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스타 개발자 지미 송] “비트코인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는 사기”
비트코인은 유일한 탈중앙화 코인… 알트코인은 새로운 가치 창출하지 않아
보통사람들은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2017년쯤에나 유심히 살펴봤을 법하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했다. 거래가 된다는 점에서 가장 비슷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 주식의 상승률에 비하면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했다.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세가 멈추자 사람들은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거나 비트코인의 구동원리인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라는 개인 간 현금거래 시스템을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든 개발자 지미 송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 블록체인과 관련된 일 대부분이 사실상 사기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4일 일산에서 만난 지미 송은 “비트코인의 유일한 가치는 새로운 화폐 체계라는 데 있다”며 “지난 5년간 있었던 어떤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진영의 아이콘
당신은 비트코인 진영의 아이콘이다. 암호화폐 관련 기사에서 당신과 다른 암호화폐를 만든 이들 간의 논쟁을 자주 볼 수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2011년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투자를 시작했다. 2013년에는 비트코인 코딩(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알트코인이 늘어나는 걸 봤고, 나도 구매해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탈중앙화가 핵심인 비트코인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 나는 알트코인에 관여하는 사람을 욕하고 싶지는 않다.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은 너무 비싸서 투자 타이밍이 늦었다고, 채굴을 하겠다고 하다가 또 조금 지나서는 알트코인 가격이 싸다고 투자한다. 결국에는 다시 비트코인으로 돌아온다. 알트코인에 들어가서 돈을 잃은 사람을 많이 봤다. 비트코인은 유일한 탈중앙화 코인이다. 알트코인은 만든 사람이 있고, 실제로도 탈중앙화가 아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만든 사람인 사토시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 말대로 창업자가 없는 암호화폐는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한 탈중앙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은 책임질 창업자가 없는 것을 리스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맞다. 상충되는 일이지만, 이게 현재 화폐 체계의 현실이다. 중앙화되면 정부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다. 도둑을 잡고,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화폐를 계속 찍어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전부 지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돈에 대한 권한을 가져갈 수 있다. 당신이 범죄자라면 미국 정부는 먼저 은행계좌부터 동결시킨다. 리비아·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도 그랬다. 돈이 들어있는 계좌가 동결되면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사토시가 비트코인 코드를 짠 사람이고 백서를 쓴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사토시가 누구인지 알더라도 ‘진정한 탈중앙화’를 위해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을 것 아닌가?
“일단 난 사토시가 누군지 모른다. 비트코인은 이미 중앙에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돼 있다. 많은 사람이 사토시가 죽었거나 무슨 이유로든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모른다. 1970년대 음모이론 같다.”
2년 전 약 6개월 정도 암호화폐 기사를 많이 썼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러시아에서 한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알트코인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몇장의 백서 외에는 가지고 있는 게 없었다. 머니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이런 알트코인이 내세우는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완전히 사기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그와 관련된 글을 썼다. 2011년 라이트코인, 페어브릭스라는 알트코인이 생겼다. 둘 다 같은 것이지만 페어브릭스는 마케팅을 잘 했다. 비트코인을 만들 때 사토시가 실수를 많이 했다. 버그(프로그램 오류)가 있었다. 하지만 알트코인을 보면 기존에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던 어떤 버그도 고쳐져 있지 않았다. 마케팅 게임이지 테크놀로지에 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돈에 관한 얘기일 뿐이다. 그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당신은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처럼 코어 디벨로퍼였다.
