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상호 관계 (허버트 벤슨)

   [허버트 벤슨 교수의 저서에 나오는 내용을 발췌하여
    운영자가 제3자 입장에서 해설하는 형태로 재구성했다]

     . 저서1 ; Relaxtion Response (이완반응)
     . 저서2 ; Beyond the Relaxtion Response (이완반응을 넘어서)
     . 저서3 ; Mindscience: An East-West Dialogue(마음과학/동서양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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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의 신체적 변화

1967년,
당시 하버드 의대 연구팀에 있던 벤슨은
감정과 고혈압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젊은이 몇몇이 벤슨을 찾아와서
자신들은 초월 명상으로 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서
자기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으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각종 측정 장치를 달고 그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그들은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마음만 조절했고
관찰팀은 명상 전, 명상중, 명상 후 세 단계로 구분하여
각각 20분씩 관찰했다.

그런데 단순히 명상으로 생각만 바꾸었는데도
산소 소비(신진대사)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줄었다.
즉 전반적인 에너지 소비가 16-17% 줄었던 것이다.

당연히 호흡도 줄었다.
그런데도 혈액 속의 산소량은 변함이 없었다.
이것은 산소와 연료가 충분히 공급되었는데도
단순히 인체의 소비량만 줄었다는 의미였다.

혈액 내 젖산 농도도 급격히 줄었는데
이것은 마음이 평화롭고 안정되었다는 증거였다.

항문에서 잰 직장의 온도는 변함이 없었고,
이것은 수면 또는 동면 상태가 아니라는 증거였다.
(잠이 들면 시간이 지날수록 신진대사가 계속 줄어드는데
  명상 상태에서는 한번 감소된 후에는 그 상태를 유지했고
  또한 뇌파 변화도 숙면 상태와는 달랐다.)

이런 변화는 명상 시작 3-5분에서 시작되고
명상이 계속되는 동안 지속되다가
명상을 끝내면 일반 상태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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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완반응

싸우거나 도주할 때에는
신진대사, 혈압, 심장박동, 호흡, 뇌파가 증대된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명상하는 동안에는
이 모든 신체 반응이 반대 방향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벤슨 연구팀은 이를 "이완반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 후 몇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이완반응을 얻기 위한 두 가지 기본 요소를 발견했다.
. 집중 요소 한 가지 (단어, 소리, 생각, 문구, 근육 활동...)
. 그 하나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거기에 생각을 돌리는 것

그리고 이 이완반응을 활용하면
스트레스에 의한 각종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정적인 마음 상태를 그냥 내버려 두면
무의미한 생각들이 계속 일어나게 되는데
이완반응 같은 평화로운 마음 상태에서는
스스로의 심리적 패턴도 변화되어
근심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허버트 벤슨은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1975년 '이완반응'(Relaxtion Response)란 책을 출간했는데
"동양의 고전적 지혜인 명상 수련을 통해
스트레스에서 파생되는 온갖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명상이나 기도로 이완반응을 이끌어 내는 4단계 방법을 제시했다.

. 조용한 곳에서
. 의식적으로 온몸(근육)의 긴장을 풀고
. 간단한 문귀(정신적 도구)에 15-20분 정도 집중한다.
. 엄습해 오는 잡념에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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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면과 명상의 차이

[질문]
최면과 명상은 어떻게 다른가?
최면 상태의 신진대사도 조사해 봤나?


[답변]

최면은 실신과 같은 상태이다.
최면에는 두 가지 국면이 있다.
. 암시이전 국면 ; 이 때는 이완반응(명상)과 구별되지 않는다.
. 암시 국면     ; 암시를 준대로 생리적 변화가 나타난다.

따라서 최면 초기에는 이완반응과 공통점이 있지만
최면은 이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벤슨의 "이완반응"은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대체의학, 보완의학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바로 벤슨의 이 '이완 명상법'이다.

뒤이어 벤슨은 1979년에
'심신효과'(The Mind/Body Effect)를 발표했는데
마음과 몸의 상호 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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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명상기법의 차이

[질문]
이완 반응은 일점 명상이다.
즉 하나의 대상으로 돌아가는 명상이다.
다른 명상인 관법 명상도 연구했나?
(관 ; 떠오른 것은 무엇이든 인지하는 명상)

[답변]

우리의 관심은
간단한 형태의 명상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관문(생리상태)이다.

이 관문을 통과하게 되면
포용적인 마음이 나타나게 된다.
그 후에 일어나는 각기 여러 다른 사고 과정은
다른 생리적인 반응을 가져온다.

따라서 이 관문이 열린 후에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예를 들면 의학계에서는
암 치료를 위한 면역력 증진 등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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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계속되는 의문

벤슨은 '이완반응'과 '심신효과'를 저술한 이래
이완반응의 원리대로 실천하면
건강과 행복이 크게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완반응을 반복적으로 이끌어내게 되면
스트레스의 해로운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의학계에도 이완반응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고혈압, 심장 부정맥, 만성 통증, 불면증 뿐 아니라
불안, 적대, 우울 등의 심리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수술 준비 과정에서도 명상을 추천할 정도였다.
현대의학 치료와 이완반응은 잘 어울렸다.

그리고 벤슨이 보기에는
모든 명상법은 이런 이완반응 유형에 속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벤슨에게는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이 따라다녔다.

이런 단순한 정신(명상) 기법만으로도
건강에 이로운 생리적 변화를 가져오고
그에 따른 심오하고 건전한 변화가 가능하다면
마음은 도대체 어떤 생리적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을까?

진보된 명상 기법의 효과는 과연 어떤 것일까?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이 훨씬 더 놀랍게 나타나지 않을까?

그래서 좀 더 진보된 명상을 연구하려고 수년간 노력했지만
연구에 동의할 만한 수련자를 찾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 수련자들은
자신의 수련을 과학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관심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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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신비한 툼모 요가

그러던 중 벤슨은 툼모 요가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알렉산드라 데이비드 닐(alexandra david neel)여사가 쓴
"티벳의 신비와 미스테리" (magic and mistery of tibet).

