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공항 밀어붙이는 원희룡 "文대통령이 정하라" "심상정, 선동 말라"

입력 2021.03.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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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추진 두고 강경 메시지 내는 원희룡
"도지사냐 제2공항 찬성 대표냐" 커지는 비판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열린 제주4·3 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도민 보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을 두고 도내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가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도민을 대상으로 한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왔지만, 도민의 반대와 상관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제주 지역에선 원 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한층 강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원 지사가 차기 대선을 의식해 제2공항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거론하며 제2공항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결정권을 쥔 문 대통령에게 빠른 결단을 촉구했고,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심 의원을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이후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부산=왕태석 선임기자

원 지사는 12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제주공항을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에서 결정하라"고 밝혔다.

이어 "제2공항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공항 건설에 대한) 염려는 정부와 함께 대통령이 책임지고 풀겠다고 했다면 제주도 여론도 이렇게 찬반으로 갈려 도민끼리 싸울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또 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 가서 공개적으로 국토부 장관에게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5년 동안 국책사업 절차를 이렇게 해놓고 여론조사 뒤에서 숨었다. 국가 정책을 이렇게 하면, 지도자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권 놀음에 눈먼 원희룡, 도민과 소통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남구준 본부장을 면담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주·심상정·류호정 정의당 의원. 뉴스1

원 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심 의원에게 "심 의원이 제주2공항 반대를 위해 제주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일부의 이야기만으로 도민을 선동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공항 예정지에서 일방적 입장만 듣고 가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이제 편 가르고 국민을 선동하는 악습을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고 따졌다. 심 의원은 15일 제2공항 백지화를 요구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아 도민들과 만날 계획이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이에 "공당의 의원이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도민 의견을 듣는 건 고유한 의정활동"이라며 "그것을 편 가르기, 선동, 악습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원 지사를 지적했다.

이들은 또 "도민의 의견을 수렴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찬성 단체 대표만 만나고 반대 대책위원 면담을 거부한 도지사가 진정 제주지사인지, 제2공항 찬성 단체 대표인지 도민들은 의아스럽다"며 "대권 놀음에 눈이 멀어 틈만 나면 중앙정치에 기웃거리며 반짝 이벤트에 고심하지 마시고 도민과 먼저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시끄러운 제주 두고 TV 출연하는 원 지사 비판도

MBC '누가 누굴 인터뷰'에 출연한 원희룡 제주지사. MBC 홈페이지 캡처

제주 시민단체들은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17일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형식의 MBC '누가 누굴 인터뷰'에 출연한다.

제주주민자치연대 관계자는 "원 지사가 대권에 바빠 예능이든 뭐든 전국 방송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며 "도민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이 더 예능스러운 현실이며, 10대들에게 뭘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 지역 9개 언론사는 지난달 18일 여론조사 기관 두 곳에 의뢰해 실시한 제2공항 건설 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2월 15~17일 제주지역 만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19%포인트)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43.8%, 51.1% 나왔다.

한국갤럽이 같은 기간 제주지역 만 19세 이상 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에선 44.1%, 47%로 나타났다. 두 기관 조사 모두 반대가 찬성보다 높았다.

반면 제2공항 건설 부지와 가까운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찬성이 더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성산읍 만 19세 이상 주민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8%포인트)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65.6%, 33%였고, 한국갤럽 조사(성산읍 만 19세 이상 주민 50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64.9%, 31.4%로 나타났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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