“아니다. 비탈릭은 비트코인 개발자가 아니었다. 비탈릭은 비트코인 매거진에 글을 썼다. 내가 그를 알게된 건 2011년이었다. 비탈릭은 당시 퀀텀 컴퓨팅 아이디어로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거의 사기였다고 생각한다. 구글이 막대한 돈을 퀀텀 컴퓨팅 개발에 투자하고 있었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이후 내가 컬러드코인이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을 때 e메일 리스트에서 비탈릭을 봤다. 당시 우리는 백서를 만들기 위해서 의견을 모았고 그 내용을 비탈릭이 가져오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당시 논의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백서를 가져왔고, 같이 하지 않게 됐다. 2014년 초에 비탈릭은 이더리움 프리세일에 성공했다. 나는 20년 넘게 프로그래머를 했다. 그래서 이더리움의 코드를 살펴봤지만, 정말 좋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19살짜리가 만든 정도였다. 신입 엔지니어 수준이었다. 엔지니어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게 많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하나 비탈릭 진영의 문제는 오만함이었다. 사토시는 거의 모든 걸 만들었고, 안정성도 체크했으며, 코드도 공개했다. 그러나 비탈릭은 이 오픈소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잘못 입력했을 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체크섬이란 기능도 빠져있었다. 이더리움을 제로베이스에서 개발하다 보니 체크섬이 빠졌다. 한마디로 주소를 잘못 입력하면 암호화폐가 그냥 사라져버렸다. 그 외에도 많은 실수가 있다. 이더리움이 내세운 스마트 컨트랙트(특정 계약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행되는 기능)는 이미 비트코인이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던 기능이다. 비탈릭이 잘 한 유일한 건 마케팅이다. 엄청난 돈을 프리세일로 조달했다. 사람들이 천재소년이라고 얘기하는 건 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주니어 개발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알트코인을 만드는 이유는 오직 돈 때문인가?
“그렇다.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실행되기 힘든 아이디어를 내세우지 않나.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겠다는 얘기는 꼭 들어간다. 그리고 돈이 목적인 사람들이 늘 그렇듯 이 돈을 아프리카를 위한 자선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 내 생각에는 그들도 자신의 말이 사기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 암호화폐공개(ICO) 붐이 일었다. 한국은 이미 신용에 기반한 금융이 작용하는 사회다. 많은 사기꾼은 자신들이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기도 한다. 그들 자신이 스스로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어느 순간 무너진다. 당신에게도 이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식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친척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알트코인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런 친척과 같다.”
비트코인이 생긴 이후 3번의 급상승기가 있었다. 많은 한국인은 2017년에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2년 만에 한국 암호화폐 업계가 굉장히 커졌다. 일반적인 마케터, 개발자들이 정말 그들이 말하는 만큼의 큰 변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인가? 이게 자연스러운 발전 속도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미국보다 몇년 뒤쳐져 있다. 미국에선 2014년 이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아니다(블록체인을 비트코인과 분리할 수 없다는 얘기)는 주장이 나왔다. 정말 많은 큰 회사가 블록체인을 하겠다고 뛰어들었다. 그들은 블록체인으로 뭔가를 만들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IBM이 하이퍼레저에 뛰어들었고, 그 외에도 많았지만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면을 보면 어떤 것에도 적용하기 힘들다. 비트코인은 단지 새로운 화폐다. 사업 하는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개념에서 돈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지만, 엔지니어들이 살펴보면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베이스에다가 블록체인을 접목한 것에 불과한 것들이다. 그래서 한국이 뒤쳐졌다고 얘기했다. 미국은 이제 다시 비트코인으로 돌아왔다. 굉장히 먼 길을 돌아서 왔다. 불행하게도 예외적인 몇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런 교훈을 즉시 얻지 못한다. 회사 연구개발팀이, 상사가 뭔가를 해보라고 얘기를 해서 블록체인을 해본 것이겠지만, 쉽지 않다. 블록체인이 모든 걸 바꿀 거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이 코딩을 살펴본다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비트코인 자체로 혹은 비트코인을 적용한 다른 무언가를 만든다는 뜻인가?