저자인 알렐산드로 데이비비드 닐 여사는
20세기 초 티벳 승려로 가장해서 티벳을 여행하고
그 체험을 책으로 출판했던 것인데
거기에 수련자가 열을 발생시키는 툼모 수행 내용이 나왔다.

"한 겨울밤에 여러 스님들이 모여
  툼모 요가라는 명상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명상 숙련 정도를 실험하고 있었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태워버리는 열을 방출하고 있었다.

  수련승들이 알몸으로 가부좌를 틀고 바닥에 앉는다.
  얼음물에 적신 천을 각자 몸에 두르고
  몸에서 열을 내어 말려야 한다.

  다 말리고 나면 다시 물을 적셔 몸에 두른다.
  이 과정이 날이 샐 때까지 계속 반복된다.
  동틀 때까지 이렇게 계속해서
  그렇게 해서 가장 많은 천을 말린 사람이 승자가 된다.

  젖은 천을 말리는 방법 외에도
  수련승들이 발산하는 열을 확인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눈 위에 앉아 눈을 녹이는 시험이다.
  눈이 녹은 양과 깊이로 수련승의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또 공중으로 뛰어 오르는 장면도 나왔다.
"그는 마치 도약하듯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연신 위로 튀어 올랐다.
  시계추처럼 규칙적으로, 고무공이 튀어 오르듯..
  그렇다고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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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툼모와 마음의 힘

이 툼모 요가 수행이 벤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물이나 사람은
춥거나 차가운 환경에 놓이게 되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열을 유지시키기 위해
열을 보존하거나 열을 생산하는 반응을 한다.

- 열 생산
온혈 동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열을 생산한다.
아드레날린, 티록신 등을 통한 화학적 반응도 있고,
몸을 떠는 등 근육 활동을 통해서도 열을 생산한다.
아니면 자발적으로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 열 보전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몸을 움츠려 공기에 노출되는 면적을 줄인다.
동물들은 털을 세워 단열층을 만들기도 한다.
장기간 추위에 노출되면 피하 지방을 증가시킨다.
사람은 옷을 더 껴입는다.

우리가 추운 환경에 놓이게 되면
혈관이 가느다란 손가락, 발가락, 귀가 먼저 차거워진다.
그래서 그런 부위가 먼저 동상에 걸리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피부의 온도는 내려가도
심장, 폐, 뇌 등의 내부 기관의 온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벤슨이 보기에는
툼모 수행자들은 반대 현상을 일으켰던 것이다.
즉 내부에서 열을 발생시켜서 피부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것도 순전히 마음의 힘으로.

벤슨은 이런 고급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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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달라이 라마에게 부탁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명상가들은
이런 과학자의 연구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들에게 입증해 보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수련은 개별적으로 비밀스럽게 전수되고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것을 신성모독으로 생각하므로
지금까지 제대로 연구 관찰한 과학자가 없었다.

때로는 그들 수행자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관찰자가 나타나면 자꾸만 동굴 등으로 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를 따르는 티벳 승려들이라면
달라이라마의 지시에는 복종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벤슨은
어떻게 하든 달라이 라마를 만나서 부탁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1979년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예정 소식을 듣고
뉴욕에 있는 티벳  연락처에 편지를 써서
혹시 달라이라마를 친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달라이라마가 하버드 대학을 방문할 일정이 있다면서
그 때 약 30분간 친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왔다.

그리하여 10월 18일,
벤슨은 동료들과 함께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그의 동료들 역시 명상에 관해 연구하는 의사들이었다.

벤슨은 달라이 라마에게
간단한 명상 기법의 생리적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깊은 명상이 신체를 변화시키는 현상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우기 피부에 높은 열을 발생시키는 툼모 요가와
공중에 몸을 띄우는 승려들도 만나고 싶으며
그들의 신체에 일어나는 일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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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달라이 라마의 허락

달라이 라마는 처음에는
그런 측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티벳이 중국의 박해로 망명 상태에 있다고 말하면서
벤슨의 부탁에 호의적으로 대답했다.

"미국이 티벳 명상법을 연구한다면
중국이 큰 인상을 받을텐데,....
그렇다면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겠군요."

티벳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티벳의 문화를 말살하려는 상황에서
미국 의사인 벤슨의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는 한편
중국의 압제에 저항하는 계기로 받아들이려는 의도였으리라.

그리하여 달라이 라마는 벤슨의 연구를 허락했다.
그러면서 티벳 의학에 대해서도 연구해 달라고 하면서
"특히 티벳 의학의 3대 요소에 관심을 가져 보십시오.
의사에 대한 믿음, 환자에 대한 믿음, 두 사람의 카르마,
이것이 우리 티벳 의학의 3대 요소입니다."

신념과 믿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티벳에서는 수백년 동안 잘 알려진 내용들이지만
서구에서는 이제 막 시작 단계였다.

달라이 라마와의 접견은 1시간 반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접견이 끝난 후 벤슨은 무척 고무되었다.

몇 달 후 달라이라마에게서 소식이 왔다.
벤슨의 연구에 동의한 승려 세 명을 찾았다는 것이다.

벤슨과 동료들은 몇 달 간의 노력 끝에 연구비를 조달하고
히말라야로 떠날 탐구팀을 조직하는 한편
이번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였다.

. 승려들의 몸에 붙일 작고 납작한 체온계,
. 직장(항문) 속에 넣어 체내 온도를 측정할 체온계,
. 외부 온도와 습도를 측정할 소형 기상 측정기,
. 측정 내용을 자동 기록하는 장비,
. 사진 촬영에 필요한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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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람살라로 가다

1982년 2월,
그들은 드디어 인도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우여곡절이 많은 긴 여행 끝에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달라이 라마를 만난지 2년 4개월이 지난 후였다.

당시 달라이 라마는 무척 바쁜 시기였다.
그래도 비서를 보내 소식을 전했는데
승려들의 처소에 직접 찾아가서 연구해도 좋으며
직장(항문) 체온계, 사진촬영도 허락했다.

(벤슨의 관찰 계획과 요령)

만일 관찰 대상 승려가 각종 장비 사용을 허락해 준다면
먼저 원형 체온계를 스님의 몸 여러 군데에 붙인다.
  단전 근처, 배, 등, 가슴 양쪽,
  팔뚝, 손가락 끝, 발가락 끝, 이마 등...

