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수단 수사가 남긴 것... '풀지 못한 모순'과 '사참위 낙제 성적표'
세월호 참사를 전면 재수사하기 위해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단이 지난 19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1년 2개월의 활동을 마쳤다. 특수단은 해경 지휘부의 구조 실패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진상규명 방해 행위에 대해서만 법적 책임을 물었을 뿐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대부분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린 것에 유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는 특수단 수사 결과의 문제점과 시사점을 분석했다.
기소 2건 외 대부분 무혐의…”사건이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할 순 없었다”
특수단은 416가족협의회 세월호 유가족들이 고소·고발한 11건과 사참위가 수사 의뢰한 8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재판에 넘긴 건 2건. 특수단은 해경 지휘부의 구조 책임과 관련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11명을 지난해 2월 불구속 기소했고, 최근 1심에서 전원 금고형을 구형했다. 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9명을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했다.
특수단은 나머지 의혹들은 대부분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과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법무부의 검찰 수사외압, 청와대의 감사원 감사 외압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사참위가 수사 의뢰한 세월호 DVR 조작 의혹은 향후 특검에 이관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전경련의 보수단체 부당 지원 건은 기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에 재배당해 이번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제외됐다.
임관혁 특수단장은 “국민들과 유가족들께서 기대하는 결과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굉장히 실망하실 수 있겠지만, 법률가로서 (범죄가)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수사는 모두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팀 외압’ 무혐의… 끝내 해결 못한 ‘자기 모순’
특수단은 ‘법적 처벌 근거’가 명확한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여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특수단이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팀 외압 의혹’에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팀 외압 의혹의 핵심은 지난 2014년 7월 광주지검이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 비서관이 해당 혐의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것.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하면 구조 실패에 정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것을 우려해 이들이 검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특수단은 “당시 법무부가 대검 형사과장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에 대한 법리 검토 결과를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검 측이 먼저 보고한 데 대한 회신 성격이었고, 직권을 남용한 위법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무부 검찰국의 일상적 업무중 하나인 중요 사건에 대한 법리 검토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황교안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웠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것만으로 수사팀에 대한 외압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특수단은 지난해 2월 해경 지휘부 11명을 기소했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123정장과 B511헬기 등으로부터 해상에 승객들이 보이지 않고 대다수가 선내에 있다는 사실과 선체가 계속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보고 받고도 그에 상응하는 구조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 혐의였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은 2014년 수사 과정에서 모두 확인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광주지검은 해경 123정장 한 명만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똑같은 수사 내용을 가지고 검찰이 적용한 기소 기준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 이 때문에 2014년 광주지검이 외압을 받아 기소 대상자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임관혁 단장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임 단장은 “2014년 수사팀에게 물었더니 당시엔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던 해경 지휘부에게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당시에는 예컨대 대형 화재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을 때 현장에 없던 소방방재청장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식의 논리가 우세했고, 실제로 유사한 판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123정장 판결문에서 ‘지휘부 책임’을 명시해 줬기 때문에 특수단은 그걸 기반으로 지휘부 대거 기소에 나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임 단장의 설명은, 당시 광주지검 수사팀의 ‘축소 기소’는 윗선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검사들의 무지 혹은 무능 때문이었다는 얘기인 셈이다.
사참위 수사 의뢰 8건 중 7건 ‘무혐의’…향후 조사 방식 개선 불가피
국가 차원의 세월호 진상 규명은 2014년 검경합동수사본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 감사원 감사에 이어 2015년 특조위 조사와 2017년 선체조사위원회 조사, 그리고 2018년 말 조사를 시작한 사참위에 지난해 말 검찰 특수단이 가세하는 등 모두 8개 조사 및 수사 기구의 활동으로 이어져 왔다.