“물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경기에 지는 것과 같다. 비트코인의 여러 파트에 여전히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 내 역할은 이를 알리고 교육하는 거다. 블록체인이란 건 새로운 기술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다. 기술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돈이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통화 체제가 변하는 거다. 물론 강한 반발이 있을 것이다. 돈을 지배하면, 돈을 뺏을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기술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중앙은행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돈 거래를 하게 된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이 그게 다냐고 묻는다. 하지만 통화 체제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뭔가 잘못돼 있고, 부서져 있다. 그 원인은 화폐 체계다.”
모든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꿀 수 있어
2008년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투자은행이 실제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었고, 금융계에서 일하던 취재원 상당수가 직업을 잃었다. 당시 가장 기묘했던 장면 중 하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는 시위대였는데, 리더가 없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느슨한 시위를 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과 리더가 없는 부분 등이 이런 정신과 닮았다.
“상당히 닮아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중주의자들이 넘쳐나던 시기다. 진보진영에 ‘월스트리트 점령하자’는 세력이 있었다면, 보수진영에는 티파티 운동이 있었다. 둘의 공통점은 은행 시스템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었다. 비트코인은 정확히 그런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미국을 부러워하든 싫어하든, 미국에 저렇게 많은 부가 왜 집중되는지 문제의식이 있다. 모든 창업가들이 미국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현재 무역에 사용되는 돈의 94%는 미국 달러다. 그래서 이런 부를 일궈낼 수 있는 것이고, 이란과 같은 나라를 대상으로 경제 제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게 누구든 어떤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든, 다 동결시킬 수 있다. 심지어 미국 시민들과 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제어할 수 있다. 미국 시민과 거래하는 곳은 모두 미 국세청에 거래 내역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17세기 경제학자 리처드 캉티용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통화가 됐듯 이에 가장 먼저 접근하는 사람이 모든 혜택을 다 가져간다. 달러가 미국 기준통화고, 정부가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미국 정부가 혜택을 가져가는 것이다. 통화 제국주의다.”
정부는 권한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통화라면, 어떤 나라의 어떤 정부도 그들이 제어할 수 없는 비트코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베네수엘라는 미국 달러를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가치가 좀 더 오래가는 걸 가지려고 한다. 부동산을 사는 것도 같은 이치다. 베네수엘라 인구의 10%가 고국을 떠나 콜롬비아로 갔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평생을 산 곳에 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라면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베네수엘라 인구 10%는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꾸고 콜럼비아로 가서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하고 있다. 몇몇 정부는 이미 통화 통제력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으로의 통화체제 변경은, 제3국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고 아마도 한국 등을 거쳐 미국으로 번질 것이다.”
2년 전 미국의 금융 규제기관 한곳을 전화로 취재했는데, 담당자가 해외 비트코인 거래와 관련한 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규제기관이 제재를 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시스템 안으로 들인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얘기했듯,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규제안을 마련해 자신들의 금융체제 안으로 집어 넣어 역시 가장 많은 혜택을 얻게 되는 것 아닌가?
“미국 의원 중에선 비트코인이 달러를 위협하므로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이해하진 못 한다. 정부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 추측하기는 힘들지만,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 체계를 대체하는 데는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언젠가 현재 통화 체제를 대체한다면 비트코인에 가장 빨리 접근했던 사토시, 당신 그리고 우지한과 같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얻는 것 아닌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에 처음 투자한 사람들은 리스크를 그만큼 가졌다. 무엇보다 우리는 비트코인을 갖기 위해서 돈이나 CPU파워를 투자했다(캉티용의 이론은 화폐를 찍어내는 중앙은행이 혜택을 가장 많이 가져간다는 것). 자산을 보유하는 건 어렵다. 비트코인 초기에 1달러에 사서 4달러에 판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당시 4배를 벌었다고 굉장히 좋아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투자와 보유는) 믿음에 가깝다. 어떤 투자든 당신이 그 자산을 믿지 않으면 버터기 힘들다.”
비트코인이 전체 화폐 시스템을 대체한다면, 중앙정부가 필요 없게 된다. 비트코인 진영은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가?