또 체내 온도를 재기 위한 체온계를 항문에 삽입한다.
건강한 사람은 체내 온도가 거의 일정하다.

그런 다음 기온과 습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설치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자동 기록 장치를 설치하고
체온계, 기상 측정기와 전선으로 연결한다.
또한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장치도 설치한다.

측정은 세 단계로 나누어 실시한다.
  . 사전 단계 ; 본격 명상에 들어가기 전 단계
  . 명상 단계 ; 툼모 명상 상태에 있는 단계
  . 회복 단계 ; 명상을 마치고 보통 상태로 돌아오는 단계

이 기간 동안 5분에 한번씩 체온을 측정하며
촬영팀이 옆에서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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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툼모 수행자를 찾아

다람살라에 도착한 연구팀은
다음날 새벽에 첫번째 승려가 있는 산으로 출발했다.

연구팀과 짐꾼들은
달라이 라마의 지시를 받은 스님의 안내로
가파르고 바위투성이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들은 두툼한 장갑과 양말을 신고
탄탄한 부츠까지 신어야 했다.

그러나 툼모 요가 수행을 하는 티벳 승려들은
이렇게 엄청난 추운 날씨에서도
깊은 명상에 들어가 피부의 온도를 높임으로써
장갑이나 양말 없이 손발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

'툼모'란 '사나운 여인'이란 의미이다.
   . 사납다 ; 찌든 번뇌를 불태워 정화시킨다는 의미
   . 여인   ; 어머니와도 같은 근본 자리라는 의미

"예전의 과학자들은 티벳 승려들의 주장을 믿지 않았는데
정말로 피부 체온을 마음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과학은 마음과 몸의 상관관계에 관해 더 연구해야 한다.
또 단지 마음의 힘으로 몸의 기능을 현저히 바꿀 수 있다면
그런 정신적 힘은 외부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잠긴 연구팀은 흥분되고 초조해져서
가능하면 빨리 실험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나 2700미터 높이에 이르자
산길조차 없어지고 가파른 산등성이만 나타났다.

연구팀은 천천히 바위에 달라붙어 올라갔지만
산소가 적어서 숨쉬기조차 힘겨워졌다.
하지만 작은 체구의 네팔 짐꾼들은
30kg이 넘는 짐을 지고도 끄떡 없었다.
연구팀이 손발을 다 동원해서 기어 오르는 동안
그들은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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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첫번째 승려

몇 시간을 찾아 헤맨 끝에 겨우 암자를 찾았다.
돌로 지은 암자의 크기는
길이 7미터, 폭 4미터, 높이 2.5 미터,
작은 창이 하나 있고, 지붕은 얇은 돌로 얹었다.

단열은 물론 난방도 전혀 없다.
굴뚝도 없어서 밥짓는 연기는 지붕 틈새로 빠져 나갔다.

실내엔 기름 등잔으로 불을 밝혔고
달라이라마의 초상, 천으로 감싸 둔 경전 정도만 있을 뿐
가구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거기 머무는 스님은 59세의 G.J. 스님이었는데
이런 외딴 환경에서 몇 년이고 지낸다고 했다.
경건한 신도들이 매주 음식을 가져와 암자 밖에 두고 갈 뿐
수행중인 스님들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할 때란
다람살라에서 벌어지는 행상에 참여할 때나
스승에게 수련 진전을 점검받을 때 정도라고 했다.

G.J. 스님은 13세 때 출가했다고 한다.
티벳에서 19년간 공부하고, 인도에서 8년간 공부했으며
철학박사에 해당하는 게쉐 칭호를 받았고
학승의 최고 지위급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매일 15분씩, 10년간 툼모 요가 수행을 했는데
아직 '법열 상태'(state of bliss)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툼모 요가의 절정에 이르면
프라나(기운)가 정수리 부분으로 모여들고
이 기운이 심오한 '내적 열'에 불을 붙인다.
그리하여 머리 부분에 있는 '생성' 액(빈두)이 녹아
몸으로 흘러내리며 중맥에 모이게 되는데
이 때 크나큰 희열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선도 수련의 소주천)

그는 달라이라마의 부탁으로 벤슨의 연구에 응했는데
체온계, 촬영 등 모든 장비를 사용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계획한 대로 진행했다.

G.J. 스님은 가사만 걸치고 가부좌 상태로 명상을 시작했고
사전 단계 10분, 명상 단계 55분, 회복 단계 30분이 걸렸다.

체온 측정 결과
체내 온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유지된 반면
손가락 체온은 화씨 9도(섭씨 5도) 이상이나 상승했고
발가락은 화씨 13도(섭씨 7.2도)나 상승했다.
다른 부분은 별로 큰 폭의 상승은 없었다.

실험 중의 외부의 온도는 약간 상승했다.
화씨 71.6도 (섭씨 22도) -> 74.3도 (섭씨 23.5도)

그러나 이런 외부 변화의 영향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명상이 끝났을 때
외부 온도는 가장 높은 상태였는데
스님의 손가락 온도는 급격히 내려갔던 것이다.

명상만으로 이렇게 엄청난 체온 변화가 나타난단 말인가?
연구팀은 깊은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말로만 듣는 이야기가 사실임이 입증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오후 2시쯤 짐을 챙겨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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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두번째 승려

다음날 새벽
두번째 스님인 J.T. 스님의 암자로 향했다.
그는 46세, 티벳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
라싸에서 불교 철학을 7년 공부한 뒤
11년째 은둔 수행중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툼모 요가를 수행해 왔으며
종종 법열의 상태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상태가 완전한 법열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4번 툼요 요가를 수행한다고 했다.
그리고 일단 명상을 시작하면
툼모 상태가 하루종일 지속되며
일어나 몸을 움직여야 그 상태가 사라진다고 했다.

연구팀은 즉각 실험에 착수했는데
사전 단계 10분, 명상 단계 85분, 회복 단계 30분 걸렸다.

