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로소득 막는 정책 저항 크지만… 극복하라고 권한 준 것"
입력 2021.04.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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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체장에게 듣는다] 이재명 경기지사
기본소득은 복지와 경제 더해진 융합정책
로또 분양 없애는 기본주택 '공포 수요' 줄일 것
'약자에게 기회' 기본대출은 결국 국가에도 이익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2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견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펼친 정책 중 계곡 정비와 신종 코로나 대응,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 지사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은 기본소득을 필두로 한 ‘기본’ 시리즈다. 선별적 지원 방침을 밝힌 지자체와 보편적 지원을 강조한 경기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기본소득은 복지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이라는 이 지사의 입장은 더욱 도드라졌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선 "공직자의 역할은 국민이 정하는 것이다. 맡은 소임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 지사를 만나 자신의 대표 정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인가, 경제정책인가.
“두 가지 성격 모두 갖고 있다. 특히 소멸성 지역화폐와 결합하기 때문에 경제정책 성격이 더 강하다고 봐야 한다. 소득 지원 측면에선 복지정책이 분명하지만 소멸성 지역화폐와 결합하면서 지역에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부분을 감안하면 기본소득은 경제정책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러나 제기되는 비판을 보면 한쪽 측면만 바라본다. 위협 요인이지만 동시에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융합적 정책이라 결국엔 양쪽을 설득하기에 용이하다고 본다."
-모두에게 지급하자면 문제는 결국 예산이다.
“기본소득을 지역화폐와 연결 지은 이유다. 복지정책이라면 현재 재원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게 맞다. 문제는 복지정책을 계속하기 위해선 재원을 추가로 계속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자면 재원을 부담하는 측(고액납세자)에도 혜택이 제공돼야 공평하다. 재원 확보와 동시에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선 지역화폐형 기본소득 도입이 불가피한 것이다. 양극화 완화는 물론 경제 선순환 확대 효과도 있다. 모두가 혜택을 보고 경제에도 기여하면 고액납세자의 조세 저항도 낮아질 것이다.”
-기본소득을 이 지사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연관 짓기도 하는데.
“당시엔 모두가 어려웠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고, 기회도 많아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저성장 시대에다 일자리는 줄어들어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양극화도 매우 심하다. 내 어린 시절과는 관련이 없다.”
-기본소득이 양극화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지금은 과거와 비교해 공급이 풍부한 시대다. 그러나 저성장 양극화로 공급을 소비해 낼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정부가 가계소득 지원을 통해서 골목경제의 매출 확대를 유도하는 것은 소상공인뿐 아니라 대기업도 살리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완전고용이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누구나 함께 누리는 게 자본주의의 선순환이고, 이것이 시장경제의 지속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기본소득을 넘어 기본대출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신용등급 10등급 사람들 중 다수는 연 20%대의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업체에서 평균 890만 원을 빌리고 있는 이들의 연체율은 4~5%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신용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높은 이자를 부담시키는 것은 공리에 맞지 않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가 없는 금액을 싸게 빌려줘서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난색을 보이지 않나.
“그것은 잘못 알려졌다. 5개 은행이 경합 중이다. 기본대출을 통해 은행은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경기도가 지급보증을 서지 않아도 대출하겠다는 곳까지 있다.”
-기본대출도 복지정책으로 들린다.
“복합적이다. 복지 측면에서 보면 복지대상자 한 명에 연간 1,000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 이 대출을 통해 생활보호 대상자에 편입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본전인 정책이다. 그중 한 명이 탈출하면 수십 년 동안 지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결국 이익이 크다.”
-기본주택도 화제다. 그러나 공급이 많지 않아 효과는 의문이다.
“신규 주택을 ‘로또’ 분양해서 개발이익을 건설사와 일부 분양자가 독점할 필요가 있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정책이다. 좋은 위치에 충분한 면적의 초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그곳에서 평생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최소한 ‘공포 수요’는 줄일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가능하고 필요한 일이란 것을 증명하고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확보한 3기 신도시 부지에 기본주택을 85%까지 짓겠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사업권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가 모두 투기장이 됐다.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은 대한민국 발전을 해칠 것이다. 부동한 투기는 정책 의지가 뚜렷하고 정책의 정교함만 있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실주거용은 철저하게 보호하고, 투기로 돈을 못 벌게 하면 누가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을 사겠나.”
-지금도 저항이 만만치 않다.
“불로소득을 불가능하게 하는 세제 및 금융 정책에 저항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권한은 그런 저항을 극복하라고 준 것이다. 설득해서 할 거면 권한이 무슨 필요가 있나.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모든 정책은 저항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토지를 다 사들여서 80% 정도를 공공에서 공급하니 투기 안 하고 다른 것 열심히 하지 않나. 우리도 그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공정을 내세웠지만, 역풍을 맞고 있다.
“제일 큰 이유는 공직자가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익을 추구하는 건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다. 문제는 합리적으로 경쟁하도록 규칙을 만들고 감시하는 게 공공의 역할인데, 공직자가 그 역할을 포기하고 스스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그러면 될 일도 안 된다.”
-사실상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공직자는 주어진 역할을 하는 자리다. 그 역할은 국민이 정하는 것이다. 정말로 작은 기회를 놓고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젊은 세대 입장을 이해하고 탈출구를 만들어 주는 게 지금 필요한 역할이다. 지금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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