“그보다는 탈중앙화라고 말하고 싶다. 슬픈 사실은 모든 정부가 뭔가가 잘못 되면 일단 그 사람의 은행계좌부터 동결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난 이게 정말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규제가 없다면 우리가 창업가 정신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허락이나 허가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람들이 뭔가를 하기 전에 허가를 받길 원하지만, 만약 탈중앙화가 가능해지면 창업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문화도 더 번창할 것이다. 그에 따른 개인의 책임이 더 많아지겠지만,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문명화는 탈중앙화에서 비롯돼
비트코인의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만약 누구도 다른 사람의 비트코인 계좌를 동결할 수 없다면, 마약중개상과 같은 범죄자들을 잡기 힘들 것이고, 돈의 이동을 전혀 건드리지 못하면 세금을 우회할 수도 있고, 경제 제재도 할 수 없게 된다.
“중앙화 입장에서의 질문이다. 미국은 탈중앙화된 돈을 통해서 독립 후 10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부국이 됐다. 19세기에 미국에서 서부로 가라는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 중에는 사기꾼도 있다. 하지만 그건 기회에 대한 리스크다. 19세기 미국에 중앙은행이 없었던 무렵, 많은 사람이 막대한 부를 일궈냈다. 만약 1969년 인간이 달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가 문명의 최정점이라고 생각하면 무서운 일 아닐까(지미 송은 화폐 체계의 정점이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예를 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을 다 편하게 만드는 것이 문명화를 가져온 게 아니다. 문명화는 탈중앙화에서 나왔다. 허가가 필요 없고,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게 혁신이 될 것이다. 서부 개척 정신을 되찾는 것이 비트코인이 만들려는 세상이다. 내가 늘 쓰고다니는 카우보이 모자는 이런 개척 정신과도 관계가 있다.”
그가 최근 집필에 참여한 두 번째 책 [리틀 비트코인 북(The Little Bitcoin Book)]은 비트코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에 대한 입문서이자 일종의 전도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첫 책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비트코인]이라는 개발 실무서를 썼다. 지난 11월 한국에서도 번역돼 출간됐다. 지미 송은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일이기도 하고, 비트코인 진영에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더 많이 합류하기 때문이라며 “알트코인 ICO 붐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코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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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진영의 아이콘
당신은 비트코인 진영의 아이콘이다. 암호화폐 관련 기사에서 당신과 다른 암호화폐를 만든 이들 간의 논쟁을 자주 볼 수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2011년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투자를 시작했다. 2013년에는 비트코인 코딩(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알트코인이 늘어나는 걸 봤고, 나도 구매해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탈중앙화가 핵심인 비트코인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 나는 알트코인에 관여하는 사람을 욕하고 싶지는 않다.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은 너무 비싸서 투자 타이밍이 늦었다고, 채굴을 하겠다고 하다가 또 조금 지나서는 알트코인 가격이 싸다고 투자한다. 결국에는 다시 비트코인으로 돌아온다. 알트코인에 들어가서 돈을 잃은 사람을 많이 봤다. 비트코인은 유일한 탈중앙화 코인이다. 알트코인은 만든 사람이 있고, 실제로도 탈중앙화가 아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만든 사람인 사토시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 말대로 창업자가 없는 암호화폐는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한 탈중앙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은 책임질 창업자가 없는 것을 리스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맞다. 상충되는 일이지만, 이게 현재 화폐 체계의 현실이다. 중앙화되면 정부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다. 도둑을 잡고,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화폐를 계속 찍어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전부 지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돈에 대한 권한을 가져갈 수 있다. 당신이 범죄자라면 미국 정부는 먼저 은행계좌부터 동결시킨다. 리비아·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도 그랬다. 돈이 들어있는 계좌가 동결되면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사토시가 비트코인 코드를 짠 사람이고 백서를 쓴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사토시가 누구인지 알더라도 ‘진정한 탈중앙화’를 위해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을 것 아닌가?