이번 역시 체온 변화가 확실했다.
외부 온도는 약간 상승하여
화씨 60도(섭씨 15.5도) -> 66.5도(섭씨 19.2도)가 되었지만
스님의 손가락, 발가락 온도는 훨씬 더 올라갔다.

특히 손가락 온도는 계속 13도(섭씨 7.2도)나 상승해서
회복 단계에서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명상을 마친 뒤에도 툼모 상태가 계속된다는 말과 일치했다.
발가락 온도는 화씨 7도(섭씨 3.9도)나 상승했다.

다른 부위의 체온은 크게 상승하지는 않았다.
단전 부위가 화씨 3.4도(섭씨 1.9도),
가슴 부위는 화시  3도(섭씨 1.7도) 정도 상승했다.
그리고 체내 온도는 변화가 없었다.

이번 결과도 첫번째 측정과 거의 일치했고
영적 수행과 신체 반응 결과를 입증하는 일관성 있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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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세번째 승려

다음 날의 L.T. 스님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그는 법열의 상태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면서
명상에 들면 툼모 상태가 하루 종일 지속된다고 했다.

특히 앉기만 해도 툼모 현상이 곧바로 나타나서
준비 단계 측정을 위해서는
스님이 서 있는 상태에서 측정해야 했다.

그런데 스님의 거처가 워낙 좁아서
암자 바깥으로 나와서 실험해야 했는데
그날은 태양의 복사열이 너무 강렬해서
툼모 현상에 의한 체온 상승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그 날 측정은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스님은 달라리라마 설법을 듣기 위해
다람살라를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그 날 다시 만나 저녁에 체온을 측정했는데
외부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시원한 호텔에서 실시했다.

L.T. 스님은
준비단계 5분, 명상단계 45분, 회복단계 30분 걸렸는데
다른 스님들과 마찬가지로 피부 체온이 상승하였다.

그런데 손가락 온도는 6.4 (섭씨 3.6도)도만 상승한 반면
발가락 체온은 무려 15도(섭씨 8.3도)나 상승했다.
반면 다른 신체 부위의 체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체내 온도 역시 변함없었다.

외부 온도는 화씨 68도 -> 65도 -> 66도로 변했는데
           (섭씨 19.4    18.3    18.9)
스님의 발가락 체온은 기온이 가장 낮을 때 최고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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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명상과 실험장치

[질문]
마스크, 호스, 체온계 등 각종 실험 장비가
승려들의 명상을 방해하지는 않았는가?


[답변]

크게 방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직장에 넣는 체온계였는데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안 되었다.

사람들은 방해물을 통해 집중할 수도 있다.
명상시 집중 대상을 이용하는 것도 잡념을 다루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마음을 명상에 집중하도록 하여
근본적으로 실험 장치가 있다는 생각을 놓을 수 있다.
승려들은 그것을 증명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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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수건 말리기

벤슨 연구팀은 촬영팀을 마나리로 보냈다.
거기서는 일년 내내 툼모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있었다.

새해 첫번째 보름날 (1년중 가장 추운날 밤),
실내 온도는 섭씨 4도.

이들 스님은 80 x 180cm의 천을 얼음물에 담그고
얼음물이 뚝뚝 떨어지는 천을
거의 벌거벗은 몸에 걸치고 말렸다.

보통사람 같으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고
아마도 그 때문에 죽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3-5분이 지나자
그 옷에서 증기가 발생하고
45분이 지나자 천이 완전히 말라버렸다.

스님들은 해가 뜨기 전에 두 번 더 이 과정을 반복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티벳 사람들은 이런 툼모 현상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열량을 통해 수련 정도를 파악하는 전통까지 있었다.

예를 들어
습한 새벽에 바깥에 일렬로 앉아 명상을 해보면
수행 정도가 높을수록 발열량이 많아 피부가 보송보송하지만
초보자는 새벽 이슬에 몸이 젖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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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완반응을 넘어

명상을 이완반응과 스트레스 해소법 정도로 생각했던 벤슨은
티벳 승려의 연구를 통해
미처 몰랐던 마음의 잠재력에 눈을 뜨게 되었고
차원 높은 명상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믿게 되었다.
마음이 몸에 미치는 힘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간단한 명상과 고차원의 명상은 분명 차이가 있었는데
벤슨은 그 차이를 깊은 정신적 믿음(신념)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이 제시했던 이완반응 4단계를 보완하게 된다.
즉 '명상'과 '깊은 정신세계'를 결합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믿음' 이나 '신념'은
기독교에서 볼 수 있는 신에 대한 신앙 같은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특정한 '사고방식'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신적 요소를 의학계에 적용하면
기존의 신체적인 치료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던 질병 등
여러가지 해묵은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1984년에
'이완 반응'의 후속판을 발표했는데
제목은 '이완 반응을 넘어서' (Beyond the Relaxtion Response)였다.
한국어 번역판은 '과학 명상법'(2003년, 학지사 발간)이다.

벤슨은 마음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했고
그리하여 서양 의학의 견해를 대폭 수정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 건강을 위한 명상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벤슨은 "마음의 힘"의 중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아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
지금부터 그가 제시하는 사례를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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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영화 관객의 갈증

사막 영화의 고전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상영되었을 때
관객들이 휴식시간에 음료수를 사려고 매점에 줄을 섰다.
이유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즉 스크린에 펼쳐지는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을 보면서
그 메마른 광경에 너무나도 심취한 나머지
자신이 마치 그 모래언덕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자기 몸에서 물이 빠져나간 것도 아닌데도
자기도 모르게 견딜 수 없는 갈증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에는 몸에 물이 부족해야만 갈증을 느끼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아라비아 로렌스'의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서늘한 극장 안에서조차 갈증을 느꼈다.

이런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외부 사건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현실을 해석하는 방법 또는 믿음이 우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자신의 행복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것을 통찰했던 1세기의 로마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사람은 사물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나는 바로 이 믿음이 갖는 중요성에 몰두했다.
지난 두 권의 책을 낼 때까지만 해도
이완 반응에 이런 효과까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후 세계 여러 곳에서 연구 관찰하면서
심오한 정신세계를 지닌 수행자들의 몸과 마음의 능력은
정말 한계를 지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음이 변하면 건강과 행복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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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꿈과 신체적 반응

어떤 과학자가 관찰한 결과
유독 새벽 5-6시 사이에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또 수면중 협심증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는 현상도 동반했다.

