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암살하는 드론 사용설명서

[심재율의 영화이야기] 아이 인 더 스카이

2016.07.28 09:41 심재율 객원기자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는 드론(drone)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데 손색이 없는 영국 전쟁영화이다. 테러리스트 암살과정을 통해 드론이 어느 정도까지 응용이 가능한지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드론 종합 설명서로 손색이 없다.

영국, 미국 그리고 케냐 합동으로 케냐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한 작전이 벌어진다. 영국인 2명, 미국인 1명, 그리고 알 샤바브 테러 지도자들이 케나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서 모인다.

작전 팀은 미국이 정한 2,4,5번 테러리스트가 한꺼번에 모인 절호의 기회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괜찮은 도시 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나이로비는 부유층이 사는 도심 외곽을 둘러싼 거대한 빈민층의 도시이다.

과학이 바꿔 놓은 전쟁의 양상 

3개국 연합팀은 생포 작전 계획을 세웠다. 지휘는 영국에서 하고, 여차하면 이들을 향해 발사할 헬파이어 미사일 조작은 미국 본토에 있는 미군기지 관할이다. 생포 작전에 실제 투입될 케냐 특수군은 나이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드론이 이들의 모든 행동을 샅샅이 감시한다는 점이다. 새의 모양을 한 드론은 저택 입구에 새처럼 앉아서 누가 드나드는지 감시를 하고, 얼굴 사진이 찍히면 인공지능으로 신원을 파악한다. 그렇지만, 끝내 한 사람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생포 작전은 늦춰지고, 테러리스트가 이동하는 곳으로 작전도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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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가 이동한 집 안으로 드론이 따라 들어간다. 집 주위로 다가간 현지 공작원이 컴퓨터 게임을 하듯 조작해서 벌레 만한 드론을 들여보냈을 때, 깜짝 놀랄 일이 펼쳐졌다. 2명의 자살폭탄 테러리스트에게 자살폭탄 조끼를 입히는 장면이 잡힌 것이다.

생포 작전은 사살 작전으로 급히 변경되고, 영국의 작전 사령관은 미국 장교에서 헬 파이어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리지만, 아뿔싸 이게 무슨 일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가 그 집 담 옆으로 엄마가 구워준 빵을 팔러 온 것이다. 테러리스트를 사살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소녀는 치명상을 입을 게 분명하다.

소녀를 살리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뒤 자살폭탄조끼를 입고 나가 거리에서 수 십 명 넘게 살해할 테러리스트를 암살할 것인가?

 고난도 5차 방정식 같은 현대 전쟁

현대과학이 가져올 여러 가지 문제를 제한된 시간 안에 풀어야 하는 고난도 과학+윤리 문제가 등장한다.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단순히 과학+윤리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적인 문제, 외교적인 문제, 정치적인 문제까지 들어간 5차 방정식 문제가 관객들을 긴장으로 몰고 간다.

수 천 킬로미터 상공의 무인 드론 폭격기에 장착된 미사일은 5차 방정식을 뚫고 발사될까? 빵 파는 어린 소녀는 목숨을 구할까? 풍뎅이 만한 드론을 조종하다 들킨 착한 나라 정보원은 목숨을 구할까?

허무맹랑한 공상과학 영화처럼 온갖 것을 깨 부수고 지구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블록버스터는 없지만, 관객들의 긴장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윤리적인 딜레마로 몰고 가는 솜씨는 매우 탁월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진짜 주인공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도, 등장하지도 않는다.

드론은 무선 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무인비행체를 뜻한다. 처음에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같은 모양이었으나, 점점 발전하면서 지금은 벌레만한 작은 것도 나왔다.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드론’은 벌이 웅웅대며 날아다니는 소리를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군사용으로 탄생했지만 고공영상·사진 촬영과 배달,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드론은 크기에 따라 무게 25g의 초소형 부터 무게 1만2000kg에 40시간 이상의 체공 성능을 지닌 드론까지 다양하다.

영화에서 말하지 않지만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국제적으로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군사작전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긴밀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이다.  드론 연합작전을 펼친 세 국가의 공통점은, 영어로 소통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한 번도 얼굴이 나오지도, 언급되지도 않은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100년 넘게 무인항공기와 현대적인 드론을 개발하는데 참여한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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