특수단이 활동한 지난 1년 2개월은 사참위와의 공조 수사가 진행된 기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참위는 8건의 자체 조사 결과를 특수단에 전달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사참위로서는 수사권이 없는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특수단은 사참위가 수사 의뢰한 8건 가운데 특조위 조사 방해 혐의 1건에 대해서만 9명을 기소했을 뿐 고 임경빈 군 구조 방기 등 6건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DVR조작건(DVR 바꿔치기 및 DVR 파일 조작 건)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채 특검으로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특수단은 DVR 조작 건의 일부인 ‘DVR 바꿔치기’ 사안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사참위가 수사 의뢰한 8건 가운데 사실상 7건이 무혐의 처분된 셈이다. 사참위의 조사 활동 성적표가 사실상 낙제점 수준이라는 뜻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먼저 핵심적 사실관계에 대한 사참위의 검증이 부족했다는 점이 여럿 확인됐다. 경빈 군 구조 방기의 경우, 헬기를 타고 간 해경 지휘부의 과실을 논하기 위해선 먼저 경빈 군이 생존 상태였음이 명확히 증명됐어야 했다.
사참위는 당시 영상 속 한 장면에서 산소포화도가 일정 수치를 나타낸 것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특수단은 또 다른 영상 속에선 산소포화도가 0부터 100까지 오르내리는 등 기계적 오류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특수단은 대한응급의학회 등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경빈 군이 이미 숨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DVR 바꿔치기 의혹도 마찬가지다. 사참위는 해상도가 떨어지는 수중영상을 분석해 DVR 손잡이 고무패킹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으나 인양 30여 분 뒤 쵤영된 영상에는 패킹이 붙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누군가 DVR을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수단은 수중영상에 대한 더 정밀한 감정과 인양 직후 해군이 촬영한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장비라고 판단했다.
청와대 사고 인지 및 전파 시각 조작의 경우, 사참위는 청와대 동보 문자 발신 시각이 9시 19분이었다는 점을 확인해 청와대의 사고 인지 시각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특수단은 이 동보 문자를 보낸 컴퓨터에 설정된 시각이 표준시와 일치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참위가 무리하게 범죄 혐의를 적용하려 한 점도 눈에 띈다. 사참위는 참사 당시 해경 헬기 기장과 항공구조사들에 대해 형사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이 선내에 진입해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고 눈에 보이는 승객들만 구조했다는 이유에서다.
특수단은 그러나 공무원 조직은 명령 체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므로 지휘부로부터 승객 대피 지시를 받지 않은 이들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청해진해운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비리 건 역시, 사참위는 산업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배임’ 혐의를 자의적으로 적용한 측면이 강했다.
이번 수사결과는 조사권만 가진 민간 조사관으로 구성된 사참위의 태생적 한계라는 말과 함께 그동안 사참위가 합리적 근거없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예정된 결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사참위의 검찰 수사 의뢰는 하나 같이 ‘중간 조사 내용 발표’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의혹부터 제기한 뒤 이를 검찰에서 수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사참위는 “내부자 제보가 절실해 조사 중인 내용을 공개한다”는 명분을 달았지만, 지금껏 유의미한 제보가 접수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을 역임했던 한 연구자는 “재난이나 참사 조사에서는 개연성 있는 원인을 파악하고 도출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참위는 검찰 수사 의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가 컸는데 결과도 좋지 않게 나와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관 출신의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국가조사기구가 조사 중인 사안을 공표하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조사 대상 개인이나 기관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자칫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행위와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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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임관혁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장의 일문일답 (2021. 1. 19)
■ 법무부의 광주지검 수사팀 외압 무혐의 관련
(Q) 광주지검 수사 외압 관련 황교안 전 장관과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당시 변창욱 광주 지검장에 대해 질책했다는 부분이 있었고, 우병우 전 수석이 당시 김진모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통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조사는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A) 일단 황교안 전 장관과 우병우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보통 저희가 소환조사를 실시하는 경우와 서면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혐의의 인정 가능성이나 수사의 필요성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을 하는데 저희가 법무부와 대검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그리고 당시 의사전달이 이루어졌던 과정 그리고 검사들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사실상 혐의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병우 비서관이나 황교안 장관을 소환조사하는 것은 좀 적절치 않거나 과잉수사라고 판단을 했다. 변창욱 검사장에 대해서는 저희가 이번 수사 착수하기 전에, 이전에 우병우 비서관의 해경 압수수색 관련해서 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전화를 했다는 게 문제가 돼서 결국 우병우 비서관이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위증했다고 기소된 그 사건과 관련해서 변창욱 검사장이 한 번 조사가 된 적이 있고 저희는 그 조사에 근거해서 추가 의혹 사항에 대해서 이번에 서면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김진모 기조부장에 대해서도 역시 서면 조사를 했는데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서 법리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기조부 자체적으로 검토를 했고 검토 결과를 매번 형사한테 전달했다, 이런 진술에 의한 기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우병우 비서관이 그때 전화를 받았다든가 협의를 한 사실은 없었다고 진술을 했고 저희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된 게 없다.
