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벤슨 불교와 예술-과학  

2007. 12. 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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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과학화

Herbert Benson(1935 ~ )

   the guru of mind/body medicine

 

미국에서 매일 명상을 하는 사람의 숫자는 천만명에 이르렀으며, 이미 명상은 미국의 주류문화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연구 대상, 그리고 의사가 환자에게 약이나 운동처럼 권유하는 것이 되었다고 2003년 8월 타임지는 보도했다. 지금까지의 명상에 대한 관심이 주로 문화적인 차원에 머물렀다면 2000년대의 명상에 대한 관심은 다분히 의학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

 

의사들은 단순한 건강 유지 차원이 아니라 심장병, 불임, 에이즈, 암과 같은 난치병을 제어하고 진행속도를 늦추고 더하여 예방까지 해줄 수 있는 놀라운 것으로 명상을 환자들에게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하여 명상은 마음을 훈련시키고 우리의 뇌를 개조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제 서양에서 명상은 낯선 종교적 색채를 띤 동양 문화의 산물이 아니다. 의심스럽고 신비한 존재도 아니다.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티벳하우스 원장인 로버트 서먼 박사 역시 명상에서 신비의 베일을 벗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상은 가솔린처럼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명상은 누구든지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도구이다. 이제 우리 서양인들은 명상은 불교도가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명상이 과학적이고 생활 의약(醫藥)적 존재로 자리 잡는 대전환에 선구적 역할을 한 사람은 하버드의대 부교수이며 심신의학센터(Mind-Body Medical Institute) 소장인 허버트 벤슨 박사다.

 

 


그는 명상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합리적인 수행이라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명상의 과학화에 기여했다. 동시에 이들은 명상에서 종교적 색채를 덜어내고 그 형식을 단순화하여 힌두교와 불교권 밖에 있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명상의 대중화에 공헌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 10~40분 정도 조용히 앉아 자신의 숨이나 만트라에 집중하면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현실을 100% 수용하는 것이 바로 현실을 초월하는 길이라는 불교의 진리를 가치있는 진실로 인정하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런 다음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벤슨박사는 힌두어나 산스크리트어로 된 만트라를 버리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영어 단어나 소리(예를 들면 “하나(one)" "나는 평화롭다(I am at peace)," "놓아버려라, 신의 뜻대로(Let go, let God)")를 사용해도 그 효과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굳이 기존의 만트라가 아니더라도 어떤 대상을 성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고 그렇게 받아들이면 만트라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명상이나 참선이 과학적 근거가 없고 미신적인 동양의 전통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매어있을 때 벤슨박사는 처음에는 미국의 초월명상 수행자들을 연구했고, 후에는 티벳스님들을 연구하여 명상에 과학적 근거라는 날개를 달아준 사람이다. 

 

명상의 과학적 탐구의 효시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월명상(TM)이 붐을 이루던 그해 어느 날 늦은 밤시간에 범상치 않은 사람들 36명이 무리지어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의 한 연구실로 들어섰다. 규칙적으로 초월명상을 해온 이들 수행자들을 벤슨박사는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을 택해 불러들였던 것이다.

 

그는 왜 이런 실험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벤슨박사는 미국에서 병원에 가는 사람들의 60%는 스트레스나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에서 병이 비롯되었으며 그 치료 역시 약이나 수술만으로는 완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보완책은 무엇인가? 그는 그 답이 명상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고차원 명상을 연구하면 스트레스에 관련된 질병을 제대로 치유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벤슨박사의 저서들 중 일부>


