수가 대치하는 분야가 대북정책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연 '진보적 가치'를 반영하는 건가요.

"김대중 정부와 현 문재인 정부의 평화번영 노선은 비슷해 보입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 보수는 제 말씀에 동의 안 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좀 지나치게 온건했을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북한체제를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던 겁니다. 한국의 보수들이 재평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당시 대북정책이 100% 옳았다는 건 아닙니다. 이제 진화해야죠.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미·중 신냉전으로 가고 있잖아요. 신한반도 체제를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데 연속성은 있는 것 같지만 전환이 없어요.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와 맞서 싸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과 연대는 적극 참여해야지요. 이것마저 모호성을 띠어서는 안 됩니다."

-생태민주주의가 국민들에게 생소해서 좀 더 여쭙고 싶은데요.

"세계는 온실가스 증가에 대해 앞으로 7년~10년 내에 래디칼한 전환을 안 하면 보수와 진보 모두 티핑포인트 이후엔 이념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어요. 환경과 생존의 문제만 남게 될 수밖에요. 그 속에서 진보와 보수가 싸워봤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래서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 시민, 의회라는 어젠다를 내놨어요. 김종인 대표가 참 탁월한 게 마크롱 대통령을 주목하더라고요. 그런데 마크롱의 기후, 시민, 의회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소집한 거니까. 하지만 아래로부터 기후, 시민, 의회는 한국의 여야 대선 주자들, 대표들이 제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미래세대가 자유주의를 넘어선 의회를 제대로 실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중국의 '기후독재'가 세상을 평정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기후독재'란 무슨 의미인가요.

"저는 미중 신냉전에서 전략적 모호성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전략적 모호성2.0'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봐요. 전략적 모호성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지요. 왜냐하면 삼성은 이제 많이 탈중국을 했는데, 다른 기업들도 탈중국을 해야되거든요. 그래서 완전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릴 수는 없는 겁니다. 중국의 '기후독재'란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중국을 앞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나온 겁니다. 중국 전체주의가 집행력은 뛰어나거든요."

-현재 우리의 준비 상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예를 들어 호주의 브레이크쓰루(breakthrough)라는 싱크탱크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었는데, 기후위기가 티핑포인트를 넘어서게 되면 아시아난민이 생길 텐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한 내용을 발표했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난민에 우리, 서울에 사는 우리도 포함돼 있었다는 겁니다. 6·25 때 흥남부두의 철수가 재현될 수 있는 거예요. 이건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겁니다. 최근 기업들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파급되는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이젠 '이익 자본주의'에서 '그린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생태 위기라는 공통의 과제 앞에서 진보와 보수는 더욱 더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봐야겠네요.

"진보가 기본소득 대 전국민고용보험제 갖고 싸우고, 보수는 누가 더 시장주의적이냐를 갖고 싸우는데 그건 앞으로 닥칠 위기와 관련이 없죠. 저는 앞으로 열심히 싸우라고 하고 싶어요. 하지만 누가 집권을 하든 공통의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넘어 생태 민주주의로 전환이 이뤄집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새마을운동이에요. 새마을운동본부는 생태적 조직으로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앞서갑니다. 이걸 전임 정성헌 회장이 만들었어요. 김부겸 장관이 삼고초려해 모셔온 정말 리더십이 뛰어난 분이었는데 지난 2월 그만두셨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자른 셈이지요. 새마을운동을 완전히 생태적 조직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새마을운동을 초당적 조직으로 만들었어요."

-앞으로 1년 동안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는데, 국민들이 판단을 내릴 때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 할까요.

"저는 누가 더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가치에 충실할 수 있느냐 봤으면 좋겠어요. 자유, 인권, 견제와 균형, 법치의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요. 또 중요한 것은 절망적 양극화, 기후위기, 갈수록 약해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과 미중 신냉전이란 국제질서에서 대한민국의 안전, 나약해지는 삶과 생명의 기반을 걱정하는 지도자를 뽑으라고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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