(Q) 그렇다면 진짜 황교안 장관이 변창욱 지검장을 직접 법무부에 불러서 질책했던 부분은 사실로 확인이 안 됐다는 건가?
(A)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가 질문을 했다. 그런데 질책했다기보다는 자기가 고집 피워서 좀 미안하다는 식의 얘기를 했고, 그랬더니 황 장관이 “검사들이 고집 피운 거겠지” 이런 정도의 대화가 있었다고 보도를 한 것 같다.
(Q) 특정 혐의와 관련해서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도 없는데 광주 지검장을 불러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에 대해서 질책하는 것 자체가 외압 아닌가?
(A) 그건 수사가 종결된 후의 상황으로 알고 있다. 수사 과정 중이 아니라 123정장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진 그 후에 있었던 일이다.
(Q) 대검에서 먼저 일단 보고가 들어가고 법무부가 의견을 제시했다는데 대검에서 보고한 뒤에 법무부가 의견을 제시하는 거는 따로 법률적인 문제가 없는 건지?
(A) 먼저 대검이 보고를 하니까 그에 대해서 법무부에서 의견 제시한 것이다. 그 의미는 법무부가 뭔가 선제적으로 수사에 개입했다기보다는 보고를 받고 의견을 낸 것인 만큼 어떤 법무부의 수사 개입 의도가 노골적이지는 않다라는 취지에서 말씀드린 거다. 대검의 보고 자체가 문제라든지 이것까지는 사실은 좀 판단이 어렵다. 이건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그 부분은 수사단 발표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이고 그 부분은 어떻게 보면 법무부나 대검에서 답을 내야 될 성질인 것 같고, 이 사건의 혐의 유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 같아서 답변을 하지 않는 걸로 이해해 달라.
(Q)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뤄졌나?
(A)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재작년인가부터 일절, 일체의 조사에 불응을 하고 있어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을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있어야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았다.
(Q) 시도하지도 않았던 건가?
(A) 그렇다.
■ 국정원-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무혐의 관련
(Q)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기무사 관계자는 기소돼 재판 진행 중인데, 국정원 지휘부는 기소되지 않았는데?
(A) 국정원도 세월호 유가족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건 사실이지만, 기무사와 달리 상급자 지시가 있었다는 부분이 밝혀진 바 없다. 참고로 국정원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었는데 법원에서 소명이 잘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각돼 수사에 조금 애로가 있었다. 그럼에도 국정원 상대로 계속 협조문 보내고 방문조사도 해서 나름 증거 수집을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상급자의 지시나 반응을 얻은 건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속칭 ‘단독 플레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Q) 유가족 입장에선 부지불식 중에 자기 심정 얘기, 야간에 술 마신 얘기 등이 고스란히 청와대까지 보고가 됐던 건데 그게 권리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정원이 그런 정보를 이용해 권리 침해만 안 하면 그런 행동을 반복해도 된다는 건가?
(A) 일단 청와대까지 보고됐다는 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기무사령관까지는 유족들의 구체적 행위에 대해 보고된 게 사실로 확인됐지만, 청와대에 보고가 된 뒤에 걸러져서 다른 각종 보고사항와 취합되고 수정되면서 보고된다. 그래서 그런 가족 성향이나 움직임 등 구체적 내용들은 청와대 보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 가족들의 구체적 언동이 보고서에 담긴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 권리 침해가 있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 행위가 있어야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미행, 도청, 감청, 해킹, 언론 유포 등이 있어야 했는데 보고서에 담긴 것만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 권리 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참고로 국정원 개혁TF가 2017년에 만들어져 저희 검사들도 일부 나가서 그때 이 사안에 대해 조사가 이미 이뤄진 바 있다. 거기에서도 국정원 직원들의 그런 정보 수집 행위는 부적절한 면이 있지만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고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혐의 소명이 어렵다는 취지로 재고한 바가 있다. 그래서 법률적 시각에서 보면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봤다.