그날의 실험 결과 벤슨 박사는 이들이 명상 중에 산소소모량이 17%나 줄어들고, 심장박동이 1분당 3번이나 줄었으며, 뇌파에서는 세타파가 증가하는 것을 측정할 수 있었다. 명상은 신진대사, 혈압, 호흡률, 심박수의 저하를 가져왔다. 이들이 깊은 휴식과 흡사한 상태에서 보여준 이런 현상을 벤슨박사는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 명명했고, 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타나는 긴장반응을 감쇄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완반응은 불안증세, 우울증, 고혈압, 불규칙한 심박수, 과도한 분노, 불면 등의 광범위한 증상에 효과적이었으며 심지어 불임증세에도 도움이 되었다. 또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암 등의 불치병 진단으로 극심한 심정적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간단한 명상으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벤슨박사는 자신의 연구가 수천년 동안 동양에서 전해내려오던 명상의 기술에 다만 생물학적 차원의 설명을 첨부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1967년의 그 역사적인 날 벤슨박사의 실험대상이 된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TM)은 1960년대에 비틀즈에게 명상을 가르쳐 유명해진 인도의 도인 마하리시 마헤시(Maharishi Maheshi) 요기가 창안하여 전파한 것이다. 조용한 방에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앉아서 10~20분간 마음속으로 한 단어를 되풀이하라는 단순한 방법을 제시해 당시 들불처럼 미국인에게 번져나간 명상법이다.

 

미국의 '스트레스 없는 학교 위원회(Committee for Stress-Free Schools)‘에서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이 명상을 하루 2번씩 실시한 결과 혈압이 낮아지고 성적이 좋아졌으며 스트레스 수위가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4개 학교가 교과과정에 TM을 영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 TM 회원이었던 사람들을 포함한 반대자들은 TM이 힌두 만트라(예를 들면 "Om Shanti," "Sri Ram," "So-Hum" 등)를 외기 때문에 종교적인 것이며, 따라서 미국 법률이 명시한 정치와 종교의 분리원칙에 위배된다고 항의하고 나섰다.

 

하지만 각 TM 교사마다 나름대로 다른 만트라를 사용하고 그것은 수행자 외에는 대외비밀로 되어있으며 그 의미도 잘 모르는 상태이니 그런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기도 어려울 듯 하다. 어쨌든 1997년부터 TM을 사용해온 디트로이트의 나타키 탈리바 학교는 명상교육자금으로 크라이슬러재단에서 1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탈리바 학교의 체육관에 모여 명상에 든 160명의 어린이들은, 다수 어린이가 모이면 자연히 일어나는 소요, 소란, 장난도 없이 놀라울만한 진지함과 고요함 자체를 보여준다고 한다. 그밖에 매릴랜드주의 실버스프링과 워싱턴 DC, 그리고 아이오와주의 마하리시 경영대학교 부설 초등학교에서도 현재 TM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초월명상을 창시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벤슨박사의 연구결과는 1970년 책으로 요약 발표되어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내었고, 그로 인해 심신의학은 의학의 주류분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후 20년간 그는 미국 내의 병원과 의료시설에 명상 프로그램을 설립하는 일에 노력을 집중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벤슨 박사는 인간의 치유에 종교적 힘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자신이 죽어야만 하는 유한한 존재임을 늘 자각하고 살아가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에 본래적으로 성스러움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벤슨박사의 연구 이후 명상의 장기적 효과가 여러 사람들에 의해 연구되었고 그 결과 명상은 인간의 성격과 행동, 자세까지 바꿀 수 있다고 확인되었다. 만성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명상을 계속하면 진정제 사용을 훨씬 줄일 수가 있었다. 명상은 정신을 맑게 하고 에너지와 생산성을 증가시키며, 자기비판을 줄이고, 객관성을 늘이며 알콜이나 오락에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신감과 정체성을 늘려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의료계에 이렇게 심신의학이 영입된 것은 삼발이 논리에 따른 것이다. 성공적인 의료는 그 근간을 세 개의 다리가 받쳐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첫째 약품, 둘째 수술과 처치, 셋째 자기치유(self healing)라는 것이다. 지난 100여년간 의학은 대체로 약과 수술에만 의존할 뿐 스스로 자기 몸을 치유하는 세 번째 다리를 무시해왔기때문에 국민건강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더욱이 60~90% 질병의 경우 약과 수술만으로는 치료효과를 볼 수가 없다는 것이 벤슨박사의 주장이다.