“일단 난 사토시가 누군지 모른다. 비트코인은 이미 중앙에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돼 있다. 많은 사람이 사토시가 죽었거나 무슨 이유로든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모른다. 1970년대 음모이론 같다.”
2년 전 약 6개월 정도 암호화폐 기사를 많이 썼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러시아에서 한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알트코인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몇장의 백서 외에는 가지고 있는 게 없었다. 머니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이런 알트코인이 내세우는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완전히 사기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그와 관련된 글을 썼다. 2011년 라이트코인, 페어브릭스라는 알트코인이 생겼다. 둘 다 같은 것이지만 페어브릭스는 마케팅을 잘 했다. 비트코인을 만들 때 사토시가 실수를 많이 했다. 버그(프로그램 오류)가 있었다. 하지만 알트코인을 보면 기존에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던 어떤 버그도 고쳐져 있지 않았다. 마케팅 게임이지 테크놀로지에 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돈에 관한 얘기일 뿐이다. 그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당신은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처럼 코어 디벨로퍼였다.
“아니다. 비탈릭은 비트코인 개발자가 아니었다. 비탈릭은 비트코인 매거진에 글을 썼다. 내가 그를 알게된 건 2011년이었다. 비탈릭은 당시 퀀텀 컴퓨팅 아이디어로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거의 사기였다고 생각한다. 구글이 막대한 돈을 퀀텀 컴퓨팅 개발에 투자하고 있었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이후 내가 컬러드코인이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을 때 e메일 리스트에서 비탈릭을 봤다. 당시 우리는 백서를 만들기 위해서 의견을 모았고 그 내용을 비탈릭이 가져오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당시 논의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백서를 가져왔고, 같이 하지 않게 됐다. 2014년 초에 비탈릭은 이더리움 프리세일에 성공했다. 나는 20년 넘게 프로그래머를 했다. 그래서 이더리움의 코드를 살펴봤지만, 정말 좋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19살짜리가 만든 정도였다. 신입 엔지니어 수준이었다. 엔지니어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게 많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하나 비탈릭 진영의 문제는 오만함이었다. 사토시는 거의 모든 걸 만들었고, 안정성도 체크했으며, 코드도 공개했다. 그러나 비탈릭은 이 오픈소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잘못 입력했을 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체크섬이란 기능도 빠져있었다. 이더리움을 제로베이스에서 개발하다 보니 체크섬이 빠졌다. 한마디로 주소를 잘못 입력하면 암호화폐가 그냥 사라져버렸다. 그 외에도 많은 실수가 있다. 이더리움이 내세운 스마트 컨트랙트(특정 계약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행되는 기능)는 이미 비트코인이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던 기능이다. 비탈릭이 잘 한 유일한 건 마케팅이다. 엄청난 돈을 프리세일로 조달했다. 사람들이 천재소년이라고 얘기하는 건 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주니어 개발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알트코인을 만드는 이유는 오직 돈 때문인가?
“그렇다.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실행되기 힘든 아이디어를 내세우지 않나.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겠다는 얘기는 꼭 들어간다. 그리고 돈이 목적인 사람들이 늘 그렇듯 이 돈을 아프리카를 위한 자선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 내 생각에는 그들도 자신의 말이 사기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 암호화폐공개(ICO) 붐이 일었다. 한국은 이미 신용에 기반한 금융이 작용하는 사회다. 많은 사기꾼은 자신들이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기도 한다. 그들 자신이 스스로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어느 순간 무너진다. 당신에게도 이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식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친척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알트코인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런 친척과 같다.”