그 후 많은 연구 결과
수면중 협심증의 발작은 꿈과 관련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또 이 때에 꾸는 꿈의 내용을 분류한 결과
격렬한 신체적 활동을 하는 내용이거나
두려움, 분노, 괴로움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즉 꿈을 꾸면서
그 내용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신체 반응이 그대로 일어난 것이다.

꿈 속에서 전력 질주를 한다면
몸은 비록 누워서 자고 있을지라도
신체 내부의 반응은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상태와 같다.
그래서 깨어나서도 피로와 근육통을 느낄 수 있다.

두려움, 분노, 괴로운 꿈일 때에도
신체는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런 신체반응이 결국 실제로 심장에 부담을 주었고
협심증이 있는 사람은 발작 증세로 나타났던 것이다.

십이지장 궤양 환자들의 경우에도
꿈을 꿀 때에는 위산 분비가 크게 증가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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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상상 임신

여성이 자신이 임신하였다고 믿으면
그에 따르는 임산부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상상임신이라고 하는데
마음과 몸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좋은 증거이다.

히포크라테스가 기록한 기원전 300년경의 사례에서도
상상 임신 사례 12명에 대한 내용이 있다.

16세기 영국 여왕인 메리 튜더도 상상 임신을 반복했는데
임신 증상이 9개월이나 지속되었으며
마지막에는 상상 분만으로 절정을 장식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상상 임신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유방 크기, 형태, 조직이 변화되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모유를 분비하는 경우도 있으며
태아의 움직임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어떤 환자는 이런 증상이 너무도 생생하여
직접 진찰한 의사들조차도 오진하게 만든다.

한 연구에 따르면
40명의 의사들이 27명의 상상 임산부를 진찰한 결과
의사 16명이 90%의 오진율을 보였다.
오진한 환자중에는 남자도 1명 있었다.

상상 임신을 일으키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보면
불륜, 강간 등으로 임신에 대한 공포가 있는 상태이거나
반대로 실연, 불임 등과 같이 아기를 갈망하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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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약효에 미치는 마음의 힘

마음의 힘은 의학에서도 중요하다.
몸이 아파서 찾아온 환자에게
의사가 아주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해 주면서
약이나 주사 같은 처방도 전혀 하지 않은 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잠시 활성화된 것 뿐입니다.
곧 나아질 겁니다."라고 확신을 주면

환자는 금방 몸이 가벼워지고 조만간 낫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환자가 '낫는다'는 확신(마음)이 가져온 결과이다.

만일 약을 줘야 할 경우에도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주면서
"이 약은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항상 가지고 다니다가 꼭 필요할 때만 먹으세요"라고 했다면
환자는 약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약을 자주 먹지 않아도 증상이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약을 먹고 증상이 나아지는 경험이 쌓이면
그 약에 대한 신뢰가 계속 증가하게 되고
나중에는 주머니에 있는 약을 만지기만 해도
약을 먹고 나았던 기억이 가동되면서
아픈 증세가 사라지는 신체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점차 시간이 지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효과가 나는 이유는 모두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가짜 약을 줘도 병이 낫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가짜 약 효과'(플라시보 효과)이다.

이렇게 마음이 신체적 변화를 야기시키는 사례는 많다.
환자의 75%는 의학적인 처방(약물, 수술)이 필요없으며
의사와 환자의 신뢰 속에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것만으로도 치료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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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신뢰의 플라시보 효과

환자가 의사를 깊이 신뢰할수록 치료 효과가 큰데
티벳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방식도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천 년의 의학 전통에 따라 환자들을 대하는데
우선 거의 30분 동안이나 환자의 맥을 짚으면서
맥을 통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소변 검사도 의사가 직접 한다.
서구의 의사들은 소변을 병에 담아 검사실로 보내고 말지만
티벳 의사들은 직접 소변 색을 확인하고, 냄새도 맡아본다.
소변에 기름기 등 뭔가 특별한 현상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렇게 의사와 환자 사이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것은 의사가 환자를 진정으로 염려한다는 증거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으며
치료 기간 도중에 다른 의사에게 보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꼼꼼한 절차를 거쳐 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수 천 가지나 되는 약초, 광물, 동물성 재료 중에서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서 처방해 주는데
서구의 의사나 환자들에게는 거부감을 느끼는 것들이다.
그러나 서로 긍정적이고 신뢰하는 마음의 힘 덕분인지
그런 처방들로 질병이 낫는다.

환자가 의사의 치료법을 신뢰한다든가
의사가 병상을 지키며 깊은 신뢰 관계에서 환자들을 돌보면
치료 효과가 훨씬 더 좋아질 것은 확실하다.

또 환자의 75%가 약물이나 수술이 필요없고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것만으로도 치료된다는 것은
마음의 힘(플라시보 효과)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다.

서구의학은 마음의 효과(플라시보)를 거의 모른다
그래서 왜 어떤 환자들은 회복되는데도
왜 다른 환자들은 그렇지 못한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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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약물의 플라시보 요과

약물과 수술 기법이 발전하면서
의사의 주된 역할도 이들에 의존하는 식으로 변했다.

하지만 환자가 치료된 진짜 원인이
이들 약물이나 수술 덕분인지는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즉 의사에 대한 믿음이나 플라시보 효과인지도 모른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게 하면
높은 치료율을 보이는 증거가 있다.

협심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병이어서
그동안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하여
그 중에는 크게 성공을 거둔 치료법도 있었는데
나중에 그 치료법이 엉터리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켈린, 잔틴, 심지어 비타민 E 소동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에는 이들이 대단한 효과가 있다고 선전한 결과
70~90%의 치료율을 나타냈지만
나중에 이들 약물에 대한 회의적인 의사들이 나타나면서
치료율은 3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더우기 새로운 약품이 나오기 시작하면
의사와 환자 모두 이전까지 인기있던 약품을 외면한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약물이 협심증 치료의 유일한 요인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 약물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사와 환자의 믿음,
이 마음의 힘이 협심증을 치료했던 것이다.
믿음과 열광이 사라지면 약의 효과도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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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수술의 플라시보 요과

수술도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기는 마찬가지이다.
1950년대의 극단적인 연구 사례를 살펴보자.

