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네거리로 끌어내라" LH 투기, '경국대전' 소환한 국민들
최종수정 2021.03.10 14:21 기사입력 2021.03.10 13:34
LH 투기 의혹에 조선시대 정도전 저술 경국대전 소환
"온갖 짓을 다 해서 백성을 착취하여 자신을 살찌운 죄"
참형은 물론 오른팔에는 도관전, 도관량 등 글자 새겨
일부 LH 직원들 국민들 '분통' 오히려 조롱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LH 직원들 경국대전으로 처벌하라!" , "광화문 저잣거리에 매달아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조선시대 형벌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는 `LH 사태`에 대해 비분강개(悲憤慷慨)하는 국민들의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보인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선시대였다면 LH 직원들이 당했을 처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을 참조하면 LH 직원들의 죄는 자신이 관리하는 재물 (토지, 건물 등)을 사사로이 취했기 때문에 `감수자도` 라는 죄목에 해당되며 `정부의 재물을 훔쳤다` 는 문신까지 박아넣어서 참수하고 광화문에…"라고 비판했다.
글쓴이가 언급한 경국대전(經國大典)은 조선 건국의 핵심 인물 삼봉(三峯) 정도전이 저술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다듬은 것으로 관료범죄 유형과 처벌 형량을 명시하고 있다.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자는 `장리`(臟吏)라 불렀다. 또 이런 유형의 관료범죄를 `장오죄`(臟汚罪)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장오죄란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범죄를 말한다. 장오죄는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기도 했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으나, 탐관오리 등 부패한 공무원들은 실수로 뇌물을 받거나 횡령을 저지르지 않고, 치밀하게 계획하거나 자신의 권력을 앞세워 비리를 저질러 그 죄질이 더욱 악질이라 본 것이다. `장오율`(臟汚律)은 장오죄에 근거해 규정한 세부 형량을 기술한 것이다.
경국대전(經國大典). 조선시대의 근본 법전으로, 조선 건국 초의 법전인 '경제육전(經濟六典)'의 원전(原典)과 속전(續典), 그 뒤의 법령을 종합하여 만든 통치의 기본이 되는 통일 법전이다. 1460년(세조 6)에 재정·경제의 기본이 되는 호전(戶典)이 편찬되어 경국대전으로 명명, 판각을 만들었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장오죄를 저지른 자는 그야말로 엄하게 처벌했다. 역사 기록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 태백산사고본(인조실록 39권, 인조 17년 7월 2일 정사 1번째기사)에는 장오죄를 저지른 자를 무겁게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실록에서는 "옛날부터 밝은 임금이 법을 제정하여 죄인을 처단할 때 장오죄(贓汚罪)를 범한 자를 가장 엄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장오죄를 범한 자는 비록 귀하거나 가까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도 조금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오늘날의 법을 사용함은 그렇지 않습니다"라며 비록 세상이 바뀌어 과거 수준으로 처벌하고 있지 않으나, 민심을 고려하여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가령 장오죄를 범한 자가 있더라도 의금부에 잡아다가는 형장과 형틀을 헛되이 설치해 놓고 세월만 끌다가 모두 석방해 주니, 사람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진실로 당연한 것입니다. 이원환을 법에 따라서 엄히 다스리는 한편 해사(該司)로 하여금 그 재산을 몰수하여 국가의 재정을 돕게 하소서"라며 거듭 호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록에 따르면 이원환은 사천현감(泗川縣監)으로 온갖 짓을 다 해서 백성을 착취하여 자신을 살찌운 죄를 지었다. 이원환은 국문으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고, 관련 관계자들 역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문이란 국왕의 명으로 역모나 강상범죄등의 중죄인을 직접 신문하는 절차다. TV 드라마 사극 중 국청에서 피의자를 꽁꽁 묶어두고 죄를 심문하여, 자백받는 과정을 말한다. 국왕이 직접 국문하면 친국이라 불렀다. 의금부(義禁府)·사헌부(司憲府)·형조(刑曹) 등이 대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재물을 취한 자는 감수자도(監守自盜)라 했다. 감림(監臨)과 주수(主守)하는 관원이 자기 관할에 속하는 물건을 자기가 절도(竊盜)하는 행위로 이 같은 죄인의 경우 수종(首從)을 가리지 않고, 모두 장물(贓物)을 합산한 수량으로써 형량(刑量)을 정하여 처벌했다.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1342∼1398). 태조 이성계에게 국가 통치규범인 '조선경국전'을 지어 올려 '조선왕조의 설계자'로도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물건을 절도한 점과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 등을 이용해 재물을 취득한 의혹을 받는 점이 같다는 게 국민들의 여론이다. 시민들은 모두 발본색원하여 엄하게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부 LH 직원들의 잇따른 망언도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 LH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라며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며 국민들을 조롱했다.
이 직원은 이어 "꼬우면(아니꼬우면) 니들도(너희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극히 혐오스러움)"이라고 말하는 등 땅 투기 의혹을 받는 LH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들의 공분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실제 감수자도(비리로 재물을 취한 자)는 처벌이 매우 엄격했다. 부당하게 취한 재물이 1관(통상 3.75kg) 이하라도 장(杖·곤장) 80대를 치도록 규정했다. 장은 한차례 30대를 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판결 전에 목숨을 잃는 사례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고 40관 이상을 취하면 참형으로 다스렸다. 범인 오른팔에는 도관전(盜官錢), 도관량(盜官粮) 등 글자를 새겼다.
여기에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노인, 환자에게 지급할 식량을 임의로 줄인 관리에 대한 처벌 규정도 존재했다. 또한 관에서 만든 술과 음식 등도 집으로 가져가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할 수 없었다. 새끼를 낳은 관의 가축을 보고하지 않고 기르다 몰래 판매하거나, 교환한 자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은 이 같은 경국대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분풀이성 의견을 나누고 있다. 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LH 직원들 모두 전수조사하여, 그의 직계가족은 물론 일가친척 재산 형성 중 부당한 거래까지 모두 환수하고 또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박 모씨는 "다른 나라의 경우 가장 최고 형벌도 하고 있지 않나, 그 수준으로 할 수 없겠지만, 그 정도에 준하는 처벌을 해야 국민 여론이 가라앉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정치권은 재보궐, 대선 눈치보지 말고 제발 법대로 그대로만 처벌해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 본관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변창흠 국토부장관의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변창흠 장관에 대해 사퇴 건의를 논의했다하는 보도가 있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변 장관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는 변 장관 거취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논의도 한 바가 없다"며 "오늘 회의에서는 부동산 투기, 불법투기 관련해서는 `발본색원, 재발방지, 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 3가지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본색원은 국수본을 중심으로 검찰의 협력을 포함해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내용이며, 재발방지는 전 공무원과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명성과 책임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어떠한 불법 이익도 철저하게 환수한다라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변 장관이 LH사장 재임기간 발생한 직원투기 문제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질문과 관련해 최 수석대변인은 `3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차질없는 공급대책을 포함한 2·4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모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최 수석 대변인은 "당에서는 윤리감찰단 조사를 신속하게 해서 어떤 사안인지 문제가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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