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인류 조상’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유령집단의 유전자 증거 찾아내

‘유령 집단(ghost population)’이란 용어가 있다.

화석이나 그 속에서 채취한 DNA로 남아있는 인류 조상에 대한 흔적이 아니라 유전체(genomes) 정보로만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집단을 말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현대인의 유전체 속에서 약 5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인류 조상의 유전정보를 발견한 후 그 증거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류 조상의 흔적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이 서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먼 옛날 사라진 ‘유령 집단’으로 불리는 인류 조상이 서아프리카인에게 2~19%에 달하는 DNA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진은 현생인류에게 유전자를 전달한 네안데르탈인. ⓒNeues Museum, Berlin

현대인에게 2~19%에 달하는 DNA 전달

6일 ‘뉴욕타임스’, ‘가디언’, ‘뉴스위크’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연구를 수행한 곳은 미국 LA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이다.

연구팀은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잠비아 등에 살고 있는 현대인 4개 개체군으로부터 405종의 유전자 서열을 확보했다.

그리고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유전자가 이동하는 과정인 유전자 흐름(geme flow)을 통해 먼 옛날 어떻게 이 유전자가 흘러들어왔는지 추적했으며, 현대인의 2~19%에 달하는 DNA가 행방불명된 인류 조상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진행한 유전학자들은 현재 서아프리카인들의 조상들이 수만 년 전에 살았던 아직 발견되지 않은(yet-to-be-discovered) 또 다른 인류 조상들과 밀접하게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인류 최초의 조상들이 네안데르탈인과 관계를 맺은 것과 유사한 형태로 이 ‘유령 집단’이 현재 서부 아프리카인들에게 많은 DNA를 전달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현대 유럽인과 동아시아인의 유골 안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약 2%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받아들여질 경우 ‘유령 집단’에서 훨씬 더 많은 유전자를 전달한 것이 된다.

인류 조상들 사이의 유전자 흐름 속에서 한 ‘유령 집단’이 인류사의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컴퓨터생물학자 스리람 상카라라만(Sriram Sankararaman) 교수는 “유전자 분석 결과 서부 아프리카인들 대다수가 ‘유령 집단’으로부터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스’ 12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Recovering signals of ghost archaic introgression in African populations’이다.

아프리카서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과 공존

유전자 흐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인류가 수많은 종족으로 갈라져 있는 것과는 달리 먼 옛날에는 서로 친인척 관계를 맺은 것처럼 유전자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대 유럽과 유라시아인들이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전자를 흡수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인‧폴리네시아인‧말레이시아인들은 사라진 또 다른 그룹 데니소바인들로부터 유전자를 받아들였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에게 전달됐다는 것은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통해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유전자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또 다른 부류의 유전자 흐름은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한때 아프리카를 떠돌고 있었으며, 그 시기에 또 다른 인류 조상들로부터 유전자를 전달받았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어디서 왔는지 증명할 수 있는 화석,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찾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현재 서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로부터 유전자를 채취한 후 그 분석 자료를 통해 오래전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또 다른 인류 조상들이 살고 있었으며, 현대 서아프리카인의 조상이 이들과 친인척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4개 개체군의 서아프리카인들로부터 405종의 유전체 정보를 확보한 후 통계학적 방식을 통해 현대 서아프리카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유전체와 외부에서 전달됐을 것으로 보이는 유전체를 분류했다.

그리고 비교 분석 작업을 통해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과 매우 다른, 오래전에 서아프리카인들과 함께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령 집단’의 유전자 서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리람 상카라라만 교수는 “유전자 분석 결과 4개 개체군의 서아프리카인들의 DNA 중 2~19%에 달하는 DNA가 새로 발견한 ‘유령 집단’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유령 집단’이 36만 년~100만 년 사이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로부터 갈라져 나와 인근 지역에서 함께 번성했던 또 다른 집단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카라라만 교수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새로운 인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12만 4000년 전에 약 2만 명의 ‘유령 집단’이 서아프리카 인근에 살며 친인척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상카라라만 교수는  “더 중요한 일은 이 ‘유령 집단’의 유전자를 더 세밀하게 분석해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 밝혀내는 일”이라며, 앞으로 더 흥미로운 사실이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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