(Q) 그렇다면 국정원이나 기무사 직원들에 대한 의무 고지를 하게 한 그런 부분으로 볼 여지가 있는 지시나 이런 것들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건가?
(A) 그러니까 기무사의 경우에는 부하 직원들 또 부하 군인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돼서 참모장이나 부대장이 기소가 됐다. 그런데 국정원의 경우엔 상급자 지시나 관여 여부가 확인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행위로 보는 의혹이 불가능했다.
■ 고 임경빈 군 구조 방기 무혐의 관련
(Q) 당시 분명히 헬기에 태워야 한다는 현장 요구가 있었는데 거부됐다.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그리고 임 군을 경비정에 태우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조사됐는지도 궁금하다.
(A) 방송에 일부 보도된 것처럼 “왜 헬기 안 태우지?” 이러면서 좀 답답해하고 푸념한 부분이 포착된 건 사실이지만, 그 직원을 조사했더니 본인이 그런 얘기를 한 사실조차 제대로 인식을 못 하고 있었고 임 군이 당시 그런 상황에 있었던 상황을 인지하고 한 발언은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임 군 사건과 그 직원의 행동 사이의 어떤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 또한 당시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는 있었지만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임 군을 헬기로 이송해야 한다는 보고를 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휘부에서 헬기 이송 건의를 받았는데도 뭉갰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Q) 어쨋든 당시 의료진들이 시급한 이송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거고, 사참위는 여섯 명의 전문의가 그렇게 자문을 했다고 얘기하고, 사실 응급구조사는 사망 판정을 할 권한이 없다. 당시 응급구조사들이 소생 가능성 적다 많다 판단한 걸 떠나서 의료진 판단으로 긴급 이송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서 네 시간 넘게 배를 세 번 갈아타고 가게 된 경위 자체가 과실치사는 안 되더라도 직무유기나 다른 혐의는 어려운 것인지? 이게 중요한 게, 다시 유사한 상황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의 문제다.
(A) 질문 취지는 회생 가능성이 희박했더라도 어쨌든 의사의 명확한 지시가 없는 이상 신속히 병원 이송했어야 하는 건 아니냐, 이런 취지로 해석된다. 그런데 당시 여러 징후에 의해서 맥박, 동공, 호흡, 시반, 신체경직, 폐에 물이 차 있는 소리, 입가에 포말 등에 비춰볼 때 임 군이 살아 있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 해경과 응급구조사들 전원을 조사했는데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임 군이 살아 있을지 모르니 빨리 이송해야 된다는 논리 자체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사참위 발표 내용을 언급하셨는데, 사참위가 “헬기로 병원 이송해야 한다고 건의했음에도 묵살됐다”고 발표한 건 아니지 않나 싶고, 설사 그렇게 발표가 됐다면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Q) 경빈 군 어머니가 지금도 청와대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계시다. 특수단 판단 근거를 가급적 상세하게 밝혀드리는 것이 어머님을 배려하는 길이라고 보고, 그런 차원에서 대한응급의학회 등에 요청했던 자문 내용과 회신 결과를 공개해줄 수 있는지?
(A) 경빈 군 어머니가 청와대 앞에 계신 거 잘 알고 있다. 어머니 생각하면 저희도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오늘 수사 결과 발표문을 가족협의회에도 보내드렸고, 그분들에게 불기소 이유서를 대단히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보내드릴 예정이다. 그걸 보시면 어느 정도 납득을 하시지 않을까 한다.
■ DVR 조작 관련
(Q) DVR 의혹은 특검에 인계하기 때문에 결과 발표를 안 한다고 하는데, 사실 DVR 의혹은 사참위가 초기에 제기했던 바꿔치기 의혹과 최근에 제기했던 파일 조작, 그렇게 두 파트로 나눠지는 걸로 알고 있다. 제가 취재한 바로는 초기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수단 수사가 진행됐고 사실상 유가족들과 사참위에도 그때까지 수사 결과를 전달을 하신 바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실제로 수사를 한 부분에 대해선 언급해 주는 게 맞는 것 같은데?