협심증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일반적인 협심증 수술을 했고
B그룹은 수술하는 척하면서 피부만 절개했다가 꿰맸다.
따라서 B그룹은 자신이 수술받은 줄 착각하게 된다.

그런데 진짜로 수술한 A그룹은 75%만 병세가 호전된 반면
가짜로 수술한 B그룹은 100% 모두 병세가 호전되었다.
결국 진짜 수술이 가짜 수술 효과보다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어떤 치료법이든 간에
의사의 열정과 환자의 믿음이 치료 효과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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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격려의 플라시보 효과

의사가 아니라도
친구나 가족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친구나 가족이 곁에서 함께 격려해 주는 경우
진통도 짧았고 출산 자체도 쉬웠을 뿐 아니라
합병증 발생 확률이 현저히 낮았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마취 의사의 태도가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한 그룹에 대해서는
수술에 앞서
의사가 5분 정도 환자와 대화를 하게 하여
환자들의 염려와 걱정에 귀를 기울여주고
수술에 대한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했다.
또 회복 기간 동안의 대응 방법도 알려주면서
낙관적인 태도로 자신감을 심어주고 격려해 주게 했다.

반면 또 다른 그룹에 대해서는
의사가 무관심한 태도로
수술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고
예상되는 회복 시간을 말해주는 정도로 그쳤다.

수술 후 두 그룹 사이에 극명한 대조가 나타났다.
첫번째 그룹은
진통제를 절반 밖에 요구하지 않았으며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2.7일이나 빨랐다.

이처럼 모든 조건이 같더라도
의료진이 환자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면
치료 과정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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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부정적인 플라시보 효과

불안을 방치할 경우
부정적인 마음 자체가 큰 문제를 일으킨다.

판매되는 음식물에 독극물을 주입한 사건이 생길 경우

그 독극물을 복용했을 때의 증상도 자세히 보도된다.
그러면 실제로 그런 음식을 먹지 않은 사람조차도
그 독극물을 먹었을 때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그 음식을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실제로 그런 증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 브루클린의 메디컬 센터의 연구 결과 요약.

아무 표시도 없는 수증기를 마련해서 들이마시게 하면서
A그룹에게는 '일시적으로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B그룹에게는 '천식을 완화시키는 치료제'라고 말했더니

A그룹에는 격렬한 천식 발작을 나타내는 사람이 여럿 있었고
B그룹은 모두 숨쉬기도 편하고 천식이 완화되었다.
사실 이들이 마신 수증기는 소금물 증기였을 뿐이다.

-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 발표 요약.

"수술에 대해 심하게 긴장하고 염려하면
  통증도 심하고 회복 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리 환자의 긴장을 늦추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플라시보 효과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신체에 실제 상황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자의 감정 상태도 대단히 중요해서
초조, 우울증에 시달리는 환자들 보다
느긋하고 의지와 신념이 강한 환자일수록 치료율이 높다.
또 분노를 적절히 표출하지 못하거나 억압하는 경우
병을 쉽게 이겨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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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명상으로 되돌아 오다

관객의 갈증, 꿈과 심장 발작, 상상임신, 플라시보 효과...
이런 여러가지 현상을 볼 때
마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이때 목, 심장, 자궁, 치유력 등의 신체 반응은
뇌에서 전달되는 신호대로 반응한 결과일 뿐이다.

같은 이치로
꽃이 가득한 방에서 향기에 취해 즐거워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 가짜 꽃이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과 뇌는
외적인 자극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고요한 감정과 격렬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 결과 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보다는
부정적인 마음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벤슨은 다시 명상(이완반응)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명상에 의한 이완반응은
각종 부정적인 마음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깊은 정신세계에 기초를 둔 명상은 효과가 더욱 좋다.

그래서 그는 티벳 승려의 연구로 이런 결론을 내리고
이완반응을 넘어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던 것이다.
. 건강한 정신세계를 가져라 (원문은 '강한 신념 체계')
. 이완반응(명상)을 통해 이 정신세계를 강화하라

하버드 대학 의사인 벤슨은 이렇게 권한다.
"이런 세련된 명상을 통해
유익한 영향은 증진시켜 나가고
부정적이고 해로운 영향은 줄여 나가라.
건강할 때 뿐만 아니라, 약물이나 수술할 때에도
이런 태도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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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의사와 협력하는 요령

그런데 벤슨은 이렇게 경고한다.

"아무리 명상 효과가 좋다고 하지만
비정상적인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통계적으로는 전체 환자의 25%의 경우
약품이나 수술로 더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약간 다쳐서 울고 있을 때
엄마가 호오 불어주기만 해도 울음을 그친다.
이처럼 마음의 힘이 크다.
그러나 심한 경우에는 그 정도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의사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질병이 있다.
질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겠다면
의사와 상담하여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치료가 필요없는 75%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25%에 해당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벤슨은
의사와 협력하여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는 요령을 알려준다.

- 몸이 아플 때 의사를 찾는 일을 주저하지 말라.
-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라.
-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의사를 찾아라.
- 모든 약은 독이 될 수 있다
- 약물, 검사, 수술 처방을 할 경우 그 필요성을 물어 보라.
- 규칙적으로 명상(이완반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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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라

따뜻하고 사려 깊으며 믿음이 가는 의사가 중요하다.
그런 의사를 만나 믿고 상담하는 것만으로도
엄마가 '호오' 불어주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요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출산을 앞둔 산모에게
친구나 친척이 곁에서 격려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권위 있는 의사들이 주는 정서적, 정신적 효과는
때로는 가장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적합한 의사를 찾는 노력은 당연하다.
모든 의사가 비슷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의사마다 의술이나 의학 지식도 다를 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관심 역시 모두 다르다.

처음 찾아간 의사가 적당치 않아 보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다른 의사를 찾아 나서야 한다.