비트코인이 생긴 이후 3번의 급상승기가 있었다. 많은 한국인은 2017년에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2년 만에 한국 암호화폐 업계가 굉장히 커졌다. 일반적인 마케터, 개발자들이 정말 그들이 말하는 만큼의 큰 변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인가? 이게 자연스러운 발전 속도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미국보다 몇년 뒤쳐져 있다. 미국에선 2014년 이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아니다(블록체인을 비트코인과 분리할 수 없다는 얘기)는 주장이 나왔다. 정말 많은 큰 회사가 블록체인을 하겠다고 뛰어들었다. 그들은 블록체인으로 뭔가를 만들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IBM이 하이퍼레저에 뛰어들었고, 그 외에도 많았지만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면을 보면 어떤 것에도 적용하기 힘들다. 비트코인은 단지 새로운 화폐다. 사업 하는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개념에서 돈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지만, 엔지니어들이 살펴보면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베이스에다가 블록체인을 접목한 것에 불과한 것들이다. 그래서 한국이 뒤쳐졌다고 얘기했다. 미국은 이제 다시 비트코인으로 돌아왔다. 굉장히 먼 길을 돌아서 왔다. 불행하게도 예외적인 몇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런 교훈을 즉시 얻지 못한다. 회사 연구개발팀이, 상사가 뭔가를 해보라고 얘기를 해서 블록체인을 해본 것이겠지만, 쉽지 않다. 블록체인이 모든 걸 바꿀 거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이 코딩을 살펴본다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비트코인 자체로 혹은 비트코인을 적용한 다른 무언가를 만든다는 뜻인가?
“물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경기에 지는 것과 같다. 비트코인의 여러 파트에 여전히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 내 역할은 이를 알리고 교육하는 거다. 블록체인이란 건 새로운 기술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다. 기술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돈이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통화 체제가 변하는 거다. 물론 강한 반발이 있을 것이다. 돈을 지배하면, 돈을 뺏을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기술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중앙은행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돈 거래를 하게 된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이 그게 다냐고 묻는다. 하지만 통화 체제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뭔가 잘못돼 있고, 부서져 있다. 그 원인은 화폐 체계다.”
모든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꿀 수 있어
2008년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투자은행이 실제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었고, 금융계에서 일하던 취재원 상당수가 직업을 잃었다. 당시 가장 기묘했던 장면 중 하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는 시위대였는데, 리더가 없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느슨한 시위를 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과 리더가 없는 부분 등이 이런 정신과 닮았다.
“상당히 닮아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중주의자들이 넘쳐나던 시기다. 진보진영에 ‘월스트리트 점령하자’는 세력이 있었다면, 보수진영에는 티파티 운동이 있었다. 둘의 공통점은 은행 시스템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었다. 비트코인은 정확히 그런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미국을 부러워하든 싫어하든, 미국에 저렇게 많은 부가 왜 집중되는지 문제의식이 있다. 모든 창업가들이 미국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현재 무역에 사용되는 돈의 94%는 미국 달러다. 그래서 이런 부를 일궈낼 수 있는 것이고, 이란과 같은 나라를 대상으로 경제 제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게 누구든 어떤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든, 다 동결시킬 수 있다. 심지어 미국 시민들과 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제어할 수 있다. 미국 시민과 거래하는 곳은 모두 미 국세청에 거래 내역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17세기 경제학자 리처드 캉티용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통화가 됐듯 이에 가장 먼저 접근하는 사람이 모든 혜택을 다 가져간다. 달러가 미국 기준통화고, 정부가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미국 정부가 혜택을 가져가는 것이다. 통화 제국주의다.”
정부는 권한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통화라면, 어떤 나라의 어떤 정부도 그들이 제어할 수 없는 비트코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베네수엘라는 미국 달러를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가치가 좀 더 오래가는 걸 가지려고 한다. 부동산을 사는 것도 같은 이치다. 베네수엘라 인구의 10%가 고국을 떠나 콜롬비아로 갔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평생을 산 곳에 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라면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베네수엘라 인구 10%는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꾸고 콜럼비아로 가서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하고 있다. 몇몇 정부는 이미 통화 통제력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으로의 통화체제 변경은, 제3국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고 아마도 한국 등을 거쳐 미국으로 번질 것이다.”