 

 


심신의학과 명상을 적극적으로 보급한 벤슨박사같은 사람들 덕분에 20세기 후반에 대체의학은 주류 의료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정작 벤슨박사 본인은 심신의학은 소위 대체의학이라 불리는 것과는 세 가지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이완반응은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대체의학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둘째 대체의학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시행해주는 것으로서 환자 스스로 하는 제3의 다리인 자기치유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한약을 먹는 것은 약의 소재만 다를 뿐 양약을 먹는 것과 같고, 침을 맞는 것 역시 양의의 처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셋째 대체의학과 자기치유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다르다. 심신을 아우르는 자기치유는 병원방문을 5%까지 줄여주었고 그것은 의료비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반면 대체의학은 여전히 비용이 들어간다.


오늘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잘 받는 것일까? 그리고 스트레스에 일단 빠지면 왜 그렇게 거기서 헤어나기가 어려운 것일까? 벤슨박사는 그 원인이 현대인의 주변 환경에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광고에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부정적 메시지 세례에 있다고 말했다. 즉 TV나 잡지 광고가 우리에게 세뇌시키는 아름다움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몸매와 성격을 갖지 못해서, 그들이 그리는 완벽한 집과 직장을 갖지 못해서, 그들처럼 완벽한 부모가 되지 못해서 보통사람인 우리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규칙적으로 명상을 하도록 가르쳐서, 사람들이 스스로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과 하나가 되는 길을 가르치는 길만이 그런 외부의 강력한 메시지에 쉽게 좌지우지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이 되는 것이다.


벤슨박사가 초월명상 다음으로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티벳의 툼모명상법이다. 밀라레파의 전기를 읽어보면 그가 누더기만을 걸치고 혹한의 석굴에서 명상에 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것은 깊은 명상에 들어 몸안에서 열을 생성해내는 것으로 아무리 추운 곳에 있어도 인간을 살아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술이다. 벤슨 박사는 이 툼모명상을 지난 20여년간 연구해왔다. 벤슨 박사는 툼모명상의 체열 발생을 명상 중에 있는 수행자의 정신 작용이 신체에 축적된 갈색 지방질을 태우기 때문에 체온이 상승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그것은 겨울에 동면하는 동물들에게서나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벤슨박사가 툼모 명상을 실험 중인 티벳 스님>


벤슨박사가 툼모명상 연구를 선택한 것은 1967년부터 TM 명상 연구를 계속하면서 좀더 고차원 명상을 연구해야 명상의 과학적 분석이 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차원명상이 행해지고 있는 종교적 환경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1979년 마침 달라이 라마가 하버드대학을 방문하였다. 하버드 의대에서는 과학적 연구에 의해 밝혀진 몸과 마음의 연관성을 심화연구하기 위해 달라이 라마를 심포지엄에 초청했고, 과학에 관심이 많던 달라이 라마는 초청에 응했던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인도·티베트 불교학, 의학, 정신의학, 심리학, 신경생물학, 교육학의 권위자들과 만나서 인지와 인식, 마음과 몸의 연결 작용에 관한 중요하고도 새로운 통찰을 더해주었다. 그때 벤슨박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달라이 라마는 기꺼이 그 연구가 성사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티벳스님들이 망명해 살고 있는 북인도로 여러 차례 연구여행을 가게 되었고 그것은 오랜 우정의 시작이 되었다.


달라이 라마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1987년 제1회 ‘마음과 삶 회의(Mind and Life Conference)'를 개최하게 했고 이후 그는 2년마다 열린 이 회의에 꼭 참석하는 열성을 보였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와 과학의 공통점으로 인류에 봉사하고 세상에 대한 더 나은 이해력을 제공하고자는 목적을 꼽는다. 불교와 과학은 삶의 상호연결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가장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며, 그런 이해로 인해 환경 보호와 윤리적 행위에 필수 불가결한 근간이 주어진다.

 

마음이나 의식의 본성과 기능에 대해 서양 과학자들은 어떤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심지어 그런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마저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마음에 대한 불교의 방대하고 심오한 가르침은 2500년 동안 토론과 실험을 통해 탄탄해졌다. 티베트 불교 모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양적 심리학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정신적인 행복의 모델을 제시한다.