(A) 수사가 상당 정도 진척되었다고 아까 말씀을 드렸고,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특검이 개입된 이상 저희 판단을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한지 상당히 의문입니다. 결례가 될 수도 있고 저희 입장 진술을 통해서 특검이 도입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도입될 건데 괜히 그 수사에 혼선만 초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 다만, 아까 기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가 DVR 바꿔치기 의혹 부분이 실제 확인되기는 어렵다, 이런 취지로 유가족들과 사참위에 말씀드린 적은 있다.
(Q) 사참위가 제기한 증거 은폐 의혹 중 하나가 해군이 촬영한 DVR 수거 영상이 두 파트로 쪼개진 것 중에 하나 밖에 제출이 안 됐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특수단 자료를 보니 해군의 잠수 영상 장비를 입수해 포렌식 통해 삭제 영상을 확보했다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사참위가 문제삼은 삭제 영상이 나왔는지?
(A) 큰 사항이 없었다고만 말씀드리겠다.
■ AIS 항적 조작 무혐의 관련
(Q) AIS 항적 자료 혐의 관련해서는 혐의 미확인이라고 표현을 하셨던데 그냥 무혐의가 아니라 혐의 미확인이라고 표현하신 혹시 다른 이유가 뭔지?
(A) 이것은 고소 고발이나 무슨 수사 의뢰 사건, 정식 사건이 아니어서, 사실상 혐의 없다는 표시이다.
(Q) 사참위에서 지난달에 세월호 항적 조사 발표를 하면서 참사 당일에 해수부 상황실에서 세월호 AIS 항적이 표출됐는데 해수부가 그것과 다른 항적을 세월호 항적이라고 발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는데, 이것도 수사에서 확인 것인가?
(A) 작년 12월경 사참위에서 발표한 내용, 6시간 분량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부분, 상황실의 항적,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사참위로부터 따로 기록을 인계받은 바가 없기 때문에 확인한 사실은 없다. 다만 영화로도 문제 제기가 있었고, <그날, 바다>라든가 <유령선>이라든가, 아니면 일부 언론에서도 AIS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던 걸로 알고 있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포괄적으로 해수부로부터 저희가 직접 방문을 해서 자료 요청을 하여 원본 데이터를 받아서 비교 분석을 했다. 그런데 당초 해수부의 발표 내용 중에 일부 싱크가 맞지 않는 부분이라든가 아니면 끊김 현상이 있는 부분은 그것은 뭐 일시적인 오류 정도에 불과하고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이 되었고, 특히나 그 AIS 자료 같은 경우에는 VTS 여러 곳에서 다 자료를 공유하고 또 민간 상선에서도 관련 자료를 갖고 있고 심지어는 네덜란드에 있는 기관에서도 관련 자료를 보유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모두 다 바꾼다는 건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초 제기된 의혹이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불가능한 것으로 저희는 판단했다. 그런 연장 선상에서 본다면 사참위의 최근 발표를 저희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사고 원인과 어떤 관련되는, 실질적으로 검토 가치가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되지는 않았다.
■ 세월호 침몰 원인 관련
(Q)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서, 기존에 내인설과 외력설이 엇갈렸었는데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외력설의 전제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기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된 불법 증축이나 복원 불량 뭐 급변침 등 내적 문제로 침몰했다고 보시는 것인지 궁금하다.