환자가 의사를 믿고 의지하며,
의사 역시 환자를 믿는 관계를 이룰 때
치유 효과가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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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의사를 찾으라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그러므로 환자가 나을 것이라고 믿는 의사,
항상 활기에 찬 태도를 가진 의사를 찾으라.

의사가 환자의 회복을 의심한다면
치료 효과는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자신감과 신뢰를 북돋워 주는 의사를 만나면
그것만으로도  병이 나을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예를 들어, 암으로 판정된 사람에게
의사가 무뚝뚝하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암에 걸리셨군요.
별로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절반이 5년 이내에 죽습니다."

이럴 때는 당장 다른 의사의 소견을 듣는 것이 좋다.
다른 의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암이 맞습니다.
아주 좋은 상태는 아닙니다만
절반 정도는 5년 가까이 생존했고
건강하게 회복한 환자들도 많습니다.
당신도 꼭 나을 겁니다."

컵에 물이 절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과
아직 물이 절반이나 남았다고 보는 사람은 다르다.
기왕이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환자 자신의 긍정적인 마음도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모든 치료과정에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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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모든 약은 독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진료 후에는 약이나 주사를 기대한다.
때로는 약물 그 자체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너무 약물 처방을 남발한다.
모든 약은 독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병 치료를 위해서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약물보다는 자신을 믿어라.
의사가 약물을 처방하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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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약물을 처방해 줄 경우

의사가 약물을 처방했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시보 효과를 노린 처방일 수도 있다.
사실 약물 처방 중 35-45%는 실제로 플라시보에 불과하다.

만일 세균 감염에 대한 항생제를 처방한 경우라면
의사는 특정 세균을 물리치기 위해 그 약을 처방했을 것이다.
그런데 가벼운 신경통이나 두통을 완화시키는 것이라면
찾아온 환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한 가짜 약일 수도 있다.
의과 대학에서도 '환자에게 뭔가 해 줘야 한다'고 가르친다.

경미한 고혈압인 사람이 평생 약물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
자칫 그 약물의 독성 때문에 다른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즉 무기력이나 성기능 감퇴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경미한 경우에는
이완 반응, 식이요법, 운동 등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약을 처방받았다면
정말 그 약이 필요한 상태인지 물어 보라.
즉 의사와 마음을 툭 터놓고
그 약이 심리적인 효과만 주는 약이 아닌지 물어보라.
그러면 의사도 툭 터놓고 얘기해 줄 것이다.

또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의사의 태도로 짐작할 수도 있다.
만일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흔한 두통이군요.
별로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곧 나으실 겁니다.
이 약을 하루 세번, 1주일만 드세요.
훨씬 나을 겁니다."

이런 진단을 받았다면
가짜 약이라고 의심하고 이렇게 물어 보라.
"정말 이 약을 먹어야 합니까?
약 없이 나아질 방법은 없습니까?"

만일 의사가 계속 약을 권한다면 이렇게 물어 보라.
"그럼 먹는 양이나 기간을 줄이면 안됩니까?"

의사가 이런 제안에 찬성한다면
그 약은 틀림없이 마음을 달래기 위한 처방일 것이다.
이럴 때는 다시 한 번 물어 보라.
"약을 전혀 안 먹더라도 나을까요?
만약을 위해서 약을 가지고 다니긴 하겠지만 말이에요."

만일 의사가 괜찮다고 한다면
이제부터 스스로를 치료하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 의사가 드물다.
이들은 환자를 많이 진료해서 수입 올리기에만 신경 쓰고
게다가 마음의 힘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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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뿐만 아니라 각종 검사도 많이 해야 수입이 늘어난다.
사실 많은 검사들이 질병 원인 파악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검사를 권할 경우에도 꼭 필요한 것인지 물어보라.
물론 의사를 불신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검사가 어떤 것을 확인하려는 거죠?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니라면 생략하면 안될까요?"
하며 예의 바르게 묻는 것이 좋다.

만일 의사가 검사 필요성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면
다른 의사를 찾아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 제대로 진단도 하기 전에 검사부터 하라는 의사가 있는데
이런 의사는 대부분 주의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반드시 그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불신하고 추궁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환자가 의사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그 효과는 뻔하다.

따라서 아무리 의심이 들더라도
항상 사려깊은 태도로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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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술하라고 하면

불필요한 수술을 처방하는 의사도 많다.
따라서 의사가 수술을 권할 때에는
다른 대안은 없는지 항상 물어 보는 것이 좋다.

332개 병상을 가진 병원의 연구 조사 결과
수술 그 자체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이
열흘에 한 건씩 보고되었다고 한다.
또 수술 과정의 실수로 인한 사망이 55%나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의사가 수술을 권할 때에는
반드시 다른 의사를 찾아가 의견을 물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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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규칙적으로 명상하라

이완반응이 약물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경우가 있다.
또 약물이나 수술 치료를 한 경우에도
이완반응을 통해 회복 효과를 높이게 된다.

그리고 좋은 정신세계를 가져라.
이완반응과 정신세계는 서로 상승 작용을 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근심 걱정에 빠지거나,
건강이 염려되고 질병 증상이 나타날 때
많은 사람이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일단 불안을 느끼게 되면
몸이 그런 부정적인 반응을 하게 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불안이 더욱 커지게 되면서
결국 '불안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명상(이완반응)은 이 악순환을 끊게 해준다.
생각을 한 군데에 집중함으로써
일상의 불안과 긴장의 고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완반응이 자신의 정신세계와 결합하면
더욱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명상할 때에는
자신의 정신세계와 일치하는 문귀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옴마니반메훔,
주께서 구원하시리라, 성부 성자 성령,.....

수영, 걷기, 달리기 등을 하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다.
다만 문귀를 반복할 때에는
호흡이나 몸 동작의 규칙성에 맞춰야 하고
주의를 뺏길 대상이 적을수록 명상 효과가 좋기 때문에
사람이 적고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

   잡념이 생기더라도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부드럽게 잡념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호흡과 몸 동작에 주의를 돌려야 한다.
   즉 수동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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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동서양의 연결

벤슨은 그 후에도 티벳 수행자 연구에 몰두하다가
툼모 요가의 열에너지의 원천을 알기 위해
툼모 수련 동안의 산소 소비량을 측정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1988년, 시킴의 룸텍 사원에서
세 명의 스님을 상대로 신진대사 측정을 했다.