2년 전 미국의 금융 규제기관 한곳을 전화로 취재했는데, 담당자가 해외 비트코인 거래와 관련한 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규제기관이 제재를 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시스템 안으로 들인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얘기했듯,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규제안을 마련해 자신들의 금융체제 안으로 집어 넣어 역시 가장 많은 혜택을 얻게 되는 것 아닌가?
“미국 의원 중에선 비트코인이 달러를 위협하므로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이해하진 못 한다. 정부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 추측하기는 힘들지만,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 체계를 대체하는 데는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언젠가 현재 통화 체제를 대체한다면 비트코인에 가장 빨리 접근했던 사토시, 당신 그리고 우지한과 같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얻는 것 아닌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에 처음 투자한 사람들은 리스크를 그만큼 가졌다. 무엇보다 우리는 비트코인을 갖기 위해서 돈이나 CPU파워를 투자했다(캉티용의 이론은 화폐를 찍어내는 중앙은행이 혜택을 가장 많이 가져간다는 것). 자산을 보유하는 건 어렵다. 비트코인 초기에 1달러에 사서 4달러에 판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당시 4배를 벌었다고 굉장히 좋아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투자와 보유는) 믿음에 가깝다. 어떤 투자든 당신이 그 자산을 믿지 않으면 버터기 힘들다.”
비트코인이 전체 화폐 시스템을 대체한다면, 중앙정부가 필요 없게 된다. 비트코인 진영은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가?
“그보다는 탈중앙화라고 말하고 싶다. 슬픈 사실은 모든 정부가 뭔가가 잘못 되면 일단 그 사람의 은행계좌부터 동결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난 이게 정말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규제가 없다면 우리가 창업가 정신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허락이나 허가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람들이 뭔가를 하기 전에 허가를 받길 원하지만, 만약 탈중앙화가 가능해지면 창업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문화도 더 번창할 것이다. 그에 따른 개인의 책임이 더 많아지겠지만,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문명화는 탈중앙화에서 비롯돼
비트코인의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만약 누구도 다른 사람의 비트코인 계좌를 동결할 수 없다면, 마약중개상과 같은 범죄자들을 잡기 힘들 것이고, 돈의 이동을 전혀 건드리지 못하면 세금을 우회할 수도 있고, 경제 제재도 할 수 없게 된다.
“중앙화 입장에서의 질문이다. 미국은 탈중앙화된 돈을 통해서 독립 후 10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부국이 됐다. 19세기에 미국에서 서부로 가라는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 중에는 사기꾼도 있다. 하지만 그건 기회에 대한 리스크다. 19세기 미국에 중앙은행이 없었던 무렵, 많은 사람이 막대한 부를 일궈냈다. 만약 1969년 인간이 달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가 문명의 최정점이라고 생각하면 무서운 일 아닐까(지미 송은 화폐 체계의 정점이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예를 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을 다 편하게 만드는 것이 문명화를 가져온 게 아니다. 문명화는 탈중앙화에서 나왔다. 허가가 필요 없고,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게 혁신이 될 것이다. 서부 개척 정신을 되찾는 것이 비트코인이 만들려는 세상이다. 내가 늘 쓰고다니는 카우보이 모자는 이런 개척 정신과도 관계가 있다.”
그가 최근 집필에 참여한 두 번째 책 [리틀 비트코인 북(The Little Bitcoin Book)]은 비트코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에 대한 입문서이자 일종의 전도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첫 책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비트코인]이라는 개발 실무서를 썼다. 지난 11월 한국에서도 번역돼 출간됐다. 지미 송은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일이기도 하고, 비트코인 진영에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더 많이 합류하기 때문이라며 “알트코인 ICO 붐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코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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