(A) 내인설과 외력설 말씀하셨는데, 저희는 어쨌든 법률가이고 검사이고, 대법원 판례와 판결을 근간으로 하고 법을 존중하는 위치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데, 세월호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무리한 증개축이라든가 화물의 과적 그리고 고박 불량, 그에 더해져서 조타수의 그 변침 조작 미숙, 이런 것들이 결합하면서 발생한 사고다, 이렇게 감사원 조사 결과가 그렇고 다른 전문기관에서도 거의 일치된 견해였다. 그래서 그런 내용으로 기소를 했는데 대법원에서는 다른 부분은 인정을 하면서도 조타수의 조작 미숙, 조작상 실수라는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솔레노이드 밸브, 기기 장치의 결함 때문인지 아니면 조타수의 실수 때문인지 그 부분만 해결이 안 된 채로 남아있었던 거죠. 외력설이라고 한다면 무슨 앵커에 의한 끌림 현상이라든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저희가 볼 때는 근거가 다 미약하다고 판단을 했다. 그리고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설상 다른 원인이 선박의 침몰과 관련돼 일부 밝혀진다 하더라도 저희가 선장이나 선원 등을 일사부재리 원칙상 전부 기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적으로 새로운 원인에 관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그 이상의 수사 필요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 수사 과정 전반 및 기타
(Q) 장기간 수사를 해오셨는데 수사에 대한 소회나 혹은 유가족분들께 추가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A) 사실 굉장히 부담이 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맡기 전에는 사실 세월호 참사가 정말 엄청난, 끔찍한 그런 참사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쟁점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또 밖에서는 검찰 수사가 상당히 미흡하다고 말씀들을 하셨지만 또 어느 정도 성과가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특별수사단이 만들어진 이상 뭔가 성과를 내고 또 유족분들의 한도 일정 정도 풀어드리고 했으면 좋겠는데, 기대에 결과가 미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사실 고민도 많이 했고, 또 수사 과정에서 특히 그 해경 지휘부에 업무상 주의 위반으로 인한 승객들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는 정말 아이들이 죽기 전에 카톡이라든가 아니면 영상에 남겨져 있는 천진난만한 표정들, 이런 것들 보면서 굉장히 저희도 힘들었다. 그래서 여론도 부딪치고 힘든 사건이었지만 수사팀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려고 했고 비록 밖에서 보실 때 특히 유가족분들이 보실 땐 기대하는 결과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굉장히 실망하셨다고 생각을 하지만, 저희는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고 있는 그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수사는 다 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Q) 사참위라는 국가조사기구가 조사 진행하던 과정에서 특수단이 중간에 결합을 하면서 일정 정도 공조하는 형태의 수사가 진행이 되었는데, 기관 대 기관 차원에서 사참위와 공조 과정에서 애로점 같은 건 없었는지?
(A) 사참위와는 수사 초기에는 의견 교환할 게 많아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기적으로 만났고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만나서 계속 협의를 해왔다. 저희가 볼 때는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협의가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참위는 폭넓게 조사해서 대책까지 제시하고 피해자 구제 업무까지 하기에 업무 범위가 상당히 포괄적이고, 저희는 주로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부분에 집중해 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관 간에 성격 차이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사참위에는 공식적으로 유가족, 피해자분들이 참여를 한다. 저희는 수사기관의 성격상 객관성과 중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가족분들의 의견은 청취하려 노력은 했지만 그분들과 상의하고 논의를 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업무방식이나 업무 환경의 차이로 인해서 생각이 다르다거나 이런 부분은 좀 어쩔 수 없이 존재했지만 큰 틀에서 볼 때는 무난하게 협조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Q) 참사가 발생 5년 뒤에서야 특수단이 꾸려진 것이었고 그래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왔었는데 어땠는지?
(A) 말씀대로 5년 가까이 흐른 상황에서 수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 저희가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압수수색을 통해서 자료 확보를 하게 됐지만 역시 한계는 있다. 그렇지만 또 세간의 말을 빌려서, 되는 사건이 있고 안 되는 사건이 있지 않나? 공식적으로 본다면 안 되는 사건은 우리가 아무리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고 많은 자료를 확보한다고 해서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과연 세월호 참사 당시 수사를 보다 폭넓게 신속하게 전개했다면 크게 달라질 것은 무엇이 있었을 것인가 생각해 보면, 물론 특조위 방해 사건 같은 게 없어질 수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해경 지휘부 사건을 그때 기소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법무부를 수사해왔었던 과정에서 법무부의 의견 제시가 검찰 수사의 좀 독립성이나 직무성으로 비춰볼 때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또 그로 인해서 사건처리도 지연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현저하게 드러나거나 부도덕하다거나 해서 직권남용에 포함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이유를 말씀드렸다. 이 시점에 와서 예컨대 저희가 그 상황에 여러 가지 해경 지휘부 사건을 맡았으면 또 지금처럼 처리했을 것인지, 이런 것은 역사의 과거로 돌아가는 게 사실은 조금 답변드리기 곤란한 문제인 것 같다.
제작진
이미지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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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 > 4.3, 5.18 ,911, 천안암, 세월호, 촛불혁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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