그 중 두 명의 스님은
툼모 수련 중에 전체적인 산소 소비량이 늘었다.
명상 중에는 신진대사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벤슨 연구팀으로서는 예상 밖이었다.

그런데 세번째 스님은
오히려 신진대사가 64%나 감소했다.
호흡도 분당 5-6회로 떨어졌다. (평소에는 14회)

이런 신체 조절 능력 덕분에
인도의 요가 수행자들이
산 채로 땅에 묻혀 오래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벤슨은 티벳 문화에 깊이 몰두했고
명상의 놀라운 효과를 불치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
마음이 어떻게 몸에 영향을 주는지 계속 연구중이다.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미국과 티벳 불교가 만나게 되고
1991년 3월 24일, 달라이 라마를 모시고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제목은 "마음과학 ; 동서양의 대화"였다.
(Mindscience: An East-West Dialogue)

그 때 오고간 중요한 내용이 1993년에 책으로 출판되었다.
한국어 번역판은 2003년에 도서출판 여시아문에서 나왔다.
"더 오래된 과학, 마음 (달라이라마와 하버드 교수들의 대화)"
(한국어 번역이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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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벤슨의 한계

어차피 벤슨은 의사이다.
그래서 명상과 수행의 본질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겨우 체온, 산소 소비, 심장박동 변화 같은
그야말로 외관상의 껍데기에 매달려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나 서양 사회는 깜짝 놀랐고
건강을 위해 명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물론 명상을 하면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명상을 겨우 건강 기법으로만 생각한 것은
수영 선수의 준비 체조가 멋있어 보여서
수영은 뒷전이고 그 준비 체조만 따라 하는 꼴이다.

그리고 명상은 올바른 섭생과 생활의 일부분이다.
생활은 엉망이면서 명상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건강한 정신세계 위에서만 명상이 효과를 발휘한다.

사실 툼모 수행은 기(氣, 에너지) 수련이다.
그리고 "체온이 높아지는 것"은 기 수련의 현상일 뿐
툼모 수행의 최종 목적은 깨달음을 체험하는 것이다.

기(氣) 수련법과 고차원의 정신세계를 모르는 벤슨으로서는
툼모 수련자들이 어떤 식으로 수련하는지에는 관심없고
단지 티벳 명상 특징을 '믿음'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는데
어쩐지 기독교의 '맹신적인 신앙'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마음 속의 '믿음'이 확실하면
마음의 힘으로 체온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강력한 "믿음" 을 가지고 명상(이완반응)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이완반응을 넘어"의 의미이다.

그가 말하는 '믿음과 명상의 결합'은
강력한 자기 암시에 의한 최면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이 벤슨이 가진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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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툼모 수행 기법

특히 컬럼비아 대학 교수인 로버트 A.F. 셔먼 같은 사람은
1964년에 달라이 라마의 지도하에 직접 탄트라 수행을 했기 때문에
벤슨의 이런 유치한 행동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위의 심포지엄 때에도
툼모 수행의 본질은 그게 아니라고 발표했는데
그는 우선 툼모 수행 기법부터 소개했다.

"툼모 수행을 하는 목적은
기운의 힘으로 강렬한 열을 발생시키는 과정을 통해
깊은 내적 체험(깨달음) 상태로 들어가려는 것으로서
아주 정교한 시각화(이미지, 영상) 기법을 이용한다.

일단 모든 사물의 실체는 공(空)임을 이해하고
명상을 통해 육체에 관한 일반적인 느낌을 녹여야 한다.
그런 다음 머리2, 팔8개인 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상상한다.

이런 영상은 마음을 집중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몸에 대한 고정관념(머리1, 팔2)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즉 떠올린 영상이 자신의 몸이라고 여기게 되면
   실제로 여러 개의 팔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사방이 한꺼번에 보이는 느낌 등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 다음 그 만다라 영상을 녹여 없애고
눈 앞의 공간에 투명한 여신의 몸을 떠올리고
그 몸 한가운데에 나디 3개와 차크라를 떠올린다.
(나디 = 경락, 기운의 통로)

이런 영상이 안정되고 생생해지면
자신의 몸이 바로 곧 그런 상태라고 상상하고
배꼽 부근의 차크라에서 불꽃을 떠올린다.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기운을
양 측면에 있는 두 경맥을 따라 내려보내고
다시 맨 아래에서 배꼽 부근의 불꽃으로 올려보낸다.
불꽃이 커지면서 굉음과 열이 발생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 열에 의해 모든 부정적인 마음이 녹아내리고
모든 것이 녹아 중앙 경맥으로 모이면서
점차 경맥과 차크라는 벌겋게 달아오른다고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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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툼모 수행의 본질

이렇게 툼모 수행 기법을 설명한 셔먼 교수는
뒤이어 툼모 수행 목적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혔다.

"뜨거운 기운이 중앙 경맥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강렬한 희열과 행복감이 생긴다.
(선도 수련의 소주천 상태와 아주 흡사하다)

이것이 툼모 수련이다.
젖은 옷을 말리는 것은 부수적으로 나타난 것일 뿐
실제 기능은 기운을 유통시켜 내면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런 축복과 희열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그 축복을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과 자비로 드러낸다.

그런 다음
극도로 섬세한 내면 세계 체험으로 들어가서
마음의 본성인 '맑은 빛'(리그파) 상태에 이른다.
그리고 만물의 실체가 무엇인지 완전히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경지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그런 기운을 내뿜는 축복의 현신이 되려고 한다.
이것이 최종 목표이다.

이런 사람의 모든 언행은 사랑과 자비이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 곁에 있으면 이와 같은 훌륭한 느낌을 받고
그가 떠나고 나면 그토록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달라이 라마는 이 수행에 정통한 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련자의 몸 표면에 온도계나 붙여서
기껏 열과 온도 차이를 측정하는 데 노력을 쏟을 것이 아니라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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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yhand.kr/minds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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