 

집착과 성냄으로 인해 생긴 고통을 멈추게 하고 마음의 평정과 자비의 성취가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이 보살도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달라이 라마는 현대 과학도 티벳의 전통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고 언급하였다. “티벳인들은 정신적 수련을 통해 과학이 지금까지 충분히 설명해 낼 수 없는 영역을 다루는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소위 말하는 티벳 불교의 신통력과 신비의 현주소는 바로 그런 정신 수련에서 온 것이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하는 Mind and Life Conference>


벤슨박사가 연구여행을 간 인도 북부지방의 히말라야 산골은 어떤 지역인가? 이곳 마을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동트기 전에 일터에 나갔다가 해가 지고 나서도 오랜 후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대체로 흙벽돌로 지은 집의 방안은 흙바닥이며 테이블도 없이 평상같은 침대가 하나 있을 뿐이며 거기서 8식구가 자는 일도 허다하다. 화장실은 쭈그러진 야외변소뿐이다.

 

하지만 차 한잔 하라며 손님을 맞아들이는 이들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미소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그런 내면의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서구인들은 궁금했다. 이들은 밭을 갈거나 요리를 할 때도 고요한 마음으로 했다. 명상이 삶의 곳곳에 흔적도 없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1980년 초 인도 북부의 티벳승원에서는 실내온도가 4도(냉장고 내부온도)밖에 안되는 추운 방에서 툼모 명상법을 사용하여 스님들이 깊은 명상에 들어있었다. 커다란 시트를 찬물에 적셔서는 몸에 두르고 명상에 든 스님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상태에서 계속 있으면 체온이 점점 내려가 죽음에 이르겠지만 툼모를 하는 사람은 체열이 계속 생성되어 1시간이면 시트가 말라버린다. 연구팀은 스님들에게 이렇게 젖은 시트를 3번씩 교환해가며 몇 시간동안 실험결과를 측정했다. 이들은 툼모명상을 하는 스님들이 손끝과 발끝 온도를 9도까지 올릴 수 있음을 발견했다. 어떤 방식으로 그런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지는 아직 더 연구해야 할 일이었다.

 

또한 이 스님들은 몸의 대사율을 64%나 낮출 수 있었다. 진정 세계가 놀랄만한 발견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수치인지 알기 위해서 비교를 해보자면 보통 수면 중에는 산소소모량 즉 대사율이 10~15% 감소한다. 간단한 명상 중에는 17% 정도 감소한다. 벤슨박사는 스님들의 이런 놀라운 대사 감소율이 우주여행에도 유용하리라고 믿었다. 다른 별을 향해 가는 긴 여행에서 명상을 사용하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산소 소모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벤슨박사는 툼모명상자들의 마음자세를 이렇게 설명한다. “불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궁극적인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감정이나 일상적 삶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또 다른 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의 상태는 남을 위해 선을 행하거나 명상을 통해 이룰 수 있다. 명상 중 발생하는 체열은 다만 그 부산물일 뿐이다.”

 

<툼모를 했다고 알려진 밀라래빠 존자>


그리고 1985년 한겨울에 명상연구팀은 히말라야산 4500미터 고지에 올라 스님들이 한데서 밤을 지내는 장면을 화면에 담았다. 보름달이 환하게 밝혀준 히말라야의 2월 밤 수은주는 영하 18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바위 아래서 스님들은 모포만을 두르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들은 서로 끌어안지도 않았고 몸을 떨지도 않았다. 그저 새벽까지 잠을 자고는 통이 트자 일어나서는 각자 자신들의 승원으로 걸어서 돌아갔을 뿐이다.


더하여 히말라야산 외딴 승원에서의 연구작업은 진정 힘든 일이었다. 연구팀이 히말라야에서 당면한 문제들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어떤 스님들은 자신들의 명상과정을 절대 비밀로 유지하려 했다. 게다가 의료실험 및 측정도구들을 사용하려면 전기가 필요했는데 승원에는 콘센트가 없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이었다. 한 번 생각해보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직장의 온도를 측정하겠다고 센서를 넣고 있는 상황에서 명상을 계속하는 것이 쉬운 일일지. 이런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벤슨의 동료이자 심리학 강사인 라자르 박사는 보스턴의 매서츠세츠 종합병원에 이들을 초청하여 그곳에서 뇌파를 스캔했다. 실험대상은 쿤달리니 명상을 4년 이상 수행해온  22~25세의 남성들이었다.

 

히말라야에서의 실험에서 극복해야 할 것은 춥고 격리된 환경이었다면, 이곳 미국의 실험에서 극복해야 할 것은 비좁고 소음이 심한 기계 내부라는 환경이었다. 즉 이들은 스트레스와 명상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연구해보고자 한 것이었다. 2000년 5월 15일 ‘뉴로리포트(NeuroReport)’지에 발표된 결과는 대단했다. 라자르 박사는 명상으로 인해 두뇌 전체에 혈액 흐름이 상당히 감소된 것을 발견했다. 또한 혈압과 대사를 관장하는 뇌가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명상의 연구작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히말라야나 보스턴이라는 지역이 아니라 돈이었다. 연구는 느린 속도로 진척되었고, 자금부족으로 빈번히 중단되면서도 진행이 이어졌다.


그러던 2001년 연구팀은 맥주업계의 거물 로엘 기네스(Loel Guinness)가 인간의 비범한 능력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칼파재단에서 125만달러의 연구자금을 받게 되었다. 연구팀은 프랑스 노르망디에 위치한 기네스의 저택으로 숙련된 툼모명상자인 3명의 스님을 공수했다. 스님들은 이곳에서 2002년 7월 100일간의 명상 실험에 들어갔다. 한 명은 안질 때문에 도중하차했지만 두 명은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곳의 방은 실험을 제대로 하기엔 너무 추위가 부족했다.

 

그래서 다음에 겨울이 오면 추운 기온 속에서 다시 한 번 실험을 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내 희망은 자기치유가 현재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약이나 수술 및 다른 치유법과 동일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알맞은 영양과 운동 그리고 심신적 접근법은 자기치유의 방법으로서 수백만달러의 의료비를 경감해줄 것입니다.”

 

 

<네팔 시킴에서 티벳 스님에게 툼모를 실험하고 있는 벤슨박사>

 


벤슨박사는 MRI 이미지 기법을 써서 명상자 4명을 실험하던 중 명상 중에는 주의집중과 자율신경계를 관장하는 뇌의 부분이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것을 목격하였다. 명상은 또한 알파파의 활동을 늘리고, 체내에서 건강한 수면을 위해 필요한 멜라토닌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슨박사는 또 TM 명상을 하루 2번 할 때 심장약을 먹는 것과 다름없이 혈관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면역반응을 조정할 수 있으며 신경계와 혈관계에 영향을 미쳐 관절의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더욱이 8주 간의 명상실험 프로그램이 끝난 후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에게는 치유의 효과가 지속되었다. 벤슨박사는 그 이유로 그들이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상태가 계속 호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벤슨 박사 본인은 자신이 효과만점이라 주장해마지않던 ‘이완반응’ 심신 치유법을 15년간이나 실천하지 않았다. 자기가 실천하고 있으니까 좋다고 편드는 것이라고 세인들이 자신의 과학적 객관성에 의문을 던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는 상황을 재고하게 되었다. ‘현대의 관절염(Arthritis Today)' 지에서 그는 이제는 매일 아침 이완반응 치유법을 자신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완반응 명상을 시작한 것이 1980년대로 하버드대학으로 강연을 하러 온 달라이 라마를 만나 티벳스님들을 연구하게 된 무렵인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벤슨박사의 심신의학센터에서는 9.11사건이 일어난 세계무역센터자리에서 잔해를 처리하는 사람들과 9.11사건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치유교사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2005년 '불교와 문화' 게재)

[출처] 허버트 벤슨|작성자 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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